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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 인생 가장 빛나던 그 순간
작가 : Jaxon
작품등록일 : 2016.9.10

"<급구, 일단 클릭> 인생에 다시는 없을 최고의 아르바이트입니다."
군에서 제대한 철우는 인터넷 아르바이트 공고문을 통해 위와 같은 글을 보고 면접을 보러 간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담소인지 개인작업실인지 모를 그 장소에서 철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흰 백발 머리의 할아버지에게 현재와 다른시간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것을 보게 된다.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 되어 있는 이 신기한 장소에서 철우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 인생 가장 빛나던 그 순간 ep 1-4
작성일 : 16-09-14 23:19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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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진짜 저 정도 되는 사람이었나?”

 철우는 노숙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턱을 손으로 문대며 아까 처음 그를 보았을 때 풍긴 냄새와 이미지를 떠올린다.

 “김대표님은 정말 혈기가 넘치는 분이셨군요.”

 “그 때는.... 그저 사람의 마음을 갈아먹는 존재였죠.”

 ‘그런가요?’라는 말소리와 함께 선생님이 웃는다.

 “그래도 남들은 모르는 김대표님의 지난 일을 이렇게 듣게 되니 그저 영광일 뿐입니다.”

 철우는 선생님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저건 심한 거 아닌가?”

 코웃음 소리가 들리고 김대표가 다시 말을 잇는다.

 “그리고 그 인터뷰 있던 날이 제 존재의 마지막을 알리는 날이었습니다.”

 “그 날이 바로 당시에 오래 이슈가 된 사건이 있던 날이군요.”

 노숙자가 아닌 김대표의 시간으로 다시 거슬러 올아 간다.

 “저 그럼 마지막으로 대표님 한 가지만 더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예 당연히 괜찮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대표님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음,.....참 알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요즘 사회문제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여기자가 그 말에 동의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빈부격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저희 구상기업과 같은 시스템으로 학벌위주의 직원채용이 아닌 능력위주의 직원채용의 기회도 같이 제공한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몇 년 후에는 중산층이 많아져 어느 정도 빈부격차가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모든 대한민국 기업 시스템이 이렇게 흘러간다는 전제하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예.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이상 우리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10인의 기업인에 속해있는 김철진 대표님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촬영 담당하는 사람들이 일제히 외친다.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귀한 말씀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하 별 말씀을요.”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여기자가 세트장 밖으로 급히 달려 나간다. 잠시 뒤에 손에 책을 한 권 쥐고 다시 세트장에 앉아 있는 김대표에게 온다.

 “혹시 괜찮으시면 이 책에 사인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실수를 통해 삶의 진수를 배워라.’ 라는 책의 제목과 함께 김대표가 웃고 있는 책을 겉표지가 보이게 김대표에게 건넨다. 그 책을 본 김대표가 그 책의 얼굴을 하며 웃는다.

 “어려울 게 있겠습니까?”

 여기자가 주는 펜을 받아 책의 첫 페이지에 자신의 사인을 해주고 책을 건네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삶에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과연 1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봐주셨다니 오히려 제가 감사할 뿐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저를 통해서 한 사람의 생각의 변화를 이끌었다면 저는 그것으로 책을 쓴 목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목적이 이루어진 것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대표가 여기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그 장면을 본 주변의 촬영감독 및 스텝들이 일제히 칭찬을 아끼지 않는 속닥거림이 들려오자 김대표가 피식 웃는다.

 늦은 밤, 술에 잔득 취한 김대표의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인다. 오늘 김대표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자신의 집을 향해 가고 있다. 어이!, 하고 김대표가 박대리를 부른다.

 “예 대표님.”

 “우리 박기사가 고생이 많아. 나이도 나보다 몇 살은 더 많은데 말이야.”

 딸국, 소리와 함께 고개를 앞뒤로 살짝살짝 흔든다.

