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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지막 축제
작가 : 럼럼
작품등록일 : 2018.11.2

귀신을 보는 유란과 귀신들의 왕

'…나는 당신의 것을 가볍게 손에 쥐었으나 당신이 내게 준 것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당신의 것들은 어느 하나 가벼운 게 없었다. 하나같이 무거웠다. 무겁다 못해 넘쳐났다. 넘치다 못해 흘러내렸다.'

 
3화
작성일 : 18-11-04 18:25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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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닫혀있던 유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그녀가 내보인 행동은 코를 틀어막는 것이었다.

 

 온몸에 콧구멍이 달려있는 듯 사방에서 귀신 냄새가 흘러들어 감각기관을 자극하고 있었다. 손가락을 인중에 갖다 댄 그녀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뭐야. 여기 어디야.'

 

 상황 파악을 하고 싶었으나 떠오르는 것도 알고 있는 것도 없었다. 머릿속을 파헤치던 찰나 쓰러지기 전 저를 향해 달려왔던 놈들의 기이한 면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난다.

 

 어어…. 유란이 멍청한 얼굴로 입을 떡 벌렸다. 그럼 내가 놈들에게 잡아먹힌 것인가.

 

 아니다. 이렇게 살아서 눈을 깜빡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꿈인가. 유란이 팔을 들어 볼을 꼬집었다.

 

 “아!”

 

 뺨을 비트는 고통이 생생히 느껴지는 게 꿈은 아니었다. 그럼 뭐란 말이지. 유란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가운데서 맞물려있던 방문이 양쪽으로 열린다.

 

 “어머, 아가씨 일어나셨네요.”

 

 낯선 여자가 다시 방문을 닫으며 걸어들어온다.

 

 유란은 괜스레 입을 삐죽였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이 징그러운 귀신 놈들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사람을 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조난당했다가 구해지면 이런 기분일까.

 

 "근데 누구세요?"

 

 여자를 향해 묻던 유란의 시선이 저 멀리 닫혀있는 문틈으로 향해 있었다. 맞물린 나무 사이로 계속해서 귀신 냄새가 꾸역꾸역 비집어들고 있었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다.

 

 “먼저 마음 놓으세요. 여기에는 인계의 귀들처럼 아가씨를 막 해칠 수 있는 귀가 없으니까요.”

 

 "네?"

 

 “아가씨, 저는 손님 아가씨를 모시게 된 시종 소하리입니다.”

 

 여자가 허리를 굽히며 저를 소개한다. 꽤나 깍듯한 인사였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죠? 제가 왜 여기 와있는 거죠? 어쩌다가요? 이게 다 무슨 상황이에요?”

 

 와다다다, 뚫린 입으로 많은 생각들이 쏟아졌다.

 

 "아가씨, 하나하나 물으세요. 다 대답을 해 드릴 것입니다."

 

 나긋나긋한 어투였다. 날이 바짝 서 있던 유란의 것과는 달랐다.

 

 "이곳이 어딘지부터 알려주세요."

 

 유란이 넓은 방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벽의 곳곳에 붙어있던 등, 침대의 머리맡에 걸려있던 커다란 액자 속에는 먹으로 그린 듯한 그림이 걸려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거울이 아주 큰 화장대부터 빈틈 없이 놓아진 가구들이 옛것의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하계의 동쪽 성입니다.”

 

 “네?”

 

 어디라고? 뭔 계? 유란은 얼굴을 굳히며 다시 한 번 되물었다.

 

 “하계요?”

 

 “네. 하계는 귀신들이 사는, 귀들의 땅입니다.”

 

 “…….”

 

 멍하니 있던 유란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계, 귀들의 땅…. 소하리가 내뱉던 맑은 음성이 돌림노래처럼 반복해서 들려왔다.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

 

 “장난이라뇨, 절대 아닙니다.”

 

 …왜? 왜 장난이 아닌 건데? 유란은 천천히 소하리를 훑었다.

 

 "그럼 그쪽도 귀신이에요?"

 

 "네."

 

 “……진짜예요?”

 

 “정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믿어요.”

 

 "못 믿을 것도 없지 않나요?"

