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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9화 -그와 그녀는 예전에-
작성일 : 18-11-01 11:05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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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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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는 여전히 새로운 피해자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피해자의 신상, 부검 결과 등등. 물론 경찰은 모든 걸 다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정보가 퍼져나갔다. 대중의 의견 문제는 상당히 골치 아팠지만, 검거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살인범 본인이라면 다 알고 있을 정보들 뿐이었으니까.

 

 “어휴, 무서워서 밤에 잘 다니지도 못하겠어요. 경찰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건지...어떻게 사람 하나를 몇 달이 가도록 못 잡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빠른 시일 내에 체포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시민 한 명의 인터뷰 답변이 들려오자 연화의 기분은 다시 바닥을 쳤다.

 

 ‘그러면 아줌마가 잡으세요 좀. 우리가 잡기 싫어서 못 잡고 있는 줄 아시나?’

 

 “그렇게 한심하면 지들이 잡으라지. 쳇, 기분만 잡쳤구만.”

 

 김성호는 신경질적으로 텔레비전을 끄고는 리모컨을 내던졌다. 그들은 브리핑 전에 현재 미디어가 배출하는 정보를 듣는 중이었다. 슬프게도 딱히 모르던 것은 하나도 없었고 대신 모두의 사기가 추락했다. 김성호 본인도 이번에는 기분이 많이 나빴는지 딱히 신경쓰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했어도 아무도 기분이 다시 좋아지지는 않았을 테지만. 다들 암담한 침묵을 지키거나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뭐 어쨌든 이 사건도 동일범이라는 게 밝혀졌다. 빌어먹을 식칼이 흉기. 그리고 우리가 지긋지긋하게 본 시계 그림이 품 속에 있더군. 개자식이 아주 우리를 물로 보고 있구만.”

 

 김성호가 증거품이 든 봉투를 툭 던졌다. 모두가 한숨을 쉬거나, 욕을 하거나, 그저 고개를 숙였다. 다들 분명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고, 연화가 생각했다. 어제 현우랑 조금 대화한 것이 아니었다면 분명 그녀도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아, 진짜 짜증난다. 안 그래요 선배?”

 

 진채환이 의자를 반 바퀴 회전시키면서 연화를 마주 봤다. 연화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런 채환에게 가벼운 꿀밤을 먹였다.

 

 “우린 경찰이잖아. 뭐, 나도 이런 말 하지만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지. 그래도 어제보다는 많이 나아졌어. 어쨌든 기분을 조금이라도 띄워 둬야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체포하지.”

 

 “우와, 거 되게 긍정적이시네요. 비법 좀 가르쳐 주세요.”

 

 채환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러자 연화도 마찬가지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부러우면 너도 심리상담사 애인을 만나렴.”

 

 그러자 채환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뭔가 재수없네요, 선배. 그렇게 잘난 척 하셔봤자 저 어차피 대학교 때 선배랑 현우 형 뒷담화에 대해서 다 알고 있-”

 

 “야, 입 닫아라?”

 

 연화가 반사적으로 내뱉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해졌다. 뒤늦게나마 실수를 깨달은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변명했다.

 

 “아, 죄송해요. 그냥 쓸데없는 이야기라서 그래요.”

 

 “뭐길래 네가 그렇게 반응할 정도냐? 어디 한번 말해 봐.”

 

 김성호가 무심한 얼굴로 질문했다. 아마 어차피 다들 기분도 최악인데 잠시 기분전환이라도 하려는 의도겠지만...

 

 “아니 팀장님, 됐어요. 별로 좋은 얘기도 아니고, 오히려 더 우울해지기만 할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더 듣고 싶은데. 평소에도 생각나는대로 말하는 네가 굳이 그런 식으로 말을 못하게 막는 이유가 대체 뭐야?”

 

 “아 진짜...왜 이러세요.”

 

 “하극상이냐?”

 

 “직권남용 아닌가요?”

 

 “꼬우면 네가 팀장 하든가.”

 

 그가 물러날 기미를 보이 않자 결국 연화는 포기했다. 사실 절대금기 수준의 비밀은 아니었지만, 굳이 대학교 때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별로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니까. 왕따 당한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것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딱 그런 비슷한 류의 이야기였다.

 

 “뭐, 선배 말대로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닌데요, 그냥 사람들이 둘이 사귄다는 거 말했을 때 많이 놀랐다는 거에요. 이선배는 예상하셨겠지만 주먹질로 뭐든 해결하려고 했고...사실 선배 애인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성격이 완전 또라이였다던가 뭐래던가...”

 

 김성호가 연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은 뻔했다.

 

 “왜?”

 

 연화는 정말로 대답하기 싫어했다. 자신도 그렇지만 현우는 대학교와 그 이전의 자기 성격을 거의 혐오수준으로 싫어했으니까.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설 곳도 없다. 현우에게 안 들키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하아...그냥 옛날 현우는 성격이 뭐랄까...시한폭탄? 열 받으면 갖은 수를 써서 상대방 멘탈을 박살내는게 특기였다...라고만 알아두세요.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는 둘이 무진장 싸웠어요. 그게 끝.”

