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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외교관 박판서
작가 : So설이
작품등록일 : 2018.11.4

신탁에 선택 받아 파미에 대륙으러 건너간 날백수 휴학생!
집에 돌아갈 방법도 없고 신탁이 말하는대로 아르서스를 잡아줬다!
근데... 없어져야 할 게이트가 안 없어진다고?

마나가 흘러들어간 지구 사회는 난리나 났다!
어떻게든 해결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내가 드래곤까지 잡아다가 바쳐드렸으면 됐지.
이번에는 외교관까지 하라고?

 
이카로스의 마법사 (2)
작성일 : 18-11-07 12:03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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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페의 비서를 맡은 이제하 씨가 아침에 찾아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아침에 뉴스로 보도된 사실들만 간추려서 말했다. 분명히 소방관이 불길을 진압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내가 억지로 아파트를 올라갔다. 불길은 진압하지 못했고 멀쩡한 아파트 천장이 구멍을 내서 재산피해가 더 심각해졌다. 그리고 그 불길 속엔 숨진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사건의 진행을 살펴봤을 때 내가 가기 전에 이미 사망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무것도 못한 주제에 깽판만 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하 씨에게 전화해 게이트의 완전 봉쇄를 요청했다. 게이트는 아무나 드나들 수 없지만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자가 파미에 대륙과 이카로스를 자유롭게 넘나들면 분명 문제가 생길 거였다. 하지만 내 요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건지, 내 말을 안 믿는 건지 순찰인원을 더 늘렸을 뿐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

  나는 오후가 되기 전에 경찰서로 가서 화재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물어봤지만 쉽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나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범인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밖으로 두 사람이 나오는 걸 본 목격자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cctv에는 그런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게 찍히지 않았다.

  누군가 sns에 내가 경비원을 밀치며 아파트에 올라가려고 하는 것을 올렸고 그것 때문에 나에 대한 여론은 거의 곤두박질을 치고 있었다. 내 평가 따위야 별로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마법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내가 마법을 함부로 사용했기 때문에 일이 더 커졌으며 이 세계에 넘어와 있는 포르페까지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커피를 원샷하고 소리 나게 잔을 내려놓았다.

  “분명히 그 사람들이 불을 지른 게 맞아요. 문에다가 화살을 네 방 날렸는데 꼼짝도 안 했다고요. 마법으로 실드를 쳐놓았던 게 분명합니다.”

  옆쪽에 침대에 앉아 있는 포르페의 표정 역시 심각했다.

  “그렇다면 사건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그 아이의 시신은 저희가 볼 수 있는지요? 무언가 마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말해봤죠. 욕만 더 얻어먹고 나왔습니다.”

  나는 기분이 우울해져서 믹스 커피를 한 잔 더 탔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이 나를 살인자로 몰아가는 것만은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마법사가 벌인 짓이라고 괜히 말했다가 CCTV로 발견되는 증거가 없어서 하루아침에 국민 스타에서 미치광이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다.

  포르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CCTV라는 기계를 제가 직접 볼 수 있는지요? 마법으로 조작할 수 있는지 한 번 시험해보겠습니다.”

  “제가 혹시 몰라서 컴퓨터로 시험해봤는데 어림도 없습니다. 기계라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해서 그 안에 프로그램까지 조작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냥 예상해볼 수 있는 건 폴리모프로 외형을 바꾸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어갔다?”

  “불가능하죠. 아무도 그곳에서 나온 사람을 못 봤으니까요. 다른 가능성이 있습니다.”

  포르페는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하늘을 날아간 거죠.”

  “···그렇죠. 근데 포르페 님은 텔레포트를 하거나 하늘을 나실 수 있으십니까?”

  “박판서 님은 못하시죠? 저라고 할 수 있을 리가.”

  “······.”

  “······.”

  이 할아버지가 지금 날 놀리나?