 “박기사 자네 아까 전에 말이야 그 내가 있잖아 내가 인터뷰 할 때 말이야 내가 마지막에 그 여자한테 한 말 기억나?”

 양주 냄새를 진하게 풍기며 혀가 꼬인 상태로 박기사에게 물어보니 기억이 난다고 박기사가 대답을 한다.

 “박기사는 어떻게 생각해? 그게 가능할 것 같아? 하하하하.”

 김대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악역이 내는 큰 웃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앞뒤로 흔든다.

 “어차피 이 대한민국 사회는 나에게 돈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세상이야. 바로 나 같은 사람에게 말이야. 사람들이 모르는 게 하나있어 내가 특별히 박기사 자네에게 알려줄게. 이 좁아터진 대한민국 땅에 그토록 중소기업들은 많은데 왜 대기업들은 사람들이 특별히 대기업으로 구분 하는지 알아? 박기사 자네 알아?”

 박기사가 백미러로 김대표를 보며 모르겠다고 하자 김대표는 반쯤 풀린 눈으로 한쪽 입술을 올려 피식 웃는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렇게 모르니까 자네가 이렇게 운전이나 하고 있는 거야. 머리를 사용하는 법을 모르니 말이야. 회사의 자산? 규모? 기타 등등의 것들로 대기업을 구분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건 바로 대기업을 이끄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99.9%의 일반 사람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큰 그릇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런 몇 안 되는 자들이 이끄는 기업이 대기업으로 구분이 될 수밖에 없는 거란 말이야. 바로 나처럼 말이야.”

 박기사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운전대를 꽉 잡은 채 운전을 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그릇 자체가 이미 다른데 어떻게 빈부격차가 해소될 수 있는지 나에게 질문을 할 수 있지? 감히 버르장머리 없이 말이야. 자신의 그릇을 모르니 빈부격차에 대한 쓸데없는 문제들을 내 놓는 거 아니야. 버르장머리 없는 사회 불량품들이 주제를 알아야지. 하긴 뭐 중산층들이나 하류층들이 서로 도토리 키 재기하는 거 보면서 사는 것도 뭐 나름 재미있기는 해. 안 그래 박기사?”

 한참 중얼거리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김대표가 눈을 감고 입을 벌리며 고개를 흔든다.

 “박기사도 거기에 속했지? 내가 괜한 걸 물어봤네. 그래도 박기사는 자신의 그릇을 알고 말없이 그릇에 맞게 살고 있으니 얼마나 보기 좋아. 하하하하.”

 여전히 박기사는 운전대를 손에 힘줄이 보일 정도로 꽉 잡은 채 운전을 하고 있다.

 “이봐 박기사 내가 한 말에 기분이 나쁘거나 그러진 않지?”

 “....아닙니다.”

 “그래그래. 사람은 모름지기 박기사처럼 분수를 알아야 돼 분수를 말이야. 하하하... 욱..욱!”

 술에 잔뜩 취한 김대표는 빨리 달리는 차로 인해 술기운이 더 올라와 토를 하려고 한다.

 “박기사 빨리 차 세워봐.”

 “대표님 여기 대교 중간이라 위험합니다. 조금 만 더 가셔....”

 “빨리 안 세워?! 욱!”

 박기사는 어쩔 수 없이 비상등을 키고 다행히 대교 중간에 갓길이 있어서 갓길에 차를 정차를 한다. 김대표가 급히 문을 열고 뛰쳐나가 갓길 벽을 잡고 얼굴을 내밀어 한강을 바라보며 구토를 한다. 박기사가 왼쪽 사이드미러로 차가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급히 나가 김대표의 등을 두드린다.

 “괜찮으십니까?”

 그 때 ‘짝!’ 소리와 함께 김대표가 왼쪽 손등으로 박기사의 뺨을 때린다.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 욱..욱!.”

