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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선(善)의 혁명
작가 : 리츠릿
작품등록일 : 2018.11.2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저주받은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같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각자의 목적, 각자의 길, 흩어졌다 만나는 인연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과 그 진실을 가리고 있던 거짓들.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건들 속에서, 그들은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격일 연재입니다.)

 
붉은 절벽의 도시
작성일 : 18-11-02 20:34     조회 : 378     추천 : 0     분량 : 5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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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저녁 무렵이었다. 오후 내내 직사광선으로 한껏 달아오른 루카산맥의 붉은 토양이 뜨거운 숨을 내뿜었다. 저녁 무렵의 태양은 오후 내내 짧은 수목을 못살게 굴었으면서도 성에 안차는지 마지막까지도 햇빛을 쏘아댔다. 요 근래 비가 오지 않았던 탓에 잎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나무들은 한껏 이파리를 오므렸다.

 루카산맥의 길고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리트빈. 그 붉은 도시에서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모여드는 상단과 용병들, 떠돌이들을 받느라 녹초가 된 경비대원들은, 떨어지는 해를 보며 성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붉은 바위산에 해가 걸치며 황금빛 석양을 뿜어내는 광경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풍경 가운데 하나였다.

 “이봐, 그렝. 오늘 상단들 얼마나 들어왔는지 봤어?”

 리트빈을 지키는 유일한 인공구조물인 성문 벽 망루 위에서 트리먼이 물었다. 멍하니 석양을 바라보던 그렝이 피곤이 덕지덕지 묻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하필이면 내가 검문 근무일 때 세 개 상단이나 지나가서 물건 확인하느라 죽는 줄 알았지.”

 “세 개 상단이면 신경 꽤나 쓰였겠군. 그래도 죽는 줄 알았다는 건 좀….”

 “말렉이 사수였다.”

 “…용케 속 안 터지고 살아 돌아왔군.”

 트리먼은 행동은 굼뜨고 일처리도 잘 못하는 주제에 불평불만만 많은 선임 경비대원의 얼굴을 떠올렸다. 경비대장이 왜 안 자르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인간이라서 경비대 내에서도 여러 소문이 도는 장본인이었다.

 트리먼의 동정 가득한 눈빛을 받은 그렝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골짜기 길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벌써 해가 완전히 산 뒤로 넘어가 석양은 자취를 감추고 푸르스름한 어둠이 하늘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렝이 아래에 있는 성문지기들에게 소리쳤다.

 “해가 졌다! 성문 닫아!”

 “성문 닫아!”

 그렝의 말을 복창한 성문지기들이 도르래에 연결된 밧줄을 붙잡고 천천히 풀며 성문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이미 산 그림자에 어두컴컴해진 골짜기에서 사람 한 명이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달려오던 사람은 성문이 닫히는 것을 발견했는지 다급하게 외쳤다.

 “닫지 마!”

 “어이, 그렝! 저거 좀 봐! 저거 그릴랑고 아니야?”

 트리먼의 다급히 소리쳤다. 트리먼의 말대로 그릴랑고ㅡ몸길이 3~4미터의 거대 도마뱀ㅡ 한 마리가 남자를 쫓아 골짜기를 올라오는 게 그랑의 시야에 잡혔다.

 “성문 다시 열어!”

 “성문 열어!”

 “성문지기를 제외한 경비대는 전투 준비! 그릴랑고다! 개체는 한 마리! 두 명은 기름 가져오고 나머지는 올라와!”

 “간만에 비자금 좀 짭짤하게 챙기겠는데!”

 트리먼이 활시위에 톱니화살을 걸며 호기롭게 소리쳤다. 도르레가 거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성문이 걸림쇠에 걸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랑도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성문 경비대 건물에 대기 중인 병력은 8명. 네 대의 대형석궁을 이용하면 무난하게 잡을 수 있겠군. 간단하게 전투를 시뮬레이션한 그렝이 다시 그릴랑고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릴랑고는 꽤나 위협적인 짐승이었지만, 지금처럼 성벽이 있는 유리한 상황에서 한 마리 정도는 그리 위험하지 않았다. 오히려 튼튼한 가죽이 꽤나 비싸게 거래되는 놈이었다. 아마 이번 타임에 근무를 서던 경비대원들은 퇴근길에 고기 한 덩이씩은 사갈 수 있을 것이었다.

 밑에서 다른 경비대원들이 활과 기름을 챙겨 올라오는 사이, 달려오던 사내가 성문을 통과하고, 성문이 빠르게 내려졌다. 성문이 굳게 닫히고, 성벽 위에서는 경비대원들이 발리스타처럼 커다란 고정형 석궁을 준비했다. 그렝과 트리먼은 망루 위에서 그릴랑고의 속도를 가늠하며 발리스타의 발사시기를 기다렸다.

