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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꽃바람이 불면
작가 : 찐따왕과해오름달
작품등록일 : 2018.11.1

일제 강점기 시절, 문둥병이 걸린 이들이 소록도에 격리된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참극. 소록도라는 비극의 섬에 꽃바람이 불길.그리고 많은 아픔과 또 다르게 찾는 웃음. "꽃바람이 불면 이미 내 육신은 이곳에 발 딛고 서 있지 못할 것이고 영혼 또한 하늘 어딘가로 흩어지지 않겠으리까. 그래도 그때 나 대신 많은 이들이 웃을 수 있다면 내 기꺼이 눈을 감으리다. 꽃바람을 내 미처 느끼지 못하더라도 좋은 것임을 알 수 있기에. 얼른 꽃과 함께 불어오길, 소망해야겠지요."

 
2화 - 서은로(徐恩路) 원장 (중)
작성일 : 18-11-02 20:31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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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도 원장실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하현을 위해 그는 병원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원장실 문을 정중하게 두드리고 고개를 기웃거리길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하현과 다섯 발자국 거리를 두고 크게 기침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그녀가 등을 돌렸다. 그리고 도둑질을 하다 걸린 사람처럼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원장님 늑동항에 계세요."

 

  "늑동항(勒洞港)? 항구?"

 

 

  그녀가 바보같이 콧잔등 아래로 흘러내린 안경을 추켜올리며 물었다. 그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솟아올랐던 어깨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며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난 대화도 못 나눠봤는데 네가 먼저 하면 어떡해."

 

  "먼저 말 안 걸었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전 이만 치료소로 돌아갈게요. 신세졌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

 

 

  어젯밤 그는 그녀에게 약을 받기 위해 잠시 병원에 들렀다. 그러나 늦었으니 자고 가라는 그녀의 말에 결국 병원 1층에서 잠을 청했던 것이었다.

 

  차가운 그의 반응에 그녀는 자신이 실수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휩싸여 절뚝거리며 걸어 내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는 그 후로도 한동안 원장실 앞에 서 있었다.

 

  오후 12시. 모두들 잠에 든 칠흑 같은 밤. 루는 오늘 아침에 홀로 늑동항에서 바람을 맞고 싶었지만 때 아닌 시점에 원장이 나타나버리는 탓에 홀로 만끽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등불도 없이 달빛을 벗 삼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혼자서 달빛이 아른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던 그는 출렁이는 물결 위에 사람의 형체를 발견했다. 큰 나무판자 위에 사람 3명 정도가 올라타 있는 듯 했고 섬에서 멀어져 갈수록 파도는 더욱 극심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달빛에 출렁이는 파도와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려 왔건만 생각보다 큰일을 목격했다. 그는 계속해서 파도가 심하게 출렁이는 것을 보며 소리쳤다.

 

 

  "돌아오십시오!! 그러다 죽는단 말입니다!!!"

 

 

  출렁, 출렁. 그의 심장이 파도와 함께 세차게 오르락내리락 했다. 루의 목소리를 들은 그들은 더욱 조급한 손길로 파도를 헤집고 있었다. 그때, 큰 파도가 그들의 위로 뛰어올라 덮쳤다. 그렇게 그들은 흔적도 없이 바다로 가라앉았다.

 

  큰 파도가 지나간 곳은 고요함만이 남아돌았다. 퍼뜩 정신을 차린 루는 급히 웃옷을 벗었다. 바다에 뛰어들기 위함이었다. 그가 절뚝거리며 항구 끝자락에 달았을 때쯤, 누군가 강한 힘으로 그를 뒤에서 껴안았다. 그보다 키가 컸으며 그의 몸을 껴안은 손은 거무튀튀했고 굵직한 남자의 골격이었다.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이거 놓으십시오!! 저 사람들이 죽는 단 말입니다!!!"

 

  "이미, 죽었을 확률이 높소. 포기하시오. 편치도 않은 몸으로 어딜 뛰어든단 말이오."

 

 

  아, 나지막이 루의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는 원장의 것이었다. 루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어둠과 함께 사람들을 집어삼킨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묵념을 하듯 고개를 숙이며 하나, 둘 눈물을 쏟아냈다.

 

  그들이 누구인지도 모르기에 그들을 위한 눈물 한 방울. 그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눈물 두 방울을 흘려냈다.

