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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영안사: 영혼을 보는 남자
작가 : 신혜선
작품등록일 : 2018.11.1
영안사: 영혼을 보는 남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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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후 2시간, 망자와의 만남이 열린다.
영안사 차산웅이 영혼이 된 피해자들을 만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카카오페이지/네이버시리즈/원스토어북스 연재중

 
1화. 저주도 아까운 인간 (1)
작성일 : 18-11-02 00:28     조회 : 497     추천 : 2     분량 : 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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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후 2시간,

 시강이 시작되기 전까지 망자와의 만남이 열린다.

 

 

 ***

 태풍이 찾아온 여름날이었다. 현대아파트 9층에 사는 김씨는 어느 때보다도 분주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얼음뿐이 아니라 차가운 건 죄다 꺼내!”

 

 막 거실에 도착한 김씨 엄마가 핸드백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꼬장꼬장한 얼굴이 인상적인 노인네는 고집 센 손가락으로 냉장고를 가리켰다.

 

 “엄마, 나 괜찮겠지?”

 

 김씨가 비 오듯 땀을 쏟았다. 에어컨의 온도를 제일 낮게 설정해 집안엔 한기가 맴돌았다.

 그런데 어쩐 지 김씨 혼자만 태양빛을 내리쬔 듯 수상한 모습이었다.

 

 “잔말 말고 어서!”

 

 그 지시에 김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냉동실에 들어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 화장실로 옮겼다. 얼음판에 얼려진 네모난 조각들이 욕조 위로 쏟아졌다.

 대파를 얼려놓은 비닐봉지도 떨어졌다.

 다진 마늘은 물론이고, 냉동 만두까지 욕조 안으로 차곡차곡 쌓여갔다.

 질서 정연하게 냉동실을 관리한 주부의 노력이 김씨에 의해 애먼 곳으로 흩어졌다.

 

 “왜 뜨거운 물이 나와.”

 

 김씨 엄마는 세면대의 손잡이를 제일 오른쪽으로 돌렸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미지근한 물이 흘러나와 당황한 눈치였다.

 노인네가 신경질적으로 샤워기를 끄고, 손으로 욕조를 휘휘 저었다.

 

 어느새 얼음 물이 된 욕조 속에는 온갖 냉동식품이 괴이하게 떠다녔다.

 손이 시릴 법도 하건만 노인은 아직 만족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선풍기 좀 이리 가져와라.”

 

 노인이 아들에게 선풍기를 받아다가 욕조를 향해 틀어주었다.

 자신의 며느리였던 사람이 누워있는 욕조를 향해서 말이다.

 

 “넌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물이 다시 차가워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노인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돈은 어디다 놨니?”

 “집안일은 전부 수경이가 관리해서….”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 가서 방을 다 헤집어 놔. 일부러 장롱 같은 걸 헤쳐 놓으라고. 그다음에 넌 여기 쓰러져 있는 거야. 너도 똑같이 강도한테 당했다고 말을 해.”

 “…….”

 

 김씨는 대답이 없었다. 엄마의 지시보다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사실 김씨는 욕조에 누워있는 아내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피를 흘리던 아내는 욕조에서 빠른 속도로 생기를 잃어갔다.

 얼음의 효능이 어찌나 센지 잠깐 사이에 입술이 파랗게 변했다. 누가 봐도 시체의 모습이 되고 있었다.

 

 김씨는 그제서야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흘러내리던 식은땀이 날아가 싸늘한 공기를 만들었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호흡도 가빠 왔다.

 

 “알겠냐니까! 이러다 너도 죽게 생겼어, 이놈아.”

 

 노인이 아들의 뺨을 때렸다.

 강한 충격에 김씨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무엇보다도 한 가지 결론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대로 있다간 파멸을 맞을 거란 사실 말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김씨가 다음 달에 받을 인센티브만 해도 현대아파트값을 훌쩍 넘었다.

 무엇을 위해서 죽어라 일을 했단 말인가. 감옥에 들어가려고 돈을 번 것이 아니었다.

 행복한 가정, 아니 그것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 일을 해왔다.

 여기서 모든 것을 잃기엔 자신의 청춘이 아깝다.

 

 “알겠어. 알겠다고.”

 

 김씨는 안방으로 달려가 장롱을 뒤집어엎었다.

 그 사이 김씨 엄마는 쉬지 않고 며느리를 돌봤다. 정확히 말하면 증거를 없애기 위해 며느리의 머리에 쉴 새 없이 찬물을 뿌렸다.

