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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12화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이야기-
작성일 : 18-11-01 11:07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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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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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은 혼란으로 가득 찼지만, 연화는 그저 멍하니 소녀를 바라보았다.

 

 ‘뭐지. 꿈?’

 

 스스로에게 멍청한 질문을 하며.

 

 감각은 마치 죽어버린 듯이 둔했다. 비를 맞고 있었지만 차갑지 않았고, 주변은 고함과 비명으로 가득 찼지만 마치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어떤 것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무엇일까? 입에도 살짝 시원한 무언가가 들이쳤지만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다 경찰 언니 때문이야.’

 

 ‘당신이 그렇게 무능하지만 않았어도, 언니도 나도 죽지 않았을 텐데.’

 

 ‘결국 당신, 나를 예전 당신처럼 만드셨군요.’

 

 ‘그러면서 자기는 살아있다니. 이기적이야.’

 

 마치 누가 고장난 라디오를 귀에 갖다댄 것처럼, 치직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듣기 싫었지만, 몸은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뭐야, 트라우마 조금 건드렸다고 이렇게 얼어버리다니. 기억 안 나?’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검은 그림자가 소녀의 몸에 덧씌워졌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그 말아 끝나자마자 누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세차게 흔들었고, 옛날 오래된 현관벨처럼 길고 높은 소리가 귀를 찢을 듯이 울렸다. 동시에 연화가 휘청거렸고, 연이어 주저앉았다.

 

 “정신 차려, 왜 이래 너?!”

 

 “어...아...아아...?”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너무 오래 추운 곳에서 비를 맞아 입이 얼어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김성호가 그녀를 계속 흔들었지만, 연화는 정신 나간 듯 그저 그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젠장, 완전히 넋이 나갔군.”

 

 그는 연화를 억지로 건물 입구에 데려다 놓은 후, 다시 뛰쳐나갔다. 그가 고함치며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동안,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지나치게 시끄럽고 음이 높은 사이렌 특유의 소리에 연화의 짜증이 치밀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아, 머리 아파...’

 

 깨질 듯한 두통에 연화가 눈을 찡그렸다. 의식이 이미 흐리고 다른 감각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두통은 더더욱 심해지기만 했고, 결국 그녀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구급차에서 사람들이 내려 응급조치를 취하는 동안, 김성호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사람들을 물렸고 연화는 어떤 사람이 흔들었지만 깨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을 죽이는 남자는 혼란을 지켜보다 유유히 장례식장을 떠났다. 안타깝게도 귀찮게 된 여경은 죽일 수 없었지만, 나쁘지 않은 수확이 있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

 

 천장의 빛이 너무 밝아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아이 씨, 누가 자는 데 불을 켜고 자빠진 거야...’

 

 연화가 짜증을 부리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나, 어디 있는 거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눈이 번쩍 떠지면서 그녀가 몸을 급하게 일으켜 세웠다. 찌이잉, 너무 급하게 일어섰는지 머리가 울린다. 그녀는 이마를 짚고는 두통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도대체 내가 왜 누워있었던 거지?”

 

 그녀의 옷과 침대만 봐도 확실했다. 여긴 병실이었다. 병원에 간 후 일에 복귀한 지 고작 나흘만에 또다시 병원 신세라니. 어렸을 적에는 나름 소원이었던 큰 병원 침대에 누워보기를 이렇게 자주 해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그녀가 생각했다.

 

 “아 맞다. 나 장례식장에서 기절했었...”

 

 두근.

 

 다시 떠올랐다.

 

 “어...”

 

 다시 입이 얼어붙은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그리고 바닥엔 움직이지 않는 사람. 그날은 추웠나? 아닌가? 누가 보았더라? 아 그래.

 

 ‘깔깔. 이제야 제대로 기억나기 시작한 거야? 건망증이 심하네.’

 

 그래, 기억나기 시작했다. 분명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다른 사람 일처럼 느껴졌었다. 그날의 소리, 그날의 장면, 그날의 냄새, 온도, 느낌, 시선, 감정장소그리고그눈그리고-

 

 드르륵-

 

 그리고그녀의손그손은도대체방금무슨-

 

 “아...으....아으으으...”

 

 멈추고 싶었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겁쟁이처럼 도망치지 마.’

 

 ‘이건, 모두 당신 때문이에요.’

 

 숨이 막혔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더 이상 평범한 병실이 아니었다. 비가 오는 날. 바로 그 날에 그녀는-

 

 ‘누가 나 좀-!’

 

 간절히 마음 속에서 외쳤을 때, 무언가가 그녀를 감쌌다. 따듯했다. 눈앞에 펼쳐졌던 비 내리던 밤이 걷히고 빛이 돌아왔다. 여전히 똑같은 병실 안이었지만, 그녀의 머리 위에 무언가 닿아 있었다. 손이다.

 

 “하아, 진짜.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그 목소리다. 6년 전 똑같은 환각에 시달릴 때도 그녀를 끄집어낸 그것. 차츰 감각이 돌아오자, 그녀는 그녀를 안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았다.

 

 “미안. 들켜버렸네.”

 

 현우가 일어서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끔 그녀에게 현우는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그녀가 생각하기엔 말이다. 남들같은 아버지를 둔 적이 없는 그녀는 그저 추측할 뿐이다.

 

 “...난 어린애가 아닌데.”

 

 “글쎄. 충분히 어린애 같은 행동 했잖아.”

 

 그녀는 그저 웃었다. 그렇다. 분명 그녀는 그에게 의존한다. 하지만...

