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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선(善)의 혁명
작가 : 리츠릿
작품등록일 : 2018.11.2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저주받은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같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각자의 목적, 각자의 길, 흩어졌다 만나는 인연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과 그 진실을 가리고 있던 거짓들.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건들 속에서, 그들은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격일 연재입니다.)

 
붉은 절벽의 도시
작성일 : 18-11-06 19:48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5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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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발목을 간질이는 푸른 잔디가 보인다. 아니, 자세히 보니 잔디밭이 아닌 보도블록이다. 매끄럽게 손질한 화강암으로 테두리를 두른 잔디밭이 발치에 보인다. 수수하지만 초라하지는 않은 벤치도 보인다. 주변은 솜사탕과, 풍선과, 우스꽝스러운 머리띠들로 가득하다. 모두 즐겁게 웃고, 떠들고 있다. 눈은 푸른 잔디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승호는 그렇게 느꼈다.

 승호의 왼 손은 어느 큰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팔다리가 유난히 짧고, 통통해진 것 같았다. 승호는 고개를 들고 왼 손이 잡고 있는 큰 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아빠!”

 눈부신 햇살이 아빠의 머리 뒤로 삐죽 삐져나왔다. 아빠의 목에서는 선명한 빨간색의 보석이 박힌 목걸이가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그 보석은, 수수한 디자인의 장식에 박혀있어 그 매끄러운 타원형의 자태가 더욱 아름답게 돋보였다. 햇빛을 등져 생긴 그림자에 가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승호는 아빠가 흐뭇하게 웃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옆에서 엄마가 그런 부자의 모습을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흰 원피스를 입은 엄마가 너무 예쁘다고 승호는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의 웃음을 불러내는 것이 자기의 말 한 마디, 손짓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승호는 별 것 없는 잔디밭을 괜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했더라, 스스로도 기억나지 않는 말을 들으면서도 아빠는 끝없이 어린 승호와 눈을 맞추며 웃음 지었다.

 “ㅡ.”

 승호의 아빠가 입술을 움직였다. 무어라 말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승호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의 아빠는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ㅡ승호는 그렇게 느꼈다ㅡ목걸이를 풀어 승호에게 걸어주었다. 목걸이에 박힌 동그란 보석을 뿌듯하게 보던 승호가 다시 아빠를 보며 활짝 웃었다. 기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승호는 아빠의 손을 꽉 붙잡고 앞으로 뛰어갔다. 왜 뛰어갔더라? 벅차오르는 기분에 흥에겨워 달려갔던가? 아니면 흥미를 끌었던 무언가를 봤었던가? 안개 낀 듯 흐릿한 기억을 더듬으면서도 승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속해서 달렸다. 까끌까끌한 청바지가 보들보들한 허벅지에 기분 좋게 스쳤다.

 짤막한 다리로 도도도 뛰어가던 승호는 이내 이상한 것을 느꼈다. 어딘가 허전했다. 승호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언제 놓쳤을까. 왼 손은 어느 새 텅 비어있고, 오른손에 든 풍선 끈만이 날아가려는 풍선을 따라 흔들흔들 거리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폭풍처럼 승호를 덮쳤다. 불안감에 몸을 뒤로 휙 돌린 승호의 눈에 새까만 공간이 펼쳐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솜사탕도, 풍선도, 머리띠도, 잔디도, 그리고 아빠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승호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두려움에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질 쳤다. 마치 뒷걸음질 치면 이 새까만 곳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것처럼.

 더듬더듬 뒷걸음질 치던 승호는 어떤 길다란 것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둔탁한 고통이 엉덩이를 덮쳐왔다. 고통에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승호의 발을 건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얗고 매끈한, 다리. 그 위쪽으로 흰색의 원피스 자락이 덮여있었다.

 승호의 손끝이 덜덜 떨렸다.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승호의 고개는 억지로 원피스 자락을 따라 돌아가고 있었다. 억지로 돌아간 고개가, 시선이, 쓰러져 있는 엄마를 담았다. 바닥에 쏟아진 하얀 알약들과 약통, 한 쪽 손에 아직도 들고 있는 하얀 동그라미들.

