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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14화 -끝?-
작성일 : 18-11-01 11:09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7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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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았다.”

 

 김성호가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 표정은 마치 사냥감을 찾은 맹수가 곧 먹게 될 만찬을 상상하는 듯한, 기묘하면서도 오싹한 표정이었다.

 

 “진철원이라...이름은 멀쩡하구만.”

 

 다들 흥분한 눈치였지만, 연화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꿈에 나온 그 사람이다. 이름도 얼굴도 똑같았다. 기분은 나빠졌지만 하지만 어차피 잡히면 그걸로 끝. 그 이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와, 나랑 이름 비슷하잖아, 기분 나빠.”

 

 진채환이 옆에서 투덜거렸다. 옆에서 서 있는 우체국 직원은 안절부절하고 있었다-그도 그럴것이,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일하던 직장동료가 사실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이라니.

 

 ‘게다가 우글거리는 경찰들은 덤. 나라도 불안하겠지.’

 

 연화가 독백했다. 김성호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주변의 신호등과 교통 감시카메라의 장악권을 확보해 두었다. 우체부인 만큼 오토바이 같은 것을 타고 도망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사건의 중함 덕분에 권한을 따내는 것 만큼은 빠르고 쉬웠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리며 우편배달부 한 명이 걸어들어왔다. 연화를 비롯한 경찰 다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잠깐 굳더니 뒤로 돌아 도망쳤다.

 

 “잡아!”

 

 모든 경찰이 동시에 번개처럼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달리기가 가장 빠른 연화, 채환과 김성호가 다른 경찰들을 앞지르며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저기!”

 

 진채환이 손가락으로 그들의 오른쪽을 가르키자, 그곳에는 사진에 나온 중년 남성이 급하게 자신의 우편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쯧, 차 타!”

 

 안타깝게도 그들이 멈추기 전에 진철원은 시동을 거는 것에 성공했고 오토바이를 몰고 우체국에서 벗어났다. 연화도 급히 자신이 타고 온 경찰차에 타고는 시동을 걸었다.

 

 “김성호다. 용의자 발견했고 지금 우체국에서 방금 놓쳤다. 근처 카메라 죄다 돌려. 붉은 우체국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등록번호는...”

 

 무전기가 미친듯이 삐빅거리며 김성호의 명령을 전달했다. 연화의 옆에는 한정화가 탔고, 그녀가 벨트를 내자마자 연화는 사이렌을 울리며 엑셀을 밟았다. 타이어가 소름끼치는 마찰음을 내면서 회전하기 시작했고, 연화는 빠르게 우체국을 빠져나갔다.

 

 “현재 XX 사거리에 있습니다.”

 

 “근처 신호등 전부 붉은색으로 바꿔서 막아버려.”

 

 “그건 무리입니다. 지금 당장 주변의 모든 신호등을 변경하면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날 겁니다. 대신 가능한 한 용의자의 도주로를 제한해 보겠습니다.”

 

 “젠장, 마음대로 해! 놓치면 너희들 전부 나한테 죽는다.”

 

 연화가 마구 운전대를 돌리며 거리를 질주했다. 한정화가 이를 악물고 조수석 창문 위에 달린 손잡이를 잡은 손에 온 힘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은 하지 않았다. 오직, 진철원을 잡는 것만이 중요했다. 고작 차의 흔들림 따위는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아니, 될 수 없었다.

 

 “여기는 이연화와 한정화, 용의자가 탄 오토바이 시야 확보했습니다.”

 

 그들의 눈 앞에 붉은 우체국 오토바이가 보이자, 한정화가 무전기를 들고는 거의 소리지르듯이 말했다.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핸들에 힘이 들어갔다. 거의 다 잡았다!

 

 “용의자의 전방에 있는 신호등을 변경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기적처럼 신호등이 붉게 변했다. 평소에는 짜증만 나던, 눈앞의 붉은 신호등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줄은 몰랐다. 연화의 앞에 있는 차량들이 급정지를 하자 진철원도 별 수 없이 오토바이를 멈췄다. 사람들이 욕설을 내뱉으면서 불평했다.

 

 “뭐야 이거!”

 

 “방금 전에 바뀌었는데 이게 뭐야 지금!”

 

 진철원은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오토바이를 버리고 뛰기 시작했다. 차들이 마구 빵빵거리고 운전자들이 그에게 욕설을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용의자가 오토바이에서 내렸습니다!”