 

 ‘영원히 이렇게만 있으면, 괜찮아. 너와 엄마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래, 이거다. 그 잘난 환청이 뭐라 떠들어대든 알 게 뭔가? 엄마와 현우가 없어지면 마음이 무너질 거라고? 사라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현우와 그녀는 동갑이다. 그가 죽을 때 즈음엔, 그녀 역시 죽을 때가 머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멀다-자신은 고작 인생의 삼 분의 일 정도밖에 살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대신 근무 시간은 줄이고 정신과 다녀.”

 

 정신과란 말에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결코 그는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져 줘야겠지.

 “...알았어, 잔소리 좀 그만해.”

 

 그녀가 억지웃음을 지었다. 현우는 미심쩍어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럼 잠깐 있어. 의사랑 얘기 해봐야 돼.”

 

 두근.

 

 또 시작이다.

 

 ‘또 그렇게 되기는 싫어.’

 

 연화가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가지 마.”

 

 현우가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그녀가 겁에 질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상하다. 6년 전 이후부터 그녀는 단 한 번도 대놓고 공포를 드러내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충격이었길래 평소에는 강인한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계속 있어달라곤 하지 않을게. 그냥...내가 다시 잠들 때까지만. 제발. 나 원래 안 이러는데...오늘은 누가 없으면 안될 것 같아. 엄마라도 있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현우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지만,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녀가 다시 부드럽게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

 

 연화가 잠들자 현우는 정신과로 가서 현재 레지던트인 그의 친구에게로 향했다.

 

 “그래, 뭐 일단 증상은 뻔한 거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플래쉬백. 그것도 엄청 강한 거. 내가 담당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옛날 자료 뒤진 걸로 보면 네가 법적 보호자가 아니라 말해주긴 어렵지만 상황이 굉장히 비슷했어.”

 

 “그렇다 해도 연화는 분명 치료를 받았을 텐데.”

 

 “그게...하필이면 평판이 쓰레기였던 의사가 치료해서. 아무리 그래도 나이가 있는만큼 어느 정도는 극복했지만 지나치게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어. 거의 PTSD 가진 군인이 다시 전쟁판에 뛰어든 것 수준이야.”

 

 현우가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살인자 새끼 따위가...

 

 “뭐 그건 약 먹고 치료 받으면 되니까 됐고...너 말이야.”

 

 “...그래.”

 

 “알고 있겠지만, 쟤가 너랑 사귀는 게 당연히 그냥 정상적인 건 아니야. 물론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확실히 강하지. 그건 인정. 하지만 그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너한테 의존적이야. 아마 이번 일로 일시적으로나마 그런 경향이 더 강해질 거야.”

 

 “그래, 알아.”

 

 “하필이면 좋아하는 상대가 자기 트라우마를 억누를 수 있다니. 그 애 한테는 네가 거의 신이나 마찬가지라고. 세상이 멸망해도 너랑 자기 어머니만 살아있다면 괜찮다고 할 수도 있어.”

 

 “알아. 그래서 조심하고 있어. 그래도 기본적으로 성격은 이타적이야.”

 

 “뭐, 아무리 그래도 너니까 그런 건 알겠고, 애초에 네가 아니면 누가 저 애를 그렇게까지 도와주겠냐. 그리고 평소에야 당연히 착한 애라는 건 안다. 정신이 불안정할 때를 말하는 거야. 어쨌든 조심해라. 아무리 그래도 너, 철칙 어긴 거니까.”

 

 정신치료의 철칙 중 하나는 절대 함부로 환자와 사랑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

 

 “기억하지? 환자는 편견을 갖지 않고 가장 마음이 닿는 말을 해 주는 심리치료사에게 굉장히 잘 호감을 갖는 거. 그리고 치료사는 그런 사람에게 끌리지. 왠지 그런 사람이면 자신이 더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으니까.”

 

 “알아. 그래서 연화랑 사귄다는 소문 퍼졌을 때 교수님이 날 거의 죽이려 드셨지.”

 

 “그래. 뭐 너네를 지켜보고 조심만 하라고는 하셨지만, 위험한 건 사실이지. 아무튼 나도 제 삼자로서 지켜볼 테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라.”

 

 “병 주고 약 주냐.”

 

 “원래 병이랑 약을 잘 섞어서 주는 게 정신과 의사다, 자식아. 그래야 환자가 단순히 치료받는 것 뿐만 아니라 극복을 하지. 애초에 이런 건 누군가를 보살펴야 되는 모든 사람이 하는 행동이다.”

 

 “그래 알았다. 그렇다고 나한테 인생강의 하려 하지는 말고.”

 

 “하아...그래. 언제 술이나 한잔 하자.”

 

 “그래 뭐. 그렇게 취하고 싶다면야.”

 

 “넌 허약한 학자같이 생긴 주제에 어떻게 취하질 않냐. 진짜 네 간을 해부해 보고 싶을 정도다.”

 

 “유전. 당연한 거 아니냐.”

 

 “잘났다. 그래, 그만 돌아가 봐라. 네 여친 또 상태 나빠지면 곤란해. 이러나저러나 이제는 네가 연화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니까.”

 

 “그래. 간다.”

 

 현우는 그저 누구든간에 살인범이 빨리 잡히길 빌었다. 그래야 연화의 상태가 나빠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당분간 텔레비전은 금지. 그리고...

 

 그는 앞으로 연화의 주변 환경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며 연화의 병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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