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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의 계약자
작가 : 경월
작품등록일 : 2018.11.4

 
3화
작성일 : 18-11-08 13:14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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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길, 길드장님!?”

 

  붉은 적발에 수려한 외모를 지닌 사내, 빈센트가 자신의 부하가 내지르는 작은 비명을 무시한 채 자신을 ‘카인’이라고 말한 사내에게 미소를 그리며 달려갔기 때문이었다.

 

  이는 그녀가 몇 년간 이곳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밝은 표정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길드장은 항상 차갑게 가라앉아 있고, 열정적인 표정만 지을 수 있는 존경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지, 진짜 아는 사이였다고?’

 

  그녀는 몹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어딘가 친해 보이는 두 사내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지금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자들은 이곳에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먼저 말을 꺼낸 이는 이곳의 주인, 빈센트였다.

 

  “근데 여기는 무슨 일이냐? 그렇게 오라고 했을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그 말을 들은 카인은 조심스레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조용히 말했다. 그 표정에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기백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게 할 생각인가?”

 

  “......그 얘기인가. 알았다. 사라.”

 

  카인의 말을 들은 그는 가벼운 분위기를 대충 던져 버리고는 진중한 분위기를 새로 두른 채 언제부턴가 자신의 뒤에 한 발자국 떨어져있던 여성을 불렀다.

 

  “예, 길드장님.”

 

  “잠시 ‘그곳’에 다녀오겠다.”

 

  그 말을 들은 사라의 표정이 갑자기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긴장을 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 챈 카인의 표정이 조금이지만 굳어졌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걸‘ 알고 있다는 건가?’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여성은 조심스레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설명하지......”

 

  자신의 부하가 자리를 뜨자 방금 전 카인의 생각을 짐작한 빈센트가 말했다. 그러자 빈센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카인을 아세르카 길드의 가장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잠시 소동을 일으킨 빈센트와 카인이 길드 홀에서 빠져나가자 잔뜩 긴장되었던 길드 홀의 분위기가 차츰 누그러지면서 다시 평소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니......”

 

  물론 한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

 

  끼이이익ㅡ

 

  아마 원래는 이런 거슬리는 소리가 났어야 할 문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마법인가?”

 

  이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 카인이 말했다.

 

  “이제 그 정도의 여유정도는 생겼으니까.”

 

  “그런가......”

 

  이것으로 대화는 끊어졌다. 둘의 관계를 모르는 누군가가 보면 매우 어색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둘 사이에 그러한 분위기는 전혀 일지 않았다.

 

  그렇게 지하와 연결 된 나선형태의 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던 둘은 이윽고 기아한 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는 문을 볼 수 있었다.

 

  낮선 문을 본 카인이 순간 놀란 표정을 짓자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던 빈센트가 자연스럽게 문에 다가가더니 작게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쿵ㅡ!

 

  그러자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문이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아마 물리적인 방법으로 이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문이었다.

 

  “......이런 것도 했나.”

 

  “여유가 있으니까.”

 

  그 말과 함께 문이 완전히 열리면서 문의 크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성인 남성 한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작은 공간이 생겨났다.

 

  “......”

 

  저벅 저벅 저벅

 

  아무리 둘러봐도 황실에서는 쓸법한 최고등급의 보안시설을 쓰면서까지 숨길만한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딱! 딱! 화르륵ㅡ

 

  빈센트와 카인이 벽에 걸려있는 횃불에 부싯돌을 부딪쳐 불을 지폈다.

 

  이는 웬만한 것들은 마법으로 대체할 수 있어진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시대에 덜떨어진 모습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마법 같은 법칙이 허용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꿋꿋하게 불을 전부 지핀 카인은 이제야 밝아진 방을 둘러보고서는 무언가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이곳은 변하지 않았군. 어째서 이곳에는 손을 대지 않았지?”

 

  빈센트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건 상관하지 마라. 그래서 무슨 일이지?”

 

  “‘놈’들의 동태를 알고 싶다.”

 

  그 말이 끝나자 예상했다는 듯 빈센트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다발을 꺼냈다.

 

  “최근에 벌어졌던 사건들 중에서 그나마 의심이 가는 것들을 정리해 두었다. 일단 봐봐.”

 

  탁ㅡ

 

  아무런 대꾸도 없이 종이다발을 넘긴 카인이 신중하게 글씨 하나하나를 읽어나가기 시작하더니 얼마가지 않아 한숨을 쉬며 종이다발을 내려놓았다.

 

  카인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함께 불안감이 떠올랐다.

 

  “......다행히 전부 아니군. 지금 움직여주지 않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왜지? 다른 정보는 없었나?”

 

  빈센트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없어. 최소한 내 정보망이 퍼져있는 장소들만큼에서는.”

 

  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빈센트가 말하는 정보망은 빈센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망이 아닌, 그가 이끌고 있는 아세르카 길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망을 뜻하는 것이다.

 

  3대 길드 중에서도 유일하게 정보 길드의 형태를 갖추고 아세르카 길드의 정보력에 대한 격은 다른 대형 길드들과 비교하여도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이다. 그런 정보력을 사용했음에도 알 수 없다면 그것과 관련된 사건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모든 준비는 끝이 났으니까 지금처럼 숨만 죽이고 있으면 되겠지.”

 

  그 말을 들은 빈센트의 표정에 처음으로 동요가 일어났다.

 

  “벌써 준비가 끝났다고?”

 

  “얼마 전에 겨우 끝났다. 하지만 ‘벌써’라는 말을 들을 만큼 빠르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그래서 언제 시작하는 거지?”

 

  “흠......”

