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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림자를 끌어안는 방법
작가 : 채영요
작품등록일 : 2018.9.13

이 세상의 끝에 외로이 자리한 나라, 영령(影靈)국. 그림자에서 태어난 태초신 무영이 창조한 이 세계에는 그림자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인간, 미루가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무영이 수천 년간 찾아 헤맸던 사람이 바로 저 조그만 여인일지도 모른다. 감정이라곤 모르는 무영과 감정이 풍부하다 못해 흘러 넘치는 미루의 만남. 몽환적인 신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18장. 아가씨를 보고 싶어서 온 건 나잖아.
작성일 : 18-10-11 18:03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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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회가 열렸다.

 가연이 궁에 돌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가연은 극구 사양했으나 되려 무환이 성화였다.

 무영은 다소 의아함을 느꼈다.

 가연을 처음 마주했을 때, 무환은 그다지 반가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굳이 가연을 위해 연회를 열겠다고 기를 쓰고 우기다니.

 또 무언가 속셈이 있는 게 분명했다.

 “무영 님!”

 연회장으로 향하는 무영에게 유기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상당히 급히 왔는지 숨을 가쁘게 내쉬던 유기가 무영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라? 미루 님은요?”

 무영의 뒤에 서 있는 것은 다른 시종들뿐이라는 것을 살핀 유기가 물었다.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아 일부러 연회에 대해서는 말 안 했다. 또 일을 해야겠다고 고집을 피울 게 뻔해서.”

 “에이. 아쉽다. 저는 오늘이라도 미루 님 얼굴을 보나 기대했는데. 아직 다 안 나으셨다니 어쩔 수 없지요.”

 유기는 상당히 실망한 듯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더니 별안간 뭔가 생각난 듯, 눈을 빛내며 고개를 들었다.

 “무영 님! 그럼, 제가 미루 님께 가 있을까요? 연회가 있는 동안 미루 님은 혼자 계실 텐데. 제가 말동무도 되어 드리고, 몸도 돌봐 드리고!”

 “…….”

 무영이 말없이 유기를 내려다보았다.

 유기와 미루를 단 둘이 두기 싫었다.

 아직도 미루가 독에서 깨어난 후 유기를 찾던 것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네? 왜 말도 안 됩니까? 아, 제가 무영 님 별채에 들어갈 수 없는 것 때문이라면 미루 님을 다른 방으로 모시고 나오면 되지 않습니까.”

 “시끄러. 넌 여기서 내 시중이나 들어.”

 “무영 님은 이렇게 많이 거느리고 오셨잖아요!”

 유기가 무영의 뒤에 선 시종들을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리자 무영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유기는 별안간 느껴지는 불안한 낌새에 주춤,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역시나.

 “그래? 그렇다면 너 말고 다른 시종이 없으면 되겠군. 너희, 전부 물러가라. 오늘 내 연회 시중은 유기가 모두 들 것이니.”

 “무영 님! 진짜 너무하세요!”

 곧장 물러가는 시종들을 바라보며 유기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데 유기 이게. 점점 나를 스스럼없이 대한다.

 무영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재빠르게 그것을 눈치 챈 유기가 얼른 선수를 쳤다.

 “무영 님, 괜히 심술부리신다고 미루 님께 모두 말할 거예요!”

 “뭐?”

 무영은 황당해 말문이 막혔다.

 눈치도 빠르고 똑 부러지는 성격의 유기답게, 무영이 미루에 대한 것이라면 조금이나마 너그러워진다는 걸 잘 이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똑똑하고 살가운 유기이기에 미루에게 붙여준 것이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 되어 버렸다.

 “어디 한 번 말해 봐.”

 무영이 유기의 이마에 꿀밤을 딱 먹였다.

 “아! 제가 진짜 말 못할 줄 아시고.”

 이마를 부여잡고 투덜대는 유기의 모습에 무영이 쿡쿡 웃고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그런 무영의 뒤를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유기가 따랐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반응이었다.

 장난인 듯 아닌 듯, 웃기도 하고 훨씬 여유로운 표정으로 편안해 보이시고.

