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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림자를 끌어안는 방법
작가 : 채영요
작품등록일 : 2018.9.13

이 세상의 끝에 외로이 자리한 나라, 영령(影靈)국. 그림자에서 태어난 태초신 무영이 창조한 이 세계에는 그림자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인간, 미루가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무영이 수천 년간 찾아 헤맸던 사람이 바로 저 조그만 여인일지도 모른다. 감정이라곤 모르는 무영과 감정이 풍부하다 못해 흘러 넘치는 미루의 만남. 몽환적인 신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23장. 어디를 가?
작성일 : 18-10-23 19:05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7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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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이 미루를 두고 자리를 뜬 후, 어디서 나타난 건지 유기가 불쑥 등장했다.

 한참을 말랐느니, 얼굴이 상했느니 호들갑을 떨던 유기는 뭐라도 먹여야겠다며 미루를 끌고 갔다.

 유기는 도대체 어디에 챙겨두었던 건지, 오랜만에 찾아간 미루의 방에서 끊임없이 먹을 것들을 꺼내 미루의 앞에 밀어놓았다.

 달큼한 쌀과자를 물릴 정도로 먹었나 싶으면 담백한 차를 먹여 입가심을 하게 만들었고, 곧장 설탕에 재운 과일을 미루의 손에 들려주었다.

 거기에 더해 끊임없이 재잘대며 미루의 혼을 쏙 빼놓은 덕분에 미루는 정신없이 유기가 먹이는 대로 간식을 먹어치웠다.

 미루가 먹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유기가 문득 물었다.

 “미루 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평소랑 조금 다릅니다.”

 “다르긴요.”

 “정말 다른데요. 잘 웃지도 않으시고. 설마, 지금 제게 비밀 만드시는 겁니까? 유기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가려요…….”

 귀신이다, 귀신.

 미루가 잡아떼려 해도 어찌 이리도 잘 알아채는지.

 거기다, 미루가 무엇에 약한지도 알고 우는 척까지 아주 그럴듯하게 하고 있었다.

 “그것이…….”

 미루는 무어라고 말해야할지 몰라 망설였다.

 무영이 미루에게 꽤 잘해 주었다고, 그래서 무영이 미루를 아낀다고 착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

 게다가 무영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고, 그래서 원래의 무영의 모습을 보게 되자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노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미루가 망설이자 유기가 부드럽게 미루를 달랬다.

 “미루 님. 마음에 담아두실 필요 없습니다. 괴로움은 나누면 줄고, 기쁨은 나누면 커지는 법이지 않습니까?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전부 제게 말하셔도 좋아요.”

 다정한 유기의 말에, 미루는 홀린 듯이 시시콜콜 전부 털어놓고 말았다.

 무영의 생각으로 너무나 갑갑했던 탓이었다.

 무영에게 옷을 지어 선물한 것, 무영이 그것을 기꺼이 입어주었던 것, 요사이 잘 웃게 되었다고 생각하던 순간 다시 처음처럼 냉정한 얼굴이 되었다는 것까지 줄줄 읊었다.

 잠자코 미루의 이야기를 듣던 유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미루 님. 무영 님이 어찌 보이시든, 신경 쓰지 마세요. 미루 님은 그저 미루 님답게 행동하시면 되는 겁니다. 무영 님이 미루 님을 미워하시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리 행동하시는 건 절대 아닐 겁니다. 제 말을 믿으셔요.”

 그리 말하면서 유기는 미루의 입에 꿀떡을 밀어 넣었다.

 미루가 입 안에 가득 찬 음식 때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자 유기는 후후후, 하고 입을 가리며 웃었다.

 유기의 말이 맞는지는 미루도 잘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무영이 미루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인지, 그렇다면 왜 그리도 멀리 손에 닿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는지.

 그러나 미루는 그저 미루답게 행동하면 된다던 말은 미루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지금 미루에게 가장 필요했던 말이었다.

 미루는 얼마 전 무영에 대한 마음을 깨달으며 들었던 생각을 다시 떠올렸다.

 미루는 그저 무영이 좋기 때문에 좋아할 뿐이지, 무언가를 바라고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무영 님이 어딘가 달라지셨다 해서 내가 서운해 하지는 말아야지.’