 도로 위를 거침없이 달리는 차의 불빛에 비추이는 박기사의 모습에서 씁쓸함이 느껴진다. 고개를 숙인 채로 말없이 김대표의 뒤에 서 있다. 잠시 뒤에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김대표가 몸을 돌려 그 상태로 길바닥에 주저앉는다.

 “대표님! 여기 주저앉아계시면 위험합니다. 어서 차에 타세요. 대표님”

 “네가 뭔데 나한테 명령이야.”

 다리를 벌린 채 고개를 숙여 혀가 완전히 풀려버린 상태로 길바닥을 바라보며 말을 한다. 박기사는 어쩔 수 없이 김대표의 오른팔을 감싸서 김대표를 일으킨다.

 “죽고 싶어? 어디서 거지같은 게 나를 잡아!”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휘청거리며 여전히 길바닥을 보며 화를 낸다.

 “대표님 일단 차 안으로 타시죠.”

 박기사가 강제로 김대표를 차에 태우려 하자 김대표가 온 몸에 힘을 주어 휘청거리며 박기사의 팔을 뿌리친다.

 “놔! 내가 알아서 갈 수 있어. 잘 봐. 나 김철진이야 대한민국 구상기업 대표이사 김철진이라고 잘 봐.”

 김대표가 눈을 간신히 뜨고 있는 상태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 그 때였다. 간신히 몸을 휘청거리며 버티고 있던 다리의 힘이 순간 풀려버렸는지 왼쪽으로 김대표의 몸이 확 쏠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김대표의 발걸음이 갓길을 벗어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의 차선으로 향한다.

 “대표님!!!!”

 박기사의 외침과 동시에 ‘끼이익‘ 하는 차타이어 갉히는 소리가 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자신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자동차를 김대표가 바라보고 있다.

 

 10.

 “이게 구상기업 김철진 대표로 있던 제 마지막 기억입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저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더군요.”

 “그 때 그 사건이 그렇게 된 일이였군요.”

 선생님이 혀를 차며 안타까워한다.

 “눈을 떴을 때 제 눈에 들어온 건 당시 가족도 친지들도 아닌 박기사였습니다. 저는 박기사에게 내가 얼마나 여기 누워있었냐고 물어보니 정확히 오늘이 1년이 되는 날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박기사는 세상에서 흘러간 시간과는 상관없이 정신이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저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그 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여전히 충격이 큰 듯 말을 바로 잇지 못한다.

 “제 와이프는......”

 김철진의 와이프는 남편이 식물인간이 되자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이혼절차를 밟아 그의 모든 재산을 가로채어 이혼을 한 다음에 사고 나기 전 날 만났던 차이사와 눈이 맞아 그와 재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녀는 원래 없어서 자식처럼 키우던 크록스(강아지)는 어떻게 되었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구상기업에서 그가 맡고 있던 대표직을 여러 이사들 중 자신을 잘 따르던 현이사라 불리 우는 자가 김철진을 대표직에서 몰아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그리고 구상기업에서 현이사가 대표직에 앉자 그는 김철진을 강제퇴사 시키고 그나마 퇴직금 개념으로 지금까지 병원비를 내어주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돈을 당시에 기자들에게 뿌렸는지 기사에는 김철진의 실수로 생긴 사고가 아니라 상대측의 실수로 발생된 사고로 처리를 했다고 한다. 상대측 운전자가 대교 밑으로 떨어져 죽어서 쉽게 기사를 꾸밀 수 있었다고 한다. 김철진은 실수의 틈을 자신이 만들어준 것으로 한 생명을 죽인 큰 잘못을 했다고 스스로 사표를 내고 회사에서 나갔다는 기사를 내보내어 구상기업 회사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전 김철진 대표의 와이프가 재혼한 것도 현이사와 차이사가 미리 돈으로 손을 썼는지 기사에는 잠깐 이슈가 되었지만 별 문제 없이 잘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박기사 또한 김철진과 함께 강제로 나오게 되었고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병실에 병문안을 왔는데 갑자기 눈을 뜨게 되어 모든 사실을 이야기 해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의 퇴직선물로 이렇게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죠. 참 멋진 퇴직선물이죠.”