 미루가 오기 전에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정말 많이 변하셨구나.’

 유기가 괜히 마음이 찡해 코를 훌쩍였다.

 

 ***

 

 무영이 자리에 앉고 나자, 뒤이어 다른 신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무환과 그 뒤를 따르는 가연이 나타났다.

 무환이 무영을 본체만체 지나치는데, 가연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무영에게 알은체를 했다.

 “무영 님. 저를 위해 연회도 열어 주시고, 감사합니다.”

 “무환이 열자고 한 것이니, 무환에게 말해.”

 “그래도 결국은 무영 님이 허락해주신 거 아닙니까.”

 싱긋 눈웃음을 지은 가연이 문득 무영의 뒤에 서 있는 유기를 발견했다.

 유기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가연이 반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머, 유기 아니냐? 오랜만이구나.”

 “가연 님! 저를 어찌 아시고…….”

 오히려 유기가 놀라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런 유기를 향해 가연은 예쁘게 눈을 접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영 님이 각별히 예뻐하시기에,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느니라. 오늘도 고생이 많겠구나.”

 “가, 감사합니다.”

 유기는 얼떨결에 고개를 숙여 다시 인사했다.

 궁에 널리고 널린 시종 중 하나인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유기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역시 빼어난 미모만큼이나 고운 성품으로 유명한 가연다웠다.

 무환이 무영의 오른쪽에 앉고, 그 옆에는 가연이 앉았다.

 무료한 듯 의자에 등을 편안히 기대고 앉아 느리게 눈을 깜빡이는 무영과는 달리, 무환은 산만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동안 주변을 살피던 무환이 무영을 향해 물었다.

 “무영, 아가씨는?”

 “뭐?”

 네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 무영이 정색을 했다.

 그러나 무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네가 항상 아가씨를 데리고 다녔으니까. 네 가장 가까이서 시중을 든다 하지 않았어?”

 무영이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가연이 끼어들었다.

 “아가씨라뇨? 무영 님께 정인이라도 생기셨나요?”

 “그건 아니고. 사정이 있어 내가 데리고 있는 영령국의 인간이다.”

 짧게 대답을 한 무영은 무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환의 눈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 입과 달리 차분하게 가라앉아있었다.

 “넌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이리 시치미를 떼는 거냐? 그 아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왜 밖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너도 다 알잖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아가씨는 오늘 안 온다는 거지?”

 끝까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방긋방긋 웃던 무환이 기지개를 쭉 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환 님. 어디 가세요?”

 가연이 두 눈 가득 염려를 담고 무환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

 무환은 가뿐한 걸음걸이로 연회장을 가로질러갔다.

 마침 연회장으로 진월이 들어서고 있었다.

 “진월, 안녕.”

 무환이 진월에게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던지고 연회장 밖으로 휙 빠져나갔다.

 무환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굳어버렸던 진월은 무영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서둘러 표정을 가다듬었다.

 평소와 거의 똑같은 교태로운 미소를 지은 진월이 무영의 곁으로 향하다, 가연을 발견하고 반가이 인사를 했다.

 “가연 님! 오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기별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가연도 진월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리 보니 반갑구나. 진월, 너도 잘 지냈지?”

 가연에게 미소로 답한 진월은 언제나처럼 무영의 옆자리에 다가와 앉았다.

 다소 걱정스럽기는 했으나, 무영이 아직 아무 것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아무렇지 않은 척 행세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무영 님. 안녕하셨습니까?”

 “…….”

 무영이 감정 없는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자 진월은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

 “너를 어찌한다.”

 무영의 낮은 음성이 흘러나오자 진월의 입매가 살짝 누그러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미 무환에게 좋지 않은 꼴을 당했겠지? 무환이 쓸데없이 끼어들었더구나.”

 “…….”

 진월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영이 전부 알고 있었다.

 ‘그 인간 계집이 모조리 고자질한 게로구나.’

 그러나 이어지는 무영의 말은 진월의 예상과는 달랐다.

 “내가 이번 한 번 너를 그냥 두는 것은, 그 아이가 네 죄를 감춰 주었기 때문이다. 굳이 네 잘못을 끄집어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더군. 그 아이에게 감사해라.”

