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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림자를 끌어안는 방법
작가 : 채영요
작품등록일 : 2018.9.13

이 세상의 끝에 외로이 자리한 나라, 영령(影靈)국. 그림자에서 태어난 태초신 무영이 창조한 이 세계에는 그림자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인간, 미루가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무영이 수천 년간 찾아 헤맸던 사람이 바로 저 조그만 여인일지도 모른다. 감정이라곤 모르는 무영과 감정이 풍부하다 못해 흘러 넘치는 미루의 만남. 몽환적인 신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22장. 연모하고 있습니다.
작성일 : 18-10-19 18:52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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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영은, 제게 더 이상은 그 누구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완벽히 인지하고 나서도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

 ‘도대체 왜 몰랐던 거지?’

 언제나 거슬리고 신경 쓰였던 일이니, 무영이 어찌 그저 모르고 지나갔을 수가 있는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루가 이곳에 온 이후로, 상대적으로 미루와 독대할 일이 많았다.

 무영의 저주를 어찌 풀어줄 것인가, 또 도대체 어떤 아이기에 그림자까지 지니고 태어났는가.

 무영이 완전히 알지 못하는 일이 많았으니 미루를 지켜보고 가까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미루가 몇 번 진월이 꾸민 일에 당하고 나서는 아예 미루와 둘이 다른 자들과 동떨어져 지냈었다.

 미루를 제외한 다른 자들과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다른 자들의 감정을 느끼게 될 상황 자체가 많이 없었다.

 결국에는, 무영이 그간 미루와 지내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이었다.

 ‘그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의 감정은 모두 알 수 있었으니.’

 미루는 너무나 제 감정에 솔직했다.

 기쁘면 기쁜 얼굴이었고, 슬프면 슬픈 얼굴이었다.

 그뿐이랴. 말로는 아무리 아니다, 아니다 감추려 해도 온 몸으로 미루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가 보였다.

 그렇기에 미루와 그리고 가까이 함께 지내면서, 이제는 미루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보기만 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대번에 보였기에 그게 감정이 읽히는 거라 착각했다.

 그런 미루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니 언제 저주가 사라졌는지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그 또한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저주가 사라진 것일까?

 무영은 새삼스레, 제게 저주를 퍼부었던 하급 신을, 그가 죽던 수천 년 전의 어느 날을 떠올렸다.

 무영은 여전히, 애절하다 못해 절박하던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

 

 그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약한 하급 신은, 자신보다 훨씬 약한 인간을 사랑했다.

 그는 사랑하는 제 연인과 지내며 행복했으나, 날이 갈수록 공포와 초조함에 시달렸다.

 신인 자신의 삶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수명을 가진 제 연인 때문이었다.

 신은 누군가 직접 죽이지 않으면 거의 영생과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었으나, 인간은 아니었다.

 인간인 제 연인이 언젠가 죽게 된다는 것은 불가항력의 일이었기에 더욱 절망했을 터.

 그 신은 어느 날, 무영을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연인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였다.

 죽음의 신인 무영에게 그는 이마를 바닥에 박고 간절히 빌었다.

 유일하게 제 연인의 죽을 날을 미리 알고 있을 무영이, 그 날을 비껴갈 수 있게 해주리라 믿었던 것이다.

 “무영 님, 제발 제 청을 들어주십시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어떤 일이든, 제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하겠습니다. 제발 제 연인을 살려주십시오. 죽음을 거두어 주십시오.”

 무영은 턱을 괴고 있던 자세 그대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제 몸쯤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아주 납작하게 무영의 앞에 온 몸을 조아리고 있었다.

 무영이 대답이 없자 그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바닥을 기어와 축축하고 차가운 손으로 무영의 발목을 붙잡고 끊임없이 빌었다.

 “무영 님, 제발, 제발……. 제발 제 청을…….”

 허나 무영은 그의 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무영이 하는 일은, 각각의 생명이 제 날에 무사히 삶을 마치도록 지켜보는 것.

