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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림자를 끌어안는 방법
작가 : 채영요
작품등록일 : 2018.9.13

이 세상의 끝에 외로이 자리한 나라, 영령(影靈)국. 그림자에서 태어난 태초신 무영이 창조한 이 세계에는 그림자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인간, 미루가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무영이 수천 년간 찾아 헤맸던 사람이 바로 저 조그만 여인일지도 모른다. 감정이라곤 모르는 무영과 감정이 풍부하다 못해 흘러 넘치는 미루의 만남. 몽환적인 신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6장. 예쁜 아가씨
작성일 : 18-09-13 00:23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6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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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탱그랑! 미루의 손에 들렸던 그릇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귀를 찢을 듯 날카로운 소리였지만 무영은 인상조차 살짝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미루를 보는 눈빛이 다소 풀려 있었다.

 “오늘 일찍, 내가 이강을 보내 네 할머니를 찾았다.”

 “하, 할머니는…….”

 “거기에 대해서는 나쁜 소식이겠구나. 이미 돌아가셨다.”

 “…….”

 “그러니 오늘은 이만 쉬거라. 해가 지면 장사를 지낼 터이니.”

 미루는 여전히 한 손에는 쟁반을 든 채로,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댕그라니 뜨고 서 있었다.

 그러더니 닭똥 같은 눈물이 앞다투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무영 님.”

 미루가 스르륵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은 무영에게 그대로 고정한 채였다.

 “무영 님…….”

 점점 둥근 두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할머니가 정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 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대로 할머니를 영영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무영의 덕으로 마지막 인사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미루는 울음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와중에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흑흑흑. 무영 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미루가 양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힘겹게 흐느꼈다.

 무영은 가슴에 아릿한 통증을 느꼈다.

 미루에게서 느껴지는, 절절하고 그만큼 고달픈 슬픔이었다.

 미루의 거대한 감정의 파도가 무영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무영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이 저주.

 다른 이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야 하는, 이 고통스러운 저주.

 처음으로, 무영은 이 저주가 환멸스럽지 않았다.

 미루의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도리어 마음이 편했다.

 무영이 의자에서 내려와 미루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영의 이마와 미루의 이마가 맞닿을 듯 가까워졌다.

 그 자세 그대로 무영은 미루를 응시했다.

 미루가 실컷 울고 난 후 부은 눈이 부끄러워 얼굴을 숨길 때까지.

 무영은 회녹색 눈동자를 미루에게서 떼지 않았다.

 

 ***

 

 먹빛 하늘에 초승달이 뜨고, 꽃잎을 따다 뿌려놓은 것 같은 별이 소복이 떠올랐다.

 낮의 모두가 잠들고, 어둠의 것들이 깨어나는 시간.

 할머니의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인간들의 방식이 아닌, 신들의 장례 방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미루와 무영, 그리고 유기만이 참석한 조촐한 장례였다.

 무영이 장례를 위해 저승에서 사령(使令)을 불러 데려왔다.

 미루는 검은 상복을 갖추어 입고 머리에 조그마한 흰머리장식을 꽂았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미루는 할머니가 누워있는 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미루가 지나간 걸음마다 사박사박 소리가 울렸다.

 “할머니…….”

 할머니의 얼굴을 보자 미루는 다시금 눈물이 울컥 북받쳤다.

 마지막으로 미루에게 도망치라고 외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할머니의 얼굴은 주름살이 깊게 패여 있었다.

 평온히 감긴 눈에는 영원한 안식이 깃들어 있었다.

 할머니의 품 안에는 영령국의 지전이 한 묶음 챙겨져 있었고, 흰 치마저고리 위에는 온갖 꽃이 뿌려져 있었다.

 미루는 울음을 애써 삼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목이 막혀 띄엄띄엄 말이 끊어졌으나, 숨을 골라가며 말을 이었다.