 

 너무할 정도로 대충한 대답이었지만 김성호는 딱히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는 굳이 남의 단점을 캐려 하는 사람도 아니고, 지금도 그저 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에 아무거나 물어본 것이니까.

 

 “뭐, 알았다. 여기까지만 묻지. 자 자, 얘기 잘 들었겠지? 이제 일할 시간이다.”

 

 그가 말했지만, 연화는 주위에서 경찰들이 쑥덕거리는게 느껴졌다. 평소의 연화는 누구보다도, 설령 가짜라고 한들 웃음과 함께 나날을 보내던 사람이었으니까. 현우도 나름 자상한 이미지라고 알려졌고. 그런데 알고보니 두 사람이 원래는 폭력만능주의자에 정신적 사디스트였다니. 그래도 이 정도면 적당하다. 연화는 원래 주먹질은 기본에 환청까지 듣는 극심한 PTSD환자였으니까.

 

 “하아...채환이 너는 두고보자.”

 

 연화가 채환을 노려보며 말했다.

 

 “자, 이게 지금껏 우리가 모은 것들이다. 여러번 반복한 건 무시해. 지금부터 설명할 건 달라진 점이다.“

 

 김성호가 바퀴 달린 화이트보드를 질질 끌어오며 말했다. 보드에는 지겹도록 보아온 사진들과 도표, 메모지 등등이 잔뜩 붙어있었다. 대부분은 너무나도 많이 봐서 굳이 노력한 게 아닌데도 거의 완벽하게 외우고 있는 상태였다. 김성호는 새로운 종이와 사진을 붙이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전과는 조금 달랐다. 나쁜 방향으로 말이지. 전에는 조금 숨기려는 노력이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대놓고 번화가에 시신을 투기했다. 프로파일러 양반 말에 따르면 우리를 도발하는 거라더군.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안 잡히니까 나 잡아봐라 하는 거겠지.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수상 방향을 조금 전환해서...”

 

 그의 설명이 이어졌고 모든 경찰은 그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연화만은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괴상한 꿈을 꾼 날에 벌어져서일까? 그녀는 마치 공개적인 시신투기가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느꼈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경찰이고 이놈을 경찰을 비웃는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

 

 일을 마치고, 채환에게 자애로운 선배의 가르침을 준 연화는 묵묵히 현우를 기다렸다. 그가 도착하자, 그녀는 평범하게 인사를 하고는 차에 올라타 상념에 잠겼다. 그의 얼굴을 봤을 때 살짝 죄책감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자 그걸 또 귀신같이 알아챈 그가 도로에서 눈을 때지 않으며 물었다.

 

 “왜? 뭐 나한테 잘못한 거 있어?”

 

 “아, 그, 그게.”

 

 그녀는 모두에게 입조심을 시켜놓고 정작 자신이 들킨 것에 한심함을 느꼈다. 여기서 말을 잘못하면 그가 며칠간 화 낼 각오는 해야 할 것이다.

 

 “그냥, 오늘 우리 대학교 때 이야기가 나와서. 너 그거 싫어하잖아.”

 

 그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흘긋 쳐다봤다. 말이 없어서 더 무서웠다. 그는 가볍게 웃더니 다시 도로로 눈을 돌렸다. 연화는 안도했지만 동시에 조금 불안했다. 현우는 속을 알기 어려웠으니까.

 

 “그거? 어차피 대학교 동기들은 다 아는 내용인데 뭘. 그냥 대놓고 아무나한테 그 얘기를 하지만 않으면 돼. 그러니까 걱정 내려 놓으시고 사건에 집중하세요, 형사님. 민중의 지팡이가 그런 걸로 마음 졸이면 쓰나.”

 

 “민중의 지팡이도 사람이네요.”

 

 “뭐, 맞는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태워다 주잖아. 적어도 이러면 전처럼 또라이가 네 뒤를 밟지는 못 하겠지. 넌 알아도 나는 모르니까.”

 

 “응, 그렇겠지. 고마워.”

 

 “딱히 감사 인사를 받으려고 한 말은 아닌데. 네 생각이 복잡한 거 아니까 적어도 지난번에 만난 미친놈은 잊어버리란 얘기야. 그래야 네가 연쇄살인마를 잡고 나같은 민간인이 안심하고 다니지.”

 

 “그래...그래야지. 쉽지는 많지만.”

 

 “쉬운 건 우리 나이에는 찾기 어렵지. 그래도 해야 하는 걸 어쩌겠어. 그리고 넌 그럴 능력이 되고.”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네.”

 

 “내 판단이 옳다고 믿는 것 뿐이지.”

 

 “이번에 넘어가줄게. 솔직히 기분 나쁜 말은 아니니까. 빈말이라도 고마워.”

 

 “빈말은 아니지만 별 거 아니지.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렇게 말동무나 되주는 거니까.”

 

 “충분히 도움 됐어. 아, 다 왔다. 내일 봐.”

 

 “그래. 푹 쉬고. 그래야 내일도 열심히 일 하지.”

 

 그렇게 연화는 차에서 내려 들어갔다. 현우도 돌아갔지만, 그들은 착각 하나를 했다. 아직은 위험하지 않지만, 언젠가 큰 위험이 될 실수.

 

 살인범은 연화와 현우 둘 다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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