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영안사: 영혼을 보는 남자
작가 : 신혜선
작품등록일 : 2018.11.1
영안사: 영혼을 보는 남자 더보기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사망 후 2시간, 망자와의 만남이 열린다.
영안사 차산웅이 영혼이 된 피해자들을 만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카카오페이지/네이버시리즈/원스토어북스 연재중

 
3화. 약간의 흠
작성일 : 18-11-06 12:54     조회 : 296     추천 : 1     분량 : 52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영혼이 카메라에 찍혔던 것이다.

 

 심지어 영안사들끼리는 영상에 담긴 영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망한 피해자의 진술만 촬영해두면 언제든 증거로 채택 가능했다.

 이는 수사계의 혁명으로 이어졌다.

 영안사가 촬영한 증언 영상만 있으면 다른 수사가 필요하지 않았다. 형사들이 자기 일을 편하게 만드는 영안사를 좋아하게 된 것도 당연했다.

 

 “피해자의 진술도 다 받았고요. 촬영도 완료됐습니다.”

 

 산웅의 설명에 오 형사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한없이 온화한 표정이었다.

 

 “저기 둘이 범인은 맞죠?”

 “네. 확실합니다. 공식 문서는 내일 아침에 출근해서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요.”

 

 오 형사는 만족스러운 걸음으로 거실로 향했다. 그러더니 사나운 도베르만처럼 눈빛이 급변했다. 거실 바닥에 엎드린 김씨한테로 몸을 숙였기 때문이었다.

 

 “가자고! 일어서!”

 

 오 형사는 김씨의 뒤로 채운 수갑을 더욱 꽉 조였다. 거칠게 용의자를 일으켜 억지로 밖으로 끌고 갔다.

 사건 현장에는 땅을 치고 울고 있는 김씨 엄마의 곡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아이고……, 우리 아들 이제 어쩌나.”

 

 산웅은 노인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곡소리가 억울한 사람의 외침처럼 들렸다.

 

 “어쩌긴 어째요. 감옥에서 사셔야죠.”

 

 산웅이 무심하게 말을 던졌다.

 

 “뭘 잘못했다고 감옥에서 살아.”

 “그건 매일 밤 쇠창살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고민해 보세요.”

 

 산웅은 더 이상 대꾸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 사실은 세 살짜리도 알고 있는 당연한 진리다. 그것을 무시하는 노인과 쓸데없는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산웅이 노인을 지나쳐 그대로 사건 현장을 빠져나가려던 참이었다.

 

 “어디 가세요?”

 

 옆에 있던 순경이 산웅을 붙잡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요. 저희 집이 바로 윗집이거든요.”

 

 순경은 산웅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알았다는 듯이 덧붙였다.

 

 “그래서 차림새가 그러시군요?”

 

 실제로 산웅의 옷차림은 가관이었다. 영안사가 착용해야 할 양복 대신 잠옷을 걸치고 있었다.

 

 “네, 자다가 급하게 영혼을 발견해서요.”

 “사건을 해결하려면 첫 오분이 가장 중요하다던데, 정말 오 분 만에 달려오셨겠네요. 신고도 안 하시고.”

 “저한테 울면서 찾아온 영혼을 보니 잠시도 기다릴 수가 없더군요.”

 

 그 말에 순경도 납득을 했는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피해자가 심한 일을 당하긴 했죠. 시체 상태도 심각하더라고요.”

 “그럼 남은 처리를 잘 부탁드립니다.”

 

 산웅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러자 순경이 재차 그를 붙잡았다.

 

 “자꾸 어디를 가세요? 시체 확인해주고 가셔야죠.”

 “시체는 다음에 보겠습니다.”

 “다음에 언제요?”

 

 순경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국과수로 옮기면 그때 연락 주십시오. 따로 찾아가서 공증하겠습니다.”

 “뭘 그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드세요. 지금 욕실로 들어가서 확인하세요.”

 

 순경이 산웅을 잡아끌었다. 그의 손아귀 힘이 얼마나 센지, 산웅은 버티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만 했다.

 

 “잠시만요. 시체는 제 전문이 아니라서요.”

 

 이래서 산웅은 형사 사건을 맡지 않았다.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영안사가 전문이 아니면 누가 시체를 확인합니까?”

 

 순경은 경찰대 출신으로 90kg가 넘는 거구였다.

 반면 산웅은 어린 시절부터 공부만 했기에 그를 이길 근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순경이 힘을 쓰자, 산웅이 속절없이 끌려갔다.

