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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18화 -스스로에 대한 불신-
작성일 : 18-11-01 11:18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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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거냐?”

 

 김성호가 눈치빠르게 물었다. 연화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기분 좋다기보단...속이 조금 후련해졌어요.”

 

 물론 아직 문제는 건재하다. 여전히 진철원은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고, 주세현의 언니가 죽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던 무력감은 잠시나마 사라졌다.

 

 “뭐, 어쨌든 다시 정신 차렸으면 됐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 애 집 주변은 순찰강화하고 적어도 세 달 동안은 어딜 가든 경찰이 항상 동행할 거니까.”

 

 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터프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는 일에서만큼은 굉장히 디테일에 신경을 쏟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로는 대신에 집 안에서는 어마어마하게 게으르다고 하지만.

 

 “좋아, 그럼 다시 서로 돌아가자고. 어서 이 썩을놈을 잡아넣어야 내 속이 후련해질 것 같다.”

 

 “네. 그건 모두가 같은 생각일 걸요.”

 

 “그거야 그렇겠지.”

 

 그들은 김정화의 차를 타고 그들의 서로 복귀했다. 서에 도착하자 여전히 다른 형사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연화는 바로 진철원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려 했지만 멈추었다.

 

 ‘만약 내가 완전히 착각하고 있는 거면 어떡하지?’

 

 아무리 그녀의 직감이 그녀가 옳다고 거의 소리지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들, 여전히 틀릴 가능성은 있다. 애초에 무슨 방법이던간에 시간을 거꾸로 돌아간다니,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말임은 변함없다.

 

 ‘내가 억지를 써서 굳이 그 남자의 집을 찾아간다고 한들, 영장 가지고 오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

 

 그렇다고 영장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금 그녀의 단서는 그저 그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기억 하나뿐이었으니까. 영장을 받을 만한 정황증거도 없다.

 

 ‘곤란하네...그렇다고 그냥 미친놈이라 무시하기에는...’

 

 만약 그녀가 그녀의 감을 무시하고 넘어갔는데, 범인이 진철원으로 밝혀진다면 그녀는 아마도 스스로를 영원히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던 범인을 놓친 셈이니까.

 

 “아, 오셨어요.”

 

 진채환이 인사하자 연화도 손을 흔들었다.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이건 뭣도 아닌 그냥 감있었으니까. 아마도 얼마 동안은 그녀 혼자서만 알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시간여행이라는 미친 소리를 믿게 만드는 건 둘째 치고.

 

 “여기, 저희가 새로 추려낸 용의자 명단이요.”

 

 한정화가 대략 스무 페이지 가량의 종이뭉치를 김성호에게 건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이래서야 추려내는 의미가 없잖아. 차라리 서울에서 김서방을 찾으라고 그래라.”

 

 “어쩔 수 없어요. 그것도 저희가 가능한 한 줄인 거라고요. 애초에 이 범인 행동패턴이랑 주기가 뒤죽박죽인 거 아시잖아요.”

 

 “그, 저도 조금 봐도 되나요?”

 

 김성호가 무심하게 명단을 연화에게 건넸다. 그가 투덜거리는 동안, 연화는 빠르게 종이를 넘기며 그녀가 원하는 이름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있다!’

 

 그녀의 눈에 진철원 이라는 이름이 들어온 순간, 연화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완벽하다-이제 그녀는 아무런 부연설명 없이 그냥 본인이 이 남자 근처를 돌겠다고 할 수 있다.

 

 “뭐, 원래 몸으로 뛰어다니는 게 저희 일이잖아요. 저는 이 주소 근처로 돌아볼게요.”

 

 연화가 진철원의 이름 밑에 쓰인 주소를 가리키며 말하자 김성호가 한쪽 눈썹을 추켜올렸다.

 

 “굳이 왜 여기를?”

 

 “그냥 촉이요. 왠지 여기를 가면 범인이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무슨 헛소리야?”

 

 김성호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연화는 그 말을 철회하지 않았다. 대놓고 미심쩍어하는 눈치였지만 결국 그는 그것을 허락했다.

 

 “마음대로 해라. 뭐 어차피 다들 어디든간에 몸으로 뛸 테니 네가 하고 싶은 곳을 하는 게 낫겠지.”

 

 “감사합니다.”

 

 연화가 웃었다. 지난 몇 주간은 재수가 지독하게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은 운이 따라주는 듯 했다. 만약 그녀가 헛짚은 것이라 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어차피 누군가는 이 구역을 돌았어야 할 것이니.

 

 ***

 

 이번에는 연화와 채환이 같은 조였다. 둘은 가벼운 잡담을 나누며 천천히 지정된 구역 내의 용의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연화는 당장이라도 종이에 적힌 진철원의 주소에 쳐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쩔 수 없다. 남에게 정신나간 여자로 보이기는 싫으니까.

 

 “어휴, 정말 더럽게도 많네요. 아무리 그래도 조당 열 명이라니. 한 명을 조사하려고 일일히 물어봐야 하는 사람이 몇 명인데...딱히 느낌이 오는 용의자도 없고.”

 

 채환이 투덜거렸지만, 연화의 정신은 온통 진철원이 다한 생각에 팔려 있었다.

 

 “별 수 있어? 발로 뛰어야지.”