 기분이 조금 풀린 미루의 손을 유기가 살며시 잡았다.

 미루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단단히 제 손을 잡은 유기의 손에서 소중하리만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

 

 유기를 만나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미루는 서둘러 별채로 향했다.

 너무 배가 불러 힘들었지만 벌써 땅거미가 어둑하니 내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별채가 가까운 거리, 발걸음을 재촉하던 미루는 제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여러 번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별채를 가린 거대한 장막 앞에, 그린 듯한 모습의 무영이 홀로 서 있었다.

 미루가 있는 쪽에서는 얼굴을 돌리고 있었으나 언뜻 보이는 옆얼굴이 완벽한 선을 그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수에 젖은 그 요요한 얼굴에 미루는 저도 모르게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차츰 다리가 빨라졌을 때는, 무영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무영 님!”

  언제 보아도 기묘한, 그러나 어느 보석보다도 아름다운 회녹색의 눈동자가 미루를 향했다.

 그 눈을 마주하자, 미루는 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루도 제 마음을 다스릴 수도, 붙잡을 수도 없었다.

 무영을 새로 마주할 때마다 미루의 마음은 성큼 자라 있었다.

 그런데.

 “이제 네 방으로 돌아가라.”

 미루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제, 이건 미루로써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유기의 말이 틀렸다.

 별채를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외출했다 다시 돌아오라던 무영이었다.

 ‘그런데 방으로 돌아가라니. 그 짧은 사이 내가 싫어지셨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막연하게 그렇게 깨달으면서도, 미루는 무영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무영은 어느새 제 희망이고 빛이었다.

 고립되고 괴로웠던 미루의 곁을 언제부턴가 지켜주었다.

 그런 무영에게 직접, 더 이상 제 곁에 머물지 말라는 말을 들으니 도무지 그대로 따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루는 언제까지고 아껴두려 했던 말을 꺼내기로 결심했다.

 무영의 곁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미루에게도 있다고, 어떻게든 무영을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자, 눈앞에 뿌옇게 눈물이 차올랐다.

 허나, 눈물은 결코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에 힘입어 미루는 망설임 없이 제 마음을 고백했다.

 “연모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영 님을 연모하고 있단 말입니다!”

 적막. 완전한 적막이었다.

 미루와 무영 사이에는 아주 작은 바람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미루는 반쯤은 후련한 마음으로, 반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영을 바라보았다.

 무영은 은빛 머리칼이 흘러내린 잘생긴 얼굴에 알 수 없는 표정을 담고 있었다.

 흰 속눈썹이 드리운 눈은 크게 뜨여 깜빡이지 않았고, 얇고 붉은 입술은 단단하게 한 일 자로 맞물려 있었다.

 미루는 무영의 낯선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천천히 숨을 몰아쉬었다.

 이윽고, 억겁의 시간과 같았던 침묵을 깨고 무영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너는.”

 “…….”

 “언제나 내가 예측할 수 없는 행동만 하는군.”

 “무영 님.”

 “연모라. 지금 나를 연모한다고 했느냐.”

 미루는 새삼스레 무영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무영은, 묘한 얼굴로 미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괴로운 것 같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힘든 것 같기도 한 얼굴로…….

 얼마 지나지 않아, 무영이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몸을 돌렸다.

 미루가 무영을 부르기도 전에, 무영이 짧게 내뱉고 장막 안으로 사라졌다.

 “방으로 돌아가. 더 이상 네게 할 말은 없다.”

 “무영 님!”

 미루는 뒤늦게 무영을 뒤쫓으려 했으나, 딱딱한 껍질처럼 손에 만져지는 장막에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미루가 손도 대기도 전에 갈라져 드나들 수 있게 해 주었던 장막은, 이제 미루가 지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무영 님.”

 미루는 찌르는 듯한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난다면 바로 이런 기분일까.

 정말 이대로, 그저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자그만 체구가 금방이라도 흐릿하게 사라질 듯 힘없이 흔들렸다.

 그런 미루를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자가 있었다는 것은, 미루도, 무영도 알지 못했다.

 마치 제 자신이 그림자의 일부인 듯, 그늘에 완벽히 숨어 기척을 숨기고 있던 자.

