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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까칠한 내 이웃사촌
작가 : 류설량
작품등록일 : 2016.8.27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으르렁, 로맨스 작가만 7년째! 모코코의 새 교정 알바, 과격한 나라와 무심? 새침! 옆집 사는 편집장과의 코미디? 아니, 로맨스! "넌 날 좋아하게 될 거야" "네?"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그와 그녀의 똘끼충만 엽기발랄 로맨스가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연재됩니다. /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bluesky7412

 
6. 누가 보면 내가 잡아 먹으려는 줄 알겠네
작성일 : 16-09-14 03:25     조회 : 583     추천 : 0     분량 : 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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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지금 너무나도 창피했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는 건 이젠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같은 버스를 타러 가려는 사람에게 이렇게 창피를 주다니, 마치 스토커를 대하듯이 몰아 붙여버리다니. 지금 이 꼴은 그러다가 그 사람에게 도리어 창피를 당해버린 꼴이 아닌가.

 

 이래저래 불안한 표정의 그녀가 그의 눈치를 보았다. 애먼 입술까지 물어뜯으며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마음에 전혀 관심이 없는지 별 생각 없는 표정으로 먼저 버스에 올라버렸다.

 

 이후 그를 따라서 그녀도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버스에 올라선 이후에도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흘깃 흘깃 몇 번 더 그를 곁눈질하여 보았지만, 그는 그런 나라와 대비되게도 여전히 무척이나 평온한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초조해야할 이유가 대체 없었는데, 꼭 약점이라도 들킨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꼴이라니.

 

 그녀는 생각해보니 지금의 제 처지가 무척이나 우스웠다. 대체 저 남자가 뭐길래, 그깟 한 마디에 이리도 눈치가 보이다니.

 

 그런데,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데도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왜지? 내가 그렇게 큰 실수를 저질렀나…

 

 입을 삐죽거리던 그녀가 다시금 주환에게 힐끗 시선을 건넸다. 그런데 그 찰나에 별안간 끼이익. 버스가 급정거를 해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새털, 아니 무거운 몸뚱이가 별안간 그의 허벅지 위로 폭삭 내려 앉아버렸다.

 

 버스 손잡이를 부실하게 잡았던 탓인 건지, 그녀의 몸이 이미 주환에게로 쏠려있었던 건지는 아무래도 알 길이 없었다.

 

 그저 그녀가 어찌할 새도 없이 주환의 허벅지 위로 털썩, 주저 앉아버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아무래도 그녀의 차가운 이성에도 이상이 생겨버린 것만 같다. 온 몸이 이렇게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걸 보면.

 

 나라가 주환의 허벅지에 멀뚱히 앉아서는 당최 일어날 생각을 않자 그가 슬쩍 그녀의 귓가로 제 얼굴을 가져다댔다.

 

 “언제까지 앉아계시려고”

 

 이내 주환의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가 나라의 귓전을 간지럽게 스치자 그녀가 부르르르, 제 몸을 가늘게 떨었다.

 

 “아. 아, 그, 그…”

 

 허둥거리던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얼른 다시 버스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에게서 머물던 제 불안한 시선까지도 그녀는 금방 거두어버렸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그에게서 벗어난 지 얼마가 지나지 않았을 무렵, 그녀의 몸이 다시금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버스 손잡이를 붙잡은 그녀의 몸이 이리저리로 너울거리며 춤을 췄다. 바람결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듯이.

 

 그런 그녀를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그가 이내 살며시 그녀를 불러 세웠다.

 

 “신나라 씨”

 

 얼빠진 표정의 나라가 그에게로 슬며시 고개를 돌리자 그가 이리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의 부름에 그녀가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자 그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아서는 제 의자 뒤의 손잡이에 착 붙여놓았다.

 

 “중심도 못 잡으면서 무슨 배짱인 건지”

 

 의자 손잡이와 주환의 손 사이에서 나라의 손이 마치 샌드위치처럼 꼭 눌리자 그녀가 당황한 듯 그의 손아귀에서 제 손을 빼내려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제 손에 더 힘을 주었고, 나라의 손을 손잡이에 더 꽉 붙잡아두었다.

 

 “휘청거리지 말고 꼭 붙잡아요. 신경 쓰이니까”

 

 신경…쓰여?