 그릴랑고가 충분히 접근했다는 판단을 한 그렝이 힘차게 발사를 외쳤다. 그렝의 신호를 따라 동시에 발사 된 네 개의 밧줄 달린 작살이 정확히 그릴랑고의 어깨와 등가죽에 꽂혀 들어갔다.

 “스아아악!”

 등가죽 곳곳에 작살이 박힌 그릴랑고가 쇳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작살에 이어진 밧줄을 붙잡은 경비대원들이 있는 힘껏 밧줄을 잡아당겼다. 톱니모양의 날 때문에 작살은 빠지기는커녕 그릴랑고의 몸뚱이 자체를 끌어당겨댔고, 격심한 고통에 그릴랑고는 더욱더 발악해댔다. 3미터 가량의 근육덩어리 도마뱀이 몸부림치는 것을 버텨내기 위해 경비대원들도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그 사이 헝겊을 감은 화살을 기름에 담갔다가 불을 붙인 트리먼이 화살을 쏘아냈다. 그릴랑고에 명중한 화살이 그릴랑고의 속살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키야아아아!”

 더욱 심해진 격통에 몸부림치던 그릴랑고가 성벽 위의 경비대원들을 향해 길게 포효했다. 그릴랑고가 입을 쩍 벌리며 포효하던 그 순간, 입 속을 노린 그렝의 불화살이 정확하게 그릴랑고의 목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불붙은 헝겊과 뜨겁게 달궈진 화살촉이 그릴랑고의 기도와 식도를 불태우고, 녹여댔다. 화상과 질식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릴랑고는 수십 분을 몸부림치며 경비대원들을 끌어당기려했다. 그러나 그렝과 트리먼의 화살이 끊임없이 꽂히고, 경비대원들이 필사적으로 버텨낸 끝에 그릴랑고는 결국 차가운 골짜기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잡았다!”

 “아싸, 보너스다!”

 경비대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사냥을 자축하는 사이, 그렝은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성벽 아래에서는 성문지기들이 만일을 대비해 대기하고 있었다.

 “사테, 아까 들어 온 그 사람은?”

 “아, 일단 대기실로 보냈습니다! 많이 지쳐보여서….”

 긴장한 말투로 대답하는 사테에게 칭찬을 해준 그렝은 곧장 대기실로 향했다. 문이 닫혀있는 대기실로 들어가자 바람막이용 로브를 걸친 검은 머리 사내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렝을 발견한 사내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꽤나 보기 드문 짙은 흑발이 그렝의 눈길을 끌었다.

 “편하게 앉으십시오. 저는 리트빈 자경단 동문 경비대 소속 상급 경비대원 그렝입니다.”

 사내는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제 이름은 이승호입니다. 성문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까 성문을 열라고 소리치셨던 그 분이시죠?”

 승호의 말투가 조금 서투른 것을 기억해두며 그렝이 말을 받았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못 본 체 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네, 덕분에요.”

 승호가 양 팔을 살짝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렝은 자연스럽게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승호의 옆에는 평범한 장검 하나와 어딘가 독특한 모양의 석궁이 비스듬히 기대어져 있었다.

 “그릴랑고에게 쫓기느라 정신없으셨겠지만 직무상 몇 가지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발음이 조금 서투시군요. 이름도 생소하고. 혹시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이전에는 세크릴에 머물렀었습니다. 북동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죠. 출신지는 말씀드리기 좀 곤란하지만, 국적은 코스타인입니다. 2년 쯤 전에 시키앙 남작령에서 자유민으로 인정을 받았죠. 현재는 델트급입니다.”

 대답과 함께 품속에서 목패를 꺼낸 승호가 그렝에게 내밀었다. 목패에는 확실히 델트급 자유민이라는 글자와 함께 시키앙 남작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목패를 확인한 그렝이 다음 질문을 위해 입을 여는데, 별안간 문이 벌컥 열리며 트리먼이 들어왔다.

 “그렝! 이번 놈 완전 대박…. 이런, 대화 중이었군.”

 그렝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말렉도 말렉이지만 이 놈도 한 번씩 이렇게 사람을 곤란하게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그렝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트리먼은 붙임성도 좋게 승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까 그릴랑고한테 쫓기던 분 맞죠? 저는 리트빈 자경단 동문 경비대 소속 중급 경비대원 트리먼이라고 합니다. 그렝이랑 동기죠.”

