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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마경선종
작가 : 천성민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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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도래한 마교의 중원 침공!
그 첫 번째 목표 중원 도문의 조종. 무당파!
그런데…… 피해가 달랑 제자 하나?
무당파의 잊혀진 제자 진운. 마교에 납치당하다!?
정마를 넘나드는 진운의 기상천외한 행보! 그의 웃지 못할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제 7 화
작성일 : 16-07-08 09:39     조회 : 403     추천 : 0     분량 : 8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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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三章 지나는 세월은 어쩔 수 없구나

 

 

 

 진운은 쏟아지는 햇살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햇빛의 따듯함이 온몸 가득 차올랐다. 진운은 저도 모르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이 변해 있었다.

 몇 년이나 지난 것인지, 주위의 모습은 진운이 기억하던 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교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진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거, 거기 서라!”

 등 뒤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진운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가만히 손을 휘저었다.

 후우웅!

 그 손짓에 따라 바람이 일어나며 간신히 몸을 일으킨 중년 교도를 다시 쓰러뜨렸다.

 “괴, 괴물……!”

 

 ***

 

 “모두 잊었나 보군…….”

 진운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겨갔다.

 폐관수련에 들어간 이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종비고를 지키던 교도들의 반응으로 보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진운이 마종비고를 나선 것은 더 이상 무공이 발전하지 않아서였다. 처음 자신이 골랐던 스무 가지의 무공들은 모두 육성 이상 성취를 이룬 후였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 보아도 그 이상의 성취는 얻을 수 없었다.

 문제를 느낀 진운은 침식을 잊고 한동안 무공의 연구에 몰두했다.

 어째서 무공의 발전이 멈춘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궁구해 보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마종비고의 식량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 한동안 물만 마시며 버텨 보았지만 더 이상은 힘들었다.

 체력이 남아 있어야 무공을 익힐 것 아닌가.

 그 때문에 진운은 식량을 구해오기 위해 밖으로 나올 결심을 한 것이다.

 진운은 곧장 마종비고의 인근에 있는 저장고로 향했다.

 만마전의 바로 옆에 딸린 저장고에는 네댓 명의 교도들이 지키고 있었다. 진운이 가까이 다가가자 교도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거기 서시오!”

 교도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자가 한 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진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품속에 있는 천마목패를 꺼내 들었다.

 순간 그의 앞을 막아선 교도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이, 이곳까진 어쩐 일로…….”

 처음 말을 건 중년 교도가 무릎 꿇은 채로 진운에게 물었다.

 진운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천마목패의 주인을 소홀히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진운은 천마목패를 품속에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벽곡단 삼백 관(貫)에 건량 이백 관. 그리고 과실은 두 자루 정도만 준비해 주게.”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중년 교도는 대답과 함께 자신의 뒤에 무릎 꿇고 있는 교도들을 채근해 저장고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지 않아 진운이 요구했던 만큼의 식량이 저장고의 앞에 쌓였다. 모두 일곱 자루에 달하는 양이었다.

 적어도 두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할 정도로 커다란 수레가 가득 들어찼다.

 “어디로 가져가야 합니까?”

 중년 교도의 물음에 진운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좀 더 큰 자루는 없나? 한 번에 다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자루 말일세.”

 “…….”

 중년 교도는 대답 대신 진운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없는 건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저장고로 후다닥 달려 들어간 중년 교도가 곧 엄청나게 커다란 자루 하나를 들고 나왔다.

 그것을 받아든 진운은 말없이 수레에 실린 식량들을 자루에 구겨 넣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그것을 번쩍 들어 어깨에 둘러멨다.

 “뜨헉!”

 깜짝 놀란 교도들의 신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운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세 배는 넘는 커다란 자루를 짊어진 진운은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익숙한 주위의 모습이 보였다. 진운의 발걸음이 저도 모르게 멈췄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성화각이 보였다.

 “어째서 이곳에…….”

 자신도 모르게 걸음이 옮겨갔던 것이다.

 진운은 스스로를 탓하며 그대로 돌아섰다. 하지만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성화각이 있는 방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소공!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아직 배우셔야 할 것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내가 나가겠다는데 왜 막아서는 건가! 비켜라!”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였다. 진운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렸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노년의 여교도가, 갓 약관을 넘은 듯 보이는 청년의 앞에 선 채 걸음을 막고 있었다.

 “아니 됩니다. 신녀께서 아시면 크게 치도곤을 당하실 겁니다. 돌아가셔야 합니다.”

 순간 진운의 눈이 크게 치켜떠졌다.

