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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밸런스
작가 : 을해
작품등록일 : 2018.11.2

태어나서는 안 됐어야 할 남자의 끔찍한 반란.

세상의 불공평에 맞선 한 남자의 몸부림.

한날한시에 태어난 10명의 사람.각기다른 운명. 최악과 최고의 공존.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 아니다. 운명은 빼앗는 것이다.

 
3. 죽음(1)
작성일 : 18-11-07 13:24     조회 : 322     추천 : 5     분량 : 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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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죽음

 

 저녁때가 되자, 더욱 깜깜해진 지하방에 어느새 들어온 신재혁이 아침과 같은 자세로 누워있었다.

 

 다행히 오늘 하루 집주인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지만, 앞으로가 더욱 고비였다. 전기가 끊기고, 온수도 나오지 않는 마당에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대로 살다가는 이번 겨울을 보내지 못하고 분명 얼어 죽을 게 뻔해 보였다.

 

 낮에는 멀쩡했던 배고픔이 저녁때가 되니 한꺼번에 몰려와 정말로 죽을 맛 이었다. 신재혁은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막 오후7시가 되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느리다고 느끼는 순간, 죽음에 가까워진 거라고 들었는데.

 

 정말로 죽음 앞에 다가간 기분이었다.

 

 “저기요!”

 

 그때, 누군가 신재혁이 살고 있는 집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혹시 집주인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알고 있던 집주인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아무도 안 계신 건가요? 저기요!”

 

 대꾸할 기력이 없어 무시하려 했지만, 현관문 밖의 남성은 안에 누군가 있다고 확신하듯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신재혁은 결국, 힘겹게 몸을 일으켜 벽에 손을 짚고 현관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대답했다.

 

 “하… 누구세요?”

 

 “뭐야? 진짜 사람이 있잖아? 아저씨! 여기 내일 철거해야 되니까, 자리 비우셔야 돼요! 집주인한테 연락 못 받으셨어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방을 뺀 지 오랜데. 나 참… 진짜 지하에 사람이 살고 있을 줄이야. 혹시 몰라 한 번 가보라더니…….”

 

 더 이상의 불행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이 남아있었다.

 

 겨우 지탱하고 있던 신재혁의 몸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빌라들이 하나 씩 철거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이 빌라도 철거 될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철거 될 거라는 소리를 들으니 몸도 마음도 같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아… 알고 있습니다. 나갈 거예요.”

 

 “내일 아침 일찍 철거할 예정이니까… 절대 안에 계시면 안돼요! 나 원 참! 거지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다니…….”

 

 궁시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멀어져 가는 발자국 소리.

 

 신재혁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일이면 집이 사라진다.

 

 물론, 몇 달 동안이나 월세를 내지 않아서 엄밀히 말하면 본인의 집은 아니었지만, 개미굴처럼 갈 곳 없는 세상에서 유일한 은신처가 되어준 소중한 공간이었다.

 

 “집이 사라지면… 어디로 가란 말이야…….”

 

 지하철역의 박스를 뒤집어 쓴 거지들만은 되기 싫었는데,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아직 깊은 나락에 빠지지는 않았다고 혼자만의 위로를 했었는데. 이제 그들과 똑같아진다니.

 

 인간에게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어느 하나 신재혁이 가진 건 없게 되었다.

 

 “이 놈의 개미 새끼들! 기어이 나를 몰아내고 지들이 살게 되었네!”

 

 방바닥에는 어느새 개미들이 몰려와 제집인 냥 이리저리 들쑤시고 있었다. 없는 돈으로 살충제까지 사가며, 방안 구석구석에 뿌려댔는데. 개미들은 죽지 않고 매번 찾아왔다.

 

 신재혁이 집에서 완전히 쫓겨날 거라는 소식을 받았는지, 꽁꽁 숨어 지내던 개미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자기들만의 파티를 열고 있었다.

 

 “에이… 씨! 다들 확 죽여 버릴까 보다!”

 

 기어 다니는 개미들을 모두 발로 밟을까 하다가, 애꿎은 살충제 통을 발로 차는 걸로 화풀이를 대신했다.

 

 저것들도 생명이라고,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차마 밟지는 못하겠다.

 

 “그래. 니들이라도 잘 먹고 잘 살아라!”

 

 화가 솟구쳐 집에서 나온 신재혁이 계단위로 올라갔다. 갈만한 곳을 생각해 냈는지, 당당히 걸어 올라가다가. 얼마 가지 못하고 1층 출입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나가봤자 갈 데도 없는 걸…….”

 

 출입문을 빠져 나가도 신재혁은 갈 곳이 없었다. 세상은 넓은데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느낌이었다. 멍하니 출입문 앞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빌라에서 산지는 오래 됐지만, 위층은 본인과 관련이 없는 공간이라 한 번도 올라가 보지 않았다.

 

 “한 번 쯤은 올라가 봐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내일이면 사라질 건물…….”

