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24화 -어째서 그녀의 주위는...-
작성일 : 18-11-01 11:23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21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모방범의 대한 처벌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고등학생인 데다가 이번이 첫 범죄행위인 점을 고려한단다. 그래봤자 대한민국 최악의 범죄자를 모방했으니 영원히 좋은 직장이나 제대로 된 가족생활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기분이 묘해지네. 확실히 잘못된 일을 하긴 했지만 인생이 완전히 망쳐졌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생각하지마자 약간 부자연스럽게 연화의 얼굴이 굳었다.

 

 ‘하긴, 다른 사람 인생을 자기 멋대로 끝내 버렸으니 자기 인생도 망가질 각오는 했겠지.’

 

 그녀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진철원보다 모방범 처벌이 더 빠르게 된 거지? 이상하네. 여론을 잠재우려고 그러는 건가?”

 

 그녀가 스스로에게 질문했지만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별로 의미도 없지만. 시간이 늦는다고 해서 그가 재판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12월 14일이네.”

 

 아직은 아침이지만, 어쨌든 그 날이다. 만약 오늘 눈이 내린다면, 그녀는 예지몽을 꾸는 것이든 시간을 거꾸로 가는 것이든 무언가 초현실적인 일에 휘말렸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하아, 제발 눈이 안 왔으면...”

 

 솔직히 말해서 이미 지금까지의 일로 증명이 되긴 했지만, 만약이라도 눈이 오지 않는다면 그녀는 이것으로 인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 낼 수 있을 것이다.

 

 ***

 

 “하아...”

 

 연화가 머리를 짚었다. 하늘은 무심하게도 그녀의 바램을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밖에서는 그녀가 기억하는 것과 거의 완벽히 똑같은 양의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 정말 어떡하지.”

 

 그녀가 얼굴을 손에 묻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별로 믿어지지가 않았다. 시간을 넘나들다니, 이보다 허황된 소리가 또 있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녀의 확신을 증명했다.

 

 “어쩌면 이번에는 아무 일 없이 그냥 진철원이 감옥에 갇혀서 평생을 보내는 걸로 지나갈지도...”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결국 나 혼자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막막함이 몰려들었다. 어째서 이따위 일에 휘말려버린 걸까?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은 하필 그녀에게만 일어나는 걸까.

 

 ‘내가 미쳐가는 건가? 아니면 내가 미친 상황에 있는 건가?’

 

 그녀가 머리를 감싸쥐었다.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막힌 느낌이었다. 그나마 학생이었어요 때는 자존심은 상하더라도 답지를 펼치면 그만이었지만, 이건 실전이었다. 답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미치겠다...차라리 그냥 내가 미친 거였으면 약이나 먹고 치료나 받으면 될 텐데...”

 

 설마 자기 자신이 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 줄이야. 그것도 고작 이십 대에. 역시 자신은 너무 오래 혼자 있으면 안 된다.

 

 연화가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엄마 왔다.”

 

 그러자 연화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다가오자 다시 어두운 생각은 잠시나마 사라졌다.

 

 “다녀오셨어요.”

 

 그녀가 헤실헤실 웃으며 그녀의 어머니를 껴안았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이자 어린 시절의 자신을 지켜주고 지탱해 준 사람. 이제는 연화가 덩치가 훨씬 더 커졌지만, 그럼에도...

 

 “오늘따라 얘가 왜 이러니? 사온 거나 먹어라.”

 

 그럼에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연화는 몇 분간은 그대로 있었지만 결국에는 다시 팔을 풀고 침대 위에서 고쳐 앉았다.

 

 “여자애가 애교가 별로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이제 보니 그것도 아닌가 보구나?”

 

 그녀의 어머니가 피식 웃으면서 과자 봉지를 들어올렸다.

 

 “앗, 그거 성차별이에요.”

 

 “네 엄마는 그런 걸 일일히 따지기에는 너무 늙었단다. 네 자식들한테나 그렇게 가르쳐라.”