 청년의 앞을 막아선 노년의 여교도는 오래전, 스치듯 한 번 보았던 아들 반종인의 유모였던 것이다.

 ‘그럼 설마…….’

 진운은 소공이라 불린 청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살짝 치켜 올라간 눈초리에 여성스러움마저 느껴지는 오똑한 콧날. 그리고 감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의 조화로운 이목구비.

 자신의 젊은 시절과 너무도 닮아 있는 청년의 모습에, 진운은 들고 있던 자루를 떨어뜨렸다.

 후드득!

 자루 안의 벽곡단 몇 알이 밖으로 굴러 나왔다. 하지만 진운은 그저 멍하니 청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조, 종이…….”

 진운이 막 이름을 부르며 청년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이게 무슨 소란이더냐!”

 날카로운 외침이 주위를 뒤흔들었다. 청년의 뒤, 성화각에서 들려오는 음성이었다. 청년이 어깨를 움찔하며 돌아섰다.

 십여 명의 교도들을 이끌고 한 중년의 귀부인이 청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 어머니…….”

 청년이 우물거리며 중년의 귀부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인가, 유모?”

 중년의 귀부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년의 여교도와 청년을 노려보았다.

 익숙한 눈빛, 반해란이었다.

 진운은 다급히 떨어뜨린 자루를 수습하고는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그, 그것이 소공께서…….”

 “또 수업을 빠져나가려 했던 게냐? 너도 이젠 신교의 중책을 맡아야 할 나이가 아니더냐. 언제까지 그럴 셈이냐?”

 반해란의 책망에 청년, 반종인은 고개를 숙인 채 나직이 중얼거렸다.

 “머리가 아파서 잠깐 바람 좀 쐬려고 했던 것뿐이에요, 어머니. 그리고…… 전 교의 중책 따윈 필요 없다니까요.”

 “어허! 또 그 소리냐? 넌 언제 정신을 차리려는 게냐! 쯧쯔…….”

 반해란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며 다시 반종인을 나무랐다. 하지만 반종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저 고개를 살짝 숙일 뿐이었다.

 순간 반종인의 시선이 그의 어머니, 반해란의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젊은 사내에게로 향했다.

 반종인의 나이 또래로 보이는 젊은 사내는 색정적인 요염함이 있는 자였다. 사내를 본 반종인의 얼굴이 더러운 것이라도 본 양 왈칵 일그러졌다.

 하지만 반해란은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자신의 팔에 매달린 사내에게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었다.

 반해란이 다시 반종인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반종인은 일그러진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반해란은 고개를 숙인 반종인을 바라보며 유모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 유의하시게.”

 “며, 명심하겠습니다, 신녀님.”

 “인이 너도 빨리 돌아가거라.”

 반종인에게 짧게 한마디를 던진 반해란이 그대로 돌아서서 성화각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알겠…… 습니다, 어머니.”

 반종인은 멀어져 가는 반해란, 아니, 그녀의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젊은 사내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몇 달 전부터 반해란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니는 사내, 아마도 밤 시중까지 드는 자이리라.

 반종인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더러워…….”

 

 주위에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진운은 천천히 바위 뒤에서 걸어 나왔다.

 자신이 폐관수련을 하는 동안 반종인이 저리도 많이 컸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벌써 십 년이 넘게 흐른 것인가.

 진운은 너무도 빠른 세월의 흐름에 저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반해란 때문에 제대로 반종인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동안의 심화가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았다.

 문득 반해란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전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는 있었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이마와 눈가에 가득한 주름, 그리고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머리칼은 반해란의 지난 세월을 말해 주는 듯했다.

 “당신도 지나는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보구려. 그래서 그리 젊은 사내를 탐하는 것이오?”

 나직이 중얼거린 진운은 식량이 가득 든 자루를 다시 둘러메고는 마종비고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 미련도 남아 있지 않은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

 

 가부좌를 틀고 앉은 진운이 길게 숨을 토해 냈다.

 “후우우…….”

 진운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반해란과 반종인은 스치듯 만난 이후, 진운의 심화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늙고 추하다 해서 자신을 버린 반해란 역시, 지나는 세월을 이기지 못함을 직접 본 탓이었다.

 그녀의 늙어 버린 모습을 보니 그동안 심화를 이기지 못한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단지 아들인 반종인의 모습만이 간혹 아른 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심화가 사라져 가자 정체되었던 진운의 무공이 차츰 발전하기 시작했다.

 오성의 성취에 머물렀던 무공들이 보법과 조법, 그리고 병장기를 사용하는 무공들을 빼고는 거의 칠성에 다다른 것이다.

