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림자를 끌어안는 방법
작가 : 채영요
작품등록일 : 2018.9.13

이 세상의 끝에 외로이 자리한 나라, 영령(影靈)국. 그림자에서 태어난 태초신 무영이 창조한 이 세계에는 그림자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인간, 미루가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무영이 수천 년간 찾아 헤맸던 사람이 바로 저 조그만 여인일지도 모른다. 감정이라곤 모르는 무영과 감정이 풍부하다 못해 흘러 넘치는 미루의 만남. 몽환적인 신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20장. 모두 마음에 든다.
작성일 : 18-10-16 18:14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744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한 주가 지났다.

 미루는 마지막 작업을 하느라 한창 바쁜 참이었다.

 작업이라 함은, 무영에게 줄 새 옷을 짓는 일이었다.

 미루는 사실 웃옷 한 벌을 짓는데 일주일씩이나 필요하지 않았다.

 워낙 일손이 빠른 것도 있었고, 지으려는 옷 자체가 간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 주를 꽉 채워서야 간신히 마무리를 하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무영이 워낙에 자리를 잘 비우지 않아서, 미루가 몰래 바느질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미루와 약속을 한 후, 무영은 무서울 정도로 약속을 칼같이 지켰다.

 딱히 하는 일 없이 조용히 앉아있을 뿐이면서, 어지간해서는 미루를 두고 나가지 않았다.

 부득이하게 어딘가에 가게 될 때면 꼭 이유를 말하고 돌아올 시간까지 정해주었다.

 물론 친절하지는 않았고, 대개는 무심하게 툭 던지듯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미루는 좋았다.

 언제나 미루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정해주기만 했던 무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루가 약속해달라고 한 일을 꼬박꼬박 지켜주고 있었다.

 오늘은 잠시 볼일이 있어, 삼십 분 내로 돌아오겠다고 말한 후 별채를 떠난 참이었다.

 ‘어쩌면.’

 미루가 거의 다 완성된 옷을 펼쳐 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무영 님에 대한 내 마음이 변한 만큼, 무영 님도 나를 조금은 다르게 보고 계신 게 아닐까.’

 흐흐.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만족스러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영은 처음 미루를 만났을 때에 비하면 부쩍 말수도 늘었고, 얼굴을 찡그리는 것보다 옅게나마 자주 웃게 되었다.

 거기다 미루가 별채 밖으로 나가 무환을 만났을 때는-물론 무섭게 화를 낸 거였지만- 무영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난 것을 제법 심각하게 보는 것 같았다.

 “아, 정말 그런 걸까?”

 미루는 연신 헤실거리며 마지막 실을 묶어 똑 잘랐다.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게 그저 미루의 착각이라고, 미루 혼자 마음이 들떠 그리 보이는 거라는 생각이 고개를 슬며시 들기도 했다.

 그리 생각하자 조금은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축 처졌던 미루는 금세 기운을 차렸다.

 아무렴 어떤가! 사람의 마음이 대가를 바라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미루는 그저 무영이 좋아서 좋아하는 것뿐이었다.

 “다 됐다!”

 미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녹빛 천으로 지은 새 옷을 들어 보였다.

 눈대중으로나마 무영의 치수에 맞추어 지은 옷이니, 미루가 자리에 섰다 하더라도 한참 바닥에 끌렸다.

 그래도 미루는 다 알 수 있었다.

 이 옷은 너무 예쁘게 잘 만들어졌고, 무영이 입는다면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 양 꼭 어울릴 것이었다.

 “아! 어쩌면 좋아.”

 제가 만든 옷을 무영이 입는다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두근거려서 미루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또 춤이냐?”

 “으악!”

 갑자기 들려온 무영의 목소리에 미루가 거의 넘어질 뻔 하다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무, 무영 님 오셨어요.”

 “그래.”

 “완전히 귀신…….”

 “뭐라고?”

 “아니에요.”

 어찌나 기척도 없이 다니는지.

 미루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다 모른 체 시치미를 뚝 뗐다.