 

 한정화와 연화는 무전기를 들고는 차에서 내려 달렸다. 한정화가 살짝 뒤쳐졌지만 무시하고 달렸다. 그녀도 그것을 바랄 것이다.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둘의 거리는 좁혀지고 있었다.

 

 “칫!”

 

 진철원이 급하게 골목으로 들어가자 연화가 혀를 차며 뒤따랐다.

 

 “용의자가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추격중입니다.”

 

 그녀의 옷에는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었으므로, 동료 형사들이 그녀를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따라서 지원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눈 앞의 놈을 붙잡는게 중요했다.

 

 쉬익-

 

 무언가가 공기를 가르고 연화의 눈앞을 지나갔다. 칼이었다. 연화는 주춤거리며 살짝 물러선 후 자세를 고쳐잡았다.

 

 “싸우시겠다?”

 

 연화가 살짝 웃음을 흘리며 발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는 뒤로 물러났고 안타깝게도 그녀의 다리는 허공을 갈랐다.

 

 “아니, 전에 한번 얻어터지니까 생각이 바뀌었어, 젊은 아가씨. 아무리 여자라도 경찰하고 싸우는 건 좀 아니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다시 도망쳤다. 연화도 살짝 멈칫했지만 다시 그를 뒤쫓았다. 처음 만난 남자가 ‘전에 한 얻어터지니까’ 라는 말을 한 것은 굉장히 이상했지만, 그런걸 고민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물을 것이 있다면 이 남자를 유치장에 처넣고 천천히 물어보면 될 것이다.

 

 똑똑한 판단을 한 척하긴 했지만 결과는 당연히 뻔했다. 둘의 필연적인 체력 차이로 인해 얼마 안 가 연화는 진철원을 따라잡았다. 그가 주저앉았다.

 

 “하아...하아...더럽게 끈질기네.”

 

 연화가 경각심을 올리면서 천천히 접근했다. 아까도 도망친 척 하며 칼을 휘두른 남자다-방심해서는 안 된다.

 

 “내가 원래 좀 그런 여자라서. 칼 버리고 손 머리 위로 올려.”

 

 연화가 천천히 오른손을 허리춤에 갖다대고는 권총을 꺼냈다. 진철원이 움직이지 않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의 허벅지에 총을 겨누었다.

 

 철컥. 연화가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칼 버리고 손 올려!”

 

 “워, 워. 진정하라고. 우리나라 경찰은 사람 죽이려고 총 못 쏠 텐데?”

 

 “개소리 집어치우고 칼 버리고 손 올리라고.”

 

 탕!

 

 진철원이 깜짝 놀라 움찔했다. 공포탄을 발사한 총구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연화는 최대한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지금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최소한 다른 경찰들이 몰려 와서 도주로를 차단할 때까지는.

 

 “다음은 실탄이다. 칼 버리고 손 머리 위에 올려. 마지막 경고야. 쓸데없는 짓 해서 총 맞고 싶어?”

 

 남자가 킬킬 웃었다. 연화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이런 인간쓰레기들은 연화 본인과는 아예 종 자체가 다른 건지도 모르겠다.

 

 “글쎄, 총 맞아본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잡힌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입 그만 털고 칼 버리라고.”

 

 ‘그냥 쏴버릴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미치광이의 말을 듣는 것보다는 그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죽는 것도 아니고, 이런 쓰레기는 조금 고통스러워해도 괜찮다. 그래, 도주도 막을 겸...

 

 끼릭-

 

 “드디어 찾았다, 이 새끼야.”

 

 뒤에서 김성호가 가쁜 숨을 내쉬며 걸어왔다. 몇몇 다른 형사들도 함께였다. 아마 나머지는 도주로를 막기 위해 흩어졌겠지.

 

 “참아라, 이연화.”

 

 김성호가 낮은 음성과 함께 연화의 손을 붙잡았다. 연화가 살짝 아쉬워하며 총을 내렸다.

 

 “솔직히 너한테 이딴 권리를 주고 싶지도 않지만...너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너의 모든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만약 자력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다면, 국가에서 국선 변호사를 지정해 줄 것이다.”

 

 김성호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의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은빛 수갑을 꺼내며, 김성호는 몇 달간 그를 괴롭혀 온 연쇄살인마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다른 모든 경찰들도 함께.

 

 “이리 와 봐! 여기 내 비밀기지다?”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골목 언저리에서 들렸다.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 김성호와 연화가 본능적으로 뛰쳐나갔지만, 한발 늦었다. 진철원이 그의 눈앞에 있는 어린 남자아이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아야!”