  “저는 이래봬도 파미에 대륙에서 가장 이름난 마법사입니다. 저도 못하는 걸 이카로스 인간이 할 수 있을 리가요. 고작 마법에 대한 존재도 얼마 전에 깨달은 사람들인데.”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보다 훨씬 이전에 마법을 사용했던 파미에 대륙의 고대국가 사람들은 하늘을 날고 연금술을 쓰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포르페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냥 앉아서 떠들기만 해봤자 달라질 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택시를 타고 사건 현장으로 떠났다. 사건으로 인해 내 일정은 거의 올스톱 된 상태라서 다행히 시간은 넘쳐났다.

  정말로 하늘을 날아간 것이라면 도로만 비추고 있는 CCTV가 그들의 모습을 잡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포르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어떻게 알아내실 겁니까?”

  “CCTV가 아니더라도 거리에는 카메라들이 넘쳐납니다. 바로 여기에요!”

  나는 바로 옆에 있는 자동차를 가리켰다.

  그렇다. 지금은 카메라를 무려 자동차에 달고 다니는 첨단 시대! 아파트 단지에 있는 자동차들에 달린 블랙박스를 전부 조사하면 하늘을 나는 인간이 찍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는 자동차에 붙은 전화번호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양해를 구하고 동영상 파일을 받아보려고 했으나 대부분 거절했다. 이미 나를 미치광이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회사에 신청해서 받으려면 시간이 꽤 걸렸고, 직접 컴퓨터에 실시간 업로드를 해놓는 사람들이 딱 세 명 정도 있어서 바로 동영상을 받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휴대폰으로 연결해서 다운받은 동영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불이 난 쪽을 올려다보고 있는 걸 빼면 별다른 게 찍히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도로 쪽을 비추고 있으니 위쪽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이대로라면 나머지 것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포르페가 딱 잘라 말하자 나는 급격히 우울해졌다.

  “어, 마법사 아저씨다.”

  갑자기 누군가가 내게 아는 체를 했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찰칵 소리가 났다. 키가 내 허리에도 못 미치는 어린 남자아이가 장난감 같은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어줄 기분이 아니었지만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는 헤벌쭉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아, 좀 비켜봐요. 뒤에 나무가 안 보이잖아요.”

  “······.”

  이 자식 좀 보게?

  “푸하하하! 브이! 브이~!”

  포르페는 옆에서 웃겨 죽어가고 있었다. 도움도 안 되는 잔소리 망할 영감, 어서 파미에 대륙으로 돌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뭘 그렇게 열심히 찍고 있니?”

  갑자기 아이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마치 에베레스트를 바라보는 엄홍길 대장님의 눈빛이라고나 할까. 물론 엄홍길 대장을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피사체를 찍고 있어요. 사진은 그렇게 남겨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

  “그렇구나. 하지만 남들이 자주 보는 사물에서 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건 아무거나 찍어놓고 의미만 번지르르하게 갖다 붙이기 좋아하는 가짜 예술가들이나 하는 짓이라구요.”

  나는 아이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하하, 요즘 아이들이 정말 똑똑해졌다더니 정말이네. 그만큼 싸가지도 말아먹었구나. 그럼 즐거운 예술 시간 되렴.”

  나는 꼬마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아이가 불퉁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나중에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면 사인해달라고 해도 절대 안 해줄 거라고.”

  “그래. 너 사인 백만 장 해서 혼자 다 가지렴.”

  “···자네 뭐하는 건가, 유치하게.”

  포르페가 옆에서 핀잔을 주었다. 가던 길 가려는데 뒤쪽에서 아이가 계속 중얼거렸다.

  “흥, 지금은 다들 날 무시하지만 내 작품들은 나중에 분명 비싸게 팔릴 거야. 나무 옆에 붙은 유령이나 두 발로 서서 오줌을 싸는 강아지, 하늘을 나는 사람들, 짝짓기를 하면서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이나······.”

  “잠깐!”

