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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22화 -회상-
작성일 : 18-11-01 11:21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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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얼굴도 잊어버린 아버지. 자세한 외모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연화 본인은 어머니를 닮았으므로 거울을 보고 추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진은 그녀가 직접 스스로의 눈에 보이지 않게 그저 TV에 나오는 아버지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푸근한 아저씨같은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오구구, 우리 연화 재밌어?”

 

 “네!”

 

 뿔뿔이 흩어졌던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 둘 스쳐지나갔다. 지금 기억나는 이것은 그녀가 아버지와 친할머니 댁에 있는 닭장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었다.

 

 “꼬꼬꼬꼬.”

 

 어미 닭이 조그만 병아리들을 이끌고 연화의 손에 담긴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은 그 나이의 연화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했다. 여러 개의 조그만 무리들이 살짝 간지러웠지만 꾹 참았다. 움직여서 기껏 자신 주위로 모여든 닭들을 다시 흩어지게 하기는 싫었으니까.

 

 “앗, 다 먹었다.”

 

 “아빠, 저 모이 더 주면 안 돼요?”

 

 그러자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요, 공주님. 꼬꼬들도 적당히 먹어야지.”

 

 “히잉...”

 

 그녀가 울상을 짓자 그녀의 아버지는 못 이기는 척 모이를 더 주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여러 번 주고 싶어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여러 마리의 닭이 고작 여섯 살 짜리 꼬마의 고사리손에 담긴 모이만 먹고 충분할 리가 있나.

 

 “헤헤. 고맙습니다!”

 

 그렇게 웃으며 그녀는 다시 손을 내밀어 닭들이 모이를 쪼아 먹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녀가 모이를 주는 것에 흥미를 잃었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데리고 근처의 저수지로 향했다. 가져온 낚싯대를 걸치며, 아버지는 물수제비를 보여주었다.

 

 “우와! 저도 해볼래요!”

 

 연화가 호들갑을 떨며 아무 자갈이나 집은 뒤 던졌지만, 당연하게도 돌은 튀어오르기는 커녕 그대로 잠수했다.몇번의 실패 후 연화가 침울해하자, 연화의 아버지는 평평한 돌을 그녀의 손에 쥐여 주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가볍게 수면 위로 돌을 던졌다.

 

 촤악-

 

 “우와아...! 아빠! 제가 했어요! 돌이 막 뛰었어요!”

 

 “그래, 그래.”

 

 고작 한 번 물에서 튀긴 것이 전부였지만, 그 나이의 어린아이들이 모두 그러하듯 그녀는 아랑곳않고 그 돌처럼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촤악-

 

 “어이쿠! 물고기가 물었나 부다.”

 

 그녀의 아버지는 황급히 휘청거리는 낚싯대를 붙잡은 뒤 릴을 되감았다. 멀리서 조그맣게 물살이 일어나는데 보이자 연화의 관심도 물고기에게 쏠렸다.

 

 “읏차! 붕어구나.”

 

 펄떡거리는 물고기를 바라보던 연화는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왜 그러니?”

 

 “...이게 붕어?”

 

 “응. 그런데?”

 

 “...붕어빵처럼 안 생겼어. 붕어빵은 귀여운데, 얘는 이상하게 생겼어요.”

 

 그녀의 아버지는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침묵을 지키더니 웃기 시작했다.

 

 “푸...푸하하...아하하!”

 

 “왜 웃어요!”

 

 그녀가 불을 부풀리며 화를 내자 아버지는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왜기는, 우리 연화가 너~무 귀여우니까 그렇지!”

 

 그때의 그녀는 팔을 휘저으며 균형을 잡으려고 애썼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떨어질 것 같아서 무서웠으니까. 그렇다 한들 실제로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속으로는 믿고 있었지만.

 

 “어휴, 이 인간이 어딜 갔나 했더니...말을 해야죠, 말을! 한참 찾았다구요. 어머님도 얼마나 걱정하셨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앞치마 차림으로 걸어오며 말하자 연화의 아버지는 그녀를 내려놓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미안해 여보. 깜빡했네.”

 

 “에휴, 말을 말죠...말을 말아...”

 

 “엄마!”

 

 연화가 달려가 어머니의 다리를 꼭 껴안자 그녀의 어머니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아올렸다. 그녀를 살짝 위아래로 흔들며,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시 할머니의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아빠랑 노니까 재밌어?”

 

 “네! 닭들 모이도 주고, 돌도 물에 던지고, 물고기도 잡고요...”

 

 연화가 그녀와 아버지 함께 한 일을 줄줄이 나열하는 동안 그녀의 할머니가 마중을 나왔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이제 왔냐? 그래, 애비가 잘 놀아 주더냐?”

 

 아이러니하게도, 연화는 할머니의 인상착의는 거의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살짝 양 옆으로 처진 눈, 고르게 난 주름과 살짝 굽은 허리를 가진 그녀의 할머니는 거의 항상 하늘색의 무언가를 입고 계셨다.

 

 물론 비가 내리던 날 이후로는 두번 다시 할머니댁에 가지 않았지만.

 

 “네!”

 

 “그래, 이제 들어와서 밥 먹어라. 이 할미가 맛난 거 많이 준비해 놨으니.”

 

 그때의 연화는 웃으며 집 안으로 달려들어갔었다.

 

 “...그래. 그때는 그랬지.”

 

 연화가 슬프게 웃었다. 말이 씨가 된다고,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을 따라가며 회상하다보니 결국은 그것으로 돌아와 버렸다.

