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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지막 축제
작가 : 럼럼
작품등록일 : 2018.11.2

귀신을 보는 유란과 귀신들의 왕

'…나는 당신의 것을 가볍게 손에 쥐었으나 당신이 내게 준 것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당신의 것들은 어느 하나 가벼운 게 없었다. 하나같이 무거웠다. 무겁다 못해 넘쳐났다. 넘치다 못해 흘러내렸다.'

 
6화
작성일 : 18-11-06 00:23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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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똑ㅡ.

 

 돌아와 침대 위에서 휴식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방문을 두드려왔다.

 

 네. 몸을 바로 세운 유란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하린가 싶었으나 더 이상 인기척은 들려오지 않았다. 유란은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열었다. 둔탁한 소음과 동시에 또 한 번 낯선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유란이 얼굴 가득 의문을 품은 채 앞에 있던 남자를 천천히 훑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기에 일단 대답은 했다. 하지만 경계심은 풀지 않았다. 이곳은 귀신들의 소굴이니만큼 쉽게 마음을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제가 왕의 것을 가지고 있어서 여기의 귀신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귀신들에게 당해온 게 몇 년인가. 암만 저를 해칠 수 있던 아니던 그들은 같은 부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나기라고 합니다.”

 

 이름을 앞세운 남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것을 눈으로만 쫓던 유란이 아, 예.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을 흘렸다. 뻔히 드러난 거절이었다.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나기라는 남자는 전혀 그렇지 않은 표정으로 입꼬리를 양옆으로 당겼다.

 

 “왜요, 더러우세요?”

 

 “……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직구가 날아왔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웃는 얼굴로 침을 뱉는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방금 나기에게서 방긋거리는 얼굴로 침이 날아왔다.

 

 “더러운 게 아니니 그리 싫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귀신들은 막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까지 있는 걸까. 속마음을 들킨 유란은 괜스레 머쓱해져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반응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나기가 또 한 번 입을 떼어낸다.

 

 “아가씨, 괜찮으시다면 저와 산책 어떠신가요.”

 

 "산책요?"

 

 "네. 아가씨와 얘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아니요.”

 

 “혹 제가 귀라, 무서워서 그러시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가씨께선 동왕님의 손님이 아닙니까. 하계 왕의 손님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으니.”

 

 괜찮으시죠? 남자가 여전히 방긋거리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안 괜찮아요.”

 

 내가 지금 너랑 한가하게 산책이나 하게 생겼니. 여기 왕 놈이 처음 보는 저를 기억해내라 난리를 치는 통에 머리를 갈라봐야 할 참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방 문을 닫으려는데, 남자가 재빠르게 문틈에 발을 가져다 댄다. 여전히 능글맞은 웃음을 띤 채.

 

 “혹 압니까. 아가씨께서 원하는 답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그 소리에 유란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무슨 뜻이에요?”

 

 “동왕님과 하는 대화를 들었습니다. 제가 남의 말을 엿듣는 취미가 좀 있어서.”

 

 귀가 왜 귀겠는가. 홀리고 혼을 빼놓는 것은 귀들의 장기. 눈앞의 귀신은 지금 유란에게 가장 필요한 미끼를 던지고 있었다.

 

 "좋아요. 그럼 해요, 산책."

 

 의도가 불분명한 그 미끼를 향해 유란이 입을 벌렸다.

 

 “먼저 걸으실까요.”

 

 나기가 팔을 뻗어 길을 열어주는 시늉을 한다. 그렇게 그들은 복도에 나있던 계단을 내려 정원으로 향했다.

 

 셀 수없이 많은 수의 반디들이 엉덩이에 빛을 매단 채 수국 주변을 날아다닌다. 이 수국들은 동왕의 취향일까. 유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멋대로 끌려온 것은 열받긴 했으나 이렇게 그림 같은 곳은 난생 처음이었다. 귀신의 땅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시야에 담겨오는 모든 것들에 현실감이 없었다. 꿈을 꾸는 것처럼.