 그런 미루가 이상하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영이 뭔가 발견한 듯 손짓을 했다.

 “그건 뭐냐?”

 “아, 이거요!”

 그제야 미루는 제 등 뒤에 감추고 있었던 무영의 옷이 생각났다.

 한 주 만에 간신히 완성했으니 얼른 선물해야지 싶었는데, 어라.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그게 말이죠. 제가 무영 님께…….”

 미루는 왠지 고개를 똑바로 들어 무영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막상 진짜로 옷을 주려니 쓸데없는 것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혹, 모양이 영 이상하다고 하시면 어떡하지? 색깔이 별로라고 하시면? 아니지, 그보다. 장인도 아닌 보통 사람의 손으로 대충 만든 이런 옷을 어찌 입느냐고 하시면 어찌해.’

 미루는 정말, 생전 이렇게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을 남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었다.

 “뭔데 그러냐?”

 미루가 계속해서 우물쭈물하자 의구심이 더욱 커진 무영이 재차 물었다.

 결국 미루는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무영의 앞에 제가 만든 옷을 불쑥 내밀었다.

 “제가, 제가 무영 님께 드릴 게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만든 옷인데……. 전에 무영 님이 장터에서 사서 보내신 옷감 중에 좋은 천이 있기에 한 번 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루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영의 눈치를 보았다.

 무영은 심중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미루가 내민 옷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직접 지은 옷이라고?”

 “네.”

 “내게 주려고?”

 “그, 그렇습니다.”

 그러더니 무영은 말없이 옷을 받아들어 살펴보았다.

 미루가 여전히 마음을 졸이며 무영의 반응을 기다리는데, 별안간 무영이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너, 왜 쉬라고 해도 쉬지를 못 하느냐? 일부러 일을 쉬게 해도 굳이 사서 고생이구나.”

 “네? 아…….”

 순간 미루는 뱃속에서 무언가 쿵, 떨어지는 기분에 멍해졌다.

 무영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괜한 짓을 했나 싶은 후회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사실은 저 혼자 기대하고 들떴을 뿐인데, 그만큼 무안하고 실망감이 컸다.

 미루는 고개를 떨군 채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애써 표정을 유지하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가 실수를 범했나 봅니다. 그러면…… 어어어, 무영 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미루는 화들짝 놀라 제 눈앞을 가리며 소리쳤다.

 미루와는 정반대로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옷을 벗어버린 무영이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새 옷을 갈아입으려면 입고 있던 걸 벗어야지.”

 너무나 당연하게 맞는 말을 하는 태도라, 미루는 그저 드러난 무영의 상체를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리는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무영의 맨몸을 보자 얼굴이 홧홧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비록 짧은 순간에 눈을 가렸으나, 그 사이에도 너무나 명확히 보이던 탄탄한 몸매가 잔상으로 떠나지를 않았다.

 그러고 보니, 무영의 옷을 갈아입히는 일도 미루가 해야 할 시중 중 하나였다.

 뒤늦게야 깨달은 미루가 다급하게 눈을 가렸던 손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무영 님, 제가!”

 그러나 어찌나 손이 빠른지, 무영은 벌써 미루가 새로 지은 옷을 걸치고 허리띠까지 묶고 있었다.

 언제나 시중드는 자들이 곁에 있었을 터이니 분명 잘 못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허리띠를 묶는 솜씨가 정확하고 깔끔했다.

 눈 깜짝할 사이 새 옷을 입은 무영이 제 모습을 한 번 내려다보고, 짧게 중얼거렸다.

 “제법 곱게 잘 만들었구나. 수고했다. 네 노고가 들어간 옷이니, 내가 잘 입도록 하겠다.”

 “…….”

 “그래도, 앞으로는 직접 옷을 만드는 일은…….”

 “헤헤, 무영 님!”

 미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와락 무영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미루의 예상과 한 치의 엇나감도 없었다.

 연녹빛 비단에 연꽃을 수놓은 옷은, 무영의 은발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한여름의 바람내음이 풍겨오는 듯 환하고 우아했다.