 그 말을 끝으로 무영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무영의 손에 영롱한 빛을 내는 보석을 꿴 팔찌가 걸려 있었다.

 진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 내가 훔쳤던 파련옥.’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미루가 연못에 빠지는 바람에 거기 온통 정신이 팔려서 파련옥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언제 다시 꿰었는지, 팔찌가 되어 무영의 기다란 손가락에 걸려있는 파련옥을 보고 진월은 고개를 돌렸다.

 무릎 위에 놓인 두 손이 안으로 말려들었다.

 진월의 귀에 무영의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그 아이의 파련옥을 훔치면, 네가 주인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

 “그렇게 해서라도 네가 내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고 싶었느냐?”

 “무영 님…….”

 애원하듯 무영을 부르는 진월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눈물이 그렁하게 맺혀 있었다.

 주위에 앉은 다른 신들이 모두 진월과 무영을 흘끔거리고 있었다.

 진월은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다른 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리도 모욕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무영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막고 싶었다.

 그러나 진월의 바람에도 무색하게, 무영이 조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아주 헛된 꿈을 꾸었구나, 진월. 가엾기도 하여라.”

 진월의 손등 위로 툭,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

 

 미루는 무영이 나가버린 후, 아주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가 지도록 무영이 돌아오지 않기에,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갈수록 눈만 더 말똥말똥해졌다.

 무영이 함께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정말 할 일도 없고 심심했다.

 결국 미루는 다시 침대에서 내려왔다.

 뭐라도 할 게 없나 싶어 두리번거리던 미루는 문득 커다란 서랍장 앞에 가 섰다.

 “이건 내 방에 있던 것인데.”

 아무 생각 없이 서랍을 연 미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서랍의 안에는 무영이 장터에서 사 보냈던 고급 천들이 단정하게 개켜져 있었다.

 “내가 이걸 잊고 있었네.”

 미루는 즐거운 마음으로 천 하나를 꺼내들었다.

 유들유들하고 매끄러운 비단 천에서 기분 좋은 새 것의 냄새가 났다.

 미루는 침대 위에 천을 내려놓고 나머지 서랍들도 꼼꼼히 뒤졌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쯤에……. 있다!”

 미루가 반짇고리를 꺼내들었다.

 방에 있던 가구며 물건들을 그대로 별채로 옮겨왔기에 망정이지.

 무영이 홀로 지내는 곳에 반짇고리며 천 따위가 있을 리가 만무하니, 미루는 하릴없이 지루한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야 했을 것이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반짇고리와 천을 챙겨든 미루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편안히 앉았다.

 할머니와 살던 집에는 침대는 고사하고 의자도 없었기 때문에 바느질 일을 항상 바닥에 앉아 했었다.

 그 버릇이 남아있어서인지, 바닥이 아닌 다른 곳에 앉으려니 영 어색했다.

 게다가 바닥에는 폭신한 깔개가 깔려 있어 오히려 의자에 앉는 것보다 편안할지도 몰랐다.

 아주 오랜만에 바늘에 실을 꿴 미루는, 왠지 떨리는 마음으로 천 귀퉁이에 첫 땀을 떴다.

 천천히, 미루의 손놀림이 부드러워졌다.

 춤을 추듯 박자에 맞춰 바늘이 지나간 자리에 수가 놓였다.

 잠시 후, 미루가 실 끝을 단단히 묶어 자른 후 천을 펼쳐 들었다.

 순식간에 연녹빛 천 위에 연꽃 두 송이가 피어 있었다.

 미루가 도드라진 자수를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 천으로 무영 님 옷이나 한 벌 지어드려야겠다.”

 그러고 보니, 무영이 어디서 뭘 하는지 신경이 쓰였다.

 항상 미루가 눈을 뜨면 곁에 있고, 눈을 감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았는데.

 미루는, 무영이…….

 “보고 싶다.”

 기분이 묘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 때의 기분과는 또 달랐다.

 단지 눈으로 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

 마음으로 그립고,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 서글펐다.