 

 마땅히 갈만한 곳도 없으니, 신재혁은 옥상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올라가면서, 혹시 누군가 쓸 만한 물건을 버려 놓고 가진 않았을까. 층마다 현관문을 모두 열어 봤는데, 열리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이 빌라에서 열리는 곳이라곤, 오직 지하에 있는 퀴퀴한 방과 옥상으로 연결된 철제문이 전부였다.

 

 꼭대기 층에 도착한 신재혁은 철제문을 열고 옥상에 나가보았다.

 

 “뭐… 경치가 좋진 않네.”

 

 옥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철거 된 상태의 건물은 전쟁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것처럼 보였고, 공사장 인부들이 모두 퇴근한 후라 동네는 다시 조용한 유령도시로 변해있었다.

 

 숨을 한 번 들이마셔 보았다. 맑은 저녁하늘이었지만, 탁한 공기만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하… 이제 정말 어디로 가야 하지?”

 

 괜히 눈물이 나왔다. 옥상에서 바라 본 세상은 분명 이렇게 넓은데, 자신이 살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낯선 곳에 툭 떨어진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신재혁은 정말로 태어날 때부터 낯선 곳에 떨어져 홀로 외롭게 살아갔다. 의도치 않게 세상에 태어나, 부모에 의해 버려졌고.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다.

 

 그 결과. 비참한 운명 속에서 살게 되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사는 건데!”

 

 부모의 도움 없이 홀로 살아가기에는 힘든 세상이었다. 신재혁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으로 때우는 막노동이 한계였다.

 

 그러나 그 조차도, 허약하게 태어난 탓에 온전한 직업이 되지 못했다.

 

 부모가 만들어 낸 몸뚱어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건강하게 만이라도 낳아주지. 그것도 못해줘? 이럴 거면 태어나기 전에 그냥 죽여 버리지! 왜 낳은 건데!”

 

 부모의 탓을 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몸조차도 부모가 엉망으로 낳아서 세상살이에 제약을 받으니.

 

 무책임한 공장에서 볼품없는 제품을 만든 것과 같았다.

 

 “씨-발!”

 

 그러나 공장에서 잘못 만들어낸 제품은 폐기처분 하면 그만.

 

 신재혁은 인간이었다.

 

 인간을 어떻게 폐기처분 시키리. 엉터리로 만들어낸 공장장인 부모는 나 몰라라 하면 그만이지만,

 

 세상살이의 모든 고통은 신재혁, 본인이 감당해야 했다.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당사자에게는 정말이지 불공평한 세상이었다.

 

 “내가 그 날 그 몸으로 태어났으면…….”

 

 울분을 잠시 진정시키니, 낮에 스마트폰으로 알게 된 현도민이 생각났다.

 

 자신과 같은 날에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운명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

 

 육체는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들어지는 거라고 하던데, 육체 안으로 들어가는 영혼은 누가 정해주는 걸까.

 

 신이 정해주는 걸까.

 

 터무니없지만, 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만약, 그날 자신의 영혼이 현도민의 몸속으로 들어갔더라면, 비참한 운명은 피할 수 있었을까.

 

 “그래. 이 썩을 몸으로 태어난 거부터가 잘못 된 거야. 이 몸은 애초부터 이런 운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거지. 나는 잘못 없어!”

 

 신이 영혼을 정해주는 거라면, 다소 운이 나빠서 이 몸으로 태어난 것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버린 몸. 못생긴 얼굴. 건강하지 못한 신체.

 

 비루한 육체는 무책임한 부모가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 자신의 영혼은 이보다 더 뛰어난 몸으로 태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말은 즉, 이번 생에는 별 볼일 없는 신재혁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다음 생에는 분명 현도민처럼 완벽한 몸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최악과 최고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꼭 그래야만 했다.

 

 “후…….”

 

 눈물을 흘리던 신재혁의 눈가는 어느새 말라있었다.

 

 잠시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무슨 영문인지 옥상 난간 앞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그대로 몇 분간 멍 때리기를.

 

 곧이어 어둠이 짙게 깔리고 벼랑 끝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난간 아래가 어두컴컴해졌다.

 

 그 와중에, 어둠을 헤치며 벽을 타고 올라오는 개미 한 마리가 보였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신재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번에는 같이 죽어 줄 테니… 다시 태어나자!”

 

 말과 함께 난간 위로 힘겹게 올라 온 개미를 손가락으로 짓눌러 죽여 버리는 신재혁. 그리고는 난간 위에 올라가서 처참하게 짓눌린 개미를 밟고 양팔을 펼친다. 서서히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는데, 곧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잘 있어라… 신재혁!”

 

 죽음이 예고 없이 다가오는 것처럼, 자살도 예정을 하고 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결국 신재혁이 추락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구렁텅이에 빠진 몸에서 벗어나고 싶은 한 생명의 외침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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