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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영안사: 영혼을 보는 남자
작가 : 신혜선
작품등록일 : 2018.11.1
영안사: 영혼을 보는 남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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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후 2시간, 망자와의 만남이 열린다.
영안사 차산웅이 영혼이 된 피해자들을 만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카카오페이지/네이버시리즈/원스토어북스 연재중

 
2화. 저주도 아까운 인간 (2)
작성일 : 18-11-04 16:01     조회 : 296     추천 : 2     분량 : 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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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웅만이 수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지금 바로 와주셔야겠습니다. 현대아파트 101동 903호입니다.”

 

 산웅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수경을 쳐다봤다. 그녀가 베란다를 향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예사롭지 않은 일이었다.

 

 하얀 연기들이 바람을 맞은 촛불처럼 일렁였다.

 몇몇 연기들은 베란다를 향해 날을 세웠다.

 

 산웅도 베란다로 시선을 돌렸다. 베란다 창문에서 고집스럽게 생긴 할머니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너 뭐야?”

 

 노인이 소리를 질렀지만 산웅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영혼의 반응을 기다렸다.

 

 일렁이던 연기가 거칠게 부엌을 감싸더니 거대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영혼이 말을 꺼내려는 신호였다.

 

 ‘늙었으면 곱게 늙어야지! 평생 감옥에서 썩을 아들 뒤치다꺼리하면서 살아라!’

 

 산웅은 영혼이 모든 분노를 표출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더니 되물었다.

 

 “그 정도로 되겠어요? 더 센말을 하시는 편이 속이 풀리지 않을까요?”

 

 하얀 연기는 고민을 하는지 움직임이 잠시 잦아들었다. 평생 심한 말이라곤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영혼의 기운에서도 느껴졌다.

 

 “저도 욕엔 소질이 없지만….”

 

 심사숙고하던 산웅은 노인의 눈을 보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인생에 불만만 가득한 인간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이마랑 코만 남아있어 생기는 사라지고 힘줄만 발끈 움직이는 끔찍한 얼굴이 되어버리더군요. 당신처럼.”

 “이 위아래도 없는….”

 “망자의 말을 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요.”

 

 산웅은 노인의 말을 끊고 목소리를 키웠다.

 

 “늙은 건 유세가 아닙니다. 특히나 감옥에서 삶을 마감하게 됐을 때는 더욱이요. 살인에 시체 유기, 상습적 폭행, 죽이려고 예고까지 한 걸보면 당신의 아들은 평생 감옥에서 썩을 겁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합의금으로 줘도 모자라겠네요.

 그에 비해 당신은 5년 형 정도를 받겠군요. 감방에서 나오면 다른 못된 노인들처럼 화병을 참지 못해 앓아눕겠죠.

 투병 중에 당신을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살인마가 된 아들은 감옥에서 하루하루를 버틸 것이고, 핏줄이 아니고서야 돈 한 푼 없는 전과자 늙은이를 누가 돌봐줄까요?

 당신은 똥오줌을 가리지 못해 정화조와 같은 이불 속에서 세월이 흐르기를 손꼽으며 삶을 연명할 겁니다.

 저에겐 당신의 흘러나온 영혼이 비치는데, 감사하게도, 오래 사시겠네요. 절대로 찾아오지 않는 죽음을 평생 염원하면서 사십시오. 정작 죽음이 찾아올 땐 누구보다 두려움에 고통받을 테니, 당신보다 딱한 사람이 없겠군요.”

 

 옆에서 듣고 있던 수경이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이으실 말이 있으신가요?”

 

 산웅이 영혼을 향해 친절하게 질문했다.

 

 ‘너도 언젠가 아들한테 맞아 죽어라! 그렇게 될 때까지 매일 내가 찾아와서 괴롭힐 거다!’

 

 산웅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욕을 섞어 노인에게 전달했다.

 

 “남편분에게도 한 말씀하시겠어요?”

 

 이번에 영혼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주도 아까운 인간이 있는 법이죠.”

 

 산웅은 수경의 의사를 존중했다. 뒷짐을 지고 서서 영혼의 다음 지시사항을 기다렸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산웅이 미간을 찌푸리고 거실로 날아가고 있는 수경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다시 봐도 이상했다.

 영혼이 움직일 때마다 연기가 차츰 옅어지고 있었다.