 하지만 진운은 만족하지 않았다.

 무공을 익히는 것만이 이곳에서 빠르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진운은 자신이 만족하지 않는 한, 다시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다.

 진운은 내공을 끌어 올리며 마령환허보를 극성으로 발휘했다.

 파팟!

 본래 진운이 서 있던 자리에 흐릿한 잔영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미 진운은 사방을 뛰어다니며 양손과 발로 자신이 익힌 모든 무공을 한 번에 풀어냈다.

 쾅! 콰콰쾅! 쿠콰콰―앙!

 사방에 경력이 몰아치고 폭음이 터져 나왔다. 사방에 흙과 돌가루가 튀며 연무장 전체가 크게 진동했다.

 쾅!

 열화진천장이 벽에 부딪치며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빠각!

 마영석천각이 거세게 벽을 후려쳤다.

 쾅! 콰쾅!

 천마진천권(天魔震天拳)의 빠른 주먹이 뇌성을 토해 내며 마구잡이로 벽을 후려쳤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단전이 완전히 텅 비어 버리고 난 후에야 진운은 본래 있던 자리에 내려앉았다.

 터억!

 주위에 먼지가 자욱했지만 아직까지 희미한 잔영이 남아 있었다. 진운은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먼지가 가라앉자 주위는 온통 진운이 뿜어낸 경력에 부서지고 패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진운이 경력을 뿜어내려 멈춘 지점마다 희미한 잔영이 남아 있었다.

 마령환허보의 공능이었다.

 고작 오성의 성취였음에도 눈에 보일 정도의 잔영을 남길 수 있었다.

 만약 그 성취가 극성에 이른다면 고수의 눈도 속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잔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후우…….”

 진운은 지친 한숨을 토해 내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쿵! 쿠쿵!

 서책이 있는 곳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몇 번이나 연이어 들려왔다. 몸을 일으킨 진운이 의아해 하며 천천히 서고(書庫)로 향했다.

 진운이 전력을 다해 날뛴 탓인지 수십 개에 달하는 책장이 모두 쓰러져 있었다.

 “허어……. 이걸 또 언제 다 정리하나.”

 진운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바닥에 흩어진 서책들 사이로 발을 들이밀었다. 먼저 쓰러진 책장들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한쪽 구석의 벽면에 난 약간의 틈에서 미세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뭐지?”

 가까이 다가간 진운이 안력을 집중했다.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이 아니었다. 마치 벽의 안쪽에 야명주가 박혀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안쪽에서 따듯한 공기가 흘러 들어왔다.

 “숨겨진 공간이라도 있는 건가?”

 나직이 중얼거린 진운이 천응팔조(天鷹八爪)의 수법으로 손을 뻗었다.

 콰드득!

 누렇게 변한 진운의 손이 거칠게 벽을 할퀴었다. 세 줄기의 상흔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순식간에 벽을 허물어 버렸다.

 갈라진 돌무더기가 와르르 무너지며, 진운이 간신히 서 있을 만한 작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 너머에서는 옅은 빛이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진운은 짧게 호흡을 토해 내며 통로 안으로 몸을 던졌다.

 통로는 그리 길지 않았다.

 오십 보 남짓 떼어 갈 무렵, 진운은 직경 삼 장 정도 넓이의 공간에 닿을 수 있었다.

 천장에는 붉은 야명주 두 개가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지운은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의 바로 앞에 아주 오래된 낡은 목갑(木匣)이 두 개 놓여 있었다.

 하나는 다섯 자 정도의 길이에 납작한 것이었고, 그 뒤에 있는 것은 한 자 정도 높이에 두 자 정도의 길이를 가진 보통 크기의 것이었다.

 진운은 혹여 무슨 기관장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방으로 기감을 퍼뜨렸다.

 아무것도 감지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진운은 긴장을 풀지 않고 조심스레 앞에 있는 길쭉한 목갑으로 다가갔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목갑의 표면은 시커멓게 썩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았다.

 진운이 목갑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을 때였다.

 우우웅!

 돌연 목갑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더니, 동시에 썩은 표면이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뭐지?”

 놀란 진운이 황급히 손을 떼자 목갑의 떨림이 멎었다.

 진운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목갑으로 손을 뻗었다.

 우우웅!

 다시 목갑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진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목갑을 열었다.

 “……도(刀)?”

 진운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목갑의 안에는 날 부분이 시커멓게 변한 곡도(曲刀)가 들어 있었다. 도병(刀柄)은 청동으로 만들어져 정교한 용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도병의 끝은 용의 꼬리의 형상으로 시작해, 크게 벌린 용의 입에서 날이 솟아나 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 보관된 것인지, 검게 변한 도신(刀身)은 아무런 빛도 뿜어내지 못했다.