 

 “피해자는 저기 사진 속 신부거든요?”

 

 산웅은 다급하게 거실에 걸린 결혼사진을 가리켰다.

 

 “농담도 잘 하신다니까.”

 “농담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제가 새벽에는 어렵다고 해야 하나…. 당장은 힘듭니다.”

 

 어느새 둘은 욕실 문까지 도착했다. 이대로는 위험했다. 산웅이 구원의 손길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봤다.

 

 “안에 피 없어요.”

 

 그때 김씨 엄마를 호송하려 돌아온 오 형사가 무심하게 언질을 해주었다.

 

 “와인병으로 맞았다고 했는데, 피가 없어요?”

 “네, 누가 욕조에서 피를 다 씻겼더라고요. 안에 피 한 방울도 없어요.”

 

 확답을 듣고 나서야 산웅은 순순히 순경을 따라갔다.

 갑자기 바뀐 태도에 순경이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산웅은 가볍게 그 시선을 무시하며 당당하게 욕실 문을 열었다.

 

 문지방에 발을 디디는 순간 느껴지는 온도부터 달랐다. 겨울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욕실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이래서 영혼이 빨리 소멸됐구나.

 

 이미 현장이 정리되어 있었지만 산웅은 조금 전의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지금은 텅 비어있는 욕조엔 얼음이 들어차 있었을 것이다.

 하마터면 진술도 듣지 못하고 피해자를 잃을 뻔했다.

 

 “신원 확인하겠습니다.”

 

 바닥에 흰 천으로 덮인 들것이 놓여있었다. 순경이 조심스럽게 천을 걷었다.

 눈을 감고 있는 여성, 그녀는 조금 전에 만난 영혼 수경이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승이 끝이 아니라더군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형사 사건을 맡은 게 오랜만이라 소회가 새로웠다. 산웅이 진심을 다해 영혼을 배웅해주었다.

 

 “증언하신 분이 피해자 이수경 씨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여기 사진이랑도 일치합니까?”

 

 순경은 사건 파일을 열고 사진을 가리켰다.

 

 “확실합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산웅은 서류 끝에 서명을 했다. 사건을 공증한다는 뜻이었다.

 

 “내일까지만 잊지 마시고 관련 서류 참조해주세요.”

 “물론입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산웅은 수경의 얼굴에 천을 고이 덮어주고는 욕실을 걸어나왔다.

 현장에 남아있는 경찰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살인의 흔적이 채 정리되지 않은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

 현관을 벗어나 무의식적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집이 바로 위층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산웅이 마중 나오는 엘리베이터를 뒤로하고 터덜터덜 계단을 올랐다.

 

 사건 현장과 집 구조가 똑같아서 그런지 옛 생각이 났다. 조금 전 잠결에 안방으로 찾아온 영혼을 발견했을 땐, 세연이 돌아온 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침대 맡에 떠있는 영혼이 세연인 줄 착각했던 것이다.

 

 허무하게 떠나보낸 산웅의 첫사랑 세연.

 

 여행에서의 사고만 아니었다면 둘은 지금쯤 이곳 현대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을 것이다.

 거실에 함께 찍은 결혼사진을 걸어 놓고, 세연도 사진 속 신부가 될 수 있었을 터였다.

 

 집이 다가올수록 산웅의 걸음이 느려졌다. 오늘 같은 날엔 어두운 방으로 혼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집의 정적이 짙을수록 세연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 것만 같았다. 실제로 집이 보일수록 세연이 상세히 그려지는 듯했다.

 

 머뭇거리던 산웅이 마음을 다잡고 나서야 겨우 현관문을 열었다.

 

 

 ***

 예상과는 다르게 거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거실뿐만 아니라 집안의 모든 불이 켜져 있었다.

 

 부엌은 물론이고, 안방과 작은방, 욕실 문틈에서까지 빛이 새어 나왔다. 산웅은 부랴부랴 눈에 보이는 스위치를 끄기 시작했다.

 

 “야! 어디 갔다 왔어?”

 

 옷방에서 여동생 산애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기세 아깝게 불은 왜 다 켰어?”

 “너 찾느라고 그랬잖아.”

 

 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여동생만 나타나면 좀처럼 조용한 법이 없다.

 

 “옷방은 죄다 흐트러 놓고.”

 “혹시 저런데 숨어있나 했지.”

 

 나갈 때만 해도 어둡고 고요했던 집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난장판이 되어 있다.

 특히나 옷방에 차곡차곡 개어 놓은 옷가지들이 전부 바닥에 널려있었다.

