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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박쥐
작가 : 사각
작품등록일 : 2018.10.23

"기왕 죽을거면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서."
"타 죽고싶어."

 
2화
작성일 : 18-10-29 21:07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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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빠는 내 뺨을 때렸다. 그깟 감자가 뭐가 아깝다고 거길 넘어 가냐는 소리부터 넌 미쳤어! 하는 소리까지 온갖 윽박을 다 질렀지만 나는 김도휘가 아빠를 말리고 나를 현관 옆 거실 소파에 앉힐 때까지 뺨을 맞았음에도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다가온 김도휘가 피곤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정신 차린 척이라도 해."

 

 "………"

 

 "김지호."

 

 

 

 

 처음으로 김도휘가 내게 열 마디 이상을 건넨 날인데도, 나는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처음 본 '그'의 모습. 발을 시커멓게 태우고 솟구치던 그 검은 연기, 매캐한 냄새. 그늘 속에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던 그 날카로운 눈빛. 모두가 1분전에 겪은 상황마냥 생생했다.

 

 

 

 김도휘는 내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주방으로 가버렸고, 나는 가만히 앉아 언젠가부터 장식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티비의 검은 화면 속의 나를 바라보았다. 넓은 소파 위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순간 나의 곁에 누군가가 앉아있다는 느낌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이 집안엔 나와, 아빠, 그리고 김도휘뿐이었고, 잠금장치는 오늘도 총을 쏴도 깨지지 않을 만큼 안전한 상태였으니까.

 

 

 

 

 

 진정해. 그래, 진정하자. 그냥… 그냥 허 걸 본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마치 세뇌를 시키듯, 가만히 눈을 감은 내가 순간 현관문 바깥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번쩍 눈을 떴다.

 

 

 

 똑똑

 

 

 

 분명 노크소리였다. 4중으로 싸여져 있어 아주 약하게 들렸지만, 분명 노크소리였다. 마침 김도휘가 물을 떠서 주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너, 들었어?"

 

 "뭘."

 

 "방금, 누가 노크했어."

 

 "…그럴 리가."

 

 "진짜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혹시라도 아빠가 들을 새라 작은 목소리로 김도휘에게 외쳤다. 김도휘가 예민한 눈으로 내 등 뒤 창문과 내 옆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내가 또 말을 하려하자 김도휘가 빠르게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에 나도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잠깐 들렸던 노크소리가 또 들릴 리 없었다. 잠시 귀를 기울이고 서있던 김도휘가 곧 한숨을 쉬며 내게 물잔을 내밀었다.

 

 

 

 

 

 "너, 예민해. 지금."

 

 "진짜로 들었어. 누가 노크했단 말이야."

 

 "여긴 안전지대야. 네가 아까 안전하지 않았던 건, 철조망을 넘어가서였고. 여긴 안전해.

 

 아까 일몰때 철조망 확인도 다 했어. 자외선압축기도 제대로 다 작동 되고."

 

 "김도휘."

 

 "김지호."

 

 "………"

 

 "밖에 아무도 없어. 여긴 안전해."

 

 

 

 

 

 

 

 마치 세뇌하는 듯한,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게도 세뇌를 시키는 것 같은 한 말이었다.

 

 

 

 나는 더 이상 우길 수 없었다. 김도휘의 말대로 나는 예민한 상태였고, 방금 전에도 누군가가 내 옆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었으니까. 나로써도 김도휘처럼 여긴 안전해. 안전해. 하고 되뇌는 것 빼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래."

 

 

 

 

 차라리 얼른 아무 생각도 없는 잠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아무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고, 빛도 없고, 그래서 그림자도 없는. 그 곳으로.

 

 

 

 

 

 

 

 The Bat

 

 

 

 

 

 일어나보니 아빠와 김도휘 둘 다 집에 없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오후 2시였다. 악몽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던 내가 제대로 잠이 들었던 것은 아빠가 일어나 크게 재채기를 할 때 인 새벽 여섯시 즈음. 그래도 여섯시 이후로는 아무 생각 없이 정말 잠만 푹 잤기 때문에 기분이 어제처럼 영 엉망은 아니었다. 머리맡에 놓인 가족사진을 바라보다, 그 옆에 놓인 쪽지를 집어 들었다.