 “할머니, 몸 성히 잘 지내셔야 해요. 저 멀리에서 미루 잘 사나, 할머니 없어도 잘 버티나 지켜보셔야 해요. 할머니. 미루가 많이 사랑합니다. 미루 마음속에는 할머니가 영원히 살아계실 거예요.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결국, 미루의 눈물이 왈칵 터졌다.

 저만치 뒤에서 미루를 지켜보던 유기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미루가 인사를 마치자, 지켜보고 있던 무영이 손짓을 했다.

 신호를 받은 저승의 사령이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주문이 차츰 진행됨에 따라, 관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할머니.’

 미루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관에서 피어오르는 빛가루를 바라보았다.

 별똥별을 맷돌로 갈아낸 듯, 고운 가루가 반짝거리는 빛을 내며 위로 솟아올랐다.

 미루는 그것을 바라보며 울다, 웃다를 반복했다.

 열아홉 평생, 미루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미루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었던 단 하나뿐인 가족이었다.

 시간이 흘러, 관에서 흘러나오던 빛가루가 멈추었다.

 관 안에는 꽃 몇 송이만이 남아 있었다.

 “할머니, 정말 안녕…….”

 미루가 하늘을 향해 속삭였다.

 

 ***

 

 할머니의 장사를 무사히 모시고, 무영은 미루를 제 방으로 보냈다.

 많이 지친 모양이었다.

 무영의 앞에서는 미소를 띤 채 감사 인사를 수십 번 거듭했으나, 무영은 미루의 상태를 눈치챌 수 있었다.

 미루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간신히 막 갈무리한 셈이었다.

 이 은혜를 갚겠다며 충혈된 눈으로 웃는 미루를 간신히 돌려보냈다.

 “정말이지…….”

 무영은 피로한 두 눈을 감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미루는 너무 곧고, 너무 올바르다.

 아직은 어린 나이에, 평생 단둘이 살던 할머니를 잃었다.

 거기다 무영을 따라와 낯선 곳에 살게 되었는데.

 힘들고 지칠 법도 한데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러 더 힘을 내 매사에 열심이다.

 무영은 그런 미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러다 또 쓰러지기라도 하면 뒤치다꺼리는 내 책임 아닌가.”

 편한 길도 있는데 굳이 가시밭길을 가겠다 고집하는 미루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강.”

 “예.”

 무영의 부름에 아무도 없던 곳에서 이강이 나타나며 즉각 답했다.

 이강은 바람을 다루는 하급 신으로, 지닌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기척을 숨기고 재빨리 움직이는 데는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때문에 무영은 미루의 할머니를 되찾아오는 일에 이강을 보냈던 것이다.

 무영은 공손히 숙인 이강의 탁한 회색의 정수리에 대고 명했다.

 “아까 했던 이야기, 다시 자세히 읊어 보아라.”

 “예.”

 이강이 허리를 세우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무영 님의 명을 받아 영령국의 왕의 거처에 갔을 때, 생각보다 분위기가 밝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렇게 깊은 지하 감옥에 미루 님을 꽁꽁 가둬두었던 만큼, 미루 님이 사라진 것에 나라가 뒤집히지나 않았을까, 하던 참이었는데 말입니다.”

 그건 당연했다.

 애초에 미루가 태어나자마자 죽이려 했던 왕이니, 지금쯤 아픈 이를 뽑아버린 것처럼 개운할 것이다.

 “계속해라.”

 “궁의 종자들이 수군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루 님이 죽었다고 생각해서 안심하는 것 같더군요. 감옥의 간수들이 모두 죽었으니 당연히 미루 님도 죽었다고 여기는 듯했습니다. 대부분은 귀신의 소행으로 보는 듯했습니다.”

 자신을 한낱 귀신으로 보았다는 게 불쾌했는지, 무영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흐음.”

 “이상입니다. 무영 님을 보았거나, 미루 님이 살아남았다고 여기는 자는 없는 듯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무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할멈은? 결국에는 지병으로 죽은 것인가?”

 “아, 그것이…….”