 “그래도 어떻게 그 박기사라는 분이 찾아 왔네요.”

 “그 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쪽 다리는 잘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병원에서 전신 재활을 받는 동안 물어보았습니다. 왜 나를 보러 오냐고. 내가 원망스럽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그 친구가 뭐라 하던가요?”

 “박기사 아니 그 형님은 ‘원망은 원망을 느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느끼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모든 걸 잃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입니다.’ 라고 저에게 말을 하더군요. 그 말이 앞으로 제가 경험하게 될 현실을 직면시켜주더군요. 저는 그 때 처음으로 제가 멸시하고 천대했던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은 제 모습을 경험한 사람들이 느낀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형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미안했다. 나를 용서해 달라 차마 이 말이 입 밖에서 나오지 않더군요. 그저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안타깝네....”

 철우는 사무실 안에 어떤 분위기가 흐르고 있을지 짐작을 한다.

 “그리고 그 형님이 돈이 담긴 봉투와 어느 집 주소가 적힌 종이를 제 무릎위에 올려놓더군요. 당시 자신의 입단속을 시키기 위해 구상기업에서 준 돈이었다고 합니다. 깨어나면 저에게 주려고 그대로 두었다고 하더군요. 종이 적힌 집 주소는 제 실수로 죽게 된 상대 운전자의 집 주소라며 찾아가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잘 사세요.’ 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떠났습니다. 그 말에서 저는 저를 용서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돈이 얼마나 들어있었나요?”

 “얼마 들어있었는지 모릅니다. 확인을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그 돈은 제가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요? 그 돈은 그럼 어떻게 하셨죠?”

 “병원에서 메모지를 빌려 메모를 하고 다행히 그 형님의 집이 어디인지는 기억해서 그 형님의 집 우편함에 넣어두고 왔습니다.”

 “그러셨군요. 메모지에는 뭐라고 메모를 하셨습니까?”

 “‘그 때 주지 못한 제 선물 꼭 받아주세요.’ 라고 썼습니다.”

 “선물이요? 선물이라...선물....아하!”

 아하, 라는 말소리가 들리며 무슨 의미로 선물이라고 했는지 선생님이 알아챈다.

 “수표대신 주신 거군요.”

 “그리고 그 날 메모지에 적힌 집 주소로 갔습니다. 그 집에는 40대 후반정도로 되어 보이는 여성분과 어린아이가 있더군요. 그 사망한 운전자는 다름 아닌 어린아이의 어머니였다고 하더군요. 저는 모든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제 실수로 생긴 사고 때문에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였습니다. 다행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 분께서는 저를 다 지난 일이라며 용서를 받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녁밥까지 챙겨주시면서 저를 보내주시더군요. 그렇게 저는 그 일을 마지막으로 모든 구상기업과 관련된 흔적들을 지웠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 모습으로 지내오고 있었습니다.”

 “다른 가족들이 찾지 않으셨나요?”

 “부모님은 제가 30대 때 일찍 돌아가셨고 자식이라 해봐야 어차피 저 혼자였습니다. 부모님도 본인들 친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지 제 기억 속에 명절을 다 같이 보낸 기억이 어렸을 때 몇 번 빼고는 없었습니다.”

 “혼자서 지금까지 잘 버티면서 사셨군요.”

 철우는 양 팔을 모아 몸을 축 늘어뜨린다. 사무실 안에서 들려오는 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노숙자를 바라보던 자신이 색안경을 끼고 노숙자를 바로보고 있었다는 걸 더욱 느끼게 된다.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던 사람이 한 순간에 모든 걸 다 잃게 되어 하루아침에 사회에서 가장 비천한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그가 느낀 감정에 대해 철우가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 속 시원하게 대화해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이런 노인네에게 편하게 이야기 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하지요. 이 그림은 아무래도 대표님을 주기위해 그리게 된 거 같네요. 자 받으세요.”