 그리고 부득이한 경우라면, 또는 무영이 원한다면 제 손으로 삶을 끝내 주는 것이었다.

 죽음은 한 생명이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는 순리였다.

 아무리 그들의 죽음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무영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죽음을 없는 일로 만들어버릴 수는 없었다.

 아니, 만약 그럴 힘이 있었다 하더라도 무영은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무영에게는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 신이 사랑한다는 한낱 인간 한 명을 위해 무영이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당연하게도 생각했다.

 무영은 제 발밑에 엎드린 자에게는 대답하지 않고, 방 밖을 지키고 있던 시종들을 불렀다.

 여전히 발밑에 엎드려 있던 그 신은 시종들이 자신을 거칠게 끌어내자, 무영에게 거절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번의 몸부림 끝에 그는 분노에 휩싸였다.

 그는 무영이 제 청을 거절하는 것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으아아! 으아아아!”

 목에서 피를 토하듯, 끔찍하게 찢어지는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무영 님은 그 자리에 계실 자격이 없습니다.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누구보다 강한 자리에 앉아 계실 자격이 없단 말입니다!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헤아릴 줄 모르는 자는 그 자리를 가질 자격이 없습니다. 무영 님은, 괴물보다도 못한 냉혈한이십니다!”

 광기로 번뜩이는 눈으로, 힘이 없는 하급 신에 불과한 그가 무서운 힘으로 자신을 붙들고 있던 시종들을 뿌리쳤다.

 누군가 더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그는 품에 품고 왔던 단도를 꺼내 들었다.

 “무영 님은 이제껏 그 누구도 사랑한 적 없기 때문에 그런 분이 되셨습니다. 이 마음으로 인해 괴로운 자의 심정을 모르기 때문에 괴물이 되신 겁니다!”

 무영은 미동도 없이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그가 칼을 쥐고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무영을 향해 칼을 겨누고 한 발짝이라도 움직인다면, 그 순간 숨이 끊어지리라.

 그러나 그의 칼은 무영을 향하지 않았다.

 푹, 옷을 찢고 살을 꿰뚫는 칼날이 향한 것은 그 자신의 가슴팍이었다.

 그는 제 심장을 스스로 찌르고, 칼을 뽑아 들더니 다시 한 번 깊숙이 찔렀다.

 분수처럼 치솟은 피를 뒤집어쓰고 그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 핏물이 가득 고인 입이 천천히 열렸다.

 “무…… 무영 님은, 영원히 모르실 겁니다. 그래, 영원히 모를 거야……. 네 발밑에 매달릴 수밖에 없, 없었던, 내 심정은 영원히 모를 거야.”

 “…….”

 “어디 한 번 그동안 알지 못하고 살아온, 아니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실컷 느끼면서 살아 보아라. 그리 대단하신 분께서, 다른 하찮은 것들의 감정을 모조리 느끼면서…… 살아보란 말이야!”

 힘을 짜내어 소리치자 쿨럭, 목구멍에서 올라온 피 몇 방울이 무영의 발치에 떨어졌다.

 무영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약한 신은 고통으로 몸을 뒤틀면서도 말을 이었다.

 “너도…… 인간에게 네 삶을 묶여 보아라. 그리 살아 보란 말이다. 보통 인간과 같지 않은 자로 인해 네가 변화하기 전까지, 이 저주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내 목……, 목숨으로 맺어진 저주…….”

 “시끄럽군.”

 이제껏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던 무영이 고개를 들었다.

 번뜩이는 회녹색 눈동자가 그에게 똑바로 향하자 갑자기 몸부림치던 몸이 뚝 멈추었다.

 “저주? 미친 소리.”

 무영은 순식간에 숨이 끊어진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곧장 시체의 곁을 지나 피투성이가 된 방을 벗어나자, 앞에서 시종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던 이강이 무영의 뒤를 따랐다.

 무영은 이강에게 짧게 명령했다.

 “방을 바꾸어야겠군.”