 무영은 미루가 만든 옷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잘 입겠다고 말하는 무영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이상하게 간질간질하고, 두 발이 동동 뜨는 것 같았다.

 미루는 마음 같아서는 무영을 와락 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살며시 무영의 소매 끝을 붙잡았다.

 그것을 느꼈는지, 무영이 미루를 내려다보았다.

 허공에서 눈이 마주치자, 미루는 그것만으로도.

 무영의 소매 끝을 붙잡고 서로의 눈을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온 마음 가득 들어차는 기쁨을 느꼈다.

 

 ***

 

 무영은 자신을 올려다보며 환히 웃는 미루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눈꺼풀이 느리게 깜빡, 감겼다 다시 뜨였다.

 작고 하얀 얼굴에 선이 고운 입이 기분 좋게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무영을 바라보는 흑요석 같은 눈동자는 흔들림이라곤 전혀 없었다.

 오로지 무영만을, 무영이기 때문에 그렇게 자신을 향하고 있는 듯한 미루의 눈.

 무영의 입가에도 미루와 비슷한 미소가 얼핏 스쳤다 이지러졌다.

 ‘볼수록 웃긴 아이다.’

 정말 그랬다.

 무영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즉각 풀이 죽고, 또 다시 이렇게 웃는다.

 미루가 굳이 이 별채에 갇혀 지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진월에게 시달려 죽을 위기에 빠졌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숨어서 쉬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꾸역꾸역 무언가 자꾸 일을 하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발 그저 편안히 쉬기만 했으면 하는 마음에 한 마디 했더니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더니 무영이 옷을 입은 걸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을 차리고 무영의 이름을 부르며 순진하게 웃는다.

 ‘알기 쉬운 아이이고.’

 무영은 며칠 전부터 뭔가를 숨기는 듯한 낌새를 보였었던 미루를 떠올렸다.

 무영이 잠시 외출했다 돌아오면 무언가를 숨기는 듯 어색한 미소로 무영을 맞이하고.

 그렇게 자기 혼자 두지 말라며 서럽게 울던 아이가, 무영이 외출 하겠다 하면 왠지 반기는 듯한 기색까지 보였다.

 수상하기는 수상하였으나, 미루의 표정을 보아하니 죄진 얼굴은 아니기에 그냥 두었다.

 그런데 그게 몰래몰래 옷을 짓느라 그런 거였다니.

 ‘하여간 정말, 웃기는 데에는 도가 텄다니까.’

 무영은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나서 곤란할 정도였다.

 무영이 계속해서 짧게 웃자 미루도 따라 웃었다.

 “뭐가 그리 재밌으세요?”

 “너.”

 무영이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채로 대꾸하고 걸음을 옮기자, 미루가 졸졸 따라오며 토를 달았다.

 “무영 님은 항상 그렇게만 말씀하세요. 뭐가 우습냐 물으면, ‘네 하는 짓’이라 말하시지를 않나. 그냥 ‘너’라고만 하시지를 않나. 그리 말하시면 제가 어찌 알아듣는단 말이어요.”

 “알아듣기를 바라고 한 말도 아니다.”

 “그러면 굳이 말씀하실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또 저 놀리시는 거죠!”

 “네 맘대로 생각해라.”

 무영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자 말하자 미루가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었다.

 무영은 맞은편 의자를 턱으로 가리켰다.

 “앉아.”

 “네.”

 무영의 곁에 서 있던 미루도 쪼르르 달려가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런데 무영이 앉으면 딱 맞는 의자에 미루는 파묻히다시피 되었다.

 그 모습이 또 우스워서 무영은 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미루가 볼멘소리를 했다.

 “또! 또 웃으시고. 뭐가 재미있냐고 물으면 대답은 제대로 안 해주실 거잖아요!”

 “잘 아는구나.”

 무영이 턱을 괴며 대답하자 미루가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미루는 가만히 앉아 무영이 입은 옷을 흘끔흘끔 훔쳐보았다.