  나는 다시 뒤돌아 아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이는 화들짝 놀라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지금 뭐라고 했어?”

  아이는 당황하는 듯 했으나 내 놀란 표정을 살피더니 곧바로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제 작품을 알아보시겠나요? 짝짓기를 하면서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은 정말로 예술이죠.”

  “그래. 상상만 해도 정말 예술이겠구나······ 가 아니라 그 전에!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라고?”

  “네. 얼마 전에 찍은 건데 엄마한테 말하니까 헛소리하지 말라고만 하더라고요.”

  “혹시 그 사진 좀 볼 수 있니?”

  “그럼요. 이 카메라는 메모리카드만 끼우면 무려 천 장까지 저장해놓을 수 있거든요.”

  아이는 카메라 뒤쪽에 달린 화면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하나씩 보여주었다. 나와 포르페, 남자아이는 장난감 카메라 앞에 옹기종기 모였다. 요즘엔 장난감이 웬만한 실물보다 좋게 나온다더니 그 말이 정말이로군. 이럴 거면 그냥 디지털 카메라를 사주지.

  사진이 하나씩 뒤로 넘어갔다. 화재가 난 아파트,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 간혹 그걸 바라보며 농담하듯이 웃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한참 뒤로 넘어가자 밤하늘이 보였다.

  “이거에요.”

  “이거? 여기 어디에 사람이 날고 있지?”

  “여기요.”

  아이가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카메라를 잠시 받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분명 무언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화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데다가 너무 어둡고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포르페는 기가 찬 표정이었다.

  “이게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라고?”

  “이 할아버지가 우리 엄마랑 똑같은 소리를 하시네. 믿기 싫으면 믿지 마요. 이게 멀리서 사진으로 찍었기 때문에 잘 안 보이는 거지, 내가 실제로 봤을 땐 굉장했다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해볼래? 이 사람들이 어쨌어?”

  “갑자기 아파트 창문으로 뛰어내려서 두둥실 날아갔다니까요. 점프하는 것처럼 옥상에서 옥상으로. 그러다가 사라져버렸어요.”

  “어떤 사람들이었지?”

  “한 명은 그냥 검은 옷 입은 사람이었고요. 한 명은 나랑 비슷한 나이였던 것 같은데 막 울고 있었어요.”

  나와 포르페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확신이 섰다면 그 다음은 행동이었다. 포르페는 화재 현장에서부터 추적 마법을 썼다.

  어떤 공간에서 마법을 썼다면 그곳엔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그 공간에 있어야 할 마나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던가, 아니면 반대로 지나치게 줄어들었던가. 마법사들이 마나의 양을 감으로 때려 맞추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정확한 수치를 알기 위해서는 역시 마법을 쓰거나 마법 도구가 필요했다. 포르페는 도구 없이 그 마나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마법사였다.

  우리는 준서라는 아이가 알려준 옥상으로 올라가서 추적 마법으로 마법사들의 행방을 쫓았다. 처음엔 준서가 방향을 알려줘서 간단했지만 어느 아파트 옥상을 기점으로 흔적이 사라져 버렸다.

  포르페는 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이쪽으로 왔던 게 확실하니?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혼자 알아내시던가요.”

  “잠깐만요. 애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나는 옥상 문에 다가가 바닥에서 무언가를 주웠다. 문을 잠그는 데 썼을 자물쇠였다. 자물쇠 연결고리가 박살나 있었다.

  “여기서부터 계단으로 내려가서 걸어갔다고 생각하면 맞아떨어져요. 자물쇠는 절단기로 잘랐을 것 같지는 않은데. 내가 사물함 자물쇠 열쇠를 자주 잃어버리는 편이라 학생 때 절단기 많이 써봤거든요? 잘린 단면이 너무 깔끔해요. 여기 문 앞에서는 뭐 느껴지는 거 없어요?”

