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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과 소녀
작가 : 이저녁
작품등록일 : 2018.11.2

우연히 용의 동굴을 발견한 소녀, 용은 소녀를 죽이기 않는 대신 조건을 제시하는데...

 
괴담과 노래
작성일 : 18-11-02 01:51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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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깊은 숲 속, 우거진 나무 사이로 한 소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다.

 

 쓰고 있던 지저분한 두건이 바람에 날려 떨어졌고, 짙은 갈색 머리칼이 쏟아지며 어지럽게 흩날렸다. 소녀는 잠시 주춤했으나 금세 두건을 포기하고 비틀거리며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쉬지 않고 달렸다. 얼마나 달렸는지 바위나 구덩이 같은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마다 소녀의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고, 원피스는 이미 흠뻑 젖어 색이 진해져 있었다.

 

 소녀는 바구니를 팔에 걸치고 있었는데, 바구니 속에 든 도토리와 식용 풀들이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들썩거리며 하나둘씩 떨어졌다. 소녀는 자신의 땀방울 자국과 흘려버린 식량이 놈들에게 추적의 단서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뒤처리할 여유가 없었다.마치 비웃는 것 같은 놈들의 기분 나쁜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모르는 장소가 이어졌다. 하지만 방향을 바꿀 수는 없었다. 사방에서 놈들의 웃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방향을 틀면 나무 사이에서 끔찍한 몰골을 한 괴물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 것만 같았다. 소녀는 늑대에게 쫓기는 어린 양과 같았다. 놈들은 소녀를 적절한 장소로 몰아넣고 있었고 소녀는 이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달리는 걸 멈출 순 없었다. 땀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눈이 따가웠다. 소녀는 정신없이 달리면서 어리석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오늘 아침, 소녀는 찬장에 숨겨진 훈제 고기를 훔쳐 먹다 어머니에게 들켜 단단히 혼이 났다. 자신의 잘못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소녀는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만큼 나이가 많지 않았다. 이제 막 키가 울타리보다 약간 높은 정도였다. 소녀는 어머니가 시장에 나간 사이 멋대로 집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산책도 할 겸, 도토리를 줍기 위해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머니는 해가 높이 뜨기 전까지 절대 숲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단단히 일러두었지만, 어머니에게 크게 혼이 난 소녀는 괜히 화가 났던 것이다. 물론 소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열매를 줍고 식용 풀을 뜯기 위해 나갔다는 훌륭한 핑계가 있었기에 만약 들키더라도 크게 혼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아침 햇살은 따사로웠고, 이른 아침 숲 속의 공기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했다. 숨을 한 번 들이키면 차가운 공기가 몸속 구석구석을 씻겨주는 느낌이었다. 마음을 정화하는 아름다운 새소리와 저 멀리서 눈치만 보는 작고 귀여운 다람쥐를 소녀는 좋아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동물들이 후다닥 숨어버리는 모습을 보면, 소녀는 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방금까지 씩씩거리며 터덜터덜 걸어가던 소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통통 튀는 발걸음으로 좀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소녀는 기억을 되짚어 어머니와 자주 갔던 장소에 도착했다. 도토리나무가 잔뜩 자라난 곳이었다. 부지런한 다람쥐 몇 마리가 낙엽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소녀를 쳐다보더니, 뭔가 잊은 게 생각난 듯 어디론가 재빠르게 뛰어갔다. 발로 낙엽을 헤쳐 보니, 도토리가 잔뜩 떨어져 있었다. ‘역시 제대로 찾아왔어.’ 소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쪼그려 앉아 도토리를 주워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도토리를 줍다 다리가 저리기 시작할 즈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났다. 그 나뭇잎 사각거리는 소리는 평소라면 듣지도 못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였다. 그러나 주변이 쥐죽은 듯 조용했기에, 소녀의 귀에는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소녀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토리나무와 흙을 뚫고 튀어나온 울퉁불퉁한 바위뿐이었다. 그러나 소녀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 소리는 노루나 사슴이 내는 소리라기엔 너무 작았고, 그렇다고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소리라기엔 너무 큰 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른 나뭇잎이 잘게 부서지며 나는 소리는, 굽 달린 동물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소녀는 산속 동굴에 사는 괴물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머니가 말해주기를, 그 괴물은 창백한 잿빛 기운이 감도는 녹색 피부와 주름이 자글자글한 커다란 매부리코를 가지고 있고, 어린이처럼 조그맣지만 재빠르고 무리 지어 몰려다닌다고 했다.

 

 바로 고블린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머니는 언제나 고블린들의 표적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소녀가 사는 집은 성문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그 성은 옛 거대 도시 옆에 세워진, 수천 명이 넘는 기사와 병사들이 주둔하는 거대 도시였다. 공작의 지위를 가진 영주의 명령으로 매일 같이 병사들이 성문을 나와 소녀가 사는 작은 마을까지 순찰하였으며, 단 한 번도 괴물은 발견된 적이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소녀는 지금까지 어머니의 고블린 이야기가 단지 자신을 겁주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정체 모를 발소리가 점점 커지는 이 순간에도, 단지 바람에 나뭇잎이 굴러가는 소리라고,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불현듯 뒤를 돌아보았을 때, 소녀는 자신과 비슷한 체구의 괴물이 나무 사이를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소녀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소녀의 짧은 비명이 멎자, 고블린들이 각자 몽둥이를 손에 쥐고 우거진 나무와 바위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창백한 녹색 피부, 자글자글한 주름, 매부리코, 작은 체구, 고블린이었다.