 

 뭐, 그것에는 계속해서 코를 찌르고 있던 귀신의 냄새가 한몫했다. 육백의 귀신들이 뿜어내는 냄새는 눅눅하고 진득한 악취 같았다. 거부감이 들었지만 견디기 힘든 것은 아니었다. 귀신과 조우하던 그녀에게는 익숙한 냄새였으니까.

 

 어느새 호수를 따라 걷던 나기의 발이 멈췄다. 유란도 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양 발을 모두 땅에 붙였다.

 

 "지내시는 동안 여길 조심하세요."

 

 나기의 손가락이 호수를 가리키고 있었다.

 

 "물이 맑지 못해 가늠이 안 되실 건데, 아주 깊거든요."

 

 "조심하고 말고 할 게 있나요. 곧 돌아갈 건데."

 

 유란의 말에 나기가 입꼬리를 한 번 들었다 놓는다. 그것을 보던 유란은 더더욱 얼굴을 굳혔다. 쟤는 뭐 웃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렸다니.

 

 “그거 아십니까? 귀에겐 이름이 아주 중요합니다. 함부로 들켜선 안 되는 것이지요.”

 

 마음속으로 나기를 씹는 사이 화제가 전환되었다.

 

 “하지만 그쪽은 아까 제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나요? 게다가 그쪽의 이름을 저만 알고 있는 건 아닐 거잖아요."

 

 “좋은 질문입니다. 그것은 인간과 귀의 사이에서만 성립됩니다. 인계에 있던 귀들이 사람 사이를 숨어들며 해괴한 짓을 하고 다니기에 보다 못한 천존께서 규율을 하나 정하셨지요.”

 

 인간에게 이름을 들킨 자, 그 인간을 주인으로 섬길 것이다. 나기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이며 유란을 보았다.

 

 “그럼 그쪽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쪽의 주인이 되는 건가요?”

 

 “아뇨.”

 

 “방금 그렇게 말했잖아요?”

 

 “아쉽지만 그것은 인계에서만 적용되는 규율입니다. 인간이 하계에 올 일은 거의 없죠. 그래서 하계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인계에서부터 주인을 달고 오면 모를까.”

 

 그런 바보는 잘 없지만요. 계속되는 나기의 말에 유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로운 이야기였지만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유란의 머릿속은 온통 동왕이 누굴까하는 물음들만 떠다닐 뿐이었다.

 

 “제게 도움을 주신다던 건 어떻게 됐나요? 원하는 답에 도움을 주신다면서요.”

 

 뭐 때문에 그토록 치를 떨던 귀신이랑 같이 있는데, 아까부터 다른 소리만 하니 속이 답답했다.

 

 하루빨리 왕이 누구인지 알아 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육백이 넘는 귀신들이라니, 귀신 냄새는 둘째치고 스스로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었다.

 

 “도움은 이미 드렸습니다. 방금 알려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름이 어쩌고 규율이 어쩌고 하는 소리만 늘어놓았잖아요?”

 

 “알고 계시네요.”

 

 긍정으로 가득한 나기의 표정에 유란이 잠깐 동안 침묵했다.

 

 ‘귀에겐 이름이 아주 중요합니다.’

 

 ‘인간에게 이름을 들킨 자, 그 인간을 주인으로 섬길 것이다.’

 

 ‘내 것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들은 것을 정리하면….

 

 "제가 왕의 이름을 가져갔다는 건가요?"

 

 "말을 굉장히 잘 알아들으시네요."

 

 하지만 이 명제에는 아주 큰 오류가 있었다.

 

 “그런데요, 저는 왕을 만난 적이 없어요. 당연히 이름을 가져간 적도 없고요.”

 

 “아가씨.”

 

 “…….”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누가 그러덥니까.”

 

 “진짜로 가져가긴 했다는 거네요.”

 

 “직후에 동왕께서 아가씨의 기억을 뺏는 바람에 떠올리지 못하실 뿐.”

 

 "제 기억을 뺏었다고요?"

