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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백작님은 쉐프님
작가 : 강하니
작품등록일 : 2018.9.9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현재 적자를 달리고 있는 식당의 새 주인 백수진.

주 고객이 마을 사람들인 ‘농부의 식탁’.
그러나 이 시골구석에 있는 식당까지 올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희망이 꺼질 때쯤

그녀를 찾아 온 것은 주방 이모도 아닌 주방 오빠였다.
루마니아에서 왔다,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이름은 미카엘 바베스.
외모는 하늘에서 막 내려온 천사인데,
그 손맛은 영락없는 전라도 아지매다.

전공은 백반, 부전공 제육볶음인 쉐프님과
당찬 여자 백수진은
망해가는 식당을 살릴 수 있을까?
뜨끈뜨끈한 백반로맨스가 지금 시작된다.

 
백작님은 쉐프님 4화
작성일 : 18-09-12 22:52     조회 : 272     추천 : 1     분량 : 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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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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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진의 우려와 달리 조리 방식은 의외로 평범했다. 아니 평범했지만, 대단했다.

 화려한 칼질에 의해 썰리는 재료들, 자신의 손에서도 저 칼이 저렇게 빛이 났던가? 가히 중국 사천성에서나 볼 수 있는 일류 요리사의 솜씨였다.

 

 “저기 아까 장갑은 왜 끼신 거예요?”

 “그냥 기분 내고 싶어서요.”

 “아, 그러시군요.”

 

 담백한 대답과 담백한 수긍.

 

 “이제 볶을게요.”

 

 이윽고 기름기가 적당한 고기를 굽고 알맞게 썬 채소를 넣어 강한 불에 달달 볶았다. 볶음 요리의 생명은 빠른 속도.

 그는 일정한 리듬에 맞춰 한 손으로도 들기 힘든 웍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재료들이 공중에서 춤을 추듯 뒤섞이며 볶아졌다.

 

 “우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하게 감탄을 내뱉었다. 일종의 요리 쇼가 수진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수진의 눈이 반짝인다.

 

 “할아버지 제육볶음 참 맛있어.”

 “그럼 누가 만든 건디. 맛있어야 정상이제. 이 할아비가 제육볶음 겁나게 좋아야.”

 

 불현듯 떠오르는 옛 생각. 여전히 행복한 기억이었으나 수진의 표정은 곧 어두워졌다.

 

 ‘먹기만 할 줄 알았지.’

 

 그 순간. 화륵, 불기둥이 솟구쳤다.

 강렬한 불 쇼가 수진 앞에 펼쳐졌다. 그녀의 낯빛을 읽은 것일까? 면접관의 이목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기분까지 단숨에 바꿀 수 없지만 화려한 불 쇼였다.

 그는 마무리 단계에서 고추장 양념을 태워 불 맛을 살렸고, 좋아하는 깻잎과 홍고추로 보기 좋게 마무리했다.

 그가 내놓은 것은 매콤한 냄새가 군침이 저절로 돌게하는 제육볶음이었다. 물론 갓 지은 쌀밥과 함께.

 

 “…….”

 “어떤 것 같아요?”

 “맛있겠어요.”

 

 이 남자, 모름지기 제육볶음은 뜨끈한 밥에 쓱쓱 비벼 먹어야 제 맛인 것을 아는, 한 마디로 배운 사람이었다.

 수진 역시 긍정적인 대답을 했음에도 얼굴은 어쩐지 복잡해 보였다. 그런데도 수진의 배는 솔직했다.

 꼬르륵. 배가 또 울고 있다. 정말 바보같이.

 

 “배고플 시간이네요. 빨리 드셔보세요. 밥도 새로 해서 맛있을 거예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식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키자 남자는 그런 수진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잘 먹을게요. 그래도 심사는 심사니깐.”

 

 수진은 우선 제육볶음을 먹어보았다. 냄새를 배신하지 않는 맛이었다.

 

 “음.”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맛, 동시에 수진은 자신이 만든 음식과는 사뭇 다른 맛임을 알 수 있었다.

 수진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은 그럭저럭 먹을 만한 구색을 갖추기 위한 음식이라는 것을.

 

 ‘좋은 재료만 쓰면 될 줄 알았는데. 역시 그거로는 부족했나.’

