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나의 119.
작가 : 삼각형
작품등록일 : 2016.8.31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사고, 어머니의 유산을 독차지 하려는 아내, 아무런 의욕 없이 삶을 살아오던 주인공은 뇌사 상태에 빠진 어머니의 곁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기다린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회의적으로만 생각하던 주인공은 어느 날, 병원 안을 산책하던 도중에 어린이 병동에서 꼬마 환자 박하를 만나게 된다.

 
5
작성일 : 16-09-13 18:15     조회 : 491     추천 : 0     분량 : 562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단 한 번에 받아내는 아름다운 외모, 웬만한 연예인은 저리가라 말하는 것 같은 잘 빠진 몸매를 가진 여자. 처음 아내를 봤을 때, 나 또한 다른 남자들처럼 입을 헤 벌리고 떨어지는 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회사 사정으로 다른 회사 쪽의 사람들과 식사를 하게 된 나는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고기를 썰며 어머니의 업무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점 따분해지고 형식적인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지쳤던 내게 그녀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번쩍거리는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발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 주목하고 있던 나는 그 하이힐이 점차 내게 가까워오자 조금씩 심장이 빨리 뛰며 차마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하고 시선을 바닥에만 고정시켰다.

  “혹시……. 세모 제약 회장님 가족 되시나요?”

  실로 아름다운 목소리, 나는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빼며 내 앞에 똑바로 서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힐끔 바라봤다.

  어찌해야 하나.

  숫기라고는 전혀 없던 내게 이런 미인을 상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네, 네……. 맞습니다만.”

  나는 말을 더듬거리며 눈앞에 미인에게 간신히 대답할 수 있었다.

  “아, 그럼 서정우 씨 맞으시죠? 회장님 아들 되시는 분?”

  미인은 몸을 더욱 내 쪽으로 기울이며 매혹적인 웃음과 함께 가느다란 눈으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돌직구가 날아온다.

  “어때요? 저 마음에 들어요?”

  더욱 신선한 충격, 이게 꿈은 아닐까 하는 신선한 충격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나는 내 두 눈과 두 귀를 의심했으며, 경계심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와, 반응 웃긴데요? 일단은 농담으로 생각하세요.”

  내 반응이 웃겼던 건지, 미인은 싱긋 웃으며 몸을 뒤로 뺐다.

  “아, 저는 최민이라고 해요. 지금 저쪽에서 회장님이랑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 보이시나요? 저 쪽이 제 아버지, 좋아 식품 회장님 되시는 분이세요.”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확인했다.

  “흠, 그럼 어디 주변에는 아무도 없네요. 서정우 씨? 제가 들은 바로는 회사 경영에는 관심도 없고, 회사에서는 보란 듯이 좋은 자리 차지하고 아무 일도 안한다고 들었는데요?”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미인에게 팔렸던 모든 정신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딱 제가 원하는 그런 타입이신데, 아까 농담 다시 한 번 말해도 될까요? 저 어떠세요? 나이도 제가 알기로는 서정우 씨보다 일곱은 어리고, 저 멍청한 여자도 아니에요, 꽤 이름 있는 대학도 조기로 졸업도 했고, 이제 아버지 사업 쪽으로 나가 볼라고 하는데요.”

  냄새가 났다, 내 몸을 조이는 냄새가 이 미인에게서 풍겨져 나온다고 나는 확신했다.

  “이렇게 직접 얼굴도 보니까, 꽤 번지르르하게 생기셨는데요? 딱 제 타입이세요. 아, 저는 정말로 그 쪽하고 잘해볼 마음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불러도 될까요?”

  그렇게 말하며 최민은 승리를 확신이라도 하는 도박사처럼 작은 웃음을 지었다.

  “오빠.”

 

  아내를 사랑했느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답하기는 상당히 애매하다. 나는 아내의 여러 부분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고 있고, 아내에 대해서 싫은 점은 없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나는 나의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내게 있어서 아내는 대피소 같은 존재였다. 내게 먼저 다가온 아내는 적극적으로 내게 애정공세를 퍼부었고, 어떤 일이든 흥미 없이 대충 살아가던 내게 아내는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을 떠넘길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갔다. 어는 순간, 아내는 나와 함께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갔고, 함께 음식을 즐기며 영화를 봤고, 함께 같은 침대 위에서 깨어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더 이상, 그 어떤 껄끄러움도 우리 둘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내와 있을 때, 불편하지 않았으며 빠르게 결혼을 하자는 아내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아내의 선택은 대부분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선택이었고, 어머니도 내 결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아 간단한 허락을 받고 결혼을 할 수 있었다.