 “저 같은 놈에게 그림은 필요 없습니다. 돈도 안 받고 상담하시는데 뭘 주시려고 하십니까?

 “저에게 상담 받으시는 분들은 전부 제가 그린 그림을 모두 드립니다. 가져가세요. 제 선물입니다.”

 듣기에 시원한 웃음소리가 그 김철진이라는 노숙자에게서 들려온다.

 “선물이라... 선물이면 받겠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림을 받으러 선생님에게 움직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

 “아까 제가 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사후세계에 대한 질문을 말씀하시는 거죠? 음....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친 순간이 좋은 길로 갈 수 있는 시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미 대표님은 그 길을 걸어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 이렇게 가장 초라한 노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실수를 통해 삶의 진수를 배운다고 대표님께서 그러시지 않으셨습니까?”

 철우도 이유 없는 뿌듯함을 느끼며 미소를 짓는다. 그 때 ‘철우군!’하며 갑자기 선생님이 큰 목소리로 철우를 부른다. 철우는 깜작 놀라며 ‘예’라고 크게 대답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 안에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철우의 눈에 김철진이라는 노숙자가 눈에 바로 들어온다. 풍기는 냄새는 똑같지만 처음 보았을 때와는 뭔가 달라진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가 더 감사합니다.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대표님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대표님으로 사람들에게 기억 될 것입니다. 아 그리고 대표님이 받으신 초대장을 대표님이 받으신 것과 같이 주고 싶은 사람에게 전달해 주시면 됩니다.”

 그의 얼굴이 반쯤 가려져 눈과 코는 잘 보이지 않지만 입에는 함박미소가 가득하다. 저렇게 환하게 웃는 노숙자를 처음 보는 철우는 신기한 마냥 눈을 때지 않고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몸을 돌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현관문 쪽으로 간다. 그걸 보고 철우가 문을 열어 주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김철진이 문 밖을 나가기 전에 철우를 슥 쳐다본다.

 “아까 제가 신경질적으로 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

 갑작스런 사과에 철우가 깜짝 놀란다.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죠. 제가 더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쪽과 같은 반응은 많이 겪어 봤는데요. 오히려 제가 감정적이었습니다.”

 곧 작별인사를 할 상황인데 그의 갑작스런 부드러운 반응이 철우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한 번 더 죄송합니다.”

 그가 갑자기 상체를 90도로 팍 숙이며 사과를 한다. 철우는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그는 아까 선생님에게 보인 미소를 지으며 현관문을 닫는다.

 “철우군 어때요?”

 ‘예?’, 갑작스런 문 선생님의 질문에 철우는 한 번 더 깜짝 놀란다.

 “밖에서 들으셨을 때 혹시 뭐 생각나신 거 없으세요?”

 선생님과 처음으로 눈이 마주친다. 선생님의 눈빛이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를 거 없는데 철우는 그의 투명한 눈빛에 무언가 마음이 매료되는 느낌을 받는다. 문 선생님은 모든 내용을 철우가 듣고 있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이 건물 안에서 나는 소리를 못 듣는 게 이상할 것이다. 철우는 여전히 갑작스런 선생님의 질문에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안하셔도 됩니다.”

 “아! 아닙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스스로가 노숙자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요?’라고 하며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부드러운 인상으로 철우를 바라본다.

 “느끼는 게 많을수록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철우군 작업실로 가셔서 다시 일보세요.”

 철우가 있는 공간을 작업실이라고 부르는 걸 알게 되었다. 철우는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사무실 문을 닫고 자신의 작업실 의자에 앉는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오늘의 할 일’이 눈에 들어온다. ‘아!’, 이제 자신의 일에 집중할 차례라는 걸 깨닫고 철우는 일을 하기에 앞서서 기지개를 쭉 펴고 화장실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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