 심상찮은 이강의 태도에 무영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지병이 있기는 했으나, 그 날 죽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죽은 것은 군병들에 의해서였습니다. 미루 님을 집밖으로 내보내고 난 후 화가 난 군병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이만 물러가라.”

 “예. 부름에 대비하고 있겠습니다.”

 이강이 물러가고, 무영은 의자 뒤로 고개를 젖히고 몸을 편안히 풀었다.

 ‘그 할멈이 칼에 죽을 운명이었던 건가.’

 이건 미루에게 알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라면, 분명 할머니를 두고 도망친 제 탓이라고 하염없이 자책할 게 뻔했다.

 무영은 미루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래야만, 미루가 온전해야만 무영도 하루빨리 미루를 통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였다.

 

 ***

 

 “미루 님! 기침하셨어요?”

 “으으음…….”

 미루는 기지개를 켜고 몸을 일으켰다.

 잠시 후, 미루의 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미루 님! 왜 그러세요!”

 소스라치게 놀란 유기가 방문을 쾅 열어젖히고 달려 들어갔다.

 미루가 침대 위에 앉은 채로 손을 뻗어 더듬거리고 있었다.

 “미, 미루 님!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제, 제 눈이. 눈이!”

 “눈이요?”

 유기는 허둥대는 미루의 손을 붙잡고 진정시켰다.

 “눈이 왜…….”

 푸흡. 유기가 터지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작은 얼굴에서 눈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둥글둥글하고 반짝거리던 미루의 눈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전날 밤에 한참이나 울다 잠든 탓이었다.

 “미루 님, 괜찮아요. 좀 부었을 뿐이에요. 놀라셨군요!”

 “유, 유기 님. 눈을 뜨려는데 도무지 눈이 뜨이질 않아서……. 제 눈꺼풀끼리 달라붙은 건 아닌가, 덜컥 겁이 나서.”

 많이 놀랐는지 미루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떨렸다.

 땡땡 부은 눈을 하고 입꼬리까지 축 처진 모양새가 귀엽다 못해 안쓰러웠다.

 “걱정 마세요. 정말 부은 것뿐이라니까요?”

 유기가 부드럽게 달래며 미루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자, 손 이리 주세요.”

 유기가 미루의 손을 끌어다 엄지와 검지 사이 오목하게 들어간 곳을 꾹꾹 문질렀다.

 미루는 유기가 손을 주물러주는 동안 침울하게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나, 지금 엄청 못생겼죠?”

 “미루 님이요? 미루 님이 어떻게 못생기실 수가 있어요. 항상 예쁘셔요.”

 “거짓말하면, 벌 받아요.”

 “하하, 진짠데.”

 그러나 미루의 눈은 부기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유기가 주무르던 미루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루 님, 오늘은 하루 더 쉬시는 게 어떠시겠어요? 아무래도 어제 큰일도 치르셨고. 몸도 피로하실 텐데. 제가 무영 님께 말씀드릴게요.”

 “앗, 안 돼요! 제 할 일인데, 제 몸 상태를 이유로 거르면 안 됩니다.”

 미루가 다급히 외쳤지만, 유기는 “눈 찜질할 것을 가져올게요.” 라고 말하며 방을 나가버렸다.

 “큰일이네.”

 저대로 유기가 무영에게 가서, 오늘은 미루가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면.

 거기에 생각이 닿자 미루는 몸을 성급하게 일으켰다.

 미루는 지금, 무영에게 신세 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맨 처음 미루의 그림자를 눈감아주겠다고 한 것, 옥에 갇힌 미루를 어떻게 알고 찾아와 구해준 것, 이후에는 미루를 데려와 지낼 방을 제공해 준 것, 할머니를 찾아 준 것, 장례까지 함께 치러 준 것까지.

 미루는 무영이 말했던 것처럼 가진 것도 없고 힘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 무영에게 진 빚을 갚으려면 주어진 일이라도 제대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 장례까지 치러 주셨는데, 그 다음 날에 내가 놀고 있으면 얼마나 버릇이 없어 보이겠어.”

