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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선(善)의 혁명
작가 : 리츠릿
작품등록일 : 2018.11.2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저주받은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같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각자의 목적, 각자의 길, 흩어졌다 만나는 인연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과 그 진실을 가리고 있던 거짓들.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건들 속에서, 그들은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격일 연재입니다.)

 
붉은 절벽의 도시
작성일 : 18-11-04 19:18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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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짧지 않은 시간동안 대기실에 머물다 나온 승호는 서늘한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그릴랑고에게 쫓겨 오느라 처음 마주하는 리트빈은 화려한 밤거리로 승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과연 코스타인의 대표적 무역도시답게 거리 곳곳에는 횃불이 피워져 대로를 어둡지 않게 밝혀주고 있었고, 귀가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거리는 아직도 북적였다. 저녁 순찰을 돌고 있는 경비대,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주점으로 향하는 사내 무리. 멀리 높은 곳에는 횃불을 얼마나 밝혔는지 입구가 환하게 보이는 신전도 세워져 있었다. 해가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가기 바빴던 가난한 시골마을과는 영 딴판인 모습이었다. 그런 도시의 모습을 마주한 승호는 이제야 리트빈에 도착한 것이 실감나는 기분이었다.

 “겨우 출발선에 서게 됐구나.”

 승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테반스 아저씨가 말한 여관 이름이 분명 소금바위였지?”

 여관을 상징하는 바람개비 그림 간판을 살피던 승호는 곧 소금바위 여관을 찾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입되는 상단과 용병들로 매일같이 북적이는 코스타인 대표 무역도시인지라 여관도 한 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낮이면 또 모를까, 횃불 빛에 의지해야하는 밤인 탓에 여관 간판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혼자서 찾기에는 무리겠구나, 생각한 승호는 마침 좌판을 정리하고 있던 상인에게 다가갔다.

 “소금바위라는 이름의 여관을 찾고 있는데요, 혹시 어딘지 알고 계십니까?”

 상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알고 보니 그도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었다. 인사말과 함께 몸을 돌린 승호는 근처를 지나던 두 남자에게 길을 물었다. 다행히 도시 주민이었는지 방향과 대략적인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묻고 물어 도착한 소금바위 여관은 꽤 큰 규모의 여관이었다. 반듯반듯하게 다듬어진 돌을 쌓아 만든 건물이 횃불 빛을 받아 붉은 자태를 뽐냈다. 바닥도 돌을 깔았는지 입구는 짧은 계단 위에 위치해 있었다. 건물 안에서는 왁자지껄한 손님들 소리가 바깥까지 새어나왔다.

 딸랑, 종소리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널찍한 홀과 시끌시끌한 수다소리, 홀을 가득 채운 음식냄새와 술 냄새가 승호를 맞이했다. 저녁시간이라 테이블 사이로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던 여자 종업원이 밝은 인사로 승호를 반겼다. 앳된 얼굴이 열여섯이나 되었을까 싶은 소녀였다.

 종업원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를 받은 승호는 테이블 사이를 지나 입구 반대편에 있는 카운터로 다가갔다. 카운터에 다다를 때 쯤 여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주방에서 나왔다.

 “어서오세요! 식사하러 오셨어요? 아니면 숙박?”

 시끄러운 홀에서도 귀에 꽂히는 우렁찬 목소리에 기세가 눌린 승호가 어색한 웃음을 살짝 지었다.

 “숙박이요. 꽤 오래 묵을지도 모르겠어요.”

 “하루 숙박은 13알트에요. 일주일 통으로 머무르면 5알트 깎아주고.”

 여주인이 부르는 가격에 승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주일 숙박비가 86알트라니!

 “13알트요? 다른 마을보다 3알트나 비싸잖아요. 테반스 아저씨 소개로 일부러 찾아왔는데.”

 승호의 항의에도 여주인은 눈 하나 꿈쩍 않고 대꾸했다.

 “테반스라는 사람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트빈 같이 유동인구 많은 도시에서 13알트면 싼 편이지! 아침밥 나오지, 건물 깔끔하지, 게다가 지금 시간이면 다른 여관에서 방 구하기 쉽지 않을 걸?”

 여주인의 대꾸에 승호의 눈썹이 움찔했다. 승호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어느 새 반말로 바뀐 그녀의 말투도 말투지만 테반스라는 사람을 모른다는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테반스씨를 모르세요? 세크릴이라는 마을에서 가죽 가공을 하는 사람인데. 리트빈을 거점으로 용병 생활을 하던 시절에 여기가 단골이라고 했었는데요.”

 “글쎄, 모른다니까. 아, 숙박 안할 거면 다른 데 알아봐! 안 그래도 손님 많아 정신없으니까!”

 마지막 기회라는 투의 대답에 승호는 어금니를 악 물었다. 뒤를 슬쩍 돌아보니 종업원이 또 메뉴를 받는지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주인과 대화를 하느라 잠시 멀어졌던 주위의 소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잠깐 고민하던 승호는 결국 품속에서 딜트 은화 한 개를 꺼내 여주인에게 건넸다. 여주인의 태도도, 테반스를 모른다는 상황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미 그는 오랜 여행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여관 홀을 가득 채운 손님들을 보니 다른 여관엔 방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설프게 흥정하다 그냥 돌아갈 놈이겠거니 했던 여주인이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래 머무를지도 모른다기에 불렀던 일주일치 숙박비를 진짜 단번에 꺼낼 줄이야. 여주인은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주일치 숙박비를 제한 거스름을 승호에게 돌려줬다.