 

 "당신은 사람이, 아니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잖아요."

 

 유란은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자꾸만 현실을 부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살던 곳에서 보아왔던 귀신들은 모두 신체 중 어딘가가 없거나 괴이한 형상으로 가지고 있던 놈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여자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길거리를 오며 가며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정말 평범한 사람 모습 말이다. 복장이 특이하긴 했지만.

 

 "하계의 귀들은 모두가 사람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인계의 귀들과는 달라요."

 

 "……."

 

 “제가 아가씨께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만 아직도 못 믿으시겠다면야, 뭐….”

 

 하던 말을 멈추고, 소하리는 유란을 보며 한 쪽 눈을 찡그렸다. 말로 설득하지 못하는 것에는 행동만큼이나 좋은 게 없었다. 소하리가 유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지금부터 제가 뭘 보여드릴 건데 이건 아가씨랑 저, 둘만의 비밀이에요. 약속해 주세요."

 

 뭘 보여줘?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간절해 보이는 소하리의 표정에 의해 유란은 일단 고개를 주억였다.

 

 승낙과 동시에 소하리가 두 주먹을 앞으로 불끈 쥐며 온몸에 힘을 실어 넣는 듯 몸을 부르르 털기 시작한다.

 

 "뭐 하세요…."

 

 잠깐만요오……. 유란의 말을 막아서던 소하리의 등에 순간 조그마한 날개 한 쌍이 피어오른다.

 

 ……네? 날개요? 여기서요? 유란은 멍청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돋아났다가 녹아내리 듯 다시 사라지고 있는 저 날개를 보자니 특수분장이나 뭐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유란이 상황 파악이 끝난 듯 빠르게 얼굴을 굳혔다.

 

 “제가 왜 이딴 곳에 있는 거죠?”

 

 하다 하다 이제 귀신의 땅에까지 오게 된 현실이 야속했다.

 

 “동왕님의 명을 받아 그분의 신수가 아가씨를 이곳으로 데려왔습니다.”

 

 “신수가 뭔데요.”

 

 “왕께서 부리시는 커다란 짐승이지요.”

 

 소하리가 늘어놓는 말들은 모두 상식 밖의 것들이었다. 말을 들으며 동시에 곱씹어도 보았지만 이해가 불가능했다. 과부하가 걸린 머리통이 통째로 지끈거렸다. 유란이 눈썹을 대각선으로 세우며 생각을 이었다. 동왕은 또 뭐야. 자기가 뭔데 날 여기로 데려와?

 

 "자꾸 왕왕하시는데요, 그게 누구예요?"

 

 "지금 계신 이 성의 주인이십니다."

 

 유란은 당장이라도 육하원칙이 적힌 종이 따위를 소하리의 손에 쥐여주고 싶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지금의 유란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놈 어디 있어요. 데려와요."

 

 "그놈이라니요?"

 

 "왕이라는 놈이요. 그놈 데려오라고요."

 

 “네?”

 

 무턱대고 이곳에 끌려온 마당에 좋은 말이 튀어나올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귀신들의 땅에, 그토록 혐오하던 귀신과 버젓이 마주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 짜증 나는 일이 있을까.

 

 소하리가 곤란한 듯 눈알을 굴렸지만 유란은 막무가내였다.

 

 “아님 날 그놈 앞에 데려다 놓던가.”

 

 “손님 아가씨, 놈이라니요. 감히 왕을 두고, 굉장히 무례한 언사입니다.”

 

 방금까지 손을 모으며 꽤나 공손한 태도를 고집할 때는 언제고, 놈 소리 한 번에 금세 발끈해서 눈을 흘긴다. 누가 자기들 왕 아니랄까 봐. 소하리에 맞서 유란도 눈을 까뒤집었다. 그렇게 보면 뭐, 어쩔 건데.

 

 “당신들한테나 감히 왕이고요. 나한테는 그쪽이나 그놈이나 똑같이 한낱 귀신일 뿐인데요?”

 

 “그전에 먼저 몸 정돈부터 하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모습이 엉망이신지라, 왕께는 그 후에 데려다 드릴게요.”