 “예. 알겠습니다. 저 자는 어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이강이 묻자 무영은 방금까지 제 방이었던 곳을 한 번 흘끗 보더니, 망설임 없이 대꾸했다.

 “방과 함께 불태워버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무영은 이강이 무영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죽은 신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왜 그러십니까?”

 무영이 갑자기 멈춰 서자 이강이 따라 멈추며 물었다.

 무영은 이강을 돌아보았다.

 이강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우직하고 평온했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이강의 표정과는 달리, 무영에게는 그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무영은 이 생소한 감각에 당황해 가만히 유령처럼 서 있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도, 무영에게 느껴지는 이강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친 소리가 아니었다.

 정말, 그 나약한 신이 죽으며 남긴 저주가 무영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

 

 ‘그러나, 아직도 알 수 없는 게 있다.’

 무영은 끊임없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걸음을 옮겼다.

 ‘내가 변화했나? 이걸 변화했다고, 그 아이로 인해 변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분명, 무영 자신도 미루를 대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이전과 같지 않다고 느꼈다.

 그것이 당혹스러웠기 때문에 처음처럼 미루를 제 저주를 위래 데려온 인간으로만 보기로 마음먹었고.

 그래. 이걸 변했다고 본다면 변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

 허나, 그렇다 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했다.

 ‘이게 네가 원했던 것인가? 스스로 죽음을 택할 정도로 나를 원망하던 네가, 결국 원했던 것은 고작 이 정도의 일이었나?’

 생각에 잠긴 무영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별채의 앞이었다.

 왜 별채 앞으로 향하는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무영은 깊게 고민에 빠졌다.

 그래. 가장 먼저 이 저주.

 무언가 이상했다.

 그리 악에 받혀 퍼부었던 저주라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가볍지 않은가.

 물론 처음 원하지 않는데도 남들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때는, 할 수만 있다면 죽어버린 그 하급 신을 살려내 다시 벌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생전 겪어보지 못했던, 아니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일이니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짐에 따라 점차로 의아함이 커졌다.

 남의 감정을 느끼는 저주라.

 몹시 피로하고 짜증나기는 하지만 살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무영이 이 정도의 저주 때문에 제 삶에 염증을 느낄 정도로, 도무지 못 견뎌서 저주를 풀지 않고서야 살 수 없을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다.

 하루 종일 여러 명에게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들에 시달린다 하더라도, 피곤해서 귀찮고 신경질이 날 뿐이었다.

 정말 딱 그 정도였다.

 마치 잘 때 귓가에 윙윙대며 잠을 깨우는 벌레의 소리처럼.

 그래서 시간이 얼마 지난 후부터는 무영도 왜 하필 이런 저주를 남겼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무영은 그 ‘보통 인간과 같지 않은 자’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

 비밀을 감춘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나 다름없었으니 찾아내야만 했다.

 허나 미루를 찾고, 곁에 두고, 결국은 다른 자들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게 된 지금도.

 아무리 생각해도 미심쩍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제 목숨을 걸고 내린 저주가 고작 이런 것이라고? 그리고 이리도 쉽게 풀린다고?’

 정말 단순히, 말 그대로 ‘남의 감정을 모르는 무영이니 남의 감정을 느껴 보아라.’라는 의도는 아닐 터였다.

 무영의 본능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 다른 게…….’

 그러나 무영은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가지 못했다.

 “무영 님!”

 자신을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가까이서, 미루가 긴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살짝 붙들고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무영을 발견하고서부터 줄곧 뛰었는지, 흰 두 뺨이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검고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제 앞에 미루가 도착할 때까지, 무영은 미루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영 님. 여기서 무얼 하십니까? 혹, 저를 기다리신 겁니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미루가 방긋 웃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동그란 눈을 마주하고서야, 무영은 자신이 별채를 가린 장막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영은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미루의 말대로, 무영은 저도 모르는 새 미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루가 이곳으로 돌아올 테니 여기서 미루를 기다려야 한다고, 무영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걸음을 옮겼다.

 ‘또…… 이런 이상한…….’