  포르페는 내 쪽으로 다가와 눈을 감고 집중하더니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변화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마나 양이 줄어들었나? 아니, 많은 것 같기도 한데······.”

  “···뭐라는 거예요?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이 옥상에 다른 곳하고 그다지 차이가 없어. 근데 아주 미묘하게···, 뭔가 미묘하게 얽혀있는 것 같단 말이야. 아주 근소한 차이야. 마법을 썼다면 이렇게 작은 차이를 보일 수는 없어.”

  포르페는 말을 좀 더듬는가 싶었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자물쇠의 잘린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다. 아무리 예리한 절단기로 잘랐다고 해도 단면이 매끈해질 정도로 깔끔하게 자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쉈다, 가 아니라, 잘랐다······.

  “혹시 총 같은 걸로 쏜 건 아닐까? 그게 화력이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포르페가 조심스럽게 묻자 준서가 옆에서 깐족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완전 바보구나? 그게 총으로 쏜 게 아니라는 건 두 돌배기 어린아이도 안다고요!”

  두 사람은 서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이 두 사람하고 있으니까 집중이 안 된다.

  “글쎄요, 굳이 마법을 쓰지 않아도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그래? 그럼 뭔가? 역시 총인가?”

  “···아니, 그게 아니라요. 옛날에 제가 네플리아 퀀트 기사단 본부에서 한 달 정도 지냈을 때 있죠? 그 기사단 사람들 중에 물체에 마나를 심어놓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건 나도 불가능한데? 엘프 종족이나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럴 거면 마법사를 하지, 뭐 하러 칼을 휘두르나?”

  “엘프들이 쓰는 거랑 완전히 같은 방식은 아니고 그걸 좀 흉내 낸 거예요. 검을 조금 더 예리하게 만들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퀀트 기사단에서도 할 줄 아는 사람은 그 한 명뿐이었어요. 당연히 저도 못하는 거고.”

  포르페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혹시 이 세계에도 엘프가 살고 있는가?”

  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던 준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할아버지가 어젯밤 읽으셨던 동화책에는 나왔을 수도 있죠!”

  “······.”

  두 사람은 평생을 가도 친해지지 못하겠군.

  “아저씨들은 대체 누구에요? 요즘엔 제 친구들도 그런 얘기 하면서 놀지는 않는다고요.”

  이 아이가 커서 얼마나 큰 싸가지를 갖고 자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만약 계속 말싸움을 하게 놔뒀다면 나는 실제로 빡쳐서 사람이 실려 나가는 걸 봤을 수도 있었다. 나는 무릎을 굽혀 준서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어른들도 가끔 이런 얘기 하면서 놀고 싶을 때가 있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들키지 않게 하지. 다 큰 어른이 이상한 소리한다고 창피하니까. 그러니까 오늘 우리를 만난 건 엄마한테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지?”

  준서는 관심도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알았어요.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좋아. 사나이 대 사나이의 약속이다. 그리고 이 카메라는 내가 좀 가져갔으면 하는데. 네가 찍은 사진들에 관심이 많아.”

  나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이만 원을 준서에게 건넸다.

  “자, 이 정도면 되겠니?”

  “전 호구가 아니라구요. 이게 지금 기기 값만 얼마를 하는 건데.”

  한 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답변이었다.

  나는 신사임당과 세종대왕을 하나씩 꺼냈다.

  “자, 사진들하고 카메라까지 전부 가져가는 걸로 해서. 대학교 나와도 일면식도 없는 남한테 사진 한 장 팔아먹으려면 피똥 싸야 하니까 이 정도로 참으렴.”

  준서는 못 이기는 척 돈을 받아가 호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좋아요. 전 언제나 이 근처에서 돌아다니니까 혹시나 제 사진이 더 필요하시면 찾아오시던가요.”

  나는 그럴 일이 다시 없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필요해지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곳을 떠나면서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었는데 나는 신경 쓸 일들이 많아서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다.

 

 
작가의 말
 

 작품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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