 으아악, 승호는 소리를 지르려했다. 그러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느 새 가면 쓴 어른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의 가면은 하나같이 울고 있었다. 하지만 가면 아래로 드러난 그들의 입매는 한껏 찢어져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너무 무섭고, 괴기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승호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승호의 목을 콱 졸랐다. 숨구멍이 바짝 조이는 끔찍한 느낌에 승호가 목걸이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나 목걸이는 아랑곳 않고, 오히려 더욱 힘껏 승호를 죽이려들었다.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버둥거리는 승호를 가면 쓴 어른들이 여전히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다 미친 것 같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숨이 막힌다.

 이제는 사람들이 빙빙 돌고 있다.

 눈알이 터질 것 같았다.

 가면도 웃고 있다.

 제발 살려줘!

 사람들이 계속 웃는다.

 죽을 것 같다.

 계속 웃는다.

 정신이 멀어진다.

 웃는다.

 죽는다!

 번쩍, 눈이 뜨였다. 거칠거칠해 보이는 붉은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목덜미가 땀에 젖어 축축했다.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이불은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고, 상의는 가슴께까지 말려 올라갔다. 승호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떨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주며 몸을 움직인 승호는,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바깥은 푸르스름한 빛으로 밝아오고 있었다. 악몽을 꿀 때면 늘 깨어나는 시간대였다.

 창밖으로 몸을 길쭉이 빼내자 간밤의 어둠에 가렸던 리트빈의 웅장한 풍경이 펼쳐졌다. 붉은 색의 절벽이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그 절벽 면을 따라 오르막길이 줄기줄기 이어져 있었다. 절벽에는 집 입구로 보이는 나무문들이 오르막길을 따라 걸려 있었다. 테반스 아저씨가 말한 절벽을 파내 만든 집인 모양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멀리서도 큼지막하게 보이는 세 채의 신전 건물이었다. 북쪽 절벽 각기 다른 곳에 위치한 세 신전은 절벽자체를 깎아 외관을 만든 듯 그 끝이 절벽과 이어져 있었다. 높이만 평범한 집 둘, 셋 정도 되고 폭은 서너 채 가량 되어보였다. 여관 주위는 대부분 2층 건물이어서 네모반듯한 건물 지붕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용한 새벽 골목에 남자들의 기합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경비대원들이 아침부터 훈련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서늘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겨우 진정한 승호가 책상 의자에 털썩 앉았다. 머릿속이 마치 뜨겁게 돌아가다가 고장 나서 멈춰버린 엔진 같았다. 조금 전 꿨던 꿈을 애써 떠올려보려던 승호가 이내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이번에도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이 나질 않네.”

 승호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는 늘 그랬다. 마치 지우개로 얼굴부분만 서툴게 지운 것처럼 윤곽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었다.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해내려 애쓰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약을 먹고 쓰러져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슴 한 구석이 지끈 아파왔다. 유난히도 선명하게 새겨진 그날의 기억은 이렇게 종종 거머리처럼 들러붙었다. 승호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무겁게 가라앉은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짐을 챙긴 승호가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홀은 시끄러웠던 밤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벽에 가까운 테이블에 승호가 자리를 잡자 여주인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잠은 좀 잘 주무셨어요?”

 여주인의 목소리는 어제와는 달리 꽤 조곤조곤했다. 원래 목청이 큰 게 아니었구나. 짧게 떠오르는 생각을 흘려보내며 승호가 대답했다.

 “네. 그럭저럭요.”

 승호의 대답이 영 미적지근하자 여주인은 머쓱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제는 내가 좀 퉁명스러웠죠? 미안해요, 요즘 유난히 상단들이 많이 머물러서 저녁 시간만 되면 좀 예민해져서. 아, 우리 집은 베이컨을 끼운 치즈브레드가 유명한데, 어때요?”

 “아니요, 여행길에 육포를 너무 많이 먹어서 베이컨은 좀. 샐러드랑 닭고기 요리가 있나요?”

 승호의 질문에 여주인이 토마토 드레싱 샐러드와 훈제 닭 가슴살 구이를 추천했다. 여주인이 추천한 메뉴를 주문한 승호는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렸다.