 “이승호입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트리먼, 정신 사나우니까 자리에 앉던지 나중에 오던지.”

 그렝이 퉁명스럽게 뱉은 말에 트리먼은 가볍게 웃으며 옆 의자에 재빨리 앉았다. 뭘 물어보려 했더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렝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무래도 물어보려던 것이 잘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었다. 투닥거리면서도 오랜 친구다운 케미스트리를 보이는 둘을 관찰하던 승호가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 트리먼의 가슴께에 걸린 목걸이 때문이었다. 승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트리먼이 그런 승호의 반응을 놓칠리 없었다.

 “승호씨,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승호는 트리먼의 물음에 멋쩍게 대답했다.

 “아, 별다른 이유는 아닙니다. 단지, 트리먼씨가 걸고 계신 목걸이 때문에요. 저도 같은 목걸이를 가지고 있거든요.”

 승호가 품 안에 넣어 두었던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오, 유마교셨군요. 창조신 루드릭의 가호가 함께하길.”

 “창조신 루드릭의 가호가 함께하길. 저는 정통파입니다만, 트리먼씨는?”

 “이야, 이거 더욱 반갑군요. 저도 정통파입니다. 요즘엔 정통파 신도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공통점 하나를 발견하자마자 급속도로 화기애애해지는 대화 분위기를 보며 그렝은 눈썹을 꿈틀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의 일을 뺏긴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했지만 확실히 이런 일은 트리먼이 적격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들의 대화를 경청했다.

 그렝이 몸을 살짝 뒤로 빼며 의자에 기대어 앉는 자세로 바꾼 반면, 트리먼은 더욱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입술을 달싹였다. 흥미는 동하는데 민감할 수 있는 주제라 말을 고르는 듯한 모양이었다. 승호는 그런 둘의 모습을 주의 깊게 보며 먼저 질문을 던졌다.

 “트리먼씨는 언제부터 정통파에서 신앙을 키우셨습니까? 저는 사실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아서 부족함이 많습니다.”

 승호 쪽에서 먼저 궁금했던 화제를 꺼내주자 트리먼은 더 신이 난 듯 들뜬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부모님께서도 정통파셔서 태어날 때부터 정통파였습니다. 나름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하하!”

 물꼬를 튼 시냇물처럼, 대화의 길이 열리자 승호와 트리먼은 마치 매일 보던 이웃처럼 얘기를 나눴다. 종교에 대해 나누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세크릴에서의 이야기들로, 세크릴을떠나 겪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어졌다. 아무래도 그냥 놔뒀다가는 퇴근도 잊고 이야기를 이어갈 기세였다.

 어느 정도 판단할만한 정보를 확인했다고 판단한 그렝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트리먼, 아무래도 대화는 마무리해야할 것 같군. 이미 바깥이 완전히 어두워졌어.”

 그렝의 말에 열린 창밖을 보던 트리먼이 실수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같은 교단의 형제를 누추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게 했군. 혹시 알아봐 둔 여관이 없다면 우리 집에서 하룻밤 보내는 게 어떤가? 부모님께서도 반가워하실 텐데.”

 “트리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생전 처음 보는 이방인을 집에 초대한다니, 깜짝 놀랄 정도로 파격적인 제안에 그렝이 펄쩍 뛰었다. 그렇게 느낀 것은 그 뿐만이 아닌 듯 승호도 곤란한 표정으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환대는 감사하지만, 찾고 있는 여관이 있어서요. 아쉽지만 마음만 기쁘게 받겠습니다.”

 승호의 정중한 거절에 트리먼이 오히려 미안해하며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정통파 신자가 드물다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앞섰군요.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하하하. 그럼 시간도 늦었으니 일어날까요?”

 트리먼의 말에 승호가 짐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시에 오자마자 좋은 사람을 사귀어 즐거웠다는 말과 함께 승호가 대기실을 나가자, 그렝이 자리를 트리먼의 맞은편으로 옮기며 말을 꺼냈다.

 “트리먼, 저 남자 어떻게 생각하나?”

 트리먼은 방금까지의 활달한 말투와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신중한 말투로 말했다.

 “독특하군. 말투는 서투른데 단어의 선택이나 대화법이 귀족처럼 부드러워. 그런데 태도는 동네 예의바른 청년 같단 말이지. 짙은 흑발도 그렇고, 옆에 놓아두었던 소형 석궁도 전혀 못 보던 종류야. 흐음.”

 “자네도 똑같이 생각했군 그래. 괜히 신경 쓰이는 걸.”

 그렝은 트리먼의 평가에 공감하며 승호가 나간 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작가의 말
 

 격일 연재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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