 

 천운이 따랐는지, 남자아이는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나던 중 돌부리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이의 머리위로 살벌한 칼날이 지나갔다.

 

 칼이 빗나가자 전철원이 잽싸게 반대편 손으로 아이를 붙잡고 칼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아깝게 그를 붙잡지 못한 김성호가 이를 갈며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연화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본능이 소리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남자는 아이를 죽일 것이라고. 그녀가 멈추는 순간 예리한 날은 아이의 조그마한 목을 찌를 것이라고.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기회라고.

 

 “잠-”

 

 김성호와 진철원이 동시에 말하는 순간, 연화의 발은 정확하게 진철원의 손을 가격했다. 칼이 손에서 빠져 나가 날아올랐다.

 

 미처 그 칼이 다시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김성호 역시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철제 캐비닛도 움푹 패이게 만든 어마어마한 괴력이 담긴 발차기가 살인마의 당황한 얼굴에 직격했고, 남자는 말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괜찮아?”

 

 연화가 남자아이를 살폈다. 군데군데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었지만 무사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달래며 연화는 진철원에게 눈을 돌렸다.

 

 “끝까지 지랄이군, 개 같은 놈.”

 

 김성호가 욕하며 기절한 그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연화도 지금까지 몰랐지만 미친듯이 두근대고 있던 그녀의 심장이 점점 안정되는 것을 느끼며 눈을 잠시 감았다.

 

 마침내, 악몽은 끝났다.

 

 ***

 

 당연히 그날의 매스컴은 상상을 초월했다. 모든 뉴스 채널은 연쇄살인마의 체포 소식을 온 세상에 알렸고, 기자들은 경찰이 진철원을 구금하고 있는 서에 몰려들었다.

 

 “그때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시죠!”

 

 “아이는 무사합니까?”

 

 “네, 아이는 무사합니다. 넘어지는 도중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은 것이 다입니다. 상황은-”

 

 이것도 하늘의 뜻인지, 하필이면 그들이 진철원을 체포한 그곳에는 CCTV 하나가 있었다. 하도 주민들이 그곳에 쓰레기 불법투기를 많이 하고 그곳을 음주와 흡연 장소로 쓰는 불량배들이 너무 많아 설치한 것인데, 그것을 보던 경비원 한 명이 본 내용을 죄다 기자들에게 말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난 졸지에 반장님이랑 뉴스에 나오고 있고. 연예인 된 기분이네.’

 

 아마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가 호들갑을 떠실 것이다. 그리고 동네방네 자랑을 하시겠지.

 

 ‘우와 싫어. 진짜 그냥 청장님 같은 높으신 분들이 이런 건 다 하셨으면 좋겠다.’

 

 “자, 이제 나가주세요!”

 

 다른 경관들이 기자들을 몰아내고, 그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회견만 무려 두 시간 가까이 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쉬워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알 건 정말 생각나는대로 다 말해줬는데.

 

 “망할, 그냥 공은 자기들이 세운 걸로 하면 그만이지 왜 날 내세우고 자빠졌냐고.”

 

 김성호가 투덜댔다. 그의 말이 묘하게 데자뷰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지만, 연화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오늘만큼은 그저 좋은 생각만 하고 보낼 것이다.

 

 “뭐 됐다. 그놈은 독방에 갇혀서 24시간 감시당할 테니까. 오늘은 더 이상 그놈 면상 보기도 싫어. 기본적인 조사는 했으니까, 다른 건 내일 한다. 다들 정말 수고했다. 오늘은 그냥 먹고 마셔라!”

 

 모두가 갖가지 물건을 집어던지며 함성을 질렀다. 연화도 환하게 웃었다. 바로 며칠 전에 경험했던 암울함은 까맣게 잊어 버릴 정도로, 가슴 벅찬 기쁨이 차올랐다. 그들은 승리했다!

 

 ***

 

 “아, 죄송해요. 약 먹는 중이라. 음주 금지예요. 아쉽네요. 약만 아니었어도 오늘은 진짜 몇 잔이고 들이켰을 텐데.”

 

 연화가 미안하단 표정을 지으며 김성호의 잔을 거절했다. 그는 그저 으쓱이고는 다른 사람에게 따르기 시작했다. 별로 기분은 상한 것 같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 너만 손해보는 거지.”

 

 “아하하.”

 

 두말할 것 없이 사건 해결 기념으로 통째로 빌린 식당 내의 분위기는 축제였다. 정말 미친 사람들이 모인 파티같이 다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아~아까워! 선배랑 팀장님이 날린 발차기를 내가 눈으로 봤어야 됐는데!”