 

 

 

 

 

 

 

 <다음 장날까지, 외출금지다.>

 

 

 

 

 아빠의 글씨체였다. 어제가 장날이었는데, 다음 장날이면 열흘 뒤까지? 절망했다. 몰래 나갈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 아빠도 유명인사, 나도 유명 인사였기 때문에 내가 아빠의 감시가 없는 다른 곳에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빠의 감시가 없는 곳. 순간 어제 넘어갔던 철조망 너머가 떠올랐지만 내가 빠르게 머리를 흔들며 뺨을 때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정신 차려. 김지호."

 

 

 

 

 1층으로 내려가 모든 창문의 가리개를 걷고선 주방에서 물을 한 컵 떠 마신 나는, 그래도 잠깐 집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서 바람 쐬는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 잠옷 위에 걸칠 겉옷을 챙겨들었다. 그리고 현관으로 한발자국 내딛은 그 순간, 발끝에 무언가가 채여 데구르르 멀리 굴러갔다. 나는 응? 하며 그 멀리 굴러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나는,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감자였다. 내가 철조망 너머에서 한 알도 챙겨오지 못했던, 그 감자.

 

 

 

 

 

 

 

 The Bat

 

 

 

 

 

 

 

 '혹시 나갈 때 현관 앞에 뭐 없었어?'

 

 

 

 

 집으로 돌아온 김도휘에게 '별 일 없었어?'하는 인사 다음으로 제일 먼저 물은 말이었다. 하얗게 굳어있는 나를 김도휘가 이상하게 바라보며 '왜?'하고 물었고 귀가 밝은 아빠가 방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아빠가 외출 금지라고 했는데 또 나갔니.'하고 소리쳤다.

 

 

 나는 김도휘에게만 '아니. 아니야.'하고만 대답하고 얼른 방으로 뛰어올라왔다. 뛰어올라오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다리가 풀려 계단에 무릎을 찧을 뻔 했다. 방문을 닫기 전까지 김도휘의 날카로운 시선이 뒤통수에 따라붙었다.

 

 

 

 김도휘와 아빠가 집을 나서는 건, 늘 해가 뜨고 난 늦은 아침이었다. 하지만 김도휘는 현관 앞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김도휘와 아빠 둘 다 현관에 떡하니 있던 감자를 못 보고 지나칠 리는 없었다. 둘 다 해질녘에 문단속을 할 때와 아침에 문을 열 때 가장 예민해지니까.

 

 

 

 분명, 그가 왔다갔다. 해가 뜨고 나서, 우리 집 앞에.

 

 

 

 어쩌면 지난밤에 내가 들은 노크소리도 헛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왔다가 간 거다. 나를 따라, 나의 냄새를 따라. 또 어쩌면 그 새벽 내내 집 주변에 있었을지도 몰랐다. 먹잇감이 나오면, 바로 그 목을 낚아채려고. 아침에 제일 먼저 집을 나서는 사람이 나였더라면, 어쩌면 난 지금 이렇게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왜? 난 분명 햇빛에 그의 신발과 무릎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가 박쥐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가 떠있는데 활동할 수 있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아빠한테 얘기를 해볼까. 안 되면 김도휘에게라도. 자리에서 일어선 내가 문 앞까지 걸어갔지만 결국 문을 열지 못하고 뒤돌아섰다. 이건 이렇게 쪼르르 달려가 '아빠! 내가 오늘 길에서 박쥐를 봤는데.'하는 식으로 쉽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온 내가 풀썩 침대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 추측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건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전 세계에 퍼져있는 생존자들의 머릿속에 박힌 기본 개념을 아예 통째로 바꾸어 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낮에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햇빛을 두려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제 더 이상 햇빛 아래에서도 밤처럼 강하다면, 우리는…

 

 

 

 

 

 낮에도 더 이상 안전할 수가 없다.

 

 

 

 

 

 똑똑.

 

 

 

 

 

 

 귀를 자극하는 둔탁한 나무소리에 한숨을 내뱉던 내 식도가 오그라들듯 조여 왔다. 버퍼링에 걸린 것처럼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등 뒤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조용했다. 나도, 그리고 창밖의 누군가도.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하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는 것. 또 어제와 달리 이 방엔 나 하나뿐이라는 것.

 

 

 

 나는 더욱더 숨죽였다. 적막이 길어지자 귀에선 이명처럼 삐-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이불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이불에 닿아있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창문을 노려보았다. 이미 심장은 두근거리다 못해 폭주기관차가 되어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일주 중이었다.

 

 

 

 

 

 똑똑.

