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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5화 -그리고 그녀는 절규했다-
작성일 : 18-11-01 11:01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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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요? 진짜?”

 

 연화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반장의 말대로 그 악마같은 자식이 마침내 잡혔다! 이제야 경찰은 대중에게 고개를 똑바로 들고 당당히 범인은 체포되었다고, 더 이상 밤길을 걸을 때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낄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마침내 유가족들에게 조금의 위안이라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벌써 세 번째 대답이다, 이연화. 잡. 았. 다. 고. 물론 여경 한 명이 좀 많이 다치긴 했다. 미친놈, 왜인진 모르겠지만 무작정 한 명 붙잡고 찌르려고 하더라. 다행히 그 녀석도 경찰이라 맞서 싸우고 내가 얼굴에 발차기를 먹여서 기절시켜서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후유증 같은 건 없을거라더라. 끊는다. 나 지금 기자회견 나가야 돼. 망할, 그냥 공은 자기들이 세운 걸로 하면 그만이지 왜 날 부르고 자빠졌냐고.”

 

 전화가 끊겼다. 김성호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툴툴거리는 것이었지만 그의 환희도 분명히 느껴졌다. 분명 축제 분위기일 것이다. 연화도 정말 기뻤다. 이제야 그녀 본인도 안심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무작정 찌르려고 했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 한켠에는 조그만 불안감이 일렁였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꾼 꿈과 똑같이 범인이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살인만 하려고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아마도 이유는 그가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일 것이다. 진철원의 변호사는 어쨌건 의무상 정신과 의사를 부를 테고, 그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연화는 그저 판사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분노를 가진 사람이기를 빌었다.

 

 “뭐 검사가 알아서 잘 해주겠지.”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소파 위에 누웠고 텔레비전을 켰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연쇄살인마-이름은 진철원 이라고 나왔다-의 체포에 대한 특보였다. 아직 현우는 퇴근까지 조금 남았지만, 분명 똑같은 것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하긴, 적어도 오늘만큼은 뉴스 시청률이 제일 높겠지.”

 

 의미없는 정황요약 이후로는 기자들의 뻔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동기가 무엇이냐, 혐의를 인정하느냐, 죄책감은 없느냐 등등. 양 옆에서는 그녀가 한두 번 본적 있는 형사 둘이 끙끙대며 그를 연행했다. 양 옆에 선 인간의 파도에 휩쓸리는 모습은 굉장히 곤란해 보였으며, 게다가 쏟아지는 폭우까지 더해서 어떻게 보면 그들이 끌려가는 듯이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고...저거 정화씨랑 채환이 같은데. 불쌍해라.”

 

 김성호는 기자회견에 나가는 것에 굉장히 불만스러워 했지만 그래도 빗속에 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마를 사람들을 뚫고 연행하는 고역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이 연행하고 싶었다는, 약간 이기적이지만 또한 자연스러운 마음도 살짝 스쳐지나갔다.

 

 ‘그래도 뭐, 잡혔으니 됐지. 빌어먹을 살인마 자식, 잡히니까 기분이 어떠냐.’

 

 도어락의 벨소리가 울리더니 현관문이 열렸다. 아직 현우는 돌아올 시간이 아니었으므로 연화는 의아해하며 걸어갔다.

 

 “어, 일찍 오셨네요? 오랜만에 친구분은 만나신다고 좀 늦을 거라시더니.”

 

 현우가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가 신발을 벗고 있었다. 어머니는 희미하게 웃더니 옷을 벗어 자신의 방 안 침대 위에 얹어 두었다.

 

 “아, 서희라고 엄마 친구들 중이 한 명이 갑자기 배가 아프데서. 한 명이 병원에 데려다 주가로 하고 우리는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했어. 그래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그분은 괜찮으신 거예요?”

 

 “안 그래도 연락했는데 그냥 약한 위염 같은 거라는구나. 그냥 푹 쉬면서 약 좀 챙겨먹으면 괜찮아진대.”

 

 “다행이네요.”

 

 “근데 왜 그러니?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는데.”

 

 “어라, 그렇게 티가 많이 나요?”

 

 “응.”

 

 “그, 제가 요 몇달간 줄창 쫓아다녔던 연쇄살인범이 드디어 잡혔거든요. 지금 뉴스에서도 난리예요. 전 반장님한테서 전화로 들어서 알았고요. 살짝 보니까 실시간 검색어 1위도 범인 얘기더군요.”

 

 “잘 됐구나. 다행이야. 우리 딸은 손수 못 잡아서 살짝 아쉽니?”

 

 “조금 그렇긴 한데, 잡은 걸로 만족해야죠. 뭐, 살짝 얘기하면 얼굴에 주먹은 한대 날릴 수 있게 해주실 지도 몰라요. 사실 이러나 저러나 잡힌 걸로만 해도 엄청 기분 좋아요. 속이 후련해요.”

 

 둘은 가볍게 간식으로 쟁여둔 귤을 까먹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꿈과 내용이 조금 비슷했다는 것이 마음에 조금 걸리긴 했어도, 경찰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범인도 잡혔으니 됐다 싶었다. 고작해야 배나온 중년이 경찰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뭘 할 것인가? 그저 겸허히 죄의 대가를 받아들이는 것 밖에 없다. 연화는 앞으로 다가올 재판을 상상하며 귤을 우물거렸다.

 

 ***

 

 팔이 완전히 다 낫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예비 경비로서 재판 참관을 허락받았다. 아쉽게 체포를 놓친 것에 대한 약간의 보상, 이라고 김성호가 말했다. 말이 예비 경비니 어쩌니지, 사실은 그딴 거 없고 그냥 ‘넌 아깝게 잡는 건 놓쳤으니 줄줄이 검사가 죄목을 나열하는 거라도 봐라’ 라는 반장의 권력남용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반장님은 특진 받으실 텐데, 어디까지 올라가시려나.’

