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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색순찰자
작가 : 이현주s
작품등록일 : 2018.5.7

숲에 스산한 어둠이 내려앉거든, 작은 소리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순찰자의 화살이 그대의 심장을 찾는 소리일지 모르니.

 
13화
작성일 : 18-10-26 06:35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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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견장을 수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보호자 여러분들께서는 학생에게 견장을 달아주십시오.”

  진행자의 말에 앤더슨이 견장을 꺼내며 투덜거렸다.

  “아이린이랑 또 쌈박질 하면 떼간다, 이거.”

  아리엘은 코웃음 치고는 어깨에 찬 녹색 견장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견장이라니! 이제야 군사 학교에 입학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어라? 잠깐.

  “이거 양쪽에다 달아야 하는 거 아냐?”

  견장은 한쪽만 차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앤더슨에게 없었다. 이 또 무슨 장난인가 싶어 한 번 째려주자 앤더슨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나는 저 양반이 달아준대서.”

  “양반은 새꺄, 형이라 부르랬지?”

  껄렁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목소리만으로 그 주인을 알아본 아리엘의 표정이 환해졌다.

  “로저 오빠!”

  그녀 곁에 다가온 로저가 빙긋 웃으며 견장을 달아주었다. 이제는 아리엘이 더 커서 살짝 발 뒤꿈치를 들어줘야 했다.

  “여, 많이 컸다, 꼬맹이? 견장도 달고.”

  “그러는 오빠는 훈장이 몇 갠데!”

  로저를 보는 아리엘의 눈에는 존경의 빛이 가득했다. 그의 군복에 더 이상 달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훈장이 빼곡하였으니, 예비 군인 소녀로서는 무한한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 다음 말에 그녀의 존경은 와장창 부서졌지만.

  “아, 이거? 헨리 군복인데? 역시 행사에는 그놈 군복이 가오가 살지.”

  “가…… 뭐?”

  “에헴, 그런 게 있어. 애들은 알 거 없다, 애들은! 그보다.”

  로저는 아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축하한다, 귀염둥이.”

  앤더슨은 못마땅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하이고, 애한테 참 좋은 거 알려준다. 그거는? 설마 잊어먹은 건 아니지?”

  “내가 너냐? 잊어먹게. 가져왔지, 그럼.”

  로저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수행원 한 명이 기다란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아리엘이 물었다.

  “이게 뭐야?”

  “입학 선물. 내가 만들었어, 내가.”

  앤더슨이 씩 웃으며 가슴을 탕탕 쳤다. 로저가 덧붙였다.

  “재료는 내가 대주고.”

  어째 모지리 둘이 합작했다니 영 불안했다. 그래도 기대감은 숨기지 않고 상자를 조심스레 열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아리엘이 탄성을 질렀다. 그러니까 상자 속 내용물은 바로…….

  “뭐야, 이게?”

  ……뭔지 알 수 없었다. 뭐지, 이 기다란 막대기는? 선물이 설마 몽둥이? 그럼 이제 이걸로 두 명, 아니 두 놈을 패면 되나?

  다행히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전에 앤더슨이 재빠르게 나섰다. “아, 맞다”라는 얼빠진 소리와 함께.

  “미안, 미안. 급하게 준비하느라 시위를 못 걸었네. 걸기만 하면 돼.”

  ‘시위?’

  아리엘이 머리를 갸웃하는 동안 앤더슨은 상자에서 막대기를 꺼내고, 품에서 줄을 꺼냈다. 그리고는 줄을 능숙하게 막대기 양쪽 끝에 걸자 막대기는 곧 완연한 활의 형상을 갖추었다. 그가 환히 웃으며 활을 아리엘에게 내밀었다.

  “완성!”

  “안 쓸 때는 시위 풀어놓고, 비올 땐 쓰지 말고…….”

  로저가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늘어놓았지만 그녀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손에 들어온 귀물의 자태 때문에.

  대나무와 참나무, 물소뿔 등 총 7가지 재료로 만든 이 활은 나무부터가 고급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 동체에 윤이 나고 있었다. 맨들맨들한 몸을 쓸어내리자 활에 숲의 종족의 문자가 나타났다.

  “아, 그건…….”

  로저가 설명하려하자 앤더슨이 말을 가로챘다.

  “그건 헨리 형이 했어. 헨리 형이. 음…… 그냥 뭐 잘 먹고 잘 살라고, 그렇게 써놨다더라.”

  “뭐야아, 그게.”

  말과는 달리 아리엘은 헨리가 직접 새겨줬다는 말에 기뻐하였다. 로저는 앤더슨에게 눈을 흘겼고, 앤더슨은 딴청을 피우며 휘파람을 불었다.

  앤더슨에게서 아리엘에게 시선을 돌린 로저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 앤더슨을 보고, 아리엘을 보았다. 그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라? 너네, 원래 이렇게 닮았었냐?”