 

 

 

 

 

 노크소리는 뒷목의 근육이 무겁게 뭉칠 때 즈음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어제와는 달랐다. 이는, 창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이 창문 뒤에 있는 내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대로 미끄러지듯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뒷걸음질 쳤다. 발뒤꿈치가 카펫에 밀려 자꾸만 미끄러졌다. 어떠한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들은 인간보다 몇 십 배로 후각, 시각, 그리고 청각이 발달되어있는 존재들이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 소리로 퍼졌더라면 아마 창밖의 그 말고도, 철망 바깥의 다른 그들까지도 모두 다 나의 두려움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외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니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일 수도 있다. 그렇다는 건 창문에 둘러놓은 자외선 압축기 또한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일 테고, 또 그렇다면 이 창문은 그들에게 얇은 합판에 불과했다. 그들이 힘들이지 않고 깨부술 수 있는.

 

 

 

 두려움에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닦아낼 생각은 하지 못 했다. 눈물을 닦아내며 시야가 가려질 때 닥쳐오는 어둠이 두려웠다. 그 어둠속에, 꼭 그가 있을 것만 같았다.

 

 

 

 

 달칵, 뒷걸음질 치던 나의 등에 서랍장의 서늘한 유리가 닿았다. 그 달칵이는 작은 소음에 나는 그대로 웅크리듯 다리를 모으며 입을 틀어막았다. 온 몸에 끼쳐오는 소름과 경련에 사시나무 떨듯 몸이 떨려왔다. 그에 등에 닿은 유리가 자꾸만 달그락 소리를 내며 나와 같이 떨었다.

 

 

 

 

 쾅.

 

 쾅.

 

 

 

 

 조금 더 큰소리가 났다. 마치 '다 들었잖아.'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숨을 어떻게 쉬어야할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여 오는 숨통이 꼭 누군가가 내 목을 꽉 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힘줄이 돋아난 목을 부여잡고 꺽꺽 간신히 숨을 내뱉고 있을 때,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열었다가 보단 차고 들어왔다는 것이 더 맞았다.

 

 

 

 열린 문으로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것은 긴 총부리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장총을 단단히 어깨에 고정한 김도휘였고, 김도휘의 뒤엔 장전을 하며 들어오는 아빠가 있었다.

 

 

 

 김도휘는 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창문을 노려보며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김도휘가 집에 오면 늘 제 목숨처럼 닦고, 손보는 그의 총구가 나의 창문에 탁하고 닿았다. 그 상태로 김도휘가 능숙하게 한 손을 들어 장전했다. 아빠는 숨넘어가는 나의 몰골을 보고 놀라 옆에 총을 내려놓고는 나를 일으켜 자신의 등 뒤로 끌어왔다.

 

 

 

 

 

 "숨 쉬어!"

 

 "컥…헉…"

 

 

 

 

 아빠는 나를 붙잡고 나의 등을 여러 번 세게 내리쳤다. 나는 그 와중에도 이 소리를 그가 들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해야만 했다. 숨이 한 번에 들이켜져 나는 F 주저앉았지만 아빠는 나를 다시 일으켰다.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나는 아빠의 손목과 옷을 꼭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깥은 조용했다. 이곳에서 시끄러운 사람은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나 밖에 없었다.

 

 

 

 

 

 

 

 "어제도 들었다고 했지."

 

 "……"

 

 "노크."

 

 

 

 

 

 여전히 창문을 노려보며 김도휘가 여전히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내게 말했다. 아빠의 놀란 시선을 받으며 내가 '응.'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아까 얘긴 뭐야."

 

 "……"

 

 "현관, 뭐."

 

 

 

 

 나는 가만히 책상 위를 바라보았다. 멀리 내다 버리기엔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서 그러지 못한 감자가 까만 봉지로 여러 겹 싸여져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감자."

 

 

 

 김도휘는 단번에 이해를 한 듯 했고, 상황을 모르는 아빠는 김도휘를 바라보다 나를 바라보며 '감자가 뭐?'하고 물었다.

 

 

 그날, 나는 정확한 이야기를 아빠에게 하지 않았다. 오늘 내가 말을 해야 할까, 말아야할까 고민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김도휘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말하지 못했지만 웬일로 김도휘는 아빠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직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 나를 대신해 김도휘가 입을 뗐다.

 

 

 

 

 

 

 

 "지호가 철망너머에서 박쥐를 만났습니다."

 

 "뭐? 한 낮이었다고 했잖아!"

 

 

 

 

 

 아빠의 놀란 목소리가 갈라져 듣기 싫게 튀어나왔다.

