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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20화 -그 또한...-
작성일 : 18-11-01 11:20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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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연화가 눈을 뜨자 하얀 빛이 세상을 가득 채웠다. 눈을 찌푸리며 빛에 익숙해지길 기다리자,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나 죽은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오른 쪽으로 돌리자 연한 초록색의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또 병원이야?”

 

 그녀가 이젠 지쳤다는 듯이 말했다. 몸을 일으켜 세우자 상체 전반에서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통증에 눈살이 절로 찡그려졌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으음...? 여, 연화야!”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그녀의 어머니가 부스스한 머리와 함께 그녀를 크게 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연화를 끌어안으려는 듯 했지만 멈칫했다-아마도 그녀의 부상 때문일 것이다.

 

 “아...엄마.”

 

 “괜찮아? 아직도 아프니? 뭐 이상한 데는 없어?”

 

 하지만 곧 어머니는 속사포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연화가 천천히 하나하나씩 질문에 대답하자 조금은 안심한, 그러나 여전히 걱정된 목소리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누가 여기로 데려다 준 거에요?”

 

 “채환이가. 엄마 정말 놀랐다. 애가 소리를 막 지르는데 정말로 네가 죽은 줄 알았어. 천만다행이다. 의사 선생님이 걱정하지 말하고는 했지만...”

 

 결국 그녀의 어머니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화는 최대한 밝게 웃으며 그녀의 어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연히 간단하지 않았다. 애초에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었으니까. 정말이지, 그 수신호를 보낸 것이야말로 그녀가 만든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

 

 ‘안 그랬으면 지금쯤 난 병실이 아니라 관 속에 있었겠지.’

 

 자신이 죽었을 것이라는 것보다도, 그녀의 어머니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의 영정 앞에 앉아있는 것이 훨씬 더 소름끼쳤다. 장례식장에 있는 것이 그녀 자신의 어머니라니,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아 맞다! 저 찌른 놈은 어떻게 됐어요?”

 

 퍼뜩 진철원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자 그녀가 물었다.

 

 “채환이 말로는 두들겨 팬 다음에 유치장에 넣어버렸대. 그런 걱정 좀 그만 해. 네 몸 좀 생각해...이 엄마는 어떡하라고...”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녀가 아픈 몸을 감수하고 어색하게나마 어머니를 안았다. 어렸을 때는 마치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았던 어머니가 어느새 자신에게 기대고 있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스스로도 잠시 잊어버렸던 것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세현뿐이 아니라는 것을.

 

 ‘참, 나도 변했구나. 이런 감상적인 생각을 하다니.’

 

 몇번이나 자살기도를 했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시절의 자신은 정말 형언할 수 없는 무력감과 공허감에 매일같이 시달렸으니까.

 

 드르륵-

 

 마치 데자뷰처럼, 똑같이 생긴 문이 똑같은 소리와 함께 열리며 같은 사람이 들어왔다. 현우는 살짝이지만 분명히 놀란 눈으로 잠시 연화와 어머니를 쳐다보더니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

 

 연화가 침을 꿀꺽 삼켰다. 현우는 무슨 말을 할 지 고민하는 듯했다. 그저 평범한 걱정일까? 화를 낼까? 아니면 그저 다행이라고 말할까. 아무 말 없이 그는 그저 서 있기만 했다.

 

 “...일어나서 다행이네.”

 

 그가 마침내 자그맣게 말했다. 연화도 마음을 놓았다. 역시, 그는 다른 무엇보다도 가만히 침묵을 지킬 때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그의 목소리는 멀쩡했지만, 눈빛은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엄마한테도 말했지만...잘못했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연화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했다-마치 둘이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말이다. 하지만 곧 굳은 얼굴을 풀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알겠어. 그래도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신경 쓰도록 해. 널 찌른 놈, 네가 찾던 그 연쇄살인마라더라.”

 

 그건 이미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이 직접 말해 줬으니까. 그가 감정이 절제된 목소리로 말했다. 연화는 그가 이런 상황에서는 언제나 차가운 이성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에 살짝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그녀처럼, 예전의 자신을 억누르기 위해.

 

 “알았어.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의사도 그냥 푹 쉬기만 하면 아무런 후유증 없이 멀쩡해질 거라던데 뭐. 전처럼 일일히 따라다니지 않아도 돼.”

 

 그가 약간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던 것 때문일까? 사실 이미 죽어본 연화로서는 충격이 덜했지만, 현우와 어머니는 다르다.

 

 “뭔가 이러고 있으니까 조금 부끄러운데.”

 

 연화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그도 천천히 일어섰다.

 

 “그래. 나가서 뭐라도 조금 사 올게.”