 

 “말이 쉽지 그게 그렇게 간단한가요. 가뜩이나 지금 저희 평판도 별로 안 좋은데.”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실제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들을 그저 노려보고는 무시하거나 욕을 퍼붓기 일쑤였으니까. 이틀 만에 두 개의 다른 살인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났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수사를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욕을 실컷 얻어먹었으니 우리 둘 다 오래오래 살겠네.”

 

 “차라리 욕 안 먹고 정해진 대로 살다 가렵니다, 저는.”

 

 “결정권이 나한테 없어서 미안하네.”

 

 “아, 이제 슬슬 이 진철원이라는 인간 집이네요. 아 짜증, 내 이름이랑 비슷하잖아. 기분 나빠.”

 

 그 말에 연화의 신경이 곤두섰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웃긴 일이겠지만, 그녀는 이미 무의식적으로는 이 남자가 살인범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계십니까~”

 

 채환이 현관벨을 누르며 심드렁하게 집주인을 불렀다. 벨을 몇번 더 눌렀지만,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조급해진 연화가 문을 쿵쿵 두드렸다.

 

 “계시면 대답해 주시죠!”

 

 “선배 왜 그래요? 되게 조급해 하시네. 이 시간에 집에 없는 게 뭐 대수라고 그러세요? 애초에 우리가 범인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니라 그냥 용의자 수사하러 나온 건데.”

 

 “아...응. 그래.”

 

 “뭐, 이것도 촉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요. 그럼 이 사람이 일한다는 우체국으로 한번 가 보죠.”

 

 연화는 마음이 급했지만,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확실히 강한 직감 때문에 현재 별로 이성적이지 못한 자신보다는 모든 용의자를 평등하게 의심하는 채환의 판단이 더 정확할 것이다.

 

 ***

 

 “아...철원 씨는 바로 오늘부터 일 그만둔다고 하셨는데요.”

 

 “아...그래요? 알겠습니다.”

 

 채환은 그저 혀를 차는 것에 그쳤지만, 연화는 급격히 의구심이 자라기 시작했다. 하필 오늘 일을 그만두었단 말인가? 정확히 꿈-혹은 과거-속의 진척이던 본인이 다시 만나자고 했던 바로 그 날에?

 

 “허탕이네요. 하필이면 오늘 바로 일을 그만둔다고 했을 줄이야. 운수 한번 참...”

 

 ‘정말 이게 그냥 운에 따른 걸까.’

 

 갑자기 아침에 장례식장에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보낸 것이 후회되었다. 징계를 조금 먹더라도 그냥 미친 척 하면서 쥐어팰 걸 그랬다.

 

 “그렇다고 그냥 가기에는 뭔가 켕기는데...아 짜증나. 아무리 그래도 딱 오늘 일을 그만두었다는 것도 살짝 그렇고...제대로 쫓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기에는 좀 많이 이상한데...”

 

 “다시 집에 가보지 뭐.”

 

 “그럴까요? 일을 오늘 관뒀다는 건 즉 지금은 백수라는 소리니 집에 있겠네요. 아까는 뭐 편의점 같은 데 가 있었을 수도 있고 하니...”

 

 하지만 그들이 진철원의 집에 다시 갔을 때 역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면 그냥 그들을 무시하는 것인가? 연화가 문을 다시 두드리며 그들이 경찰임을 밝혔다. 여전히 아무 응답이 없었다.

 

 “어휴, 안 되겠어요. 그냥 내일 다시 와요. 오늘은 저도 정말 피곤해요. 선배랑 팀장님은 장례식장에서 있었지만 저희들은 서에서 온갖 전화를 다 받아야 했다고요.”

 

 연화의 발걸음은 그래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오늘 밤에 또 누군가 죽으면 어떡하지? 만약 범인이 진철원이면? 만약 십 분 뒤에 진철원이 돌아온다면...

 

 “걱정스러운 건 알겠는데요, 우리도 쉬어야죠. 애초에 일을 나눠서 하는 이유가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거잖아요. 선배가 여기서 날밤을 새서 범인이 나타난다고 한들, 한겨울 거리에서 날밤 샌 몸으로 제대로 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연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언제 진철원이 돌아올지도 알 수 없고, 만약 정말로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어서 오늘 일을 그만두었으면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그저 헛수고에 불과했으니까.

 

 “안심해요. 팀장님도 벼르고 있고, 이 근처는 평소보다 두배가 넘는 경찰들이 우글거릴 테니까요. 적어도 저희가 돈 구역에서 범인이 대놓고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갈 수는 없어요.”

 

 “그래...그렇겠지.”

 

 연화가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결국 이것은 효율의 문제있으니까. 아무리 그녀가 여기서 죽치고 진철원을 기다린다고 한들, 그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분명히 있으며 또한 나타난다 한들 확실하게 체포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오늘은 이걸로 마치는게 옳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감정은 단순히 이성을 따르지는 않는 법. 그녀는 의미없는 부정적인 감정을 떨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집에 돌아갈 때까지도 그녀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

 

 ‘오늘따라 지하철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원.’

 

 그녀가 지하철 역을 나로는 계단을 걸어오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날의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옥철이었다. 우글거리는 사람들 덕분에 한겨울의 추위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다시 역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으, 추워라.”

 

 연화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일단 너무 추웠고, 너무 어두운 탓에 섬뜩한 기분까지 들어 별로 밖에 오래 있고 싶지도 않은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죽이는 남자는 결국 이번에도 입맛을 다시며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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