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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혁명적소녀
작가 : an3375
작품등록일 : 2016.8.24

모종의 이유로 가문에서 도망치고 싶은 유리는 도피처로 바탈리온 제국의 기숙사제 아카데미, 아스테리아 학원에 입학한다. 오랜 세월, 인간과 이종족의 전쟁에 최전방에 선 바탈리온 제국은 아스테리아 학원에 극소수의 사람들 밖에 모르는 비밀을 심어 놓는데…….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2)
작성일 : 16-09-14 06:08     조회 : 547     추천 : 3     분량 : 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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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유리는 입 안에 든 작은 사탕을 몇 번 혀로 굴려보았다. 딸기 맛보단 설탕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 작고 동글동글한 사탕은 확실히 귀족들이 입가심 삼아 먹는 사탕과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지만 유리는 이 사탕이 마음에 들었다.

 

 

 

 “어째서지?”

 

 

 

 유리와 함께 수업에 쓸 훈련용 방어구를 옮기고 있던 리오넬이 물었다.

 

 

 검술부에는 주마다 한 명씩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수업 중에 사용하는 훈련용 방어구를 창고에서 가져와 학생들에게 나눠주거나 수업 중 모두의 앞에서 선생님의 검술 상대가 되는 허수아비 역할을 하는 당번을 정했다.

 

 

 많은 귀족 학생들이 ‘잔심부름꾼’ 이라 부르는 이 역할은 학기 첫 주만 하더라도 자신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불만을 쏟아내는 귀족 자제들이 열 손가락을 넘어 갔으나 ‘대화가 안 통하는 놈들에겐 매 뿐이다.’ 라는 철학을 가진 담당 학년 선생님의 신념-매-앞에서 지금은 모든 학생들이 평등하게 이 규칙을 지키며 이에 대한 불평은 입도 벙긋하지 않게 되었다.

 

 

 

 “리오넬은 혹시 귀족들이 먹는 사탕을 먹어 본 적 있어?”

 

 

 

 이번 주의 잔심부름꾼, 아니 당번은 유리의 차례였다.

 

 

 운동장에 도착해 누군가에게 지적받기 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던 유리는 그제서야 다급히 창고에서 방어구를 옮기기 시작했다.

 

 

 담당 선생님이 게으른 사람이라, 특히 아침에 약한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수업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해 있었기 때문에 만약 담당 선생님이 시간관념이 또렷한 사람이었다면 수업 시작 전에 방어구를 옮기지 못한 유리는 큰 곤욕을 치렀을 것이었다.

 

 

 

 “인간들, 아니 너희들의 음식은 기숙사 식당에서 먹은 게 다다.”

 

 

 

 작은 몸으로 한꺼번에 무거운 방어구들을 옮기는 유리의 모습에 기겁하며 도와주겠다고 리오넬이 나서 준 것도 고마웠다. 덕분에 유리는 늦게 시작한 것 치곤 제법 빠른 시간 내에 방어구들을 모두 운동장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엘렌은 그 사탕을 대체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겠군.”

 

 

 

 물론 다른 귀족 영애들과는 달리 매일 같이 남학생들과 함께 기초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 검술부인 유리에게 이 정도 방어구를 옮기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만 유리는 리오넬이 지금만큼은 그녀를 연약한 인간으로 보는 걸 내버려 두었다. 리오넬 덕분에 담당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일을 끝마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학원 산 밑에 마을이 있거든. 아마 그곳의 시장에서 사 온 걸 거야. 나도 종종 사먹거든. 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가 보자.”

 

 

 

 인간의 마을에 내려가 보자는 유리의 말에 리오넬이 처음으로 눈에 띠게 얼굴에 표정을 드러내며 기뻐하였다. 만약 리오넬의 꼬리가 보였다면-늑대 수인인데 꼬리는 당연히 있겠지?- 기쁨으로 인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을 거라고 유리는 확신했다.

 

 

 

 “그리고 귀족들이 먹는 사탕 말인데, 그건 사탕이라기보다는 설탕을 묻힌 과일이거든.”

 

 

 

 집에서나 파티에서 나왔던 사탕을 생각하며 유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설탕에 절여져 무척 달콤하긴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귀족들이 먹는 사탕은 사탕이 아닌 절인 과일이었다. 유리에게 있어 모름지기 사탕이란 딱딱하고 모양이 잡혀 있어야하며 적어도 손에 집어 들었을 때 바닥으로 흘러내리지 말아야 했다.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왠지 그건 사탕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서……. 그에 비해 엘렌이 준 사탕은 내가 생각하는 사탕의 기준에 꼭 부합되거든. 그래서 좋아.”

