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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선(善)의 혁명
작가 : 리츠릿
작품등록일 : 2018.11.2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저주받은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같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각자의 목적, 각자의 길, 흩어졌다 만나는 인연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과 그 진실을 가리고 있던 거짓들.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건들 속에서, 그들은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격일 연재입니다.)

 
붉은 절벽의 도시
작성일 : 18-11-08 22:02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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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 후드를 벗고 신분을 증명해라.”

 승호는 지시대로 후드를 벗고 신분패를 꺼내 내밀었다. 자유민 신분인 것을 확인한 후에야 병사들은 승호를 들여보내줬다. 거 참 엄청 살벌하게 구네. 속으로 투덜거리며 들어간 관청 안은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이었다. 차림새들을 보니 대부분 상인인 것 같았다. 의뢰 관련한 부서가 따로 있을 텐데. 내부를 둘러보던 승호는 사람들 사이로 ‘의뢰’라고 쓰인 데스크를 발견했다.

 “어휴, 늙은 게 죄지, 죄야. 못 되 처먹은 놈들.”

 갑자기 데스크 쪽에서 잔뜩 성이 난 노파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어찌나 괄괄하게 성을 내는지 소란스러운 내부에서도 툭 튀어나온 송곳처럼 귀에 박혀 들어왔다. 성에 못 이긴 노파가 결국 몸을 돌이키면서 가슴을 쿵쿵 쳐댔다.

 “돈 없다고 사람을 이런 식으로….”

 노파는 관청 정문으로 걸어가면서도 요즘 것들이니 더러운 세상이니 하며 씩씩댔다. 정문 앞에 서있던 승호는 다가오는 노파를 피해 슬쩍 옆으로 비켜섰다. 노파가 승호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봤다. 노파는 깡마르고 왜소한 체격이었음에도 그 눈빛에 기가 눌린 승호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노파는 끄응, 못마땅한 소리를 남기며 그대로 관청을 나가버렸다.

 흔들리는 관청 정문을 바라보던 승호는 애써 신경을 돌려 데스크로 향했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는 사정에 섣불리 끼어들었다가 사건에라도 휘말리면 곤란해 질 터다. 아버지를 찾는 데만 집중해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어. 승호는 스스로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신분패를 꺼내 의뢰 데스크 직원에게 내밀었다. 직원은 승호의 짙은 흑발에 잠시 주목하다가 이내 신분패를 확인했다.

 “델트급 자유민이시군요.”

 “네, 부산물 의뢰도 괜찮고, 개인적인 의뢰도 괜찮습니다. 다만 리트빈 일대에서 해결 가능한 의뢰면 좋겠어요.”

 “음, 아무래도 사냥꾼들이나 용병들이 많이 들리는 곳이라 사냥 관련한 의뢰는 거의 해결됐어요. 지금 드릴 수 있는 의뢰들은…”

 잠시 의뢰 서류를 들춰보던 직원은 몇 가지 의뢰서를 내밀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범죄자 현상수배, 붉은뿔산양 무리 사냥, 상단 건물 경계 등 까다롭거나, 보상금이 얼마 안 되거나, 왠지 뒤가 구린 냄새가 풀풀 나는 의뢰들이었다. 뭐 의뢰라는 게 어떻게 입맛에 딱 맞게 있겠느냐마는. 각각 의뢰들의 장단점을 가늠하며 습관처럼 주위를 둘러보던 승호는 벽에 붙은 종이에서 시선을 멈췄다. 상단에 ‘의뢰서’라고 당당히 쓰여 있는 그 종이는 여타 의뢰서와는 다르게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저기 벽에 붙어있는 의뢰서는 뭐죠?”

 “아, 저건 리트빈의 영주님께서 붙인 의뢰서예요. 그런데 그 내용이 조금….”

 어딘가 떨떠름하게 말을 흐리는 직원의 반응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래도 영주의 의뢰라니, 흔히 있는 일은 아닌지라 궁금증이 일었다. 승호가 눈빛으로 재촉하자 머뭇거리던 직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의뢰 내용은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에요. 리트빈이 위치한 협곡 위, 정확히는 영주성이 있는 남쪽 절벽 위의 산에 거대한 굴을 파내고, 안에 넣을 것들을 구해오는, 일종의 장기 의뢰에요. 단순노동이기도하고, 구해야 하는 것들도 그리 어려운 것들이 아닌데다 의뢰보수도 넉넉한 편이에요.”

 “좋은 조건인 것 같은데요.”

 “겉모습만 보면 그렇지.”

 갑자기 뒤에 서 있던 덩치 좋은 사내가 끼어들었다. 허리춤엔 꽤 두꺼운 검을 차고 등에는 라운드 실드를 멘 것이 딱 봐도 용병이구나 싶은 인상의 사내였다. 덥수룩한 갈색 턱수염이 잘 어울렸다.

 “처음에는 조건에 혹해서 성 앞까지 찾아간 용병들이 꽤 많았어. 나도 그 중 하나였고. 응접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집사 하나가 들어와서 의뢰에 대한 세부 조건들과 내용들을 설명하더군. 그런데 그 중에 좀 꺼림칙한 게 몇 가지 있더라고.”

 “꺼림칙한 것 말입니까?”

 “그래. 하나는, 영주의 노예들과 같이 일하게 된다는 것. 물론 작업 구역 같은 걸 다르게 배정해준다는 말을 뒤에 붙이긴 했지만, 천것들이랑 같은 일을 한다는 건 좀 그렇지.”

 승호는 ‘천것’이라는 말에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애써 표정을 폈다. 익숙해지지는 않지만 이 시대의 계급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사내는 그들의 출신을 비웃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사내에게는 그들을 이렇게 취급하는 것이 그저 당연한 것이다.

