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남매의 탄생
작가 : 요키언니
작품등록일 : 2016.9.11

 
풍랑 속에서 만난 친구
작성일 : 16-09-14 20:36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537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닌 밤중의 달리기는 내 안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했다. 덕분에 침대에 누워서도 한참 동안 잠이 들 수 없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다음날 늦잠을 잤다.

 

  하필이면 왜 오늘 같은 날.

 

  눈을 뜨자마자, 나는 평소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등교준비를 시작했다. 양치를 하면서 머리를 감고, 드라이를 생략하고 교복을 입었다. 오늘만은 절대로 지각해서는 안 된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준비를 마친 나는 현관으로 달려가 운동화 끈을 동여맸다. 딱 맞추어, 엄마가 부엌에서 토마토 주스를 들고 뛰쳐나왔다. 내가 주스 잔을 받아들고 막 들이킬 때, 그녀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오늘은 일찍 오는 거지?”

 

  순간 나는 토마토 주스를 도로 뱉었다. 컥. 하지만 곧 자연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 오늘 보충수업, 아니 스터디 있어.”

 

  “그래? 바쁘네.”

 

  엄마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빈 잔을 내밀었다. 그때 마침 부엌에서 오빠가 걸어 나왔다. 그는 나와는 달리 여유로운 자태로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그의 팔뚝에 붙은 밴드를 응시하다 실수로 눈을 맞추었다. 그러자 그가 내게 브이를 하였다. 뭐야? 응원인 건가? 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거의 떨어지다시피 계단을 뛰어 1층까지 도착했다.

 

  좋아.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재어보진 않았지만, 요즘에 내 페이스는 웬만한 달리기 선수 뺨칠 거다. 나는 본격적으로 발에 시동을 걸고, 학교가 보일 때까지 쉬지 않고 질주했다. 덕분에 15분 거리의 학교에 8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한 나는 숨을 고르며 겨우 교실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평소와는 다른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항상 엎드려있는 미주까지 꼿꼿하게 앉아 있으니 말 다하였다. 나는 친구들이 앉아있는 책상과 책상 사이를 조용히 지나, 내 자리에 착석하였다.

 

  오늘은 일주일 전, 담임이 예고했던 9월 모의고사 날이다.

 

 

 

 

  시험은 안내방송에 따라 진행되었다. 감독은 옆 반 담임이 맡았다.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 각 과목의 시험이 순차적으로 치러지는 동안, 특별히 회자될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리 시험이 끝나고, 부회장이 답을 밀려 쓴 것 같다며 한바탕 눈물을 쏟은 일만 빼면, 전반적으로 9월 모의고사는 무사히 끝이 났다.

 

  오후 4시경. 감독이 마지막 OMR 카드를 수거하여 퇴장하였다. 그와 동시에 반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미주와 함께 창가자리로 갔다. 반에서 나름 공부 좀 한다는 연실이의 답과 나의 답을 맞추어보기 위해서였다.

 

  “2번.”

 

  연실이의 부름에 따라, 나는 시험지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2번.”

 

  나는 또 동그라미를 쳤다.

 

  “2번.”

 

  내가 세 번째 동그라미를 쳤을 때, 미주가 내 시험지를 흘끗 쳐다보고 말했다.

 

  “너 아까 점심시간에 다 찍었다고 안 했어?”

 

  “맞아. 다 2번으로 찍었어.”

 

  “타율 좋다. 이 컨디션이면 그냥 로또를 사라.”

 

  미주가 자신의 시험지에 엑스 표시를 치며 말했다. 나는 웬일로 동그라미가 수두룩한 나의 시험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찰나의 선택이 아주 흡족스러웠다.

 

  아까 첫 타자로 언어 시험을 볼 때였다. 아는 문제부터 죽죽 풀어나가다 보니, 시험시간이 1분 남았을 때 지나친 6문제를 처리할 길이 없었다. 나는 평소처럼 모두 3번에 마킹을 할 생각으로 컴퓨터용 싸인 펜을 들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오빠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정확히는 아침에 본 오빠의 의미심장한 미소와 브이가 머릿속에 두둥실 떠올랐다. 나는 3번으로 향하던 펜을 2번으로 돌렸다. 밑져야 본전이지. 이후, 모든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나는 2번에 마킹을 하였다. 그 결과는 이것이다.