 

 놈들은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소녀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소녀는 가냘픈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그러나 고블린들은 후방과 한쪽 측면을 포위하고 있었다. 소녀가 도망칠 길은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놈들을 피해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오히려 마을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고블린들은 소문과는 달리 꽤 영리했다.

 

 

 “살려주세요!”

 

 소녀는 곧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되돌아오는 건 흥분한 고블린들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뿐이었다. 고개를 두리번거려도 나무와 바위뿐이었다. 놈들은 이제 소녀를 경사진 곳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지친 와중에 경사까지 져 달리기가 점점 힘들어졌고, 소녀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휘청거렸다. 눈에 띄게 속도가 줄어들었는데도 왜 고블린들이 달려들지 않는지 소녀는 알 것 같았다. 어머니는 종종 고블린들의 사냥 방식에 대해 알려주곤 했다. 만에 하나 사냥감이 반격하여 자신들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놈들은 사냥감이 완전히 지쳐 쓰러질 때까지 집요하게 추격한다고 했다. 그 말대로 고블린들은 지금 소녀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맨 앞에서 추격하던 고블린 한 마리가 들고 있던 곤봉을 던졌다. 곤봉은 한 바퀴 빙 돌아 소녀의 뒤통수를 비켜 날아갔다. 깜짝 놀란 소녀가 악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지만, 소녀는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순 없었다. 뒤에선 고블린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격해지고 있었다.

 

 이제 소녀는 달리고 있지 않았다. 소녀는 자신이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피 냄새가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금 빠른 속도로 비틀비틀 좀비처럼 걷고 있을 뿐이었다. 고블린들 역시 이제 달리지 않았다. 조금씩 다가오며 거칠게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갔을 때, 소녀는 작은 동굴을 발견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쿵쾅거렸다. 소녀는 조금이라도 쉬고 싶었다. 먹칠한 것처럼 머릿속이 새까맸고, 소녀는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굴 안에 숨어 고블린들이 가기를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저기가 바로 놈들의 소굴일지도 모른다고, 내면에서 계속 소리쳤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소녀는 남은 힘을 짜내 동굴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동굴은 어둡고 비좁았다. 서늘한 공기가 이마의 땀을 식혀주었다. 그 차가운 바람을 따라가니, 작은 구멍 하나가 나 있었다. 소녀가 허리를 숙이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소녀는 망설이지 않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바구니를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바구니는 온데간데없었고, 땀으로 미끈거리는 빈손뿐이었다.

 

 놈들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놈들이 동굴에 들어온 것이다. 이제 더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소녀는 거친 숨을 내쉬며 구멍으로 들어갔다. 좁은 통로가 아래로 이어졌다. 까진 무릎이 거친 바닥에 쓸려 더욱 아려왔다.

 

 통로가 끝나자,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눈앞의 손마저 희미한 윤곽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차가운 공기가 웅웅 소리를 내며 휘몰아치는 걸로 보아, 소녀가 도착한 장소는 의외로 넓은 공간인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소녀는 청각에만 의지한 채 동굴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귀를 기울이자, 통로를 기어오는 고블린들 소리 속에서 지하수가 시냇물이 되어 졸졸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근거는 없었지만, 소녀는 저 시냇물 소리를 따라가면 분명 출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녀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물소리를 따라갔다.

 

 그러나 언제 따라붙었는지 갑자기 고블린 한 마리가 뒤에서 소녀를 덮쳤다. 소녀는 턱을 바닥에 찧고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다. 운 좋게 발로 놈의 턱을 걷어차 떨어뜨릴 수 있었지만, 약이 오른 놈은 이번엔 몽둥이를 들고 마구 내려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놈도 앞이 보이지 않는지 몽둥이는 계속 빗나갔고, 소녀는 다시 일어나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몽둥이가 소녀의 다리를 때렸고,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놈은 이번엔 쓰러진 소녀를 붙잡고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 두 팔로 막아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소녀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다른 놈들도 도착했는지 저벅저벅 발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그때 갑자기 동굴 안이 환해졌다. 소리도 없이 생겨난 빛이 대낮의 태양처럼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동굴 중앙에서 퍼져 나간 빛은 물기를 머금은 동굴 벽면을 밝게 비추었고, 사방에서 그림자가 물결쳤다. 소녀 뒤로도 그림자가 길게 뻗어 나갔다. 갑작스러운 빛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고블린들은 당황해서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소녀는 그 틈을 타 놈을 밀쳐버리고 근처에 있는 바위 뒤로 잽싸게 도망갔다.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박은 고블린이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우는 듯했으나, 이내 다른 고블린들과 함께 조용해졌다.

 

 소녀는 바위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놈들은 홀린 듯 공중을 쳐다보고 있었다. 빛을 보는 듯했으나, 그 너머의 것을 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빛은 공중에 떠있지 않았다. 빛은 날카로운 창끝에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 너머에는 파충류의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머리가 고블린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면을 응시하는 황금빛 눈과 울퉁불퉁한 피부, 잔뜩 돋아난 거대한 뿔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머리의 주인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소녀가 어머니를 따라 도시에 갔을 때 본 거대한 조각상들마저 이 동물에 비하면 초라할 뿐이었다. 게다가 빛이 동굴 전체를 밝히고 있었지만, 그 거대한 몸뚱이를 전부 밝히진 못했다. 여전히 절반 정도는 어둠 속에 잠긴 채 윤곽만 희미하게 빛날 뿐이었다.

 

 소녀의 머릿속에 종종 마을 아이들과 함께 부르곤 했던 노랫말이 스쳐 지나갔다.

 

 

 불을 뿜어대는 거대하고 날개 달린 뱀을 조심해...

 용을 대적할 자는 위대한 영웅 마그누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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