 

 

 

 

 

 "맞습니다. 물론 부서진 다리 때문에 어둡긴 했지만 분명 그 곳에 있었습니다.

 

 열두시에요. 분명히 지호를 보고 있었고, 눈이 마주쳤음에도 피하지 않았습니다."

 

 "…감자는 무슨 말이냐."

 

 "설명해. 김지호."

 

 

 

 

 아빠의 옷깃을 꼭 잡고 있던 나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빠의 시선을 그대로 받았다. 아빠의 눈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아빠의 탁하게 떨리는 눈동자에 내가 흐리게 비쳤다. 나 또한 아빠처럼 잔뜩 긴장한 모습이겠지.

 

 

 

 "거길 벗어나느라… 결국 하나도 주워오지 못했어요. 감자."

 

 "거기까진 얘기 했어."

 

 

 

 아빠가 빨리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해 보라는 듯 재촉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잠깐 바람을 쐬고 싶어서

 

 현관문을 열고 나갔는데, 문 앞에 …감자가 있는 거예요."

 

 "…근데."

 

 "저희가 나갈 땐 없었습니다."

 

 

 

 

 내 말을 이어 김도휘가 대답했다.

 

 

 

 아빠는 처음 이 사실을 깨닫게 된 나처럼 한동안 가만히 서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박쥐는 절대 낮에는 활동할 수 없다.'라는 것을 참인 명제로 맹신하고 있던 고지식한 아빠가 이 상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창문을 노려보던 채로 아빠가 나를 세워두고 내 책상위로 다가가 검은 봉지를 마구 풀어헤쳤다. 몇 겹의 봉지를 풀어내던 아빠는 결국 남은 세 장의 봉지는 손으로 뜯어냈다.

 

 

 

 그리고 아빠는 보지 못했던 현관 앞에 있던 그것을 눈으로 확인한 아빠는 통탄한 표정으로 이말 쓸어 넘겼다.

 

 

 

 

 

 

 

 "아침에 활동을 했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우린 분명 해가 다 뜨고, 여덟시에 이곳에서 출발했어.

 

 이런 게 현관 앞에 있었으면 우리가 못 볼 리가 없어. 근데 박쥐가 아침에 활동을 한다는 건 더욱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놈들은 햇볕에 나오면 타 죽는 건 증명된 사실인데!"

 

 

 

 

 

 아빠가 벽에 세게 감자를 집어던졌다. 큰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힌 감자가 데구르르 굴러 김도휘의 발끝으로 굴러갔다.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던 김도휘는 총을 내려놓으며 흥분한 아빠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어디에나, 돌연변이는 있기 마련입니다."

 

 

 

 돌연변이…?

 

 

 

 아빠는 김도휘가 총을 내려놓은 것을 보고 내 곁으로 다가와 세워둔 총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도휘가 아빠를 막았다.

 

 

 

 

 "이미 도망가고 없을 겁니다."

 

 "제기랄!"

 

 

 

 

 아빠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할 말이 없는지 발로 바닥을 굴렀다. ‘CCTV를 다시 돌려봐야겠어.’하고 중얼거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아빠가 나를 돌아보았다.

 

 

 

 “지호. 너 방 안에 들어와서 말 한적 있어?"

 

 

 

 

 어느덧 차분해진 아빠의 말에 나 또한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방에 들어와서, 말을 한 적이 있던가? 아니, 없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낸 건, 한숨뿐이 없었다.

 

 내가 입술을 앙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그에 김도휘가 예민한 눈빛으로 창문을 훑었다.

 

 

 

 

 

 "창문은, 언제 열었니."

 

 "일어나자마자 환기가 안 되서 한 번. 딱 한 번…이요"

 

 

 

 

 아빠가 현실을 자각한 암담한 표정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리고 곧 결심한 표정으로 허리춤에 손을 얹고 방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때도 그놈은 여기에 있었다.

 

 물론, 녀석이 햇빛아래에서 견딜 수 있다는 그 말도 안 되는 가정이 맞는다면."

 

 "어?"

 

 "내가 이 집을 선택했을 때 아무리 놈들이라도 큰 목소리라던가

 

 무언가 요란하게 깨지는 소리 빼고는 밖에서 들리지 않도록 다시 뜯어고쳤다."

 

 "………"

 

 "네가 크게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면, 놈이 네 방을 찾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야."

 

 "………"

 

 "직접 와서 눈으로 보았을 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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