 

 “말을 말자.”

 “또 쪼다처럼 혼자 공원 가서 소주 깠냐?”

 “소주 냄새는 너한테서 나는데? 그리고 말 좀 예쁘게 해라. 요새 누가 쪼다라는 말을 쓰냐.”

 

 산웅은 졸졸 따라오는 여동생을 쳐다도 보지 않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요새 말이면 다 예쁜 거야? 그럼 빙다리 핫바지처럼 혼자 울었냐고.”

 “그거 타짜에서 나온 말이잖아. 2006년 영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산애는 안방까지 따라와서는 술 주정이 섞인 잔소리를 늘어놨다.

 

 “정안 씨랑 술 먹다가 들었는데 너 어제 상담 빠졌다며? 내일로 예약 바꿨으니까 꼭 가. 4년째 뭐 하는 짓이야. 언니도 하늘에서 널 쪼다라고 생각할 거야. 아니, 얼간이.”

 

 산웅은 이 상황이 익숙한지 얼굴도 찡그리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여동생의 설교 정도는 자기 전 틀어놓은 라디오 같았다. 귓가를 맴도는 것 같지만 아침이 되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말들 말이다.

 

 “왜 대답이 없어? 상담 받으라고 했잖아! 언제까지 피만 보면 쓰러질 거야?”

 “알아서 할게.”

 “이 답답아! 이 세상에 피를 못 보는 영안사가 어디 있어! 내 남자친구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상담이 진짜 도움이 된대.”

 

 산웅과 세연은 같은 학교를 나왔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로스쿨까지 같은 곳을 졸업했다. 같은 직업을 가질 때까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평생의 관심사가 같았고, 평생의 고민거리가 같았던 완벽한 짝.

 그런 그녀를 하늘로 보내고 한동안 방황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방황을 끝내고 영안사가 된 건 전부 세연 덕분이었다. 세연의 죽음을 목격한 날 이후로 영혼을 보는 눈이 생겼던 것이다.

 산웅에게 영안사의 능력은 세연의 선물이자, 혹은 평생 남을 위로하며 살라는 속죄의 산물로 느껴졌다. 산웅이 매일같이 영혼들의 한을 풀어주는 이유는 오로지 허망하게 떠난 세연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도대체 왜 고집을 부리는 거야?”

 “바빠서 그래.”

 “이제는 상습적으로 거짓말하네.”

 “진짜야. 영안사라는 게 원래 계획이 불가능한 직업이잖아. 누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까 급박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마치 응급치료사처럼, 이 말 하려고 했지? 맨날 똑같은 얘기에 똑같은 핑계.”

 

 사실 상담을 가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세연이 남긴 모든 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피 범벅이 된 세연을 껴안은 날 이후로 산웅은 피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트라우마에는 세연이 담겨 있었다.

 모든 것이 치료된다는 건 세연에게서 벗어난다는 이야기와도 같았다.

 그녀가 남긴 전부를 잃어선 안됐다. 설령 그게 약간의 흠 일지라도 말이다.

 

 “좋은 말 할 때 가라. 알겠냐?”

 “알아서 한다고.”

 “내가 너 때문에 속이 터져요.”

 

 산애가 차갑게 돌아서며 안방을 빠져나갔다.

 

 잠시 뒤 작은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한때 산웅의 서재였던 작은방에 간이침대가 들어오더니, 어느새 책상을 밀어내고 퀸 사이즈 침대가 자리 잡았다.

 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작은방은 산애의 차지가 됐다.

 

 “더우니까 에어컨 켜고 자!”

 

 산웅은 열린 문틈으로 소리쳤다.

 

 “…….”

 

 대답 대신 에어컨을 켜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확인한 산웅도 잘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봤자 2인용 침대의 왼쪽에 누운 것뿐이다. 커다란 침대의 한쪽이 기이하게 비어 있었지만 산웅은 상관하지 않았다.

 

 삶에 작은 흠을 남겨 놓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여겼다.

 아니 산웅에게 그것은 흠이 아니었다. 그의 빈자리는 전부 세연으로 들어차 있었다. 그렇게 산웅이 침대 구석에서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 마주할 일생일대의 사건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 4화. 차량에 버려진 시체 (1) 2018 / 11 / 8 297 0 5415   
3 3화. 약간의 흠 2018 / 11 / 6 297 1 5223   
2 2화. 저주도 아까운 인간 (2) 2018 / 11 / 4 298 2 5169   
1 1화. 저주도 아까운 인간 (1) 2018 / 11 / 2 499 2 532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