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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밸런스
작가 : 을해
작품등록일 : 2018.11.2

태어나서는 안 됐어야 할 남자의 끔찍한 반란.

세상의 불공평에 맞선 한 남자의 몸부림.

한날한시에 태어난 10명의 사람.각기다른 운명. 최악과 최고의 공존.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 아니다. 운명은 빼앗는 것이다.

 
죽음(2)
작성일 : 18-11-08 12:22     조회 : 312     추천 : 5     분량 : 3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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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 아침, 새하얀 조화를 든 현도민이 납골당에 방문했다.

 

 12월 3일인 오늘, 어머니의 기일이었다.

 

 현도민의 어머니이자, 미래그룹 현대철 회장의 부인. 홍영란.

 

 그렇지만, 회장의 부인이라는 칭호와는 다르게 다소 투박한 위치에 유골함이 있었다.

 

 현도민은 환하게 웃고 있는 어머니의 사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날씨가 추워졌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따뜻했다.

 

 “저 이제 부회장이 된대요. 어머니가… 잘 낳아 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가지고 온 조화를 사진 옆에 가지런히 놓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유골함을 향해 절을 하는 현도민.

 

 그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홍영란은 현도민이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다.

 

 정확한 사인[死因]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대철은 현도민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너무 어렸을 때라, 누군가 죽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은 때였다.

 

 그 누군가가 어머니였음에도, 현도민은 그날 하루 즐겁기만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이 있던 날, 수많은 지인들과 친척들이 조문을 왔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현도민은 난생 처음 알게 되었다.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왜인지 어머니의 사진 앞에 서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어찌나 신이 나던지. 매번 다른 사람들이 왔다 갈 때 마다 현도민이 똑같이 옆에 서서 절을 하는 모습을 따라했다.

 

 철이 없는 현도민을 보며,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인이 죽었다는 사실에 슬픔이 차올라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을까.

 

 확인한 바로는, 좋지 않은 표정이긴 했지만 슬퍼하거나 애통해 하는 감정은 아니었다.

 

 “어머. 뭐 대단한 사람이 갔다고, 이렇게 크게 치루고 그래?”

 

 늦은 저녁이 되어서 아버지의 친척들이 찾아왔다.

 

 다른 사람들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멀리서 봤을 때에는 유독 밝은 톤의 검은 색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반가울 법 했지만, 아버지는 친척들의 방문이 썩 내키지는 않아보였다.

 

 “쓸데없이 여기는 왜 찾아와?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알아서 하다가 결국 이 꼴이 난 거 아니야? 그러게, 경영권을 좀 나눠주지 그래? 회사에만 몰두하다 보니까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잖아. 그나저나, 저 놈이야? 누구 닮았는지 참 뻔뻔하게도 생겼네.”

 

 아버지와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현도민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현도민을 발견한 고모들이 갑자기 몰려와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고,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낀 현도민이 아버지를 바라봤지만,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있을 뿐 도와주지는 않았다.

 

 고모들은 떨고 있는 어린 양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자기들끼리 공격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하나 낳은 사내놈이 하필 이런 애라니.”

 

 “그러게. 보낼 때 같이 보내지. 그래도 하나 있는 남자애라고 살려 뒀나 보네.”

 

 “살려 두면, 자기가 키우겠다는 거야 뭐야? 얘! 넌 이제 가족이 아무도…….”

 

 하마터면 정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다행히 아버지가 달려와 상황을 무마시켜 줬는데, 잔뜩 화가나 있었다.

 

 “조용히 해! 내가 확실하게 정리 해놨으니까! 괜한 얘기 새어나가면 다들 가만 안둬! 내 커리어에 흠집하나 나게 해봐!”

 

 언제나 다정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었는데, 처음 보는 모습에 현도민은 깜짝 놀랐다. 떨리는 손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금방 뿌리쳐 졌다. 현도민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도리어 화를 냈다.

 

 “괜히 여기 있다가 눈에 거슬리지 말고, 저기 구석에 가서 찌그러져 있어!”

 

 아버지의 호통에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고모들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아버지는 냉정하게 뒤돌아 다시 조문객들을 응대하러 갔다.

 

 그때, 화난 표정이었던 아버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표정관리라도 하는 건지, 호통을 치던 목소리까지 차분하게 바뀌었다.

 

 “부인 소식은 안타깝게 됐습니다. 괜찮으신지요?”

 

 “아닙니다. 제가 부족한 탓인데요. 자, 이쪽으로…….”

 

 어떻게 하면 한 순간에 저렇게 변할 수 있는 건지.

 

 부인의 상을 치루는 사람의 표정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슬퍼하는 기색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현도민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위화감이 들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걸까.

 

 그러나 현도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당시에는 서러움에 울고 있는 게 다였다.

 

 구석진 자리로 가서,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을 뿐이었다.

 

 “왜 여기서 혼자 울고 있어?”

 

 그때, 현도민 앞으로 누군가 찾아왔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니 눈앞에 웬 남자아이가 서있었다.

 

 현도민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를… 이제 못 본데…….”

 

 물론,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픈 것도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울고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숱한 감정들이 뒤섞여 눈물이 나왔던 거였다.

 

 현도민의 말을 들은 남자아이는 자신의 상체를 굽혀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

 

 “그런 걸로 왜 울고 그래! 나도 엄마가 없는데 잘 살고 있는 걸? 괜찮을 거야.”

 

 “그렇지만… 나는 가족도 없다는 걸…….”

 

 현도민은 고모들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끝까지 다 듣지는 못했지만, 가족이 이제 없을 거라는 말이 가슴 깊숙이 박혀있었다.

 

 남자아이는 현도민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결론을 내린 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럼 내가 가족이 되어 줄게! 난 남승호야!”

 

 울고 있는 현도민에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남승호.

 

 현도민은 신기하게도 눈물이 멈추는 걸 느꼈다. 내민 그의 손을 맞잡으니, 미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이게 현도민과 남승호의 첫 만남이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 날 하루 동안 정말이지 살면서 느낄만한 모든 감정을 다 경험해 본 것 같았다.

 

 “다음에 또 올게요. 제가 요즘 바빠서 인사만 드리고 가네요.”

 

 어머니께 절을 하는 동안, 떠오른 지난날의 회상은 이제 접어둘 때가 되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2018년 12월 03일.

 

 미래그룹의 부회장이 되기까지,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현도민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버지, 현대철을 뛰어 넘으려면 부회장이라는 직급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납골당에서 빠져나온 현도민은 주차 되어 있는 자신의 차를 타고 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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