 무영과 분신이라 해도 믿을 얼굴에, 단 하나 다른 새카만 머리칼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자.

 딱딱하게 굳어 생경한 얼굴의 무환이, 가냘픈 미루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

 

 “미루 님!”

 유기가 두드리지도 않고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시종으로써 큰일 날 버릇없는 짓이었지만, 지금은 미루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었다.

 미루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엎드려 있었다.

 미루가 없어도 꼬박꼬박 청소를 해 놓았기에 망정이지, 유기는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미루에게 다가갔다.

 “미루 님. 어찌 여기 계십니까?”

 미루는 대답이 없었다.

 유기는 옆으로 돌아가 미루의 얼굴을 살폈다.

 이불에 반쯤 파묻힌 미루의 얼굴은 파리했다.

 언제나 변함없이 맑던 까만 눈동자도 빛을 잃었다.

 유기가 제 눈앞에 나타나자, 미루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미루 님.”

 “무영 님께, 연모하고 있다 말했습니다.”

 “네?”

 갑자기 들려온 미루의 말에 유기가 제 귀를 믿지 못하고 되물었다.

 미루가, 무영에게 연모하고 있다 말했다니.

 미루가 무영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은 진즉에 알았으니, 별로 놀랍지 않았다.

 유기의 예상과 달랐던 것은 무영의 반응이었다.

 ‘아니, 이리 된다면 분명 무영 님도 당신의 마음을 알게 되실거라고 여겼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무영은 분명 미루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루가 영 심각한 얼굴로 무영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다고 말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도리어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그런데 그저 미루를 방으로 되돌려 보내다니.

 “제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방으로 돌아가라고 하셨어요.”

 미루는 이제 얼굴을 아예 이불에 파묻었다.

 유기는 어안이 벙벙해 입을 헤 벌리고 서 있었다.

 이제야 유기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빙빙 돌며 짜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무영 님, 제 생각보다 더 단단히 틀어 막히신 분이었군요.’

 더 이상 말해무엇하겠는가.

 또한, 유기의 눈에는 훤히 보인다 하더라도 무영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면 백날 말해보았자 소용없을 것이었다.

 유기는 그저 미루를 달래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미루 님, 밤이 늦었어요. 얼른 주무셔요.”

 “…….”

 유기가 다정하게 미루의 등을 토닥였다.

 미루는 힘이 하나도 없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엎드려 있다 까무룩 잠이 든 듯 했다.

 어느새 미루가 내쉬는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자 유기가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모쪼록 미루가 자면서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지기를 빌 뿐이었다.

 

 ***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미루의 눈이 번쩍 뜨였다.

 낯선 광경에 미루가 몇 번 눈을 깜빡이다, 이내 다시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낯설다니. 원래 미루가 지내던 곳이 이 방인데.

 얼마나 오래 무영의 별채에서 지냈다고 벌써 여기가 낯설게 보였다.

 무영이 그리 떠나버리고 난 후, 언제 무슨 정신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 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무영의 시중도 들지 못하게 되는 걸까.

 무영이 더 이상 미루와 지내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루는 더 무기력해지는 기분에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유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미루 님! 유기가 왔습니다!”

 그제야 미루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유기는 미루의 멍한 얼굴에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지, 활기찬 목소리로 들고 온 대야와 수건을 내려놓았다.

 “어서 이리 오세요. 씻으셔야죠.”

 “별로 안 씻고 싶은데…….”

 씻기는커녕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제가 씻겨드릴게요. 그쪽으로 들고 가겠습니다.”

 “아, 아니. 그냥 씻을게요.”

 유기가 당장에라도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대야를 들고 다가올 듯 하자, 미루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무리 미루가 기운이 없대도 유기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미루가 설렁설렁 얼굴을 씻어내자 유기가 수건을 건네주었다.

 얼굴의 물기를 채 닦아내기도 전에, 유기는 미루를 화장대 앞에 앉혔다.

 미루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유기가 방긋 웃었다.

 “밖에 나가십시다.”

 “…….”

 미루가 영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해 보였지만, 유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미루의 머리를 매만지고 옷을 골라왔다.

 “저, 오늘은 그냥 방에서…….”