 

 

 

 어느새 작아져 납작해진 사탕을 유리는 이빨로 으스러트렸다. 녹다 만 설탕 가루가 까슬하게 그녀의 혀에 달라붙어왔다. 역시 유리는 이 사탕이 좋았다. 아타락샤 산 홍차 대신 베노스 산 홍차가 좋은 것처럼, 귀족들의 사탕 대신 서민들의 사탕을 좋아하는 유리를 그녀의 부모님은 못마땅하게 여기겠지만 말이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거 같다.”

 

 

 

 리오넬이 창고에 있던 마지막 방어구 더미를 한꺼번에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는 유리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방어구를 한 번에 들어 올려 나르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수인이라 그런지 인간과는 확실히 기본적인 근력의 차이가 큰 것 같았다.

 

 

 

 “엘프들은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장례식이라는 제를 올린다. 요정들을 불러와 어둠을 밝히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지. 싱싱한 꽃을 꺾어와 죽은 자들이 묻힌 땅에 놓기도 한다.”

 

 

 ‘우리들이랑 똑같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진 않지만 죽은 자들을 기리며 장례식을 치른다는 점에서, 그리고 죽은 이들에게 꽃을 바친다는 점에서, 엘프가 인간들과 비슷하다는 걸 깨달은 유리는 조금 놀랐다.

 

 

 

 “하지만 우리 수인들이 볼 때 그것은 장례식이라고 볼 수 없다. 엘프들이 그런 식으로 장례를 치루는 걸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들의 장례는 우리들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이런 사실들은 제국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지만 독서를 즐기지 않는 유리로서는 직접 책을 찾아 읽지 않는 이상 그 사실은 영영 확인할 수 없었다.

 

 

 

 “수인들은 어떻게 장례식을 치르는데?”

 

 

 “치르지 않는다.”

 

 

 

 리오넬이 말했다.

 

 

 

 “수인마다 치르는 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적어도 늑대들은 엘프들과 같은 장례식은 치루지 않는다. 죽은 그 자리에서 흙과,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아, 죽은 자를 위하는 이들은 죽은 이의 시체가 까마귀나 독수리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시체를 지키기는 한다.”

 

 

 “땅에도 묻지 않아?”

 

 

 “묻지 않아.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썩어가게 두는 게 좋아.”

 

 

 

 신기한 관습이라고 유리는 생각했다. 인간들은, 적어도 유리가 아는 이들 중 죽은 사람은 모두 땅 속에 묻힌 뒤 장례를 치렀으니 말이다. 어렸을 때 몇 번 있었던 장례식을 떠올리던 유리는 곧 멀리서 들리는 소음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지?”

 

 

 

 

 유리네 반 학생들이 모여 있는 쪽이었다. 열을 맞추지 않고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는 걸 보니 담당 선생님은 아직도 오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말에 술이라도 드신 건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유리는 멀리서도 아이들의 분위기가 꽤 험악하다는 것을 느꼈다. 유리의 옆에 있던 리오넬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엘렌이군.”

 

 

 “…….”

 

 

 

 오늘이 첫 수업인 엘프를 인간 아이들이 가득 한 반에 혼자 둔 건 역시 실수였을까? 하지만 문제가 될 만한 일엔 이미 적절히 충고를 주었다고 생각한 유리로선 저 멀리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것 같은 리오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기 겁이 났다. 충고를 주었음에도 문제가 발생한 거라면 그것은 유리의 예상을 뛰어넘은 문제가 일어난 거라고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유리는 결국 리오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고 묻는 대신 발을 놀려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들고 있던 방어구를 바닥에 내려놓은 유리가 엘렌에게 다가가는 동안 가장 먼저 들은 소리는 누군가의 매서운 외침이었다.

 

 

 

 “당장 그 말 취소해!”

 

 

 

 그리고 그 외침에 답하는 엘렌 특유의, 여유롭고 평온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엘렌과 소리치는 아이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던 학생들 사이로 파고든 유리가 겨우 맨 앞줄까지 왔을 때였다. 유리는 그제서야 엘렌과 싸우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볼 수 있었다.

 

 

 

 “본디 인, 아니 너희들이 우둔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멍청할 줄은 몰랐군.”

 

 

 “하? 오늘 처음 편입해 온 녀석이 대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너 내가 누군지는 알아?”

 

 

 

 방금 도착했는데 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건지 유리는 엘렌의 고개가 정확하게 자신을 향해 돌아가는 것을 보곤 입을 딱 벌렸다. 엘렌의 시선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유리에게 집중되었다. 모르는 성이나 이름은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그녀의 충고를 지금 이 순간 활용하는 엘렌에게 유리는 경악했다.

 

 

 

 “유리.”

 

 

 

 하지만 유리가 경악하거나 말거나 엘렌은 참으로 태평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 인간의 이름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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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다리 16-09-15 23:51
 
아이고 엘렌ㅋㅋㅋㅋㅋㅋㅋ 뒷수습은 유리 몫이군요. 오늘도 유리 파이팅!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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