 

  카인의 머릿속에서 의식에 필요한 정보들이 한데 엮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이 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미 수천 번 계산했던 것을 다시 한 번 계산한 것뿐이니까.

 

  “...아무리 빨라도 한 달, 만약에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못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겠지.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한 달인가....... 얼마 남지 않았군. 그럼 오늘이 네놈과 만날 수 있는 마지막날인건가?”

 

  말은 무뚝뚝했지만 빈센트의 얼굴에 혹시나 하는 희망이 떠올랐지만 그조차 예상했듯이 그것은 희망조차 되지 못했다.

 

  “그렇겠지. 지금까지 고마웠다.”

 

  “아......”

 

  사내가 인연의 끝을 전해오자 빈센트의 얼굴에 고통이 새겨졌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망설이듯이 잠시 생각에 빠졌던 빈센트가 결국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지금의 행동을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나는 네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어째서 수십 년간 괴로워하면서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무엇이 너를 그렇게까지 몰아세웠는지, 결국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모른다.......”

 

  내려놓았던 종이를 다시 집어든 카인이 조심스레 말을 꺼내기 시작한 빈센트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빈센트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가 방금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내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인 것 같다고 느끼었지만 그는 말을 멈출 수 없었다.

 

  여기서 멈출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말조차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단언 할 수 있지.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은 결코 너 자신에게 있어서 좋은 일은 아니야,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더더욱 아니고.”

 

  저벅ㅡ 저벅ㅡ

 

  카인이 걸음을 옮겼다.

 

  “방금 전에도 말 했지만 나는 네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너는 수십 년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학대를 멈추지 않았어.......”

 

  빈센트가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시선을 올리니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카인이 보였다.

 

  “그 정도면 할 만큼 한 것이 아닌가? 너만 원한다면 앞으로 내가......”

 

  그 순간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니, 모든 움직임이 불가능했다.

 

  열린 입이 다시 닫히지 않는다, 손짓을 하던 팔이 허공에서 거미줄에 걸린 듯 멈추어 섰다, 눈이 깜빡이지 않는다.

 

  말이 나오지 않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그때 서늘한 목소리가 청각을 통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닥쳐라.”

 

  “......”

 

  단 한마디로 인해 방안에 내려앉았던 분위기가 다시 한 번 변하면서 순식간에 살기로 반전되었다.

 

  브스스스ㅡ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온 몸이 떨린다.

 

  그리고 이때 빈센트는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면서 처음으로 ‘그것’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은 이제까지 자신이나 주변인들에게 보여주었던 ‘거짓’된 감정이나 표정이 아닌,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온 순수하기 짝이 없는 ‘분노’라는 감정이었다.

 

  그건 한 줌의 불순물조차 섞여있지 않은, 말 그대로 순수한 감정이었다.

 

  ‘설마. 이정도의 응어리였다니......’

 

  도대체 무슨 일을 겪으면 사람이 저러한 감정을 품게 된다는 말인가?

 

  저벅ㅡ 저벅ㅡ 툭

 

  카인이 내 앞에 서자 신체에 대한 주도권이 다시 돌아왔지만 나는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다.

 

  카인이 다리가 풀려 반쯤 주저앉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더 이상 그 얘기는 꺼내지 마라.”

 

  “.......”

 

  내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카인이 자신의 감정을 누그러트렸다.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방안을 가득 채웠던 아득했던 살기는 이미 사라졌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그가 나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탁ㅡ

 

  결국 빈센트에게 건네받은 종이다발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카인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잠시 빈센트와 눈을 맞춘 후 아무런 말도 없이 자리를 떴다.

 

  빈센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 모습을 어린아이 마냥 지켜만 보았다.

 

 *

 

  아무도 모르게 떠들썩한 길드에서 빠져나온 카인은 다시 빈민굴로 들어갔다.

 

  빈센트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미 알고 있다. 나조차도 그가 한 말이 이성적이고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

 

  수많은 이들을 한순간에 전이시키고, 그들을 몰살 시켰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곳은 사람이 발을 들일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하지만......

 

  “난 어떻게 해서라도 알아야해.”

 

  내가 그곳에서 죽더라도, 설령 이제까지 내가 벌인 일들이 모두 헛수고라 할지라도. 나는 그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발악해야 한다. 복수든 응징이든 그것은 그 후에 해야 할 일들이다.

 

  이건 선택이 아니다.

 

  나는 그것만을 바라보고 이 낮선 곳에서 수십 년 동안을 발버둥 쳐왔다.

 

  그렇기에 나는 감성적으로 그 제안을 거절했다.

 

  ‘빈센트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조만간 이곳에 ‘그놈’들이 올 가능성이 있다. 아니, 무조건 온다고 장담할 수 있다. 내가 의식을 치르면 그들은 나의 기척을 눈치 채고 이 도시에 침입할 것이다.

 

  물론 빈센트 정도의 인물이라면 그런 상황 정도는 잘 넘길 수 있겠지만 내 쪽에서도 최소한의 대처 정도는 해야 한다. 아마 지금쯤이면 빈센트는 내가 마지막에 그렇게까지 화를 낸 이유를 어느 정도 눈치 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라‘라고 한 여성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군.......’

 

  털썩ㅡ

 

  어느 새 자신이 살고 있는 허름한 집으로 돌아온 그가 썩어서 문드러지기 시작한 집 한구석에 털썩 앉았다.

 

  어제 온 비 때문인지 집은 더욱 망가져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이것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커다랗게 벌어진 지붕사이로 보이는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1개월.

 

  앞으로 1개월만 지난다면 나는 나의 소중한 이들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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