 

  “대박이다. 백유진. 역대 최고 아니야?”

 

  연실이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뭐, 직접 푼 게 많이 틀려서 그녀만은 못한 점수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박수를 치며 자축했다. 그리고 산뜻한 기분으로 시험지를 접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그만 나가볼까?”

 

 

 

 

  나와 연실이와 미주는 함께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 앞에는 이미 5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모두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다. 우리 지역에는 중 고등학교가 몇 개 없어서, 여기서 학창시절을 보낸다면 친구가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없다. 먼저 와 있던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우리를 발견한 수빈이가 손을 흔들었다.

 

  “얘들아. 빨리 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신났네. 신났어.”

 

  그러자 수빈이가 고데기로 웨이브를 준 머리칼을 휘날리며 대꾸했다.

 

  “그럼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오늘로 말할 것 같으면, 2개의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대망의 9월 모의고사와 재원중학교 3학년 2반의 동창회.

 

  이번 동창회는 졸업 후 처음으로 갖는 동창회다. 아직 졸업한 지 2년도 안되었고, 그때 그 시절 친구들이 지금도 한 반 또는 옆 반 친구들이라 따로 동창회를 갖기도 웃기지만, 아무튼 수빈이의 강력한 추진으로 일은 성사되었다.

 

  “우리 어디로 가?”

 

  나의 물음에 수빈이는 일단 따라 오라며 앞장섰다.

 

  “와 보면 알아.”

 

  그녀가 이렇게나 의욕적으로 일을 벌인 데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부터, 중학교 3학년 때 동창인 동우와 사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빈이는 우리들에게도 자신처럼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동창회를 개최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의도에 부응해줄 친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참석의사를 밝힌 친구들 중 연실이는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 미주는 현실 남자보다 연예인이 더 좋다는 이유에서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오빠 일만으로도 정신없는데 연애에 관심이 있을 리가. 어쨌든, 그럼에도 우리는 동창회에 가기로 약속했다. 수빈이와의 의리도 있고, 실은 좀 기분 전환이 하고 싶기도 했고.

 

  잠시 후, 발랄하게 머리칼을 휘날리며 리드하던 수빈이가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야.”

 

  그녀는 체인 뷔페 간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자리도 넓고, 행사 중이라 가격도 좋아. 한 명당 9900원. 음식도 각자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고. 다들 괜찮지?”

 

  여기까지 와서 안 괜찮을 수 없었다. 나를 포함한 친구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차례로 가게에 입장했다. 북적이는 그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우리를 반기는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이리로 와.”

 

  세상에나. 그 굵디굵은 목소리의 주인은 동우였다. 중학교 졸업식 때 까지만 해도 꼬꼬마였는데 언제 저렇게 상남자가 됐지.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연실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눈을 크게 떴다. 수빈이는 어깨를 으쓱하곤 먼저 그의 곁으로 갔다. 우리는 그런 그녀의 뒤를 졸졸 쫓아, 테이블로 향했다. 긴 테이블 끄트머리에 선 동우의 옆에는 일곱 명의 남자들이 주르륵 앉아 있었다. 이건 마치.

 

  “미팅 같네.”

 

  미주가 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같이 온 친구들과 함께 남자들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테이블 주위를 맴돌았다. 한 때는 모두 친한 친구들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판 깔아놓고 보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마주 앉은 남자 친구들은 2년 사이 조금씩 변해 있었다. 2차 성징의 폭발적 발현으로 생김새가 변한 녀석들도 있었고, 외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딴판이 된 녀석들도 있었다.

 

  꼬꼬마에서 상남자가 된 김동우, 개구쟁이 느낌이 사라지고 차분해진 윤성현, 말라깽이에서 근육몬이 된 이운기, 포스는 여전하고 몸만 큰 것 같은 서강일, 급격하게 날라리의 향기가 나는 박민성.