 

 모든 것을 망쳐버린 것들에 대한 기억으로.

 

 “...할머니, 한 번은 뵐 걸 그랬나.”

 

  그녀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녀가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본 날에 들은 말은 그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렇다 해도 막상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니 괜히 후회가 됐다.

 

 ‘혼자 착한 척은 다 하네.’

 

 환청이 비꼬았지만 연화는 무시했다. 어차피 대답해봤자 좋은 것 하나 없다. 그저 기분만 왕창 나빠질 뿐이지. 적어도 지금은, 아주 어린 시절의 행복한 가족만을 떠올리고 싶었다.

 

 “그때는...정말 남부럽지 않게 행복했었는데.”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확히 언제부터였을까. 일이 잘못되기 시작한 게.”

 

 아마 그녀의 인식 밖에서부터 천천히 무언가가 삐걱거리기는 했을 것이다. 그저 그녀가 낌새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다다른 상태였을 뿐이지.

 

 “하아...울적하네.”

 

 그 날로부터 십 년 가까이 지났건만, 여전히 그 일을 생각하자 그녀의 눈이 촉촉해졌다. 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해진 건지는 자신도 몰랐다. 고작 몇 분 사이에 행복과 우울함을 넘나들다니.

 

 “그래도 굉장한 발전이지, 이 정도면.”

 

 그녀가 스스로를 북돋았다. 그녀가 손목을 들어올린 뒤 빛에 비추자, 여전히 흉터가 조금은 남아있었다. 적어도 그 날로부터 현우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은 거의 정신병자 수준에 가까운 불신과 공격성을 갖고 있었으니까.

 

 “하아, 보고 싶다.”

 

 “누구를?”

 

 연화가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자 천천히 일어나고 있는 그녀의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아, 아무것도요. 그냥.”

 

 “엄마한테 거짓말 하지 마라 연화야. 어차피 네가 보고 싶어할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다고. 있어봐야 엄마는 여기 있으니 현우겠지.”

 

 “으, 으윽...알면서 왜 물어보시는 거에요.”

 

 “그냥. 놀리는 게 재밌으니까.”

 

 “딸을 놀리는 게 재미있다니...”

 

 “우리 둘만 있으니 물어보는 건데, 너 어차피 현우랑 결혼할 거면 그냥 해버리는게 낫지 않니?”

 

 또 시작이다. 결혼 공격.

 

 “그게 제 맘대로 되나요. 이제 그만 물어보세요...”

 

 “결혼 하기는 싫은 거야? 아니잖아?”

 

 그말이 연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결혼 하기 싫은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녀 스스로도 현우에게 의존하는 자신을 인정해야 할 정도로 이제 그녀는 그가 없는 생활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오죽하면 환각조차도 그와 어머니만이 연화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했을까.

 

 “그건...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 결혼을 하고 싶은가? 잘 모르겠다. 확실하게 좋아하고 있고, 또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불안하달까. 선뜻 마음이 가지도 않았다.

 

 “지금 당장 현우가 결혼해 달라고 하면 받아줄 거야?”

 

 “아마도...받아줄 거 같아요.”

 

 즉, 스스로 결혼 이야기를 꺼낼 자신은 없지만 프러포즈를 받으면 승낙할 것이다...가 그녀의 입장이었다. 다른 것에서는 무모할 정도로 겁이 없는 그녀가 어째서 이렇게 답이 분명한 문제에서는 겁쟁이가 되어버리는 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연화의 불편함을 본 어머니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무언가가 생각난 듯, 연화를 똑바로 응시하며 그녀의 어깨를 살짝 붙잡았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기억해, 딸. 현우는 네 아버지가 아니야.”

 

 연화의 얼굴이 싹 굳었다. 평소라면 보이지 않을 노골적으로 불쾌한 얼굴을 보이며 연화는 어머니의 손을 치워버렸다. 기껏 조금이나마 좋아졌던 기분이 다시 내려앉았다.

 

 “꼭, 이런 데에서 아버지 얘기를 꺼내셔야 되나요?”

 

 그녀가 불평하듯이 말했다.

 

 “현우 얘기다. 듣기 싫겠지만 그냥 하나만 기억해라. 너희 아버지랑 현우는 다른 사람이야.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건 현우한테나 네 아버지한테나 좋은 일이 아니다.”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저도 알아요. 현우는 아버지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요.”

 

 연화의 어머니는 무언가 말을 더 하려는 듯 보였지만 입을 다물었다. 아마도 입원한 딸의 기분을 더 이상 망치는 건 좋지 못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연화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곧 표정을 풀었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넣어두고 다른 얘기 해요. 재밌는 이야깃거리도 많은데 왜 하필 그렇게 우울한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그녀가 반 장난조로 투덜거리며 말하자 어머니도 조금은 웃음을 되찾았다. 연화가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켜자, 어제와 같이 진철원의 방식과 같은 방법을 쓴 살인범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다른 채널.”

 

 그녀가 중얼거리며 채널을 돌려버렸다. 평소라면 득달같이 뉴스를 봤겠지만...이번에 입원한 이후로는 보기가 싫었다. 어차피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신경 쓸 가치도 없다.

 

 “이거나 보죠.”

 

 요즘에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틀고는 집중했다. 어차피 남아도는 시간, 적어도 부정적인 생각에 머무르지 않게 바보상자에 관심을 쏟으리라. 무엇이든지 아버지와 관련된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녀는 아직, 어젯밤의 꿈에서 얻은 자그마한 행복감을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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