 

 산웅이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아까 수경의 진술에 따르면 와인병으로 맞아 쓰러진 것이 자정이 조금 지났을 때다. 아직 2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영혼이 소멸되는 중이다.

 

 아파트에 에어컨이 과하게 틀어져있는 걸 봐선 낮은 온도 때문에 시강 속도가 빨라진 듯했다.

 연기가 이 정도로 희미해졌다면 사체가 거의 굳었다는 뜻이다.

 시간이 없었다.

 

 “수경 씨 더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희 엄마한테 전해주세요. 엄마가 오시면 미안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그것만 전해주세요.’

 

 수경은 그 말을 남기고 허공으로 흩어져 갔다.

 

 “여기 계실 때 사과하세요. 뉘우치시라고요. 당신의 죄를 말입니다!”

 

 산웅은 거실에 주저 앉아있는 김씨를 향해 달렸다.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김씨를 다그쳤다.

 

 하지만 김씨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수경은 파편처럼 사방으로 사라졌다.

 엮인 끈이 풀리며 형체가 희미해지더니, 조각조각 떨어져 공기 중으로 스며들어갔다. 비도 뿌리지 못하고 사라진 구름처럼 그렇게 수경이 이승을 떠났다.

 

 모든 것을 지켜본 산웅은 마실 수 없는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인 기분이었다.

 허무했다.

 이런 공허함은 영혼을 달래고 마지막 길을 정리하는 영안사가 가져야 할 지독한 숙명이기도 했다.

 

 산웅은 이제는 정말 허공이 되어버린 거실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숙여 영혼의 다음 생을 빌어주었다.

 

 

 “너 이대로 경찰에 신고할 거니?”

 

 정적을 깬 것은 노인이었다. 염치도 없는지 거실 한복판에 서서 삿대질을 했다.

 

 “…….”

 

 산웅은 대꾸 없이 묵념을 이어나갔다.

 

 “너 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야 해!”

 

 노인이 화장실을 가리켰다. 이제는 완전히 망자가 된 수경의 시체가 누워있는 장소였다.

 

 “…….”

 “괜히 내 아들이 저 년을 죽인 게 아니야! 여우같이 어찌나 악독한지….”

 

 산웅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노인은 그것이 동의의 표현이라고 알아들었는지 목소리를 키웠다.

 

 “옳지! 쟤가 내 아들이 벌어오는 돈을 전부 탕진하고….”

 “생각보다.”

 

 산웅은 노인의 말을 끊으며 되뇌었다.

 

 “말은 진실을 담아주지 못합니다.”

 “그게 무슨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중요한 건 당신의 행동이지요.”

 

 산웅은 노인에게 다가가 삿대질하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강한 어조로 외쳤다.

 

 “당신의 아들은 살인을 했고, 당신은 살인마를 감싸고 있습니다. 오직 그것만이 진실입니다.”

 

 영안사라는 직업이 그러했다. 영혼들은 수없이 말을 했고, 사람들도 수많은 말을 했다. 떠도는 말들 사이에 진실을 가려내야 했다.

 

 감정에 휘둘려 한쪽 말을 따르면 안 되었다. 정확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선 말보다는 확실한 행동이 중요했다.

 누가 어떤 말을 하던지, 시어머니와 남편이 살인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너……!”

 

 노인은 제 분을 못 이기고 손을 덜덜 떨었다.

 

 “…….”

 

 산웅은 그런 노인을 무시하고 묵념을 마무리했다.

 

 그 사이 쭈그려 앉아있던 김씨가 수상하게 꿈틀거렸다. 김씨가 슬그머니 거실장에 놓인 꽃병을 손에 쥐었다.

 

 “그래. 쟤도 죽이면 모르는 거잖아.”

 

 노인이 속삭였다. 산웅이 아직 눈을 뜨지 않았을 때였다.

 김씨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산웅을 향해 서서히 기어 왔다. 무릎에 와인병 조각들이 쓸렸으나 개의치 않은지 멈추지 않았다.

 김씨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가 잘그락거리지 않게 주의하며 발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러다 화르르.

 

 갑자기 산웅의 귀에 연기가 타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니, 김씨가 당황한 얼굴로 꽃병을 쥐고 서있었다. 천만다행으로 김씨의 악행을 먼저 발견한 것이다.

