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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틸던
작가 : Indignation
작품등록일 : 2018.11.4

동이 트기 전까지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미스터리 sf)

 
2. 아첨꾼
작성일 : 18-11-04 12:19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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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수업이 끝나자마자 케인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아 몸이 삐걱거렸다. 그래도 저곳에 더 있는 것보단 이편이 훨씬 나았다. 오늘 역시 평소랑 다를 게 없었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수업을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한동안 아무 일 없다는 듯 복도를 걷던 케인은 숙소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불현듯 주변을 살폈다.

 

  “뭘 그렇게 살금살금 하고 있어?”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케인은 움찔하며 뒤를 돌았다. 크림색 단발머리에 항상 이마가 세모꼴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 사라였다.

 

  “짜증나게 굴지마. 또 뭔가 꾸미고 있지?”

 

  생트집이었지만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신경 꺼.”

 

  무심히 뱉었지만 사라는 말을 멈추고 노려보기 시작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차피 남자가 남자숙소에 들어간다는데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문고리를 붙잡는데 사라가 입을 열었다.

 

  “지금 뭘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또 네 제멋대로에 페리가 피해를 받으면...”

 

  케인은 말없이 마주 쳐다봤다. 곧 그녀는 시선을 돌리고 그 곁을 지나쳐갔다.

 

  “진짜 죽여 버릴거야.”

 

  사라가 사라진 뒤에도 케인은 잠잠히 문 앞에 서있었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문고리를 잡았지만 돌리지 못했다. 복도의 고요함이 이처럼 고통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결국 포기하고 다음 수업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 안에서 누군가 튀어나오면서 등 돌린 케인을 그대로 밀어버렸다. 등에 육중한 타격을 느낀 케인은 별 수 없이 고꾸라졌다. 아픈 코를 부여잡고 일어나는데 뒤에서 누군가 황급히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다. 통통한 몸에 검갈색 머리카락...

 

  몸을 털고 일어나며 케인은 알 수 없는 호기심을 느꼈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어느새 온 페리가 다가와 물었다. 그제야 이곳에 너무 오래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케인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혼잣말하듯 대답했다.

 

  “아냐. 그냥 뭘 좀 찾고 있었어.”

 

  “뭘?”

 

  페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관심을 가질 만한 물건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정말 별 거 아냐. 생각나서 와봤는데, 더 재밌는 걸 찾았어.”

 

  “야, 뭔데? 그냥 가는 거야?”

 

  케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렸다. 페리가 쫓아오며 계속 물어봤지만 끝까지 명쾌한 답은 얻을 수 없었다.

 

  케인은 벽지가 떨어지기 시작한 교실문 앞에 멈춰 섰다. 페리는 심통난 얼굴ㄹ로 먼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봤다. 원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기다릴 이유 없이 곧바로 안으로 들어간 케인은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어있는 책상이 많았기 때문에 어디에 앉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페리가 살짝 뒤를 돌아본 것 말고는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왼쪽 중간에 앉아 있었고 토트는 오른쪽 중간에 있었다. 누구도 앞쪽에는 앉지 않는 모습에 실소가 새어나왔다.

 

  시계를 보니 이미 수업시간 중 10분이 지나있었다. 가운데가 앙상한 교탁에 서서 강의를 해야 할 원장은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았다.

 

  ‘잠이라도 자나?’

 

  샤크라가 한 번 잠에 들면 잘 깨지 않는다는 것은 이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교실에 있는 누구도 샤크라가 무엇 때문에 늦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관심이 없다는 게 가장 클 테지만 함부로 말했다가 들키면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하나밖에 없는 교실문이 열리더니 코비가 통통거리며 들어왔다. 순간 아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시선들은 금방 사라졌지만 케인만은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분명 그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자신에 차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걸어왔기 때문일까. 도대체 무슨 자신감을 얻은 거지?

 

  “워, 원장님이 오늘은 수업 쉬신대.”

 

  “그럼 뭐하라고?”

 

  페리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사라가 책상을 손톱으로 두드리며 물었다. 뒤에서는 어깨까지 오는 크림색 머릿결로 그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네, 네가 생각할 문제지. 물론 규칙을 어긴다면 벌을 받을 거야.”

 

  “지금 장난해?”

 

  제멋대로인 답변에 사라가 짜증을 냈다.

 

  케인은 코비의 반응을 지켜봤다. 그는 얼굴을 미묘하게 일그러뜨리니 손으로 교탁을 세게 내리쳤다. 큰 소리가 나자 모든 아이들의 몸이 들썩였다.

 

  “미쳤어?”

 

  깜짝 놀란 사라가 소리쳤다.

 

  “입 닥쳐! 그 이상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너희 셋은 날 따라와.”

 

  토트 쪽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케인은 코비가 말을 더듬지 않는 걸 처음 본 것 같았다. 큰 소리를 내는 것도. 다른 아이들도 그랬는지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왜 너를 따라가야 돼?”

 

  정신을 차린 토트가 붉은 얼굴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자기보다 약한 놈이 명령을 내리고 있단 걸 깨달은 것이다.

 

  코비는 일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토트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서야 그는 처량하게 떨리는 입술을 여는 데 성공했다.

 

  “너, 너희가 어제 한 짓에 대해 원장님이 할 말이 있으시데. 그러니까... 원장님의 명령이야.”

 

  “뭐..?”

 

  토트가 당황했는지 엉거주춤하게 선 채로 옆을 쳐다봤다. 그레고리와 데이비드도 설마 하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겨우 상황을 파악했다. 그들 사이에는 밀고자가 없었다. 게다가 케인의 볼은 아직도 피멍이 빠지지 않아 벌겋게 부어있었다.

 

  “너 설마”

 

  “빨리 따라와. 원장님은 기다리시는 걸 싫어해.”

 

  그들의 절망에 젖은 얼굴을 보며 코비가 말했다.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한 쪽으로 올라가있는 게 보였다. 케인은 방금 전 일이 떠올랐다. 잠시 후, 코비를 따라 셋은 교실을 나갔다.

 

  교실에 남은 아이들은 뭐라 말하기 힘든 침묵에 휩싸였다. 사라는 손톱을 깨물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고 페리는 아직도 친구를 달래고 있었다.

 

  닫혀버린 문을 보며 케인은 앞으로 달라질 것들을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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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 18-11-04 20:48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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