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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21화 -또 다른 적, 그리고...-
작성일 : 18-11-01 11:21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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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대체 무슨 소리야?”

 

 연화가 먹던 귤을 떨어뜨리며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다. 그녀와 어머니, 그리고 현우는 시간도 죽일 겸 아무 생각없이 간식을 먹으며 텔레비전이 방영하는 옛날 영화를 보고 있었다.

 

 아홉 시 조금 넘어서 갑자기 영화 화면이 바뀌어 긴급속보가 뜨기 전까지는.

 

 “오늘 저녁 여섯 시에 OO구에서 연쇄살인의 일부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은 온몸에 자상이 나 있었으며, 다른 사건과 같은 시계모양의 그림이...경찰은 조사를 마친 뒤에 확답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현재 심각한 불안을...”

 

 뻔한 말이었지만, 연화에게는 마치 시한부 선고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명 잡혔다고 하지 않았어?”

 

 현우가 물었지만 연화의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의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있었기에 제대로 듣지 못했다.

 

 “연화야.”

 

 “응? 뭐라고?”

 

 현우가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잡으며 다시 묻자 그제야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그놈, 잡힌 거 아니냐고.”

 

 “응...그럴...텐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그 인간이 맞는데? 설마 내가 틀린 거야?’

 

 분했지만 어느 정도는 스스로의 속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진철원은 범죄자가 맞다-다른 건 무시하더라도 절도죄에 살인미수를 저질렀으니까.

 

 그런데, 살해당한 유족의 휴대폰을 훔치고 경찰을 공격하면 그것이 과연 그들이 쫓던 연쇄살인의 범인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야, 하지만 분명히 밝혀졌다고 했는데?’

 

 연화는 전화기를 집어들고 김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어쩔 수 없다-이건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다. 사람들에게도, 경찰에게도.

 

 “아이 씨, 이번에는 또 누구야!”

 

 아예 발신자 번호도 보지 않고 받은 모양이었다. 그가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고함치자 귀가 아파왔다.

 

 “저에요, 연화.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진철원이 도망치기라도 했어요?”

 

 “젠장, 나도 몰라. 진철원은 안 도망쳤어. 사방이 막힌 독방에서 24시간 사각지대 없는 카메라로 감시하고 있었다고. 자백까지 했고, 물증도 분명 확보했다고.”

 

 “그게 대체...”

 

 “아이 씨, 알았어! 간다 가! 나중에 말해주마. 지금은 길게 통화 못 해. 끊는다.”

 

 김성호는 연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분명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졌던 말인가? 분명 그는 진철원이 나가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팀장님도 모르셔. 분명 범인도 잡혔고, 물증도 나왔어. 그리고 독방에서 24시간 감시를 받고 있었다는데...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러면 물리적으로 널 찌른 자식이 살인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거지?”

 

 “그래, 왜?”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했다. 연화는 화가 났고 또한 자책감을 느꼈고, 현우는 또다시 그 특유의 ‘공포 침묵’ 상태였다. 객관적으로 비정상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두 사람이 동시에 이런 반응을 보이자, 연화의 어머니가 험악한 분위기에 안절부절했다. 연화는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살짝 웃었다.

 

 “괜찮아요. 여기에는 사람들도 많고, 피해자인 제가 있어서 경찰이 대기하고 있으니까요.”

 

 “그...그래...너희 둘은 가끔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얘기를 하네.”

 

 현우와 연화는 말문이 막혔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긴 하지만, 둘 다 어두운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으며 일하다 보니 암울하고 절망적인 이야기에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긴 건 사실이었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그런 주제에 대한 얘기를 꺼리지 않게 되기도 했고.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인과 살인사건에 대한 토의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난 원래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다루는 게 일이고 너도 범죄자들, 그것도 강력범죄자들을 잡는 게 일이니 우리 둘이 부정적인 대화에 거부감을 적게 갖는 것도 사실이지.”

 

 “그...저희가 대화하는 게 조금 무섭게 들리길 수도 있지만 걱정 마세요. 저희가 이상한 사람들인 건 아니니까.”

 

 연화가 어색하게 웃으며 어머니를 진정시켰다.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사실 저는 예전부터 정신병 걸렸는데 최근에 재발했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그거 말인데...내가 예전에 선택과목으로 들었던 수업에서 조별 과제가 있었는데 주제가 외국의 정신이상자에 대한 조사였거든.”

 

 “그, 그래. 엄마가 계시니까 말을 좀 순화해서 해줘.”

 

 “알았어. 그중에 우리가 뽑은 건 범죄 쪽이었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범죄 관련 심리학은 가장 인기도 많고 흥미로운 주제였으니까. 어쨌든 그중에 내가 맡은 게 ‘모방범죄’ 였어.”