 

 산웅을 구한 화르르 소리의 정체는 바로, 김씨의 새어 나온 영혼이었다.

 강한 감정을 내뿜는 사람들은 그처럼 영혼이 흘러나왔다.

 

 김씨의 몸 주위로 작은 불꽃들이 일렁였다. 타오르는 열기의 색깔은 검보랏빛.

 보랏빛은 분노, 거기에 검은빛이 섞여있다면 극심한 분노.

 지금 김씨의 영혼이 살의를 품고 있다는 뜻이었다.

 

 산웅은 우선 침착하게 상황부터 살폈다.

 김씨도 눈치를 보며 침만 꼴깍 삼켰다.

 그렇게 둘은 거실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했다.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먼저 발을 뗀 건 산웅이었다. 산웅이 재빨리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김씨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거실에 흩뿌려진 유리 조각들을 밟으며, 아픔을 참으며 점점 거리를 좁혔다.

 그에게서 오직 영안사를 처리해야 한다는 일념이 느껴졌다.

 

 산웅은 필사적으로 현관문을 향해 뛰었다. 먼저 문고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왼쪽에선 김씨가 쫓아왔다.

 오른쪽에선 노인도 걸어왔다. 노인 주위엔 시커먼 색의 영혼이 일렁였다. 더욱 강한 악의였다.

 

 “어디 가, 이놈아!”

 “더 이상 후회할 짓 하지 마십시오.”

 

 산웅은 문고리를 돌리고, 혼자 밖으로 뛰쳐나왔다.

 

 서둘러 문을 닫았다. 온몸으로 현관문을 눌러 막으며 아파트 복도를 살폈다. 옆집 현관 앞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산웅은 잽싸게 자전거를 가져다가 문 앞에 직각으로 세워 틀어막았다.

 

 다행히도 김씨가 문을 완전히 열기 전에 자전거를 앞에 끼울 수 있었다. 현관문은 사람이 나올 수 없을만한 틈만 열리게 됐다.

 

 “어쨌거나 저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자수할 기회를 드렸습니다.”

 

 산웅이 문틈 사이로 보이는 김씨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옆집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다.

 

 “영안사입니다. 경찰을 불러주세요.”

 

 산웅은 범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문 앞을 지키며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문틈 사이로 뭐가 그리 억울한지 악을 쓰는 노인을 지켜보면서 말이다.

 

 

 ***

 강력수사 1팀 오 형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산웅이 제일 먼저 한 일은 핸드폰을 찾는 것이었다.

 산웅은 부엌에 놓아둔 수경의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는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남긴 마지막 말을 전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감사하다는 짧은 인사말도 들려왔다.

 전하지 못한 말을 전해주는 것,

 그것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사람들을 위로하는 영안사의 일이었다.

 

 “영안사님 막 쳐들어오시면 어떡해요? 룰이라는 게 있는데.”

 

 순경 한 명이 산웅을 보고 투덜거렸다.

 

 “어쨌거나 사건 해결을 했잖아요.”

 

 산웅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해진 매뉴얼 대로 움직일 수도 있었다. 영혼을 발견하면 신고를 하고, 경찰이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현장으로 들어가는 식이다.

 

 그러나 정해진 과정을 따랐다면 절대 망자의 한을 풀어줄 수 없었을 것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영혼과의 대화 시간은 항상 촉박했다. 특히 오늘은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밖에 없었다.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기다렸다면, 피해자의 한을 모자에게 전달할 기회는 날아갔을 것이다.

 

 “위험하다니까요. 그러다 큰일 한번 당하셔야 정신 차리지.”

 “걱정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그건 모르는 거예요. 앞으로는 신고부터 하고 밖에서 기다리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오 형사가 순경을 말렸다.

 

 “영안사님께 너무 그러지 마.”

 

 오 형사는 자상한 얼굴로 산웅을 바라봤다.

 빤히, 계속해서 바라봤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산웅의 허리였다.

 정확히 말하면 허리벨트에 매달린 카메라였다.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사망한 피해자의 진술만큼 강력한 증거품은 없다. 죽은 사람이 범인을 직접 짚어내는데, 이보다 확실한 게 어디 있겠는가?

 

 영안사가 등장하고 살인 사건의 수사가 한층 쉬워진 이유가 있었다.

 영혼이 카메라에 찍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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