 “에밀리아! 손님 방 좀 안내해드려라! 에밀리아가 방 안내를 해드릴 거예요. 열쇠는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고요.”

 다시 말투를 바꾼 여주인은 방위치를 일러주며 열쇠를 넘겨주고는 주방으로 쪼르륵 들어가버렸다. 어느 새 종업원이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에밀리아라고 했던가.

 “아, 저희 여관에서 묵기로 하셨나요? 잠시만요, 안내해 드릴게요.”

 양 손에 그릇을 가득 올린 쟁반을 든 채로 재빠르게 주방으로 들어간 에밀리아가 또 금방 홀로 나와 승호를 안내했다. 능숙하게 배낭을 받아드는 종업원에게 자기도 모르게 배낭을 맡긴 승호는, 앞서가는 에밀리아를 새끼 오리처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깎은 돌을 쌓아 만든 계단을 밟으며 두 층을 올라가자 1층의 소음이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여섯 번째 방 앞까지 승호를 안내한 에밀리아가 승호에게서 열쇠를 받아 문을 열었다.

 방에는 침대 하나, 책상 세트 하나, 옷장 하나, 테이블 하나가 비치되어 있었다. 승호 뒤를 따라 들어온 에밀리아가 배낭을 방 한 편에 놓아두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침 식사는 해가 절벽 위로 보이기 시작할 때 까지는 무료예요. 1층에서 드셔도 되고, 방으로 올려드리기도 하니까 편하신 대로 시켜주세요. 청소는 주로 손님이 외출을 하시면 하는데, 원하지 않으시면 미리 말씀해주시구요. 혹시 더 필요하신 게 있나요?”

 익숙한 듯 여관 이용 수칙을 읊는 종업원에게 승호가 대답했다.

 “아, 아니요. 고마워요.”

 “네, 그럼….”

 안내를 마쳤음에도 나갈 듯 말 듯 머뭇거리는 에밀리아를 보던 승호는 뒤늦게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품에서 1알트를 꺼내 내밀었다. 두 손으로 팁을 받은 에밀리아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쪼르르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이 여주인이 주방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닮아 있었다. 여관집 딸인가? 승호는 이러나저러나 별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며 벨트에 건 롱소드와 등에 맨 기계식 석궁을 벽에 기대 두었다. 침대는 무려 양털로 채워져 있었다. 이 세계로 넘어온 뒤로 짚 침대 외의 것을 써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비싼 방값을 하긴 하는구나. 오랜만에 느끼는 부드러움과 푹신함에 승호는 괜히 한국이 떠올라 머리를 휘휘 저었다.

 “지금은 쓸 데 없는 생각이지.”

 나지막이 중얼거린 승호는 침대에서 일어나 배낭을 열었다. 배낭 안은 흩어진 육포 조각들로 엉망이었다. 그릴랑고를 따돌리기 위해 육포를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던진 결과물이었다. 덕분에 넉넉히 사두었던 육포를 거의 다 써버렸지만, 목숨 값으로 치면 나쁘지 않았다.

 배낭을 뒤집어 내용물을 바닥에 쏟은 승호는 배낭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침반, 붕대, 부싯돌, 노숙용 모포, 숫돌, 물통, 여분 옷 두 벌과 밧줄, 실로 엮어 만든 일기장, 장식 없는 잉크 펜과 잉크통, 그리고 자그마한 금속제 상자. 승호는 금속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소리가 잘 나지 않게 안에 천을 덧댄 상자에는 호메트 금화 두 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원화가치로 따지면 2천만 원가량의 큰 돈. 승호의 비상용 자금이자, 소 목표를 위한 자금이었다. 호메트 금화를 지긋이 보던 승호는, 상자를 다시 닫고 배낭 가장 깊숙한 곳에 넣은 뒤, 일기장과 필기구를 제외한 물건들을 배낭 속에 잘 정리해 넣었다. 육포 조각들은 어차피 당분간 안 먹을 것 같아서 한 곳으로 모아 방구석의 나무통에 버렸다.

 정리를 마친 승호는 일기장과 필기구를 들고 책상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쓴 루드릭 원력 1762년 10월 12일자 페이지를 펼쳐 다음 페이지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762년 10월 15일. 드디어 리트빈에 도착했다. 아버지의 쪽지에 적혀 있던 그 도시. 이제 제대로 된 시작이다. 아버지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를 이 도시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짤막한 일기를 적은 승호는 그대로 일기장을 덮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씻지 않은 몸이 찝찝했지만 오랜 여행의 피로에 더해 그릴랑고에 쫓기느라 소진한 체력까지 덮쳐 몸이 나른하게 가라앉았다.

 ‘정말,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

 다홍색의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떠오르는 생각의 꼬리를 붙잡던 승호는 어느 새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 말
 

 소설 속의 문명은 14~17세기 유럽의 수준이 섞여 있습니다. 너무 미개한 세상으로 표현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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