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까지고 그 날의 광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구름 한 점 끼어있지 않은 새카만 하늘, 점점이 뿌리내린 별, 새하얀 만월.
그 밤하늘을 창 너머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밝은 밤에 외출하는 건 거의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나는, 넋이 나갈 정도로 거대한 저 달을 좀 더 가까이서 보아야만 했다.
가벼운 걸음으로 낮은 산꼭대기의 공터에 다다랐을 때였다.
내 시선을 온통 앗아간 것이 있었다.
너른 잔디밭을 집어삼킬 듯 침잠하는 어둠을 밀어내고 쏟아지는 달빛.
그리고 그 빛을 세로로 가르고 서 있는 날렵한 몸매의 남자.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이 아릴 정도로, 온몸에 달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 미려했다.
나는 그 남자가 나를 돌아볼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렇다면 그 전에, 나를 발견하기 전에 달아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마 달빛이 부딪혀 윤이 흐르는 은발 너머의 얼굴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가 나를 향해 시선을 옮긴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달만큼이나 희고 갸름한 얼굴에 균형 있게 자리 잡은 회녹색의 눈동자가 정확하게 나를 주시했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머리칼이 살랑, 흩날리며 미끈한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나는 언제까지고 그 날의 광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세상에 나밖에 없는 것처럼 두 눈 가득 나만을 담고 있던, 소름이 돋치도록 아름다운 남자.
나를 보던 묘한 빛깔의 눈을, 그리고 은빛 머리칼 위로 안개처럼 내리던 보얀 달빛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