 

 그녀의 어머니가 장난스럽게 받아쳤고, 둘은 언제나와 같이 시답잖은 말장난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연화의 머릿속 한켠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지만.

 

 “현우는 오늘도 못 온다니? 아무리 그래도 나흘이나 못 오다니...”

 

 “아하하...네. 요즘 좀 많이 바쁜가봐요. 어쩔 수 없죠. 아무리 그래도 자기 직장생활을 통째로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연화는 대충 둘러댔다. 솔직히 많이 섭섭했지만,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온갖 일들이 터지는 바람에 머리가 아픈데, 현우와 싸우기까지 할 기운은 없었다.

 

 “그래도 너는 보고 싶잖아?”

 

 “저도 어른이에요, 엄마. 원하는 대로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어요.”

 

 그 말에 어머니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왜 그러세요? 저 괜찮아요. 대신에 엄마는 매일 여기에 오잖아요.”

 

 “엄마는 항상 걱정이었단다. 네가 어렸을 때는 웃기도 잘 웃고 표현도 많이 하던 애였는데.”

 

 “어렸을 때 성격 그대로 자라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연화는 벌써부터 살짝 불편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지만 굳이 말을 끊지는 않았다. 며칠 전에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을 때 조금 무례하게 말을 멈췄으니 오늘은 들어줘야 할 것이다.

 

 “중학생 때 이후로 항상 문제는 너 혼자 해결하려고 하고...아파도 병원도 안 가고...누가 친해지려고 하면 ‘귀찮다’ 라면서 밀쳐냈잖니.”

 

 “아 엄마, 제 흑역사는 좀...”

 

 “솔직히 엄마는 무서워. 네가 정말 큰 문제가 있는데 엄마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는 너랑 달라서 똑똑하지도 않고, 눈치도 빠르지 않으니 말이다.”

 

 ‘아니, 이미 그 시점에서 눈치가 제가 좀 불편해 질 정도로 빠르신 거 같은데요.’

 

 연화가 속으로 생각했다. 확실하 조금 찔렸지만, 그렇다고 이미 걱정이 태산인 어머니에게 최근에 다시 PTSD 증상이 도졌고 자신이 시간을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전에 현우가 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그 말이 연화가 멈칫했다. 그러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추궁했다.

 

 “무슨 말이요?”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렴. 몇 년 전의 얘기고 그냥 그때의 너는 굉장히 불신이 심했다는 것 뿐이야.”

 

 솔직히 약간 충격이었다. 자신 몰래 자신에 대한 얘기를 어머니에게 했다니. 이건 나중에 보면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자신과 서로 지나칠 정도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은 없게 하자고 약속했는데.

 

 “...알았어요. 나중에 현우랑 얘기해 볼게요.”

 

 누군가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었다. 예상과 다르게 현우였다. 연화는 최대한 빠르게 표정을 풀었지만 이미 늦었다는 듯, 현우의 얼굴에 의구심이 드러났다.

 

 “그럼 엄마는 잠깐 나가 있으마.”

 

 이상해진 분위기가 어색했는지, 연화의 어머니는 자리를 떴다. 연화는 무표정하게 창문을 바라보았고, 그런 연화의 옆에 현우가 앉았다.

 

 “오늘 못 온다면서.”

 

 “어찌어찌 일 끝내고 온 거지.”

 

 “...그래. 알았어.”

 

 연화는 고개를 돌렸다. 현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연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왜 그렇게 나한테 화가 난 거야?”

 

 “...너, 엄마한테 내 얘기 했다면서.”

 

 “...아, 몇 년 전에 그거?”

 

 “그래. 우리 약속하지 않았었나? 서로 지나친 개입은 삼가자고.”

 

 연화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약간의 당혹감도 있었지만, 솔직히 그 때의 자신은 치료가 필요했으니 법적으로 현우는 연화의 가까운 사람에게 연화의 상태를 알릴 의무가 있었다. 사실 그것도 그렇지만 지난 며칠간 자신에게 소홀했던 그가 원망스러워 괜스레 짜증을 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건 사과할게. 그때는 네가...자살시도를 했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 보호자에게 알리는 건 내 법적 책임이니까. 그리고 얼굴을 봐서는 그것보다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정말, 그는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다.