 볼수록 만족스러운지, 두 눈이 반달 모양이 되도록 웃었다가, 또 어디 흠이라도 있나 걱정스러운 눈으로 살폈다가 아주 바빴다.

 그러는 제 모습을 무영이 아주 대놓고 구경하고 있다는 것은 눈치도 채지 못하고.

 그러고 보니, 미루가 방 안에서 꼼짝하지 않은 지 벌써 일주일이었다.

 “몸은, 좀 어떤 것 같으냐?”

 아무리 허약한 약골이래도 이 정도 가만히 쉬었으면 충분히 낫고도 남았다.

 “네? 아, 그것이…….”

 그런데 미루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좀 좋아졌으면 좋아졌다. 아직 아프면 아프다 말하면 될 일이었다.

 망설일 질문이 아닌데 우물쭈물하니, 미루의 대답을 기다리는 무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미루는 무영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입을 우물거리면서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저건 무영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무언가를 숨기려 할 때의 얼굴이 아닌가.

 ‘또 죄다 티 나는 거짓말을 하려는 거로군.’

 저렇게 잘 하지도 못하면서 왜 그리도 둘러댈 일이 많을까.

 이번에는 어떤 일을 감추려는 건지, 무영은 막연한 기대감과 즐거움마저 느끼며 미루의 말을 기다렸다.

 “사실은, 저 아직 아픈 것 같습니다.”

 “아직 아프다고?”

 “네. 그 무엇이냐. 어, 머리도 가끔 띵하고, 기침도 나고. 정말 아직도 몸이 다 안 나은 것 같다니까요.”

 미루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횡설수설했다.

 한눈에 보아도, 건강하게 발그레한 뺨을 하고서는 여기저기 아프다 종알거린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본인의 생각에도 몸이 다 나은 것 같으면서도 아닌 척을 하고 있는 거였다.

 무영이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자 미루가 다급히 한마디 덧붙였다.

 “진, 진짠데. 그래서 아직 여기서 지내야할 것 같은데요. 무영 님이 그러셨잖습니까, 몸이 다 나을 때까지는 여기서 지내야 한다고.”

 ‘왜? 그렇게도 갇혀 지내는 걸 싫어하면서?’

 자기 혼자 방에 있는 걸 그렇게 서러워할 정도로 질색하면서 왜 이 누각에 갇혀 지내는 걸 자처하는 걸까.

 ‘설마 나와 계속 함께 지내고 싶어서? 몸이 다 나았다 하면 이제 제 방으로 돌아가라 할까봐?’

 아니, 설마가 아니라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여기서 지내겠다고 고집을 피울 이유가 없었다.

 ‘아무튼 한결같이 거짓말에는 소질이 없군.’

 무영은 내심 혀를 쯧쯧 찼다.

 그런데, 그리 생각하는 무영의 입매가 어느샌가 슬그머니 올라가 있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그냥 기분이 가볍고 즐거웠다.

 미루의 거짓말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도,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가 뻔히 보이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 마음에 든다.’

 무영이 의자에 등을 편히 기대며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얼굴 가득 미소가 번져 있었다.

 왠지 멍한 눈빛을 향 미루를 향해, 무영이 입을 열었다.

 “너, 밖에 나가 볼 테냐?”

 

 ***

 

 무영을 만난 이래 처음으로, 제대로 피어난 미소에 미루는 넋을 빼앗겼다.

 그건 감히 어떻다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극치의 미였다.

 언제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일 때도 완벽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는데, 그 얼굴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떠오르자 더할 나위 없이 빛을 발했다.

 도저히 무영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서 영원히 무영의 웃는 얼굴만을 바라보다 죽는대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 나가겠냐는 무영의 질문에 미루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왜, 왜요?”

 잠시 불안감이 엄습했다.

 미루는 제 몸이 충분히 회복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의 심정과는 정반대로, 무영의 곁을 떠나기 싫어서 다 낫지 않았다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무영과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시간을 공유하고, 가까이서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다 낫지 않았다는 대답에도 밖에 나가지 않겠냐는 질문이라니.