 

  금방이라도 달려나갈듯 온몸에 힘을 주고 있던 루는 포기한 듯 힘을 풀었다. 그러자 원장도 그를 껴안았던 팔을 놔주고 옆에 나란히 섰다. 루가 푸른 잔디가 듬성듬성 있는 바닥에 주저앉자 원장도 자연스레 그 옆에 앉아 바다를 응시했다.

 

 

 "왜...때마다 절 방해하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그리도 했기에, 왜 제 목숨 하나 그들에게 바치지 못하게 하시냔 말입니다...."

 

 

  어깨가 들썩였지만 루는 꽤 차분한 투로 말했다. 단지 원장에게는 얇은 목덜미를 드러낸 채로.

 

 

  "그들은 탈출하려 했던 것이 아니요. 죽으려했소. 아니 죽었소."

 

  "...예?"

 

 

  어깨를 들썩이며 울던 루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루가 바라본 원장의 눈동자는 달빛에 비추어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모든 진실을 알듯 올곧았다.

 

 

  "하필 이리도 파도가 세게 치는 날, 그것도 판자에 올라타면서도 물을 저을 노 하나 준비하지 않았소. 그들은 자신들이 소리 없이 죽길 바랐소. 그런데 당신이 그렇게 애타게 불러 세우니 미련이 남아 더욱 도망칠 수밖에. 당신에게 자신들의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 거요."

 

  "그 말, 어떻게 장담하십니까? 정말입니까?"

 

  "점심을 먹기 전, 치료소에 잠깐 들렸건만 건물 뒤쪽에서 그들의 대화가 들려오기에 잠깐 엿들었소. 못된 짓이란 걸 알면서도 꽤 내용이 심각해보여서...결국, 어쩔 수 없었소."

 

 

  루는 어느새 새빨간 토끼 눈으로 원장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알면서도 왜 죽음을 막지 않았냐는 원망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원장은 바다에 두었던 시선을 거두고 마치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이 여린 표정으로 루의 그 원망스런 눈빛과 마주했다.

 

  루는 원장의 눈빛과 마주하고는 당황한 듯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장은 자신이 죽어서 괴롭고 끔찍한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

 

 

  "살고자 하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데, 어찌 죽음을 말리겠소.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없다면 마지막 선택을 하는 그들을 말리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소. 문둥이가 되어버린 것도 그들의 선택이 아니지 않소."

 

 

  문둥이. 이 섬사람들이 문둥이란 말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장은 자신이 문둥이라도 되는 것 마냥 말을 꺼냈다. 루는 차마 맞는 말을 하는 그에게 무어라 나무랄 수도, 폭력을 행사할 수도 없었다.

 

  만약 자신이 그들처럼 죽음을 선택하고 실행하려 할 때 누군가 막으려 한다면 원망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아아, 원망스런 하늘이여. 왜 그들을 차디찬 바다 속으로 밀었는가. 선택은 하나뿐이었는가. 죽음만이 숨을 쉬는 길이었는가. 지금도 폐에 물이 차며 끔찍한 고통을 맞이하고 있지는 않은가.

 

  루는 겨우 멈췄던 눈물을 또 다시 흘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여려서가 아닌 또 하나의 죄를 지었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었다.

 

 

  "그 대화를 엿들은 다음, 그들과 대화를 나눴소. 그리고 끝내 뜻을 굽히지 않고 내게 이런 말을 건네주더이다."

 

 

  펑펑 눈물을 흘리는 그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넨 원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꽃바람이 불면 이미 내 육신은 이곳에 발 딛고 서 있지 못할 것이고 영혼 또한 하늘 어딘가로 흩어지지 않겠으리까. 그래도 그때 나 대신 많은 이들이 웃을 수 있다면 내 기꺼이 눈을 감으리다. 꽃바람을 내 미처 느끼지 못하더라도 좋은 것임을 알 수 있기에. 얼른 꽃과 함께 불어오길, 소망해야겠지요."

 

 

  그들이 말을 건네는 듯 말투와 목소리마저도 바꾸며 말을 전달해준 원장은 말이 끝나자마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루의 울음소리를 벗 삼아 칠흑 같은 바다를 눈에 담았다.

 

  바다 위로 희미한 아지랑이 세 줄기가 피어올랐다. 원장도 눈물이 고인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숙였다. 슬피 우는 어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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