 

 “...설마.”

 

 “확실히 우리나라는 사이코패스적 연쇄살인이 거의 벌어지지 않으니 당연히 알려진 사례가 적지만...그런 만큼 지금처럼 대서특필되는 사건이 터지면...”

 

 “...모방범죄자가 나올 확률이 폭등하겠지.”

 

 “당연히 이건 네가 알고 있는 그쪽 전문가들이 더 잘 알겠지만 그냥 내 생각을 말해본 거야. 확실하게 알려면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도록 해.”

 

 “아냐, 고마워. 어차피 나는 병실에서 아무것도 못 하니 그냥 채환이한테 문자나 보내놓지 뭐. 언젠가는 보겠지. 지금 전화걸어 봤자 너무 바빠서 아마 못 받을 테고.”

 

 연화는 채환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뒤로 기대었다. 분명 그녀는 현재 수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니 그냥 신경 끄고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결정되겠지만...어디 마음이 그렇게 쉽게 움직여지던가.

 

 “경찰이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신경이 쓰이겠지만, 지나치게 저거에 정신이 팔리지는 않도록 해.”

 

 “그래 연화야. 가끔은 너도 쉬어야지. 사람인데.”

 

 “알아요. 그럴게요.”

 

 아마도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더더욱 부정적인 감정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리라. 차라리 바쁘기라도 하면 다른 곳에 정신 팔릴 일이 없겠지만, 지금 입원해 있는 그녀로서는 그저 동료 형사들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아, 계속 생각해봤자 기분만 더 나빠지겠지. 이만 잘게요. 현우 너도 이제 가 봐.”

 

 연화가 억지로 생각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드러누웠다. 그녀가 평소에 자는 시간에 비하면 많이 이른 시간이었지만, 지난 몇 주간 악몽과 야근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입원해 있는 동안 잠을 억지로라도 더 자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퇴원할 즈음에 모든 사건이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래 그럼 잘 쉬고. 어머니,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매일 고맙구나. 너도 일하느라 피곤할 텐데 매일 이렇게 오고...”

 

 “아뇨, 제가 오고 싶어서 오는 겁니다. 아무튼 내일 저녁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는 허리를 꾸벅 숙여 연화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는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 연화는 손을 더듬어 휴대전화에 이어폰을 연결한 뒤 귀에 꽂고는 가벼운 팝송을 틀었다. 수면제 대신에 찾은 그녀만의 수면 촉진법이다.

 

 Oh Ophelia, you’ve been on my mind a girl like a drug

 

 Oh Ophelia, heaven help a fool who falls in love

 

 

 Oh Ophelia, you’ve been on my mind since the flood

 

 Oh Ophelia, heaven help a fool who falls in love...

 

 Ophelia by The Lamineers

 

 적어도 지금은 그녀의 병실 밖에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기를 기도하며, 연화는 잠에 빠져들었다.

 

 ***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연화는 눈을 떴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는 않았는지 이번에는 눈이 아플 정도의 밝은 빛은 없었다.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녀는 억지로 일어나지 않고 천천히 정신이 제대로 깨어나길 기다렸다. 마침내 완전히 잠이 가시자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기분 괜찮네.”

 

 그녀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어젯밤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꿈을 꾸었다. 게다가 기분이 좋아지는 꿈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의 사랑 노래를 들으며 잠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보고 싶어라.”

 

 그녀가 휴대전화를 켜며 말했다. 잠금화면에는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사진이, 그리고 잠금을 푼 배경화면에는 그녀와 현우가 거의 완전히 똑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찍은 사진이 있었다.

 

 “으음...”

 

 그녀의 어머니는 몸을 웅크린 채 그녀의 환자용 침대 옆에 놓인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피식 웃으며, 연화는 담요를 고쳐 덮어드렸다.

 

 “감기 걸리시면 어쩌시려고요, 엄마.”

 

 그리고는 다시 등을 뒤로 기대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미약한 햇빛이 반사되는 천장은 처음 이곳에서 깨어난 때와는 달리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나도 참. 어제는 그렇게 우울하더니 고작 꿈 하나 꾼 걸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다니.”

 

 물론 어젯밤에 그녀는 단순히 가끔 꾸었던 허황된 개꿈을 꾸지 않았다. 어제 그녀가 꿈 속에서 본 것은 그녀의 기억 속에 얼마 없는 정말로 행복했던 시간들 중에 하나였다.

 

 ‘얼마 안 가서 다시 우울해질지도 모르지만...지금은...’

 

 참으로 오랜만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눈을 감고 그 시간을 다시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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