 ‘무영 님은 언제나 내 거짓말을 눈치 채셨지. 이번에도 벌써 아셨나봐. 그러니, 허튼 소리 말고 방으로 돌아가라는 뜻이겠지.’

 마음이 시큰하니 아렸다.

 미루 혼자 무영을 마음에 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무영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미루를 보낸다 생각하니 괜스레 서운했다.

 그런데, 무영은 의외의 답변을 했다.

 “왜냐니? 네가 너무 여기서 심심할까 봐 그러지. 잠시 나갔다 돌아오는 게 어떠냐? 그 정도 움직일 힘은 이제 있을 터인데.”

 “네? 잠시 나갔다 돌아오라고요?”

 “왜, 싫으냐?”

 “아닙니다! 너무 좋습니다!”

 미루는 당장이라도 나갈 것처럼 몸을 들썩이며 얼른 대답했다.

 다시 돌아오라니, 이번에는 미루의 거짓말이 먹혀들었던 걸까.

 ‘어쩌면 나, 거짓말도 꽤 잘 하는 걸지도 몰라.’

 뒤에서 무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미루는 서둘러 외출할 채비를 했다.

 급한 마음에 미루는 잠시 무영이 있다는 것도 잊고, 웃옷을 휙 벗었다.

 갑자기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먼저 나가 있겠다.”

 “헉, 무, 무영 님!”

 어딘가 꽉 막힌 듯한 무영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미루가 무영을 기억해내고 제 가슴팍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돌렸다.

 이미 무영이 나가버렸다는 것을 발견하고서야 미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옷을 마저 갈아입었다.

 무영이 성급하게 나가버리느라 탁자 위에 있던 컵을 쓰러트렸다는 것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채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4장. 그 마음이 내게 향했더라면……. 2018 / 10 / 25 250 0 7150   
24 23장. 어디를 가? 2018 / 10 / 23 251 0 7105   
23 22장. 연모하고 있습니다. 2018 / 10 / 19 232 0 7177   
22 21장. 저주가 풀리다 2018 / 10 / 18 251 0 7323   
21 20장. 모두 마음에 든다. 2018 / 10 / 16 262 0 7440   
20 19장. 약속해 주세요. 2018 / 10 / 12 267 0 7578   
19 18장. 아가씨를 보고 싶어서 온 건 나잖아. 2018 / 10 / 11 250 0 7202   
18 17장. 꿈이 아니라면? 2018 / 10 / 9 590 0 7143   
17 16장. 각자의 마음 2018 / 10 / 5 274 0 7402   
16 15장. 입맞춤 2018 / 10 / 4 273 0 7160   
15 14장. 나와 지내는 것이 싫으냐? 2018 / 10 / 2 262 0 7591   
14 13장. 네 옷을 벗겨야겠다. 2018 / 9 / 28 269 0 7604   
13 12장. 사라진 파련옥 2018 / 9 / 27 277 0 7490   
12 11장. 절대 빼지 말거라. 2018 / 9 / 25 256 0 7410   
11 10장. 그렇게 시중을 들고 싶으냔 말이다. 2018 / 9 / 21 246 0 7665   
10 9장. 연회 2018 / 9 / 20 239 0 7373   
9 8장. 옷을 직접 갈아입히라니. 2018 / 9 / 18 262 0 7740   
8 7장. 내 손을 잡으란 말이다. 2018 / 9 / 13 246 0 7255   
7 6장. 예쁜 아가씨 2018 / 9 / 13 256 0 6834   
6 5장. 신계(2) 2018 / 9 / 13 248 0 8391   
5 4장. 신계(1) 2018 / 9 / 13 250 0 7177   
4 3장. 미루, 사라지다 2018 / 9 / 13 266 0 7495   
3 2장. 오늘 다시 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2018 / 9 / 13 234 0 7652   
2 1장. 가자. 2018 / 9 / 13 254 0 7578   
1 프롤로그. 2018 / 9 / 13 438 0 73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