 

 무심하게 내뱉은 그의 한 마디에 하마터면 그녀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을 뻔 했다.

 

 티격태격 대며 싸우는 도중에 나오는 말이었다면 이해나 했겠지만, 휘청거리는 게 신경 쓰인다니,

 

 제 로맨스 소설에는 남녀가 썸 타는 장면을 그렇게도 많이 써놓고 정작 저는 썸을 타보지도 못한 나라가 ‘이런 게 바로 썸인가…’ 싶어 수줍은 시선으로 주환을 바라보자 나라의 시선이 은근히 신경 쓰였는지 그가 그녀에게로 휙 시선을 건넸다. 그리곤 여지없이 까칠하게 내뱉었다.

 

 “뭘 봐요”

 

 아… 아아, 그래! 옆집 개랑 투덕거리며 으르렁거리던 세월이 어언 1년인데! 단 며칠 만에 썸을 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건 썸이 아니라 쌈이야!!!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주환의 냉담한 태도에 나라가 야속한 표정을 내지었다.

 

 계속 따뜻하게 대해주면 얼마나 좋아, 흥

 

 그녀는 그 때까지만 해도 그의 츤데레 같은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그 이후로 버스에서 내려 집에까지 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그에게 눈길 한 번을 건네주질 않았다.

 

 *

 

 “여~”

 

 오랜만에 출근한 우현이 주환의 주위를 한량처럼 어슬렁대며 맴돌았다.

 

 주환은 그런 우현에게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해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듯, 결국 심드렁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렇게 겨우 그를 멈춰 세웠다.

 

 “그래서, 용건이 뭔데”

 

 “어? 나? 용건? 없는데?”

 

 딱히 할 일도 없다면서 열심히들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 굳이 찾아와서 업무를 방해하는 우현이 귀찮다는 듯, 주환이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볼 일 없으면 좀 꺼져라”

 

 미간을 찌푸리며 애써 업무를 처리하는 주환에게 우현이 쭈뼛거리며 다가섰다.

 

 “바, 방해 돼…?”

 

 “어”

 

 “많이?”

 

 “어. 미친 듯이”

 

 주환의 말에 우현이 풀이 죽은 듯 고개를 푹 숙이더니만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 내가 뭐 도울까…?”

 

 “할 거야?”

 

 “어?”

 

 “일 할 거냐고”

 

 “어어…”

 

 “내일부터 시간 맞춰 출근해. 할 일이 산더미야”

 

 망하기 일보직전인 이 회사에 할 일이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어, 라며 주환의 말을 단정 지으려는 우현에게 주환이 곧 덧붙였다.

 

 “이번에 세간에 떠도는 소문 중에 로망스 측에서 공모전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입지를 다지기에 충분하니까, 우리 측에서도 그 계약권 꼭 따내야 돼.”

 

 그의 어려운 한 마디에 우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환을 내려다보았다.

 

 “스타 작가 섭외해서 판권 계약 따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사무실 유지는 될 거다. 그러니까 너도 힘써라”

 

 주환이 곧 우현에게 서류뭉치를 건네자 서류를 받아든 우현이 얼떨떨한 표정을 내지었다.

 

 그는, 그랬다. 명색이 출판사라고 작가들을 섭외해서 책을 내주는 일이야 어떻게든 겨우 해왔었지만, 공모전은 꿈에도 꿔본 적이 없었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뭘 해야 할 지 몰라 어리둥절한 우현에게 주환은 곧 천천히, 그리고 되도록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이래봬도 주환은 모코코 이외의 다른 출판사에서 7년이나 일해 온 몸이었으니까. 어깨너머로 모든 것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다른 출판사에서 일할 적에 그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워왔다. 그런 그에게 남다른 포부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포부를 현실로 바꾸기에 그의 역량은 이미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그랬던 그의 포부가 모코코에서 이루어질 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아직 직원이 단 세 명뿐인 존재가 미미한 출판사였지만, 그런 주환이 있는 것만으로도 우현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언젠간, 이 광활(?)한 사무실을 꽉 채울 수 있을 만큼 많은 직원을 고용하게 될 날이 오겠지.