 “아니요! 오늘은 저와 나가시는 겁니다.”

 미루가 결국 망설이다 한 마디 꺼냈으나, 유기가 대번에 쳐냈다.

 미루가 힘이 없을 게 분명하니, 유기는 억지로라도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 주려는 거였다.

 미루는 빠르게 단장을 끝낸 유기의 손에 단단히 붙들려 끌려나왔다.

 유기가 망설임 없이 곧장 향한 곳은 장터였다.

 “미루 님, 장 구경하는 거 좋아하시죠? 오늘 실컷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요.”

 미루가 대꾸도 않고 그저 힘없이 끌려다니기만 해도, 유기는 제가 더 나서 미루를 이끌었다.

 제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너무나 눈에 보여 미루는 괜스레 유기에게 미안했다.

 “미루 님. 이건 어떠십니까? 아니면 저건? 다 미루 님 마음에는 안 드나요?”

 유기가 몇 번이나 이것저것 미루의 앞에 들어 보이고 부러 더 밝게 행동하자 미루도 못 이겼다.

 허하기만 하던 표정이 차츰 풀어졌다.

 “와, 이 머리 장식 좀 보세요. 미루 님께 최고로 어울리겠어요.”

 “유기 님, 이제 괜찮아요.”

 미루가 유기에게 옅게 웃어보였다.

 그제야 유기가 과하게 굴던 것을 조금 가라앉히고 미루를 바라보았다.

 “미루 님.”

 “저 때문에 일부러 나와 주시고, 고마워요. 저 이제 정말 괜찮으니 그만 힘써도 돼요.”

 “아니요!”

 크게 고개를 젓는 유기 때문에 미루가 눈을 깜빡였다.

 유기는 짐짓 심각한 척 허리에 손을 척 올렸다.

 “예까지 나왔으니, 뭐라도 먹고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맛있는 걸 먹어요. 맛있는 거!”

 결국 미루도 웃으며 유기에게 동조하고 말았다.

 “하하, 좋아요. 맛있는 거 먹어요, 우리.”

 식당들이 늘어선 골목으로 향하려던 그때, 미루와 유기의 앞을 가로막는 인영이 있었다.

 “아가씨들, 둘이 나왔나?”

 대낮부터 술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자는, 붉게 달아오른 눈자위로 미루와 유기를 훑어보았다.

 “비키세요. 함부로 하실 분이 아닙니다.”

 유기가 미루의 앞을 가로막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남자는 유기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미루에게 눈을 돌렸다.

 미루가 흠칫 뒤로 물러서자 남자의 입이 벌어졌다.

 “이것 보게. 인간 아닌가? 그런데 그림자가 붙었네? 어디서 이런 요상한 것이 나타났어?”

 몇 개 이가 빠진 입으로 웃어보이자 미루가 몸을 떨었다.

 “비키시라니까요!”

 “넌 아까부터 계속 뭐야? 네가 비켜.”

 남자가 거칠게 유기를 밀쳐냈다.

 유기가 저만치 나동그라지자 미루가 유기에게로 달려가려 했다.

 “유기……!”

 “넌 이리 와. 신기한 것이 있네. 조금 가지고 놀아야겠어. 인간은 어떤 비명소리를 내는가?”

 그러나 남자가 미루의 팔목을 낚아챘다.

 “이거 놔!”

 미루가 온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쳤지만, 남자는 술에 취한 주제에 힘은 왜 이렇게 센지.

 “가만히 있어, 안 그럼 다친다. 어디 하나 부러져도 몰라.”

 남자는 꿈쩍도 않고 미루를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이거 놔! 놓으라니까! 유기야! 유기야!”

 미루가 거세게 저항하자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곱게는 못 간다 이거냐? 오냐, 그럼 나도 원하는 대로 대해 주마.”

 남자가 미루를 잡지 않은 손을 번쩍 치켜든 그때.

 “어디를 가?”

 남자가 우뚝 멈추었다.

 등 뒤에 선 나무토막처럼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혔다.

 고개를 돌리자, 한밤중에 마주친 짐승의 그것처럼 빛을 발하는 눈동자 한 쌍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남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도 전.

 우드득. 미루를 잡고 있던 팔뚝이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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