  앤더슨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이거 왜이래? 얘 어릴 때부터 친남매 같다 하신 양반이 누구신데.”

  “아니, 아니……. 그건 뭐, 너네 싸돌아다니는 거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거고. 이제 보니까 얼굴이 많이 닮았는데?”

  듣고 보니 그랬다. 날카로운 눈매, 놀랄 때 동그랗게 뜨는 눈, 오똑한 콧날은 놀라우리만치 아리엘과 닮아 있었다. 서로 확연히 다른 머리색이 아니었다면 친남매 같단 말도 농담으로 할 순 없었을 것이다.

  앤더슨이 그 사실을 지적하였다.

  “형 눈엔 얘 머리랑 내 머리랑 비슷해 보여? 완전 쌩금발이랑, 쌩갈색이? 머리도 머리지만 눈도 봐라. 난 검정검정하고 얜 파랑파랑한데 닮긴 뭐가 닮아?”

  “그거야 엄마 닮았을 수도 있지. 그리고 눈 색은……. 아, 뭐, 됐다. 오래 지내다보니까 그런가보다.”

  “그치?”

  끝내 논란은 종식됐지만 아리엘은 묘한 눈으로 앤더슨을 보았다. 앤더슨은 왼손으론 로저에게 한 턱 내라고 어깨를 떠밀고, 다른 손으로는 아리엘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검지를 들어 입술에 갖다 댔다.

  ‘쉿.’

  살짝 끄덕인 아리엘은 로저의 손을 잡으며 헨리의 소식을 물었다. 다행히 아리엘의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로저는 더 이상 논란을 재개하지 않았다. 대신 뭐가 생각났는지 손뼉을 짝 치고는 앤더슨의 손목을 잡아챘다.

  “맞다, 맞다. 너 임마, 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냐?”

  “뭐, 왜, 뭐. 내가 왜?”

  “선생님들이랑 인사 안 해?”

  로저의 말에 앤더슨은 특유의 뻔뻔한 얼굴로 대꾸했다.

  “귀찮아.”

  “……삭막한 시끼. 예쁜 선생님들도 많은데…….”

  가만히 대화를 듣던 아리엘이 끼어들었다.

  “앤더슨이 왜 선생님들이랑 인사해? 무슨 일 있어?”

  “별 거 아니-”

  “이놈이 이제 이 학교 순찰자(Ranger) 과정 담당 교사거든.”

  대충 넘어가려던 앤더슨은 로저가 말을 가로채자 그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곧장 발길질로 보답 받았다.

  “에엑? 진짜?”

  아리엘의 반응에 앤더슨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됐다.”

  로저도 진짜라는 듯 연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당사자에 증인까지 있으니 분명 틀림없는 사실이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리엘은 경악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순찰자 과정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다. 산지가 많은 키프로스 특성상 순찰자의 수요는 기사만큼 많았고, 때문에 교내에서 순찰자 과정의 위상은 드높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그런 순찰자의 담당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래사에 빌붙어 사는 백수가 꿰차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뒷돈이라도 오갔나?

  ‘아닌데. 이 거지 오빠가 어디서 돈이 있어서. 그럼 큰스님이 잘 말씀해주신 건가?’

  그녀의 뇌리에 마루에서 빈둥빈둥 졸다가 큰스님에게 걷어차이는 앤더슨의 모습이 떠올랐다. 에이, 설마. 설마 큰스님이 이런 놈팽이를.

  만감이 교차하는 아리엘의 얼굴을 본 앤더슨의 얼굴에 심줄이 투두둑 돋아났다.

  “즈기요, 아리엘 씨. 너무 대놓고 밥벌레 취급 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라고?”

  로저와 아리엘이 동시에 반문했고, 서로 손을 짝 부딪혔다. 인상을 구긴 앤더슨이 팩 몸을 돌렸다.

  “쳇. 꺼져, 꺼져. 다 꺼져버려. 집에 들어가 디비 자든가 해야지.”

  평소대로라면 앤더슨이 이렇게 잔뜩 삐치고, 두 사람이 매달려 달래는 모습이 이어졌어야 했다. 교문에서부터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분명 그랬을 터였다.

  “로저 겨어어어엉!”

  교문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낑낑대며 교문을 넘어온 병사가 헉헉대며 로저에게 뛰어왔다.

  “헉, 헉, 로저 경……. 급보입니다, 급보!”

  로저는 당황한 얼굴로 병사를 부축해주었다.

  “아니…… 어……. 그래. 어, 급보. 그렇지. 급보라고? 일단 숨부터 좀 돌리게. 이러다 자네 사망 급보부터 듣겠구먼.”

  “헨리 경이…….”

  병사는 그제야 주위 시선이 눈에 들어왔는지 그 뒤의 말은 귀엣말로 대신하였다. 그의 보고를 들을수록 로저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고, 그가 보고를 마치자 로저는 병사의 멱살을 잡고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제대로 말해. 헨리가 어떻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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