 

 "네."

 

 대답을 듣던 유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던 유란은 고개를 저었다. 얘넨 사람이 아니니까 인간의 상식을 갖다 대면 안 돼.

 

 "왜 뺏어갔는데요?"

 

 "인간이랑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요."

 

 이제야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다. 유란이 침착하게 머릿속을 정리해나갔다. 이름을 들킨 왕. 그래서 내가 왕의 주인이 됐고, 나와 엮이고 싶지 않았던 왕은 내 기억을 뺏었다.

 

 그럼 뭐야. 지가 뺏어간 걸 알아내라는 거야, 지금?

 

 “되게 어이없네요."

 

 "세상 일이란게 생각처럼 둥글게만 흘러갑니까, 어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그래도 그동안은 잘도 숨기고 사셨습니다. 그렇게 꽁꽁 숨기고 있던 아가씨를 어째서 하계에 데려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근데요, 나기."

 

 유란은 의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기의 위아래를 훑었다. 고맙긴 하나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 신하들은 왕에게 충성하지 않나, 이것이 유란의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왕인데 어째서 굳이 산책이라고까지 포장해가며 이것저것 알려주는 걸까.

 

 "왕에 대한 걸 저한테 이렇게 알려주셔도 되는 거예요?"

 

 “불리한 내기를 하시는 것 같기에 그저 말을 흘린 것뿐입니다. 승자가 되기 위한 정답은 아가씨께서 찾아내셔야 하지만요.”

 

 썩 좋은 힌트는 아니었다. 그냥 왕의 이름은 아무개다 하고 떡 하니 말해준다면 좀 좋아. 유란이 슬쩍 나기를 떠보았다.

 

 “그래서 왕의 이름이 뭔데요?”

 

 하하, 나기가 소리 내어 웃었다.

 

 “나머지는 아가씨의 몫입니다.”

 

 “쳇.”

 

 “내일부터 동왕님의 곁을 쫓아보십시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혹 압니까. 동왕님의 얼굴이 눈에 익다 보면 생각이 날 지도 모르지요.”

 

 말을 마친 나기가 품에서 쇠로 된 목걸이를 꺼냈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호수에서 한 걸음 멀어진다.

 

 “이만 돌아가실까요. 동쪽에 해가 없어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시간이 꽤 되었습니다.”

 

 “해가 없다고요?”

 

 “네. 동쪽은 해가 없습니다. 어둡냐, 덜 어둡냐만 존재할 뿐. 해가 있는 타국과 가까운 곳일수록 덜 어둡습니다.”

 

 *

 

 “아가씨, 이만 일어나세요.”

 

 기상을 알리는 소하리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려왔다. 유란이 눈을 비비며 방에서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왔다.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먼저 씻으러 가실까요.”

 

 소하리가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건넸다. 그것을 받아 든 유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하리를 따랐다.

 

 낯선 곳에 와 몸이 긴장했던 것인지 온몸이 두들겨맞은 것처럼 아팠다. 유란은 복도를 걸으며 어깨를 두어 번 빙빙 돌렸다.

 

 어제와 같은 욕실에서 씻고 나온 유란이 소하리의 안내를 받아 몇 개를 갈림길을 지났다.

 

 문이 활짝 열려있던 방으로 유란을 이끈 소하리가 그녀의 앞으로 수저를 놓아주었다.

 

 고운 색깔이 마구잡이로 섞여있던 반찬들, 그것의 가짓수를 보던 유란의 눈이 커졌다. 어제 그렇게나 놀랐는데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아있었다.

 

 “아침상 치고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산과 바다의 것 가리지 않고 종류별로 올려진 상 위를 보자니 아직 숟가락도 들지 않았는데 자꾸만 입이 벌어졌다. 이거 다 만들려면 그것도 할 짓은 못 되겠다.

 

 “입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부담스러운 가짓수의 음식들은 입에 맞지 않아도 맛있다고 대답해야 할 판이었다.