  회사 일, 집안 일, 귀찮은 일, 심지어 욕정을 처리하는 일까지 나는 모두 아내에게 맡기면 그만이었다. 아내는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처리해나갔고, 아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든 그렇지 않든 내게는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귀찮지 않은 세상의 주민이 된 느낌. 아내는 언제든 내가 도망쳐 쉴 수 있는 대피소였고, 아내의 선택을 따르고 아내의 말을 듣기만 하면 내게 해는 없었다.

  괜찮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대피소에 나의 오두막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사고가 나셨다고?”

  어미니의 사고 소식을 내게 직접 전해 받은 아내의 표정은 절대로 어두운 표정은 아니었다.

  “그럼, 얼마나 다치신 거야? 심해?”

  마치 이런 날이 오기라도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는 소풍날 아침에 가방을 메고 현관을 나서는 초등학생마냥 기뻐했다.

  그런 아내에게 좋은 감정은 당연히 느껴지지 않았지만, 악감정 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아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다.

  아내는 성공에 목마른 사람이었고, 나라는 발판을 삼아 좀 더 높이 있는 곳에서 열매를 따고 싶어 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은 마치 내가 고등학교 시절 보았던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오빠랑 결혼해서 다행이야.”

  여전히 아내에게서는 냄새가 풍겨져 왔으며, 나는 그것에 대해 별 상관 따위는 없었다.

 

  어머니에게는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았다. 어머니가 당장에 이 세상을 떠나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미련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슬픔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단지, 나는 앞으로 내가 어쩌면 좋을까 라는 사소한 생각이 잠시 들었고, 결론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이 병원에 누가 입원했어요?”

  다 핀 담배를 개인용 재떨이에 덜어 넣으며, 나는 내 앞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꼬맹이에게 귀찮다는 시선을 내뿜는다.

  “그건 비밀이야, 그것보다 너는 어쩐지 요즘 더 자주 보이는 것 같다.”

  “네? 제가 그래요? 음, 아저씨랑은 저번에 도서관을 같이 갔다가 더 만난 것 같은 기분이 안 드는데…….”

  꼬맹이는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고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 나이에 벌써 거기까지 건망증이 생기면 위험한데, 그 뒤로 세 번 더 만났다. 그 중에서 두 번은 네가 배고프다고 나한테 아이스크림 값까지 뜯어갔잖아.”

  “아,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오, 아저씨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아니면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저랑 만나기를 매일 소망하신 건 아니에요?”

  역시, 이 꼬맹이를 상대하기는 힘이 다 빠진다. 너무 팔팔한 꼬맹이다. 이 상태라면 당장 내일 퇴원해도 문제없을 만큼 건강해 보인다.

  “소설이나 쓰지 그러냐. 그런데 옥상에는 뭐 하러 온 거야, 여기는 담배 피는 사람들이 많다고 어린이는 여기 있으면 안 되지.”

  “네? 애당초 이 병원은 병원 전체가 금연 구역이라고요! 여기서 이렇게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잘못 된 거예요! 쫓겨날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

  말 한 번 참 잘한다. 감탄의 박수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다.

  꼬맹이의 소리는 꽤나 시끄러웠고, 작은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던 모든 흡연자들은 그 소리를 듣고는 어깨를 움찔하며 피우던 담배를 급히 종이컵에 밖아 넣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며 병원 안으로 한 둘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그것보다 오늘은 사실 아저씨를 찾고 있었어요! 아저씨가 있을 만 한 곳은 병실이나 매점 앞이라고만 생각을 해서, 매점 앞에 아저씨가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병실로 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주머니에 넣어놨던 이 탱탱볼이 여기로 굴러 와서 잡으러 왔는데 딱 아저씨가 보인 거 있죠?”

  꼬맹이는 굉장히 뿌듯해 하며, 자신의 손에 든 빨간색 고무공을 내 눈앞에 들이민다.

  이 경우에, 나는 이 고무공을 원망해야 하는 것일까, 매일 같이 이 곳에 담배를 피러 올 수 밖에 없는 담배에 찌든 내 폐를 원망해야 하는 것일까.

  “음, 어쩐지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네요. 아저씨 빨리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빨리 가지 않으면 좋은 자리는 다 놓친다고요!”

  “야, 누가 보면 어디서 불이라도 난 줄 알겠다. 그리고 어디 간다는 건데.”

  나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나를 보채는 꼬맹이의 모습을 보니, 도대체 뭐가 이 꼬맹이를 안달 나게 만드는 건지 궁금해졌다.

  “마술쇼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내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마술쇼! 아저씨 본 적 있으세요? 이 병원에는 한 달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마술사 아저씨들이 무료로 공연을 해 준다고요!”

  김이 확 빠진다. 마술이라면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마술사의 공연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다. 이런 병원에 와서 무료로 보여주는 마술에 흥미는 없다.