 

 “…….”

 

 “목욕물을 받아놓았으니 바로 가시면 됩니다.”

 

 당장 놈을 만나게 해달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유란이 벌떡 일어나 돌진하는 탱크처럼 저돌적으로 방문을 향해 다가갔다.

 

 지금 그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장 놈을 만나 저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를 묻고 싶었다.

 

 “안내해요. 데려오는 것이 안 되면 내 발로 직접 찾아갈 테니까.”

 

 그리 말하며 중앙에서 맞물려있던 미닫이문을 양쪽으로 세게 벌렸다. 탁! 탁! 틈에 부딪힌 나무 문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서둘러 밖으로 나온 유란은 잠깐 동안 멈칫하며 섰다.

 

 '…이게 다 뭐야?'

 

 눈앞에 번진 화려한 색들의 향연에 넋이 나갔기 때문이다. 어스름한 밤하늘 아래로 색색의 수국들이 빼곡히 심어져있었다. 사이로 흐르던 커다란 호숫물 위로 많은 양의 등불이 반사되었다.

 

 입을 벌린 채 눈에 담기는 모든 것들을 훑어보기를 잠깐, 밖으로 나온 소하리를 따라 유란 또한 발을 옮긴다.

 

 복도에는 벽이 없었다. 대신 나무로 된 울타리가 길게 세워져 있었으며, 덕분에 걷는 동안 한없이 넓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 크기가 유란의 집에 딸려있던 마당을 수십 개나 합쳐야 할 정도로 커서,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소하리의 뒤통수로 눈을 돌렸다. 귀신 놈 주제에 왕이라고 꽤 좋은 꼴을 하고 사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귀신들의 왕이라는 말도 웃겼다. 귀신이면 귀신이지, 왕은 무슨.

 

 코너를 두 번 돌았을 때야 소하리의 걸음이 멈추었다.

 

 여기까지 오며 보았던 많은 방들과 크기부터 압도적으로 다른 커다란 문 앞, 소하리가 그곳을 지키고 있던 하설에게 다가갔다.

 

 "아가씨가 동왕님을 만나게 해달라 청합니다."

 

 "불가능하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 셨으니 잠시 후에 오거라."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아가씨께서 워낙 막무가내로 나오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기다려 보아라. 내 아뢸 테니."

 

 들려오는 것은 긍정이었지만 소하리는 가슴을 졸이며 유란에게 향했다. 멋대로 아가씨를 이곳까지 데려온 벌을 받는 것은 아닐까, 왕께서 노하시는 것은 아닐까 여러 생각이 든다.

 

 "아뢰겠답니다. 그러니 잠깐만 기다려주…”

 

 세요. 유란은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문을 열어젖혔다. 소하리가 기함하며 입을 틀어막았지만 걸음을 재촉했다. 저를 이곳으로 막 데려온 놈에게 예의를 차리기는 물론 공손을 떨어댈 이유도 없었다.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내내 시야가 막혔다. 방안에 부유하고 있던 연기들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꽃향기와 비슷한 냄새가 코를 치고 올라왔다. 유란이 팔을 들어 연기를 쫓았다.

 

 손부채질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드디어 연기 속으로 사람의 인영이 보인다.

 

 유란은 하고 있던 행동 그대로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자 완전히 얼굴이 드러난다.

 

 "……."

 

 호기롭게 다가간 것치고 유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것이 맞겠다.

 

 당장이라도 저를 왜 이곳으로 데려온 거냐며 따지려고 했다. 그런데 남자를 보는 순간 정수리부터 강하게 눌러오는 위압감에 말문이 막히고 다리가 벌벌 떨리는 것이다.

 

 허, 유란이 힘겹게 숨을 토해냈다.

 

 이제껏 살아오며 많은 귀신들을 목격했다. 개중에는 머리가 없는 놈도 있었고 몸뚱이가 없는 놈들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어째서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렇게나 몸이 굳는 것인지.

 

 유란은 떨리던 주먹을 진정시키기 위해 팔에 힘을 실어 그러쥐었다.

 

 아, 너무…

 

 "……"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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