 

 약간 어색해진 분위기 때문인지, 그가 방을 나섰고 연화도 아무 말 없이 등을 기댔다.

 

 ***

 

 현우는 차오르는 복수심과 살의를 억누르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당장이라도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된다. 결국에는 연화에게 피해갈 갈 테니까.

 

 현우는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를 대충 바구니에 집어넣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움찔하자, 그제야 자신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풀었다.

 

 ‘예전 성질 같았으면 그 진철원인가 뭔가 하는 새끼를...’

 

 “네...네? 뭐라고 하셨죠 손님?”

 

 실수로 생각하던 것을 말해버린 모양이었다.

 

 “아, 아닙니다. 얼마죠?”

 

 “이만 이천 원입니다.”

 

 “네. 현금 영수증 좀 해주세요.”

 

 그가 번호를 부르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분노로 꽉 차 있었다. 원한다면 어차피 자신의 망상에 갇혀 사는 사이코패스의 정신을 깨트릴 수도 있겠지만...

 

 드륵-

 

 그가 문을 다시 열자 연화와 그녀의 어머니가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래, 좋은 생각만 하는 것이다. 좋은 생각.

 

 그는, 더 이상 이런 것들을 본인의 손으로 망가뜨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어? 어어. 아냐, 됐어. 엄마도 있고 현우도 있으니 병문안은 나중에 와도 돼. 그보다 날 찌른 그 자식은 지금 어때?”

 

 연화는 현우와 어머니와의 짧은 대화를 끝내자마자 채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몸도 안정되고 무엇보다 병실 안에서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으니 결국 정신은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어떻긴요. 미친놈답게 개소리를 나불대고 있죠. 어제는 정말 미치도록 바빴어요. 아 물론 저녁에는 미친듯이 다들 술 마시고 그랬죠. 누나가 다쳐서 조금 그랬지만 그래도 안심해도 된다고 해서.”

 

 정확히는 물론 알 수 없었다. 어쨌든간에 그녀가 꾼 꿈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그녀가 심하기 다친 여경이었으니까. 대략 삼 일 동안 기절해 있었으니 그동안의 뉴스에도 뒤쳐져 있었다.

 

 “좋은 판단이야. 나도 뭐 아프긴 했지만 멀쩡하고 하니 다들 축하하는 게 맞는 거지.”

 

 “그래도 선배 복귀하면 아마 다들 다시 한번 판 벌일 걸요? 어쨌든간에 이번 체포는 아무래도 선배를 해코지 하려다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니까요.”

 

 “하하, 그래. 그때는 술 마실 수 있으면 좋겠네.”

 

 그녀가 웃으며 화답했다. 아프긴 했지만 어쨌든 진철원을 잡아넣는데 성공했으니 한동안은 마음을 놓...

 

 ‘...을 수 있을까. 아직 그 꿈들이 무슨 의미인지 못 알아냈는데.’

 

 그녀가 애써 밝은 목소리를 유지하며 생각했다. 그렇다고 굳이 지금 다른 사람들의 기를 죽일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녀의 감 만으로 축제 분위기를 망치기도 불가능하겠지만.

 

 “아무튼 푹 쉬시고 빨리 복귀하세요. 저 또 가봐야 해요. 아 씨, 진철원 저놈 또 시작이네.”

 

 “그래. 어서 가 봐.”

 

 그러고는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여전히 불길한 느낌은 쉽게 가시지 않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건 그저 몸을 잘 챙기면서 최대한 회복에 집중하는 것 뿐이었다. 적어도 이번에는 크게 다친 만큼 입원해야 했으니까.

 

 ‘맞다 입원비. 또 돈 깨지겠네...미치겠다.’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지금 집을 사느라 든 돈도 만만치 않았는데 또 입원으로 돈이 나갈 줄이야. 아니, 이건 근무중 상해로 처리되려나? 어차피 남아도는 시간,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후우...”

 

 그녀가 천천히 미끄러져 누우며 편안한 한숨을 쉬었다. 무언가 허탈하게 사건이 끝난 느낌이었다. 어쨌건 그녀는 진철원이 잡히고 며칠 간 의식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긴장감 넘치게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적어도 더 위험한 일은 없었으니까. 그녀도 일단 살아있고, 세현도 무사했다.

 

 “이제는, 정말 마음 내려놓고 싶다...”

 

 물론 그녀의 직감이 틀렸을 경우에는 그럴 것이다. 그리고 연화는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녀의 감이 틀리길 바랐다.

 

 하지만 다음날 벌어진 일은 경찰도, 연화도, 심지어 시간을 죽이는 남자 본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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