 ‘원래는 의뢰를 받으면서 리트빈 주변을 뒤져볼 생각이었지만…테반스 아저씨의 부탁도 있으니 다른 소금바위 여관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네. 대장간에서 화살도 좀 주문하고, 보존식도 구해놔야겠어.’

 아침에 창밖으로 본 리트빈의 풍경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금방 음식이 나왔다. 종업원은 아침에 쉬는지 서빙도 여주인이 해왔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닭 가슴살 구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승호가 불현 듯 여주인에게 물었다.

 “혹시, 소금바위라는 이름의 여관이 또 있나요?”

 승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여주인이 세팅하던 샐러드 접시를 놓치고 말았다. 접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 다행히 거의 다 내려놓은 시점이어서 샐러드는 무사했다.

 “아이고, 미안해요. 하마터면 쏟을 뻔 했네.”

 뒤늦게 튀거나 쏟아진 음식이 없는지 확인한 여주인이 뒤이어 말했다.

 “소금바위 여관은 우리 여관밖에 없어요. 우리 여관이랑 똑같은 이름의 여관이라니, 들어 본 적도 없다니까요?”

 “아, 그런가요.”

 당황한 탓인지 호들갑스럽다 싶을 정도로 말을 마친 여주인은 식사 맛있게 하세요, 하는 말과 함께 주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여주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승호는 이내 시선을 테이블로 돌려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아직 김이 오르는 닭 가슴살 구이를 먹기 좋게 잘라 빈손으로 집어 먹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세크릴에서 지낸 2년여의 시간동안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식사법이었다. 토마토 소스가 묻지 않은 부분을 잘 골라잡아 샐러드를 입에 넣자 신선한 야채가 아삭아삭 씹혔다. 얼마 만에 먹는 제대로 된 식사인가. 승호는 아침에 꾼 악몽으로 인한 불쾌함이 모조리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식사를 마친 승호는 배낭을 메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어떻게 알았는지 주방에서 나온 여주인이 물었다.

 “뭔가 더 필요하신 거라도?”

 “식사를 다 해서요. 얼마죠?”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승호에게 여주인이 손사래를 쳤다.

 “아휴, 아침식사는 무료 제공이에요. 어제 딸래미가 안내를 안 해드렸던가요?”

 역시 딸이었구나, 생각하며 승호는 어제 종업원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확실히 아침식사는 무료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머리를 긁적인 승호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까먹었던 모양이에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차림새를 보니 바로 외출하시나요?”

 “네. 저녁쯤엔 다시 돌아올 게요.”

 말을 마친 승호는 몸을 돌려 여관 밖으로 향했다. 조심하세요, 당장 어제까지도 퉁명스럽던 여주인의 배웅을 받는 묘한 기분을 느끼며 승호는 후드를 덮어쓰고 걸음을 옮겼다.

 도시의 중앙을 꿰뚫고 있는 대로는 어느 새 상인들과 아낙네들, 아이들로 활발하게 숨 쉬고 있었다. 확실히 도시는 다르구나. 마치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행복한 거리가 있다면 이런 곳일까 싶을 정도였다. 재빠르게 주위를 훑어보며 길을 걷던 승호는 이내 대장간을 발견했다. 석궁용 화살 제작을 주문하며 관청의 위치를 알아낸 승호는 곧장 관청으로 향했다.

 관청은 남쪽 절벽을 올라가는 유일한 오르막길 입구에 지어져 있었다. 주위의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유리창이 달린 관청건물은 한 눈에 보기에도 돈이 꽤나 들었을 법한 건물이었다. 심지어 입구에는 성문 경비대원들과는 다른 차림의 병사가 둘이나 버티고 서있었다. 십중팔구 영주의 사병인 듯 했다. 괜히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르며 관청 입구로 걸어가자 병사들이 승호를 가로막았다.

 

 
작가의 말
 

 14세기까지 유럽에서 포크는 악마의 무기라는 인식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편의성과 차별성에 흥미를 느낀 귀족층에서 포크 문화가 번져나가긴 했지만,17세기까지도 평민들은 사용하지 못하는 사치품의 수준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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