 미루는 주먹을 꼭 쥐며 중얼거리고는, 씩씩한 걸음으로 방 밖을 나섰다.

 유기가 무영의 방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무영의 방으로 날라 갈 생각이었다.

 ‘그러고 나면, 무영 님 방을 좀 청소해야지. 무지막지하게 넓어서 어디부터 어떻게 치워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지만, 할머니가 일단 해 보면 못 하는 건 없댔어! 그리고, 그다음은 일하시는 방에 편안하시도록……’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고 있던 미루가 누군가에게 코를 세게 부딪쳤다.

 “아야!”

 사실 눈이 부은 탓에, 평소보다 시야가 좁긴 했다.

 거기다가 딴생각까지 하느라 앞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 미루의 잘못이 컸다.

 그런데도 미루가 부딪힌 사람은 타박 한마디 하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미루는 시큰거리는 코를 꼭 붙들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앞을 살피지 못하고.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응, 없어.”

 그제야 상대방의 대답이 돌아왔다.

 물 흐르듯 부드럽고 유려한 목소리였다.

 “앞으로는 더 조심하겠습니다. 그럼…….”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코가 매웠던 미루는 코를 문지르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가던 길을 마저 가려는데, 미루와 부딪힌 사람이 미루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잠깐.”

 의혹을 잔뜩 담은 남자의 매끄러운 목소리에 미루가 고개를 들었다.

 뻐근한 눈을 최대한 크게 떴다.

 “어?”

 미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회녹색 눈동자가 보였다.

 “무영 님!”

 미루는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무영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어라, 무영 님. 간밤에 염색하셨습니까?”

 무영의 길고 윤기가 나는 머리칼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머리가 검어지니 희고 갸름한 얼굴이 더욱 돋보였다.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머리칼이 마치 끈끈한 물감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아주 새카만 검정이었다.

 미루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무영 님, 검은 머리도 최고로 잘 어울리십니다. 워낙 아름다우시니 머리칼 색쯤이야, 어떻든 미모가 죽지를 않으시네요. 아니, 무영 님이라면 머리를 전부 박박 밀어도 아름다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때까지만 해도 이상하다는 듯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미루를 관찰하던 무영이 싱긋 웃었다.

 “고맙네. 검은 머리가 더 낫단 말이지?”

 “네? 아니, 뭐가 더 낫다 평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에이, 그래도 검은 머리가 더 낫다고 해 줘. 검은 머리가 더 낫지?”

 “네? 아, 네, 네. 검은 머리가 더 낫습니다.”

 미루는 무영이 어울리지 않게 징징거리자 얼떨결에 바라는 대로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러자 무영이 기분이 좋은 듯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미루는 눈을 깜빡거렸다.

 이제껏 무영 님이 이렇게 환히 웃으시는 건 처음 본다.

 항상 무표정하거나, 딱딱하게 굳어있거나. 아니면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얼굴에 웃음이 번지니 또 느낌이 다르다.

 “와아, 무영 님. 이렇게 웃을 줄도 아시는군요. 웃으시니까 보기 좋습니다.”

 “정말?”

 “네, 정말요! 저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날마다 정색만 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좀 웃으셔요.”

 “정말 그렇단 말이지? 아가씨가 보기에도, 그 돌덩이 같은 얼굴보다는 낫지?”

 왠지 무영은 점점 신나 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평소의 무영답지 않게 굉장히 활기차고 말이 많다.

 게다가 미루를 훨씬 친근하게 대하기까지 하고 말이다.

 ‘아가씨라니. 나를 왜 그렇게 부르신담.’

 미루는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무영 님, 오늘은 굉장히 기분이 좋으시네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응? 좋은 일?”

 무영이 되묻더니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러더니 별안간 허리를 숙여 미루의 어깨를 한 팔로 끌어안았다.

 미루가 깜짝 놀라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무영이 미루의 귓가에 입을 갖다 대고 속삭였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를 만나서 기분이 좋은 것 같은데.”

 “네, 네에?”

 미루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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