 

  나는 친구들을 한명한명 훑어보며 달라진 점을 탐색하였다. 그 동안, 다른 친구들 역시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5분 째, 마주 않은 16명의 남녀는 탐색과 눈치게임만 거듭할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대화를 이끌지 않았다. 역시 이럴 때는 개최자가 나서는 게 도리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의 시선은 자연히 수빈이와 동우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결국 압력을 못 이긴 동우가 총대를 메고 입을 열었다. 그는 굵은 목소리로 공중을 향해 다음의 질문을 던졌다.

 

  “저기, 얘들아. 다들 모의고사는 잘 봤어?”

 

  순간 어색하던 분위기가 차갑다 못해 싸늘해졌다. 아무리 급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아무도 동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자, 스스로 이상함을 눈치 챈 그는 수습을 시작했다.

 

  “아니, 뭐 지났으면 끝이지. 안 그래?”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웃었다. 그러자 수빈이가 팔꿈치로 동우의 복부를 찔렀다. 그만 입 다물라는 무언의 종용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직접 나서서 분위기의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미주야. 동주 오빠 잘 나가더라.”

 

  역시 수빈이. 분위기가 어색할 때는 연예인 얘기가 최고지. 다행히 미주도 수빈이의 의도를 알아채고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탔다.

 

  “어. 이번에 새로 앨범 나왔어. 자켓 사진이 거의 사기더라. 요샌 기술도 좋아.”

 

  이번에 새로 앨범 나온 가수, 동주 오빠는 미주의 친오빠다. 그는 한류 아이돌 그룹 유니버스의 소속 멤버이다. 그녀는 늘 자신의 오빠를 깎아내리는 소리를 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자랑스러하는 거 안다. 미주네 오빠는 연예인이 되기 전부터 얼굴 하나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내가 아직 외동딸이던 시절, 단 한 번도 남의 오빠를 부러워한 적이 없는데 미주네 오빠만큼은 예외였다.

 

  아무튼 동주 오빠 얘기는 이야기의 포문을 열기에 적절한 주제였다. 뒤이어 민성이와 운기가 연예인과 관련한 설을 자발적으로 풀면서 분위기는 한결 나아졌다. 다음으로 우리는 미처 오지 못한 다른 친구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주제를 옮겼다.

 

  “근데 원석이는 오늘 왜 안 왔어?”

 

  “김원석? 걔 요새 장난 아니야. 학교도 잘 안와.”

 

  “대박. 왜? 엄청 착하지 않았었어?”

 

  “지금도 착하긴 해. 근데 학교를 안 나와.”

 

  과거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들을 과거의 관계로 완전히 돌려놓는 데 기여하였다. 그때부터가 진정한 동창회의 시작이었다. 우리들은 자유롭게 음식을 들고 날고, 자리도 막 섞어 앉으면서 정신없이 놀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세 시간이 훌쩍 지나 여덟 시가 넘었다.

 

 

 

 

  오후 여덟 시 반, 나는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을 느꼈다. 순간 엄마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긴장이 팍 되었다. 하지만 막상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상대는 엄마가 아니었다. 나는 안심하고 짧게 통화를 한 후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바로 옆에 앉아있던 성현이가 오랜만에 개구진 표정을 지며 말했다.

 

  “백유진. 남자친구 생겼어?”

 

  “뭐래. 집이거든.”

 

  “아닌데? 남자 목소리였는데.”

 

  “오빠다. 오빠.”

 

  아, 하고 성현이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런 반응에 익숙한 나는 아무렇지 않게 원래 하고 있던 이야기를 이어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너 외동딸 아니었어?”

 

  누군가가 말했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뭐라고?”

 

  그러자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던 서강일이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말했다.

 

 

 

 

  “너 외동딸이잖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풍랑 속에서 만난 친구 2016 / 9 / 14 296 0 5376   
4 반격의 서막(2) 2016 / 9 / 13 303 0 6075   
3 반격의 서막(1) 2016 / 9 / 13 286 0 5123   
2 남매의 탄생(2) 2016 / 9 / 12 287 0 5597   
1 남매의 탄생(1) 2016 / 9 / 11 503 0 688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