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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죽이는 남자
작가 : 암영
작품등록일 : 2018.11.1

살인을 하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남자와 여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3화 -평화를 위한 불문율-
작성일 : 18-11-01 10:58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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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가 일어났을 때는 아침 열 시. 현우는 이미 출근을 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왼팔에 물이 닿지 않게 조심스럽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뒤, 주방으로 향했다. 왼팔이 아직은 조금씩 욱신거렸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가볍게 아침을 차릴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녀는 한쪽이 놓인 조그만 메모지를 집어들었다.

 

 ‘아침은 토스트. 점심은 그냥 시켜 먹던가 외식해. 저녁은 원하는 게 있으면 만들던가 사 갈 테니까.’

 

 “간단한 양식밖에 할 줄 모르면서 뭘 만들겠다는 건지.”

 

 연화는 피식 웃으며 메모지를 치우고 토스트를 입에 물었다. 말이 토스트지, 지금 그녀가 먹는 것은 그녀가 지각했거나 혼자 있는데 밥 하기 귀찮아서 토스트기에 대충 구운 뒤 잼이나 발라 먹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오히려 토스트로 덮은 샌드위치에 가까웠다. 빵을 우물거리면서 그녀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침 고마워.’

 

 ‘별말씀을.’

 

 고작 몇 초만에 날아온 답장에 그녀는 살짝 놀랐다.

 

 ‘지금 일하는 중 아니야?’

 

 ‘후배가 몰래 일을 다 처리 해놨댄다. 그래서 지금은 서류 업무도 없고 해서 그냥 상담실 안에 앉아 있었지. 오늘은 외근도 아예 없고.’

 

 ‘오, 잘됐네. 다행이다.’

 

 ‘덕분에 교수님한테서는 그냥 다음부터는 말 하고 나가라는 말만 듣고 끝났어. 보답으로 점심은 내가 사줄 거야.’

 

 ‘그래. 근데, 아침은 고맙긴 한데 양식 말고 한식을 좀 배울 생각은 없니?’

 

 ‘너는 이 세상 수많은 어머니들의 가르침을 따를 생각은 없니?’

 

 ‘? 그게 무슨 말이야.’

 

 ‘주는 대로 먹어라, 라는 크나큰 가르침을 말이야.’

 

 “푸핫.”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연화는 반장 김성호도 그렇고 현우도 그렇고 시니컬한 말장난에 면역인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조금 상처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연화는 그냥 웃어넘겼다.

 

 ‘조금 웃겼어.’

 

 ‘조금 웃었다니 잘 됐네. 내담자 들어왔다.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그래. 열심히 해.’

 

 연화는 마지막 남은 조각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드러누웠다. 시간은 아직 11 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보았다면 식사뒤 삼십 분 동안은 누우면 안 된다고 그녀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겠지만, 그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어머니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무심하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결국 꺼버렸다. 어느 채널도 딱히 그녀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당연하다. 지금은 학생이건 성인이건 텔레비전을 볼 시간이 아니었으니 방송사도 재미있을 만한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재방송을 즐겨 보는 사람도 아니었다.

 

 “...근데 할 일이 없네.”

 

 왼팔을 다쳐서 평소에 하던 운동도 할 수 없고, 텔레비전은 볼 게 없다. 밥은 이미 먹었고, 원래 늦잠을 즐기는 그녀의 어머니를 깨울 수는 없으므로 대화할 사람도 없다. 현우는 빨라도 일곱 시 퇴근이다. 동료 형사들은 당연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다. 다시 잠들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혼자 밖에 나가기는 좀 무서운데...”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고 현관문을 노려봤다. 물론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은 굉장히 낮았지만, 그래도 선뜻 나가자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이미 다친 상태고, 어제와 같은 일이 만에 하나라도 벌어지면 어디를 다칠지 모르니까. 센 척 하기는 했지만, 그녀도 진짜로 묻지마 범죄를 당해본 건 처음이었으므로 아무래도 살짝 무서운 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아, 뭐하지.”

 

 집에 있자니 아무것도 할 게 없고, 밖에 나가자니 영 기분이 좋지 않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게다가 이제는 집안이 너무 조용해 집 안에서조차 살짝 오싹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계속 전날 꾼 꿈이 생각날 정도로.

 

 “그냥 속는 셈 치고 액땜 할 걸. 아냐, 재수 없는 생각은 그만하자.”

 

 “안녕, 딸.”

 

 문이 열리며 그녀의 어머니가 인사하자, 연화가 벌떡 일어나 웃었다.

 

 “아, 일어나셨어요? 식탁에 현우가 뭐 해놓고 나갔으니 드세요.”

 “역시 착하구나, 현우는. 몸은 괜찮고?”

 

 “살짝 욱신거리기는 한데 못 참을 정도는 아니고요. 그냥 조금 불편한 정도?”

 

 “다행이다. 어제는 엄마가 너무 주책이었지? 미안해.”