 미루는 잠자코 하던 바느질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휘장을 걷고 상체를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인기척은커녕, 바람 소리 하나 나지 않고 고요했다.

 “무영 님, 왜 안 오시는 걸까.”

 미루는 아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밖으로만 안 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 뭐.”

 괜스레 누가 지켜보고 무영에게 고자질이라도 할 것 같은 기분에, 미루가 혼잣말을 했다.

 긴 계단을 걸어 내려와 뜰에 선 미루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장막 앞에 섰다.

 아예 이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이미 한 번 몰래 나간 전적이 있었으니 함부로 또 나가기는 마음에 걸렸다.

 미루는 이 앞에서 무영을 기다리기로 결심하고, 장막 앞을 서성거렸다.

 그때, 반투명한 장막 너머로 누군가의 인영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미루의 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가까워지는 인영을 주시하던 미루가 별안간 함박웃음을 지었다.

 ‘무영 님인가.’

 무영이 맞는 것 같았다.

 저 정도 키에, 저런 걸음걸이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자는 무영밖에 없을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미루는 앞뒤 잴 것 없이 냉큼 장막 위에 손을 올렸다.

 장막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톡 튀어나간 미루는 제 앞에 선 키가 큰 남자의 품에 뛰어들었다.

 “무영 님!”

 

 ***

 

 무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품에 답삭 안긴 작은 몸뚱이를 내려다보았다.

 가녀린 팔을 한껏 벌려, 제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가슴팍에 파묻고 있었다.

 ‘이런 횡재가.’

 무환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무영의 별채에 있을 미루를 어떻게 불러낼지, 안 그래도 골치가 아픈 참이었는데 미루가 알아서 나와 주었다.

 자신을 무영인 줄 착각한 듯 했으나,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아가씨를 안은 건 나인걸.’

 무환이 허리를 숙였다.

 미루의 동그란 정수리에 뺨을 기대고 조그만 몸을 한아름에 끌어안았다.

 그제야 뭔가 이상했는지, 미루가 몸을 움찔거리며 무환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무영 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

 무환은 미루를 더 꽉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자 미루는 열심히 낑낑대며 버둥대다, 포기하는 듯 몸에 힘을 빼더니 얼굴만을 쏙 내밀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있는 무환의 눈과 미루의 새카만 눈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미루의 눈이 당황과 놀라움으로 커졌다.

 “무, 무무무 무환 님!”

 “하하하하.”

 미루가 말까지 더듬으며 소리치고 나서야 무환이 미루를 놓아주었다.

 미루의 눈썹이 당혹감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박장대소하는 무환의 앞에서 미루는 어쩔 줄 몰라 하다, 그냥 다시 별채 안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무환이 미루의 팔목을 붙잡고 있었다.

 “어, 어디가.”

 너무 웃어서 숨까지 헐떡이면서 무환이 미루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미루는 무환에게 붙잡힌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무환 님께 누를……. 정말 죄송합니다.”

 “왜 그래, 아가씨.”

 무환이 잘생긴 얼굴에 웃음을 담고 말했다.

 “나한테 누를 끼쳤다고? 무영이었다면 누를 끼치는 일이 아니었던 거야?”

 “그것이…….”

 미루가 무환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망설였다.

 사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던 거였다.

 무영에게도 그렇게 작정하고 안기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몸은 이미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었다.

 무환이 미루를 마주 끌어안는 바람에 퍼뜩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미루가 여전히 무환을 외면하고 있는데, 무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미루를 불렀다.

 “아가씨. 나 좀 봐봐.”

 “…….”

 미루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연신 웃고 있던 무환의 입가가 조금 일그러졌다.

 무영이 오는 줄 알았을 때는 그렇게 반가워하더니, 자신을 보고서는 왜 이렇게 도망만 치려 하는가.

 무환이 손을 들어 미루의 얼굴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그대로 작은 얼굴이 따라오며 잔뜩 긴장한 듯한 커다란 눈망울이 무환을 바라보았다.

 그런 미루에게, 무환이 약간은 서글픈 음성으로 속삭였다.

 “아가씨를 보고 싶어서 온 건 나잖아. 무영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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