 바가지질 한 번에 흘러나오던 피가 말끔히 씻겨내려갔다. 조금이나마 아들의 범행을 숨기려는 엇나간 모성이었다.

 

 “엄마, 찾았어!”

 

 김씨가 통장과 함께 5만 원 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나한테 줘. 내가 가지고 나갈 테니까. 너는 어서 거실에 누워.”

 “여기.”

 

 김씨는 덥석 돈을 넘겼다. 그리고는 중요한 게 생각난 듯 덧붙였다.

 

 “엄마, 계단으로 내려가. CCTV에 안 보이게.”

 “안 그래도 올 때 계단으로 왔어.”

 “역시 우리 엄마.”

 “경찰이 오면 기억이 안 난다고 둘러대라고. 알지?”

 

 김씨 엄마는 핸드백을 챙겼다. 그리고는 현관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알아.”

 

 그 사이 김씨는 바닥에 떨어진 와인병을 들었다. 아내를 살해할 때 썼던 바로 그 무기였다.

 김씨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뒤통수에 와인병을 휘둘러쳤다. 이미 금이 가 있던 와인병은 두 번째 일격에 유리 조각을 흩날리며 박살 났다.

 

 김씨는 온몸에 와인을 뒤집어썼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와인병 손잡이부터 챙겼다. 김씨가 허리춤으로 병목에 묻은 지문을 정성스레 닦았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대로 사체가 경직되기까지만 기다린다면 경찰도 쉽사리 김씨를 구속할 수 없을 터였다.

 

 가장 중요한 피해자의 증언이 소실되지 않았는가.

 

 앞으로 두 시간, 아니 얼음을 넣었으니 한 시간 남짓한 시간만 버티면 된다.

 김씨는 마른침을 삼키고는 거실에 엎드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일부러 크게 숨을 내뱉어 보았다. 고른 숨소리가 김씨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 한결같은 소리가 태아의 심장 고동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떨렸던 마음도 차츰 진정이 되었다.

 

 “나는 가 있을 테니까 웬만하면 연락하지 말아.”

 

 대답을 바란 것이 아니었는지 김씨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신발을 신었다.

 

 “나도 안다니까.”

 

 지금 상황에서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김씨가 때이른 안심을 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띠리링-.

 현관에서 벨이 울렸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김씨 엄마는 발걸음을 멈췄다. 김씨도 마찬가지로 숨을 죽였다.

 

 띠리링- 띠리링-.

 다시 도어 벨이 울렸다.

 

 김씨는 고개를 들고 당황해하다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노인이 얼굴을 찌푸리고 가만히 있으라는 시늉을 했다. 김씨는 최대한 인기척을 숨기고 미지의 침입자가 돌아가기만을 기다렸다.

 

 띠리링- 띠리리리링-.

 하지만 문밖의 침입자는 도무지 포기할 줄 몰랐다.

 

 김씨가 숨을 죽일수록 벨을 누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새벽 한 시, 이 정도 소음이면 옆집 사람까지 뛰쳐나올 기세였다. 결국 김씨는 몸을 털고 일어나 인터폰의 모니터를 확인했다.

 

 후줄근한 반팔 티를 걸친 30대 남자가 서있었다.

 남자는 막 자다가 깼는지 머리에 까치집까지 지어진 모습이었다. 운동복 같은 잠옷 바지 위에 가죽 벨트를 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나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심지어 남자는 혼자 있는데도 계속 입을 벙긋거렸다.

 

 김씨는 남자의 말소리를 듣기 위해 인터폰을 눌렀다.

 

 “어? 받으셨네요. 안에 계신 거 다 알고 있습니다.”

 

 남자는 정돈된 목소리였다. 흥분한 모양새도 아니었고 화가 난 것 같지도 않았다.

 

 김씨가 엄마의 눈치를 봤다.

 

 “뭐 해? 건들지 말고 그냥 둬!”

 “…….”

 

 김씨는 호출을 끊어야 하나 고민했다. 강도로 위장하려면 자신의 목소리는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다. 역시 모른척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남자를 어떻게 돌려보낸단 말인가.

 김씨가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김성식 씨?”, 남자가 김씨의 본명을 불렀다.

 

 김씨는 화들짝 놀라 화면 속의 침입자를 유심히 살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는 누구길래 김씨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저 윗집사는 사람인데요.”

 

 속마음이라도 읽은 것인지 문밖의 남자가 말을 이었다.

 

 “여기 강도가 들었다는 제보를 받고 왔습니다. 괜찮으신가요?”