 

 진채환이 잔을 비우며 말했다. 연화는 피식 웃으면서 그의 잔을 다시 채워줬다.

 

 “됐어, 카메라에 찍힌 거라도 봤으면 됐잖아. 그런데 팀장님 발차기는 정말 오싹하더라. 뼈소리가 진짜.”

 

 “아, 그거 들었는데 그 인간 광대뼈가 조금 부러졌다네요. 이런걸 ‘과잉진압’ 이라고 하나요 팀장님?”

 

 한정화가 웃으며 말하자 김성호도 킬킬거리며 받아쳤다.

 

 “불만있음 신고해. 근데 다들 잘한 짓이라던데?”

 

 “그건 인정!”

 

 “하하하하!”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물론,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 모두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으니까. 아무도 그에게 책임을 묻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몇 가지 말장난과 웃음 속에서, 그들만의 조그만 자축 파티는 무르익어갔다.

 

 “잘 들어가라.”

 

 김성호가 마지막으로 취한 형사 한 명을 택시에 태워 보내며 말했다. 그 역시 자신의 아내가 차를 몰고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참 팀장님도 대단하시네요. 그새 술이 깨시다니. 아니, 이젠 서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됐어, 아직 정해진 것도 없구먼.”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의 특진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물론 아예 지부를 옮기진 않겠지만 상당한 진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우리집 안주인 오셨구만.”

 

 그가 손을 흔들며 하얀 차를 멈춰세웠다.

 

 “저도 이만 가볼게요. 현우 왔거든요.”

 

 “그래, 너도 잘 들어가라.”

 

 연화는 검은 유리 너머로 보이는 김성호의 아내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현우의 차로 다가가 조수석에 앉았다. 현우도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축하해.”

 

 “고마워.”

 

 “이제 유명인사네.”

 

 “나도 거기에 카메라가 있을 줄은 몰랐어.”

 

 “어쨌건 영웅이 된 건 사실이지. 네가 제일 먼저 쫓아갔잖아?”

 

 “운이 좋았지 뭐.”

 

 “운도 준비가 된 사람이 잘 활용할 수 있는 법이야.”

 

 “그래, 뭐 오늘은 조금 잘난 척하지 뭐.”

 

 그들이 집에 도착하자 환하게 웃는 연화의 어머니가 그녀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는 끌어안았다.

 

 “우리 딸, 장하네.”

 

 “하하...솔직히 아직도 떨떠름해요.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연화가 부드럽게 화답하며 미소 지었다.

 

 “그래, 고생했어. 엄마는 그만 들어갈게. 내일 제대로 축하하자. 현우랑은 더 놀아도 되고.”

 

 연화의 어머니는 살짝 눈을 찡긋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그냥 웃어넘기자고 생각하며, 연화는 뒤를 돌아봤다. 현우가 가볍게 웃으며 조그만 디저트 세트와 샴페인을 꺼내 들었다.

 

 “...나 알콜 금지라며?”

 

 “무알콜 샴페인이야.”

 

 “정말 철저하구나.”

 

 “별말씀을. 뭐, 오늘은 늦었으니 어머니 말씀대로 제대로 된 축하는 내일. 오늘은 그냥 가볍게.”

 

 그는 병뚜껑을 돌려 깐 후 잔에 따랐다. 연화가 조금 마시자 달콤한 과일향이 퍼졌다.

 

 “맛있네. 무진장 비싼 탄산음료를 마시는 기분이야.”

 

 “그게 바로 무알콜 샴페인이란 거지.”

 

 “그렇네.”

 

 “뭐, 오늘은 그만큼 좋은 날이니 그에 걸맞는 돈을 썼을 뿐이야.”

 

 그녀가 키득거리며 잔을 빙빙 돌렸다.

 

 “그래, 고마워.”

 

 “딱히 뭐 물어복 생각도 없고, 애초에 뉴스 보면서 알게 될 테니 이것들은 그냥 조금 먹고 긴장 풀라고 차린 거야. 부담 갖지 말고, 그냥 편히 쉬고 있다고 생각해.”

 

 현우가 말했다. 그들은 실없는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는 조용히 샴페인을 마셨다. 둘 다 침묵을 딱히 어색해하지는 않았기에,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평온한 시간을 즐겼다. 다 마신 후에는, 연화는 방에 들어갔고 현우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정말, 실감나지 않네.’

 

 행복한 잡생각을 하며, 그녀는 오랜만에 아주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물론, 실감나지 않는 편이 그녀에게는 좋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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