 

 무엇보다 사실 이 재판은 그 자체만으로는 지루할 것이 뻔했다. 경찰이 집을 수색하자 도대체 어떻게 안 잡혔나 싶을 정도로 줄줄이 증거가 튀어나왔으니까.

 

 “그럼 검사 측...”

 

 검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죄목을 늘어놓으면서 걸맞는 증거들을 쏟아내었다. 하나같이 빼도박도 못할 강력한 증거들이라 변호인 측은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다.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어깨, 왠지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주름, 그리고 기계처럼 ‘인정합니다’ 라는 말을 남발하는 입은 그를 더욱 처량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저 변호사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진철원 같은 쓰레기의 변호를 맡게 되었을까.’

 

 연화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검사는 무자비하게 피고의 범행을 증명했다. 변호사도 있으나 마나한 변론을 조금 하고는 정신병의 가능성이 조금 있다고, 선처를 바란다는 선언을 하며 변론을 마쳤다. 판결은 종신형. 그는 살아서는 절대 감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유가족들은 울기 시작했고, 그중에 이제 남편을 잃고 혼자서 이제 갓 태어난 아기를 키워야 할 어린 엄마의 오열은 연화의 눈에 눈물이 나오게 할 정도로 구슬펐다.

 

 ‘저분은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

 

 경찰들이 그를 경호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연화를 지나치는 순간 고개를 돌리며 씨익 웃었다. 머리속이 하얘졌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힘이 빠졌다. 그가 입모양을 만들었다. 연화가 똑똑히 알아볼 수 있도록.

 

 ‘나중에 봐.’

 

 소름이 쫙 돋았다.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일까? 이 남자는 그녀를 알기라도 하는 걸까? 하지만 그녀는 그와 비슷한 사람조차도 본 기억이 없는데?

 

 “빨리 걸어.”

 

 연화가 반응할 틈도 없이 경찰은 그를 재촉하여 걸어갔다. 그는 조금씩 아이를 안고 있는 ㅓ머니에게 가까워졌다.

 

 “아부,아부-”

 

 “으응...영하야...응...착하지...흐으으윽...하성 씨...”

 

 그는 천천히 오열하는 여인을 바라보더니 무릎을 꿇었다. 여인은 얼어붙었고, 경찰은 그에게 고함을 지르며 강제로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아기가 궁금하다는 듯이 자신의 아비를 죽인 남자에게 손을 뻗었고, 진철원은 묵묵히 손길을 받아들였다.

 

 “...죄송합니다.”

 

 공포에 떨면서도, 여인은 울음을 삼키며 유가족 모두가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을 그의 얼굴에 대고 물었다.

 

 “왜...왜 그러신 거예요...? 우리가...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부- 아부-”

 

 아기가 더욱 손을 뻗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아기를 끌어당겼지만, 아기는 어째선지 짜증을 내며 더욱 진철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건...”

 

 진철원은 손을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아기의 엄마가 움찔거리며 아기를 다시 끌어올리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그러고 싶었으니까 이 등신들아!”

 

 그는 수갑을 찬 손으로 아이를 낚아채고 미친듯이 아이의 머리를 단단한 화강암 바닥에 내리치기 시작했다. 피가 튀었고, 잠시동안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얼굴을 한 아이의 어머니와 같이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멈췄다.

 

 “아아아아아아악! 영하야 안 돼!”

 

 아이의 엄마가 비명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아기를 떼내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손톱이 날카롭게 그의 팔을 파고들어도, 진철원은 마치 고통 따위는 느끼지도 않는다는 듯이 오직 아기에 대한 공격만을 집중했다. 아이가 고통에 고막이 찢어질 듯한 괴성을 질렀고, 옆에 서 않던 경찰도 정신을 차리고 고함을 지르며 한 명은 그를 아기에게서 떼어 놓으려 했고, 한 명은 무작정 이 미치광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손 놔!”

 

 연화가 소리치며 진철원의 턱을 걷어찼다. 뇌에 충격이 가해지며 그의 손이 일순간 느슨해졌고 그 틈을 타 경찰 한 명이 거칠게 아이를 떼어냈다.

 

 “제기랄, 누가 의사 불러 와!”

 

 김성호가 고함쳤지만 그의 앞에 있던 경찰은 이런 대혼란에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네? 어, 어디에서요?”

 

 “나가서 아무나 멱살 잡고 끌고 와서라도 데려오라고 이 새끼야!”

 

 그제서야 경찰은 미친듯이 뛰쳐나갔다. 진철원은 끌려 가는 와중에도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미동도 없는 아이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아기의 어머니를 보고 미친듯이 웃으며 순순히 끌려갔다.

 

 “아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멍청이들!”

 

 마치 정말 악마가 강림한 듯한 광소에, 아이의 어머니를 제외한 모두가 공포에 질린 채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이의 어머니는 마치 그러면 아이가 다시 살아날 듯, 아직 온기가 남은 몸을 마구 흔들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허겁지겁 근처에 있던 소아과 의사를 데려온 경찰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의사는 급히 아이를 향해 달려가 진찰했다. 모두의 기도를 무참히 부정하듯이,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아이의 눈을 감겼다. 아이의 어머니의 눈이 커지며 똑같은 남자에게 가족을 모두 잃은 여자의 끔찍한 비명이 다시 한 번 법정 내에 울려퍼졌다.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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