 “…….”

 “문 좀 열어 보세요. 경찰을 불러 드릴까요?”

 

 남자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복도에 쿵쿵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김성식 씨!”

 

 김씨는 급박한 소리에 이성적인 사고가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본능적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시체의 상태를 확인했다.

 

 시체는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팔, 다리, 몸통까지 딱딱하다. 김씨의 예상보다 발견되기에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을 듯 보였다.

 

 “엄마, 베란다에 숨어.”

 

 김씨가 현관에 멍청하게 서있던 노인에게 지시했다.

 

 “어쩌려고 그래?”

 “이렇게 알리바이를 만들면 돼. 내가 혼자 깨어나서 생쇼 하는 것보다 윗집 사람이 발견해주면 좋지. 목격자가 있는 편이 진짜 강도가 들었다고 우길 수 있잖아.”

 “그게 되겠어?”

 “된다니까! 아까 피가 튄 옷도 다 치웠으니까. 강도가 죽였다고 우길 수 있어.”

 

 노인은 아들의 말보다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침입자에 단념했는지 반박하지 못하고 물러섰다.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까진 숨기지 못하고서 베란다로 숨어들었다.

 

 그것을 확인한 김씨가 인터폰을 눌러 현관문을 열었다. 이어 잽싸게 거실 바닥에 누워 머리를 움켜쥐었다.

 

 “구급차를 불러주세요. 경찰도요.”

 

 김씨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꾀병을 부렸다.

 

 “그쪽도 머리를 다치셨나 봐요?”

 

 의문의 남자는 천천히 집으로 걸어 들어왔다. 쓰러진 김씨를 보고도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거실을 한번 훑어보더니 느긋하게 뒷짐을 졌다.

 

 “기억이 잘 안 나요. 강도가 들어온 것 같은데…, 갑자기 공격당하는 바람에….”

 

 김씨는 말하는 중간중간 끙끙대는 소리를 집어넣었다.

 

 “저 와인병으로 그러셨군요.”

 

 남자는 여전히 멀찍이 떨어져 와인병 손잡이를 눈으로 살폈다.

 

 “네, 맞아요. 강도들이…. 그런데 저희 집에 강도가 왔다는 건 어떻게 아셨죠?”

 “그게 아니라 제가 자고 있는데 말입니다. 도무지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요.”

 “큰 소동이었죠. 아, 저는 기억은 안 나지만…, 우선 구급차부터 불러주실래요?”

 

 김씨가 불쌍한 눈빛을 지어 보였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는데요.”

 

 남자는 그런 김씨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거실에 걸려있는 결혼사진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제가 마침 영안사여서요.”

 “…….”

 

 그 말에 김씨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제가 막 잠에 들려는데 김성식 씨 부인 분께서 찾아와, 어찌나 깨우시는지 도저히 누워있을 수가 있어야죠.”

 

 미지의 남자는 김씨를 상관도 하지 않는지 여유롭게 발을 뗐다.

 부엌으로 이동해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핸드폰을 들었다.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고 있던 사람처럼 말이다.

 이어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 상대는 119도, 경찰도 아니었다.

 

 “이수경 씨 어머니 되시죠? 새벽에 죄송합니다. 저는 영안사 차산웅이라고 합니다.”

 

 산웅은 점잖은 목소리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다름이 아니라 수경 씨께서 방금 살해당하셨습니다. 따님께서 마지막으로 말을 전해달라고 하시네요. 엄마 말 안 듣고 결혼해서 미안하다고. 엄마랑 싸웠던 때가 행복했다고 하십니다.”

 “어쩌다가…. 수경이가 옆에 있는 건가요?”

 

 전화기 너머에서 격양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제 옆에 계십니다.”

 

 산웅은 허공을 쳐다봤다.

 아니, 그가 바라보는 곳은 단지 허공이 아니다.

 영안사의 시선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부엌 한복판에 하얀 연기가 하나의 형체를 형성했다. 털실로 만든 인형처럼 하얀 연기들은 끈을 이뤄 사람의 모습을 그려냈다.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천사와도 같은 여성이 부엌에 두둥실 떠있었다.

 

 천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의 등에 탯줄과도 같은 두꺼운 끈이 이어져있다는 점이다. 새하얀 끈은 욕실로 연결됐는데, 그녀의 육체가 욕실에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거실에 떠있는 하얀 영혼은 조금 전 살해당한 수경이었다.

 집안에서는 오직 영안사 산웅만이 수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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