 무영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아, 미루의 기대에 찬 듯한 시선을 외면했다.

 또 다시 무영은 제 스스로가 무영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느낌에 휩싸였다.

 ‘왜 네가 나타난 이후로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은 거냐.’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미루 때문에 애가 타는 것, 웃게 되는 것, 걱정이 되는 것,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미루를 찾게 되는 것.

 그리고 미루는 제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꾸만, 자꾸만 감춰 두고 싶고 마음이 급해지는 것 모두.

 더는 안 될 일이었다.

 무영은 두려웠다.

 이대로 제 자신을 모두 잃게 될까봐…….

 “……이제 네 방으로 돌아가라.”

 “네?”

 별안간 튀어나온 무영의 말에 미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분명, 분명 오늘 밖에 나갔다 돌아오라고 하셨잖아요!”

 무영이 말없이 몸을 돌리자 미루가 무영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제 몸이 아직 낫지 않았다고, 무영 님도 알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잠시 외출만 했다 돌아오라고 하시더니, 왜 갑자기 방으로 돌아가라고 하세요?”

 “…….”

 “무영 님!”

 “네 몸, 다 나은 지 한참 되었다. 내가 그 정도도 몰라볼 리가 없지 않느냐.”

 무어라 더 말하려 하던 미루의 입이 다물어졌다.

 무영이 조용해진 미루에게 눈을 돌렸다.

 다급한 마음에 할 말은 많은데, 머릿속으로 정리가 안 되는지 잔뜩 긴장해 할 말을 찾는 얼굴이었다.

 그런 미루의 얼굴을 제대로 보자, 무영은 다시 괴로움에 휩싸였다.

 그저 미루를 끌어안고, 저 조그만 머리통에 뺨을 기대고 싶었다.

 향기로운 머리칼에 얼굴을 파묻고, 가녀린 어깨를 감싸고, 제 품 안에서 아기 새처럼 움츠릴 미루를 느끼고 싶었다.

 무영은 더욱 감정을 가라앉혔다.

 금세 무영의 주위가 차게 식었다.

 더 이상은 충동에 휘둘리지도, 충동을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아니, 이제 이렇게 전전긍긍할 일도 없지 않은가. 그 망할 저주는 이미 풀렸다.’

 무영은 이미, 처음 미루를 데려왔을 때의 목적을 이룬 셈이었다.

 그러니 더 이상 미루를 곁에 둘 이유는 없었다.

 정말로 더 이상 곁에 둘 이유가 없다고, 무영은 거듭 거듭 되새겼다.

 “무영 님.”

 미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무영을 부르며 무영의 팔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무영은 왠지 무거운 팔을 들어 그 손을 떨쳐버렸다.

 미루의 손은 한 꺼풀 비늘처럼 너무나 가볍게 떨어져나가 버렸다.

 “무영 님…….”

 “더 이상은 네 어리광 받아주고 싶지 않다. 네 방으로 돌아가라. 아니면, 아주 돌아가고 싶으냐? 네가 살던 영령국으로?”

 미루가 입술을 꾹 다물자 무영이 몸을 돌렸다.

 이제, 이제 되었다.

 이제 미루는 무영과 떨어진 곳에서 지내게 될 것이고, 미루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시시콜콜 지켜보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때, 미루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안 됩니다. 저는 방으로도, 어디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만!”

 무영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미루를 향해 몸을 돌렸다.

 곱게 말해서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돌아가게 만들어야겠지.

 ‘그래야 내가 편히 지낼 수 있을 터이니.’

 그러나 무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미루가 눈물이 가득 맺힌 눈을 번쩍 들었다.

 그러나 눈물은 흘러내리지 않았다.

 다만 별의 조각처럼, 미루의 얼굴에서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이었다.

 미루는 절대 울 것 같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영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차 있었다.

 그 낯선 얼굴에 무영이 잠시 말을 잃은 사이.

 미루가 입을 열었다.

 온 힘을 다한 목소리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연모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영 님을 연모하고 있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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