 

 “아뇨, 뭘. 놀라실 만한 상황이었으니까요.”

 

 “네 아버지 일 이후로는...엄마가 많이 불안해.”

 

 순식간에 둘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 얘기는 지금 안 하면 안 될까요?”

 

 연화는 본래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했다. 그녀의 어머니도 그제야 실수했다는 듯이 사과하며 주제를 다른 것으로 돌렸고, 둘은 아무 일도 없있다는 듯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

 

 띵동.

 

 초인종이 울리자 연화가 문에 다가갔다.

 

 “누구세요?”

 

 “누구겠어?”

 

 연화는 웃으며 문을 열었다.

 

 “좀더 로맨틱하게 대답하는 법을 배우는 게 어때?”

 

 “글쎄, 로맨틱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내 생각에는 지금도 충분히 너한테는 로맨틱한 대답이었다고 생각해. 뭐, 솔직히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 왔는데 대답이 어떻던 간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만.”

 

 “아하하, 자신감이 대단하네. 들어와.”

 

 오늘의 저녁은 그녀가 제일 즐기는 음식 중 하나인 갈비탕. 그녀는 다른 무엇보다도 한식을 제일 좋아했다. 아마도 한식 외에 할 수 있는 요리가 없었던 어머니의 영향이 제일 컸을 것이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연화는 살짝 들뜬 기분으로 현우를 들여보냈다.

 

 “아 왔니?”

 

 “네, 안녕하세요, 어머니.”

 

 현우와 그녀의 어머니가 서로 인사했고, 현우는 봉지를 식탁에 얹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나오자마자 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 지금 이거 갈비탕 포장해 온 거 연화 집에서 끓이고 있는데. 그냥 다 집어넣고 끓이면 돼? 어. 어. 어어.”

 그는 잠시 대화한 후 통화를 끊고 연화를 향해 돌아섰다.

 

 “현아가 안부 전해달라네. 팔 빨리 낫기를 빈데.”

 

 “고맙다고 나중에 전해줘.”

 

 “그러지 뭐. 아무튼 한식을 배우는 대신 한식을 사 왔으니 잘 먹고 잘 회복하도록 해.”

 

 “뭔가 그렇게 말하니 편법 같은데.”

 

 “단점은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으로 덮어버리자는게 내 사상이라 말이지. 먹을 준비나 하자.”

 

 그들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텔레비전을 틀었다. 최근에 들어 늘 그렇듯, 틀자마자 나온 뉴스의 주제는 연화가 속한 경찰지부가 맡은 연쇄살인 사건이었다.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연화는 꼬박꼬박 챙겨봤다-어쨌거나 대중의 의견은 중요했고, 뉴스를 봐야 범인도 무슨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할 지 알 수 있었으니까. 안타깝게도 유례없는 최악의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그래도 잡고 나면 인식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그나마 좋은 점은, 전례 없는 심각한 사건인 만큼 제대로 잡히면 절대 감옥에서 쉽게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거 굳이 안 봐도 되는데.”

 

 현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연화가 안심하라며 웃었다.

 

 “걱정 마셔. 이런거 보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 정도로 기분 안 상해. 뭐, 중요한 건 다 봤으니 채널은 돌릴지 뭐. 뭐 보고 싶은 거 있어?”

 

 그녀의 어머니와 현우 둘 다 고개를 저었다. 연화는 무심하게 또다시 채널을 마구 돌리다 오래된 공포 영화를 방송하는 채널을 발견했다.

 

 “어, 이거 어렸을 때 엄청 많이 봤던 건데. 초등학교때 다들 이런거 좋아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그랬지.”

 

 “엄마도 못 보게 하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좋아해서 포기했지. 나쁘게 자라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뭐 어때요. 살인범 나와는 영화 본다고 내가 살인범이 되나. 오히려 경찰 될 때 도움이 됐으면 됐지 절대 나쁜 영향은 안 받았다구요?”

 

 “뭐, 취향 나름이지. 너도 이제는 어른이고. 내일 일요일인데, 영화관 갈래? 아직 그거 하더라. 늦여름에 나온 공포영화. 인기도 나름 있는거 같던데.”

 

 “오 진짜? 그거 바빠서 못 봤는데. 그러자. 재밌겠다.”

 

 그리고는 연화는 영화에 집중했다. 역시 초등학생때 보던 영화라 그런지, 그때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이 그녀를 살짝 감상이 젖게 하였다. 같은 영화를 계속 돌려보는 것이 옛날 그녀에겐 유일한 취미였으니까. 덕분에 오히려 지금은 같은걸 여러번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하게 됐지만. 어쨌든 여전히 나쁘지는 않았고, 그녀와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오늘 아침까지는 기분이 상당히 별로였지만, 의외로 이렇게 쉬는 것도 괜찮았다. 어쩌면 지난 몇 달간 같은 범인을 쫓느라 고생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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