 “으음!”

 그런데 진운이 막 검게 변한 도신에 손을 대려 할 때였다. 폐부를 찌르듯 날카로운 예기(銳氣)에, 진운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손을 뗐다.

 모르는 사이 손끝이 찢어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운은 의아한 표정으로 검게 변한 도신을 살펴보았다.

 녹슨 것이 아니었다.

 본래 흑철(黑鐵)로 만들어진 도신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오래되어 녹슨 것처럼 보였지만 빛이 나지 않을 뿐, 엄청난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진운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도병을 움켜쥐었다.

 우우웅!

 기다렸다는 듯 도신이 부르르 떨리며 도명을 발했다.

 아무런 기운도 끌어내지 않고 도를 잡고만 있었건만, 도에서 뻗어 나온 살기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

 진운은 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억누르며 목갑으로 시선을 돌렸다.

 흑도가 놓여 있던 자리 아래에 도갑(刀匣)이 보였다. 도신과 마찬가지로 검은 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도갑을 집어 든 진운이 그 안에 도를 갈무리했다. 순간, 사방으로 뻗어나가던 살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진운은 도가 뿜어낸 살기로 찌릿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도갑을 살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투박한 도갑이었다. 하지만 도병과 맞부딪치는 부분에 작게 양각(陽刻)된 글자가 보였다.

 

 흑살도(黑殺刀)

 

 중원의 옛 문자로 그렇게 쓰여 있었다. 진운은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지으며 도를 허리춤에 갈무리했다.

 “마침 도법을 익힐까 했는데 잘 되었군. 흑살도라…… 이름대로 살기가 강한 것이 맘에 들어.”

 중얼거리며 진운은 뒤에 있는 목갑으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목갑을 열자 십여 권의 낡은 서책이 들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진운은 부서지지 않게 조심스레 서책을 꺼내 들었다. 목갑과 같이 검게 변해가는 서책은 표지에 쓰인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들여다본 끝에 진운은 서책의 제목을 띄엄띄엄 읽어 낼 수 있었다.

 “태극…… 무…… 애심…… 법?!”

 순간 진운의 눈이 크게 치켜떠졌다.

 태극무애심법(太極無涯心法).

 그것은 진운의 사문이었던 무당에서 오래전 실전(失傳)되었다 알려진 최상위 심법이었다.

 태극혜검(太極慧劍)을 깨달기 위한 그 관문과도 같은 것인데, 태극무애심법을 잃은 탓에 무당에선 오랫동안 태극혜검을 익힌 자가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어찌 이런 것이 신교의 마종비고에 있단 말인가.

 진운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진운은 목갑에 들어 있는 다른 서책들을 힐끗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도 모르게 목갑 안으로 손이 갔다.

 또 다른 서책 하나를 집어든 진운은 황급히 표지를 살폈다.

 

 자하신검(紫霞神劍)

 

 표지에 쓰인 서책의 제목을 확인한 진운이 저도 모르게 서책을 떨어뜨렸다.

 수십 년 전 실전된 화산파(華山派) 최고의 검공(劒功)이 마종비고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진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직 목갑 안에 아홉 권의 서책이 남아 있는 까닭이었다. 목갑으로 향하는 진운의 손이 크게 떨렸다.

 이를 악문 진운이 한꺼번에 남은 아홉 권의 서책을 꺼냈다.

 파삭!

 너무 힘을 준 탓인지 서책의 모서리 일부가 바스러졌지만, 다행히도 크게 손상된 서책은 없었다.

 진운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서책의 표지를 확인했다.

 서책의 제목을 모두 확인한 진운은 몸의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

 무음백보신권(無音百步神拳), 청운적하공(靑雲赤霞功) 등, 오대문파에서 실전되었다 알려진 무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천화우(滿天花雨), 창천무애검(蒼天無涯劍) 등 삼대무가의 무공들도 있었다.

 정도무림의 주축인 오대문파와 삼대무가에서 잃어 버린 무공들이 이곳에 있다니……!

 진운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던 진운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열한 권의 서책들을 목갑 안에 조심스레 갈무리했다.

 그러고는 낡은 목갑이 부서지지 않게 최대한 신경을 기울여 들어 올렸다.

 파스스…….

 썩은 목갑의 표면이 바스러졌지만, 다행히도 내부는 무사한 것 같았다. 조심스레 목갑을 든 진운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언젠가 나가게 되면 모두 돌려 주지.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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