 

 왠지 모르게 우현이 조금 들뜬 표정을 내지었다.

 

 “어? 사장님, 안녕하세요! 웬일이세요?”

 

 그런 그에게 막 점심을 먹고 들어온 듯, 한 손에 커피를 든 채로 사무실에 들어온 나라가 곧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우현 씨라는 좋은 말 놔두고 또 사장님이래, 그 커피는 뭡니까? 나 주려고 사온 거?”

 

 “네?”

 

 나라가 어찌할 새도 없이 우현이 나라의 커피를 뺏어들었다.

 

 “딱 한 모금만 마실게요”

 

 벙한 표정의 나라에게 양해를 구한 우현은 곧 커피 잔의 뚜껑을 열어 커피를 호로록하고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도로 뚜껑을 닫아 나라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아…”

 

 제가 마시던 커피를 우현이 아무 생각 없이 마셨다고 생각하니 수줍어진 건지, 볼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나라에게 우현이 되도록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빨대로 마실 걸 그랬나”

 

 우현이 익살스레 나라를 놀리자 당황한 듯 나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나라의 모습이 우스운 듯, 피식거리던 우현이 곧 참지 못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 뭘 그리 놀라요? 누가 보면 내가 나라 씨 잡아먹으려는 줄 알겠네”

 

 장난스런 우현의 표정에 얼굴이 새빨개진 나라가 그에게서 휙 등을 돌리고는 얼른 제 자리로 가 앉았다.

 

 어째, 이 출판사는 이렇게 불여우 같은 남자들만 있는지.

 

 자리로 돌아간 나라가 흘깃, 우현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다가 그만 그가 쏜 윙크에 맞아버렸다. 어쩜, 불화살도 아니고 불 윙크를 쏘다니, 그의 윙크에 맞은 그녀는 하마터면 심장에 새카맣게 화상을 입는 줄 알았다.

 

 여우들 사이에서, 이게 대체 무슨 조화인지… 그녀가 입을 샐쭉거렸다. 샐쭉거리다가 제 얼굴을 마구 찡그린 그녀는 이윽고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싼 채로 울상을 지어버렸다.

 

 나 이제, 이 여우들의 소굴에서 언젠간 잡아먹힐 것 같아…

 

 휴, 한숨을 한 번 폭 내쉰 그녀가 이윽고 막 작업을 시작하려고 마우스를 움직였을 때였다.

 

 부르르르…

 

 진동으로 해놓은 나라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책상 위를 간질였다. 그 야단스러운 떨림에 그녀가 휴대폰을 얼른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 신나라 작가님 맞으신가요?

 

 “네!? 네, 아 저 잠시만요”

 

 혹여 누가 들을 새라 우현과 주환의 눈치를 보던 나라가 재빨리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다시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저, 무슨…”

 

 - 공모전에서 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작가님 작품을 저희 측에서 되게 감명 깊게 봤는데, 아쉽게도 인기상을 수상하셨더라고요.

 

 “네? 아, 네…”

 

 - 그래서, 기회가 되신다면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을 좀 해드리고 싶은데…

 

 “죄송합니다. 이미 타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있어서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님! 작…!

 

 그녀는 어쩐지 전화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은 무척이나 좋은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기회를 단지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매정하게 끊어 내버렸다.

 

 그리고서도 왠지 섬뜩했는지 위화감을 일으킨 전화번호를 차단해버리고서야 그녀가 미련 없이 사무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

 

 나라가 사무실 밑에 위치한 커피숍에 들어섰다. 우현이 복지차원에서 사다놓았다며 믹스 커피를 사무실 한 편에 놓아두긴 했지만 그녀는 가끔, 원두커피가 너무 먹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무실 밑에 위치한 커피숍의 커피는 가격도 싸고 원두 질도 꽤 좋은 편이어서, 그녀는 머리가 복잡할 때면 이 곳에 종종 들르곤 했다.

 

 느긋한 걸음으로 들어선 나라가 곧 아메리카노를 하나 주문했다.

 

 “진동벨이 울리면 가지러 와 주세요.”

 

 “어? 신…나라?”

 

 진동벨을 받아든 나라가 점원의 말을 끝으로 막 뒤돌아서려고 할 무렵, 그녀의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그녀가 휙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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