 

 “그래. 다른 이유가 있긴 하지만 됐어. 나도 과민반응 한 거니까 사과할게. 그냥 오늘은 기분이 별로네.”

 

 순간적으로 약하긴 했지만 괜히 화를 내서 서로 힘을 뺄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녀 혼자서 견뎌내는 편이 나으니까. 어차피 이 고질적인 의존증도 언젠가는 고쳐야 할 테고...

 

 “거짓말은 하지 말고. 하지만 더 묻지는 않을게. 나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그가 물었다. 솔직히 별로 생각이 나지는 않았지만, 아무 이야기나 하는 것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녀는 간단하게 모방범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현우가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그게 그 한명 뿐일 경우겠지만...”

 

 현우가 중얼거렸지만 연화는 애써 무시했다. 설마 또 다른 모방범죄가 일어난다니, 상상도 하기 싫었다. 도대체 왜 그는 분명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이런 암울한 얘기를 꺼내는 걸까?

 

 “아냐, 잊어버려. 그냥 너도 몸 조심하라고. 경찰이 대기하고 있다지만...”

 

 “알아. 나 거의 다 나았거든.”

 

 그 이후에 연화는 다른 주제로 말을 돌렸고, 현우도 그다지 그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둘 다 어두운 이야기에 익숙한 것 뿐이지 즐기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그날 밤은, 연화에게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8 27화 -아이러니- 2018 / 11 / 1 238 0 4449   
27 26화 -다시 한 번...- 2018 / 11 / 1 249 0 2802   
26 25화 -Copycat No. 2- 2018 / 11 / 1 256 0 4451   
25 24화 -어째서 그녀의 주위는...- 2018 / 11 / 1 232 0 4213   
24 23화 -그녀의 책임- 2018 / 11 / 1 226 0 4066   
23 22화 -회상- 2018 / 11 / 1 245 0 4713   
22 21화 -또 다른 적, 그리고...- 2018 / 11 / 1 257 0 4385   
21 20화 -그 또한...- 2018 / 11 / 1 228 0 4180   
20 19화 -데자뷰- 2018 / 11 / 1 252 0 6131   
19 18화 -스스로에 대한 불신- 2018 / 11 / 1 226 0 4689   
18 17화 -그는 그녀를 구원했고, 그녀는 소녀를 … 2018 / 11 / 1 318 0 4826   
17 16화 -다시 쓰이는 이야기- 2018 / 11 / 1 240 0 5517   
16 15화 -그의 이야기대로- 2018 / 11 / 1 235 0 6778   
15 14화 -끝?- 2018 / 11 / 1 247 0 7441   
14 13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뒤통수에는 뒤통… 2018 / 11 / 1 229 0 4610   
13 12화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이야기- 2018 / 11 / 1 255 0 4759   
12 11화 -비가 내리는 날에- 2018 / 11 / 1 254 0 5498   
11 10화 -소녀의 절규는 꿈이 아닌 현실- 2018 / 11 / 1 261 0 6482   
10 9화 -그와 그녀는 예전에- 2018 / 11 / 1 262 0 4255   
9 8화 -다시 시작- 2018 / 11 / 1 239 0 5333   
8 7화 -또?- 2018 / 11 / 1 245 0 6450   
7 6화 -다시 꿈- 2018 / 11 / 1 251 0 5686   
6 5화 -그리고 그녀는 절규했다- 2018 / 11 / 1 247 0 4771   
5 4화 -희소식- 2018 / 11 / 1 246 0 3584   
4 3화 -평화를 위한 불문율- 2018 / 11 / 1 241 0 4198   
3 2화 -평범함을 연기하다- 2018 / 11 / 1 248 0 3059   
2 1화 -꿈과 현실은 다르다.- 2018 / 11 / 1 233 1 4510   
1 프롤로그 -완벽함- 2018 / 11 / 1 402 0 167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