 “두 번째는, 한 번 의뢰를 시작하면 끝까지 할 것. 사실 이건 자기 의뢰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의뢰인들이 자주 거는 조건이지만, 의뢰 규모도 규모고, 무려 영주님의 의뢰다보니 부담이 되더군. 가장 꺼림칙한 건 마지막 조건이었어. 의뢰를 수행하는 동안, 시키는 일에 대해 발설하지 말 것. 그 고고한 귀족님이 기껏 평민한테 일을 시키면서 굳이 저런 조건을 내세우다니 말이야. 괜히 이상한 명령이나 사건에 휘말리면 명줄만 짧아질 게 뻔하니 의뢰를 안 받기로 결정했지. 용병이라는 게 괜히 아무 일에나 덤볐다가는 오래 못 사는 법이거든. 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괜히 욕심 부렸다가 탈나면 빵도 떡도 안 되니까.”

 “음….”

 사내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찜찜한 구석은 있었다. 특히 마지막 조건이. 잠깐 고민하던 승호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관청 직원에게 말했다.

 “영주님의 의뢰로 하죠.”

 “이봐, 내 말 듣기는 한 거야?”

 사내가 뒤에서 소리쳤다. 사내를 돌아본 승호는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물론입니다. 덕분에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었어요.”

 “무려 영주님이 의뢰주라고. 말단 귀족도 까딱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목을 치는데 이런 도시의 영주님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을 걸.”

 “걱정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사실 첫 번째 조건이야 신분에 대한 벽이 낮은 승호에게는 별다른 악조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버지를 찾으려면 리트빈의 토박이들, 곧, 리트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농노들과 함께 일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리트빈에 하루 이틀 머물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두 번째 조건도 큰 문제가 없었다. 영주가 의뢰주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위험요소지만 어떻게 보면 기회이기도 했다. 귀족과 연을 맺기 쉽지 않은 이곳 특성상, 의뢰로나마 영주에게 끈을 댈 수 있다면 그건 아주 큰 이득이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랄까. 사내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승호는 눈치를 잘 살피면 목숨 정도는 건사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있었다.

 사내는 자신만만한 승호의 표정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더니, 결국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씨익 웃었다.

 “거 자신만만한 게 마음에 드는 친구구만. 내 이름은 다우크다. 붉은뿔 용병단 단장이지. 그쪽은?”

 “이승호라고 합니다. 속한 곳은 따로 없이 혼자 다니고 있습니다.”

 “머리색만큼이나 독특한 이름이구만. 별 탈 없이 의뢰 끝나면 연락 한 번 해. 용병단에 들어올 생각 있으면 더 좋고.”

 “네, 호의 감사합니다. 조언도요.”

 마주 웃어 준 승호는 직원이 내민 의뢰서를 받았다.

 “남쪽 절벽 위로 올라가는 길은 관청 뒷문과 연결되어 있어요. 올라가실 때 직원에게 물어보시면 안내해 드릴 거예요.”

 “바로 갈게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저쪽 가장 오른쪽으로 가시면 안으로 통하는 복도가 있어요. 복도를 따라가시면 남쪽으로 난 큰 문이 있는데, 그 문으로 들어가서 쭉 걸어가시면 출구가 있습니다. 그 뒤로는 오르막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시면 돼요.”

 “고마워요.”

 “몸조심하라고.”

 다우크의 배웅을 받으며 직원이 알려 준대로 가자 금방 남쪽 절벽 오르막의 입구 앞에 다다랐다. 오르막의 경사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한껏 꺾어 위를 쳐다보니 길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까마득하네.”

 승호는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순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약해지려는 의지를 부여잡은 승호는 절벽 정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그로부터 세 시간. 안 그래도 높은 절벽을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올라가니 시간이 한참 걸렸다.

 잔뜩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정상에 오르자 웅장한 규모의 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꺼운 돌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는 입구를 시작으로, 족히 수백 명은 살 수 있을 듯한 규모의 건물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영주 성 뒤로 높이 솟아있는 붉은 바위산은 마치 신의 고고한 옥좌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한참을 올라온 만큼 탁 트인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절벽 아래 위치한 리트빈 전체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광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비슷한 높이의 반대편 절벽에는 농작물로 보이는 식물들이 고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쩐지 도시 주변에 농경지가 안 보인다 했더니만 저런 곳에서 경작하고 있었다니.

 성의 동쪽으로는 절벽이었다. 그 절벽 끝에서부터 석벽이 시작되어 영주 성 뒷산 서편으로 이어져 있었다. 만약 적으로서 리트빈을 공격하려면 웬만한 병력이나 방법으로는 제대로 싸움조차 안 될 것 같았다.

 “후우, 왠지 긴장되네.”

 승호는 바위산을 등에 업은 영주 성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평생 성이라고는 경복궁밖에 가본 적 없었던 만큼 설렘과 걱정이 교차했다.

 성벽 정문에도 영주의 사병 두 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다만 그 무장이 관청 입구를 지키던 이들보다 훨씬 고급스러웠다. 방어구로 풀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무겁지도 않은지 각각 장창 한 자루씩을 짚고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관청의 보초는 병사라면 이들은 기사의 느낌이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두 보초는 의뢰서를 보자마자 쉽게 길을 열어주었다. 정원은 생각보다 화려했다. 바위산 위에 지어진 성이니만큼 정원도 삭막한 느낌을 벗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성벽 내부는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녹음과 색색의 꽃들로 꾸며져 있었다. 얼마나 돈을 들이부었을까, 넋을 잃고 주변을 구경하는데 영주 성 입구로부터 한 명의 사람이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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