 

 너네들 월급은 제대로 받고 여기서 일하는 거니. 유란이 측은한 마음으로 반찬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야 이 모든 게 가능해요?”

 

 “저도 그것까지는 모릅니다. 음식을 짓는 시종이 아니거든요. 어서 드셔보세요.”

 

 숟가락을 쥐던 유란은 음, 하며 뜸을 들였다. 물론 이런 대접이 고맙고 좋긴 했으나 귀신이 해 준 밥이라고 생각하니 께름칙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성의란 게 있었으니, 에라 모르겠다. 유란이 비장하게 숟가락을 옮겼다.

 

 호로록, 목구멍으로 국을 넘기던 유란은 다시 한 번 그릇 위로 숟가락을 담갔다. 또 한 번 그녀가 국을 들이킨다.

 

 “익숙한 맛이네요.”

 

 “네. 인계의 것과 비슷하죠?”

 

 소하리의 말대로, 음식은 인계의 것과 아주 흡사했다. 뭐랄까, 이름난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느낌.

 

 만족스러운 음식 맛에 그녀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돌았다.

 

 *

 

 배를 불리고 식후로 내어진 차까지 마시고 나오던 유란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와, 정말 적응 안 되네.”

 

 완전한 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낮도 아니었다. 물론 아직 이곳에 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으나 앞으로도 적응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불편하지는 않았다. 하늘만 조금 어두울 뿐, 성 안에는 단지 해가 아쉽다고만 느낄 정도로 많은 등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확 도망가 버리고 싶다.”

 

 여전히 고개를 꺾고 있던 유란이 자세를 바로 두었다.

 

 여기에 어떻게 온 것인지도 모르는데 도망은 무슨 도망. 이런 생각을 하는 시간에 동왕 얼굴이나 한 번 더 보면서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는 게 빠를 것 같다.

 

 '……근데 어딜 가야 걜 만날 수 있지?'

 

 유란은 마침 제 옆을 지나고 있는 시종 무리를 향해 말을 걸었다.

 

 “저기요.”

 

 그런데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제가 불러 세운 시종은 대답도 않은 채 팔꿈치로 옆에 있던 시종을 툭 치고, 그 시종 또한 옆에 있던 시종을 툭 치는 것이다. 마치 그녀와 말을 섞기 싫다는 듯.

 

 그렇게 셋을 지나 제일 마지막에 있던 시종이 꼭 마지못해 대답한다는 얼굴로 유란을 마주했다.

 

 “네.”

 

 “지금 동왕은 어디에 있죠?”

 

 “동왕님께선 일찍부터 초적산에 가셨습니다.”

 

 “거기가 어딘데요?”

 

 “가끔 들르시는 곳입니다.”

 

 이놈은 저를 기억해내라 해 놓고선 어디에 간 것인지. 타이밍을 잘 못 잡았다.

 

 유란이 알겠다며 대충 대답한 뒤 휙 몸을 돌려세웠다. 별은 아무래도 나중에 따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 있던 시종들끼리 작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왕을 두고 존칭 하나 없이, 뭘 믿고 저렇게 건방져?”

 

 “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감히 인간 주제에.”

 

 “왕께선 어째서 신부가 아닌 인간 따위를 이곳에 들이신 건지.”

 

 모두 유란을 향해 쏟아지던 험담이었다.

 

 뒤에서 떠드는 것은 말을 할 수 있고 그 언어가 통하는 놈들이면 빠지지 않고 하는구나. 유란이 낮게 웃었다.

 

 상처가 되거나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새겨들을 필요도 없었고.

 

 어려서부터 귀신들 덕에 매일을 음침하고 벌벌 떨며 지냈던 유란은 친구가 없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모두 그랬다. 살갑게 다가왔던 친구들도 결국엔 그녀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멀어졌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함께 있다가도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불안한 듯 몸을 떠는 저를 보며 어떻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있었겠는가.

 

 '……내가 봐도 내가 이상한데.'

 

 그러니 이런 것쯤은 유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흥, 유란이 콧방귀를 뀌며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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