  “아, 그러냐. 그런데 그런 거라면 너 혼자 가서 보면 되잖아. 나는 그런 마술에는 별 흥미가 없거든.”

  나는 개인용 재떨이를 내 재킷 안에 집어넣고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나, 옥상 문을 열고 병원 복도 안으로 걸어 나갔다.

  “그게 이런 마술쇼에서는 애들도 많이 오고, 혹시 모를 안전상의 이유라는 게 있어서 보호자와 함께 관람을 해야 한다고요!”

  내게 끈질기게 따라 붙으며 눈을 반짝인다.

  “그거라면, 더더욱 나보다는 너희 부모님을 동반하고 보러 가야하는 거 아니냐.”

  한 낮이라서 그런지, 병원 복도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게, 오늘은 평일이잖아요. 아빠는 회사에 나가셨고, 엄마도 일이 있어서 지금은 병실에 안 계신단 말이에요!”

  “그럼, 이럴 때일수록 쿨하게 포기하고 건너뛰는 게 어떠냐.”

  “아저씨 서로 돕고 좀 살자고요! 제가 그 공연을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아세요?”

  “돕고 살자고? 미안하지만, 그럴 마음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다면, 내가 전에 사줬던 아이스크림에 대해 보답이라도 하지 그러냐?”

  “와! 아저씨 완전 치사해요! 어른이 저 같은 꼬맹이한테 그 정도 배려도 못 해줘요?”

  내 앞을 가로막으며 꼬맹이가 그 맑은 눈으로 내 눈을 똑바로 직시한다.

  상당히 까다롭다.

  “꼬맹이에게 신경 써 줄 시간도 없이 바쁜 게 어른이란다. 나도 그럼 너~무 바빠서 이만 가본다.”

  요 며칠 간, 꼬맹이와 계속 붙어 다녀서 그런가, 왠지 유치해진 느낌이 든다.

  어찌됐든, 나는 내 반도 안 되는 꼬맹이를 훌쩍 넘어서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이 정도면 저 꼬맹이도 포기할 거라고 생각이 된다.

  “아저씨한테는 죄송하게 됐지만, 어쩔 수 없네요.”

  기분 탓인가, 뒤에서 별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 저. 씨! 저번에 빌린 그림책은 다 읽었어요? 저도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요! 그때 도서관에서 빌린 그. 림. 책. 이요!”

  당했다, 꼬맹이는 내게 큰소리로 외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내 주변으로 있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꼬맹이에게 시선을 보낸다.

  “아~! 그. 림. 책. 저도 참 보고 싶었는데~ 아저씨가 제 걸 선수 쳐서 볼 수가 없네요. 그. 림. 책!”

  “뭐야? 애 그림책을 뺏은 거야?”

  “생긴 것도 좀 무섭게 생겼네.”

  “애 보호자는 맞아?”

  관심이 모이고 모이더니, 점점 내 입장이 곤란해지기 시작한다.

  “아, 아저씨 읍!”

  상황파악은 끝났다, 나는 꼬맹이에게 황급히 다가가 그 입을 막고 내 패배를 인정했다.

  “아, 알았어. 그 마술쇼만 같이 보면 되는 거지? 응? 그러니까, 제발 이건 그만하자고.”

  나는 눈물을 머금고, 사악한 꼬맹이에게 속삭였다.

  “와~ 잘 됐네요. 그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할게요!”

  악랄한 꼬맹이 같으니. 나는 한숨을 내쉬고 내 처량한 신세에 한탄하며 들떠서 앞서가는 꼬맹이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2016 / 10 / 31 368 0 6560   
19 19 2016 / 10 / 29 502 0 5516   
18 18 2016 / 10 / 27 353 0 5268   
17 17 2016 / 10 / 26 520 0 5563   
16 16 2016 / 10 / 25 417 0 6741   
15 15 2016 / 10 / 25 348 0 5286   
14 14 2016 / 10 / 24 392 0 6030   
13 13 2016 / 10 / 23 351 0 5348   
12 12 2016 / 10 / 20 371 0 5781   
11 11 2016 / 10 / 17 423 0 5112   
10 10 2016 / 10 / 12 630 0 6035   
9 9 2016 / 10 / 7 400 0 6591   
8 8 2016 / 10 / 5 393 0 5183   
7 7 2016 / 9 / 25 394 0 5292   
6 6 2016 / 9 / 20 458 0 5983   
5 5 2016 / 9 / 13 492 0 5625   
4 4 2016 / 9 / 9 382 0 5450   
3 3 2016 / 9 / 4 342 0 5969   
2 2 2016 / 9 / 1 396 0 5185   
1 1 (1) 2016 / 8 / 31 790 1 594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싹수부터 노란
삼각형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