 

 천천히 씹고 있는 제육볶음은 뭔가 달랐다.

 먹기 좋게 썰어진 고기와 아삭한 채소, 자박자박한 양념 국물. 꽤 칼칼한 제육볶음을 씹고 삼키는 동안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여행을 다녀온 뒤 먹는 푸짐한 집밥처럼 안심되는 맛이었다.

 아무리 요리법이 비슷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인 법이다. 그것이 손맛이었고, 제육볶음에선 어딘가 그리운 맛이 났다.

 수진은 심사를 잊은 채 말없이 식사했다. 그리운 맛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결과는?”

 “물론 합격이에요 앞으로 같이 일해보시겠어요?”

 

 그의 요리는 타인을 먹이기 위한 요리였다. 게다가 쇼맨십까지 갖춘 남자를 수진이 놓칠 리 없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저는 백수진입니다. 사장님이라는 호칭은 불편하네요. 그냥 편하신 데로 불러주세요”

 “저는 미카엘 바베스, 저도 편하게 미카엘이라고 불러주세요.”

 “아 그럼 역시 외국에서 오셨나요? 한국어 정말 능통하시네요.”

 

 

 “제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 사람이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한식에 관심을 갖은 것도 그때부터구요.”

 

 그때를 회상하듯 그의 얼굴엔 미소가 띠어졌다.

 

 “그럼 한국은 어떻게 오셨어요?”

 “사실 그때 그 친구 만나러 왔는데, 아직 못 만났네요. 연락 끊긴 지 꽤 됐거든요.”

 “그러시군요. 꼭 찾았으면 좋겠네요.”

 “네, 꼭 찾고 싶어요. 더 늦기 전에 신세를 갚고 싶거든요.”

 

 미카엘에게 이미 필요한 서류는 다 있었다. 계약서를 쓸 때도 어쩜 그리도 완벽한지, 이제 수진은 그가 자신을 구원하러 온 천사로 보였다.

 이제 준비가 되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다시 식당 문 열일 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수진은 한시름이 놓였다.

 

 “저, 수진 씨?”

 “네?”

 “여기서 가장 가까운 호텔이 어딘지 아시나요?”

 

 수진은 제 귀를 의심했다.

 이 시골구석에서 호텔이라니? 민박도 없는 이곳에서?

 수진은 다시 한번 물었다. 부디 잘못 들었길 바라며.

 

 “네? 호텔이라뇨?”

 “지금까진 서울에 있었는데, 앞으로 출근하려면 가까운 데서 묵어야 할 거 같은데요.”

 “여, 여긴 어떻게 오셨는데요?”

 “날아서요.”

 “네? 아니 한국 말고 우리 동네요.”

 “아, 택시로요.”

 “택시가 여기까지 들어와요?”

 “장거리 택시 있던데요?”

 “그럼 오늘은요?”

 “호텔에서 자야죠.”

 

 그래, 이렇게 일이 잘 풀릴 리 없지.

 여기서 호텔을 찾다니!

 그녀의 아우성이 들릴 리 없는 미카엘은 싱긋 웃었다. 미카엘의 그 웃음은 걱정 따위는 모르는 웃음이었다.

 

 “특별한 거처 없어요?”

 “네.”

 “지금까지 호텔에서 지낸 거고요?”

 “네. 한국 호텔 좋던데요.”

 

 호텔 좋지, 좋아. 아침에 조식도 맛있고 알아서 방도 치워주고 진짜 최고지. 저 천진난만한 얼굴, 어떡하지.

 

 “이 근처에 호텔은 없어요, 하물며 민박도 없고요.”

 “민박이 뭔데요?”

 “민박 몰라요?”

 “네.”

 

 미카엘이 너무 해맑게 대답하자, 수진은 어이가 상실해서 저 멀리 그가 왔다던 유럽 대륙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럼 어떡해요! 거처가 없다니 출근할 수 있겠어요?”

 “호텔 없어요? 그럼 좀 곤란한데…….”

 “잠시만요. 아주 잠깐만 생각해볼게요.”

 

 시골구석에서 호텔을 찾는 순진한 남자, 시내에서 버스는 30분 간격에 한 대. 장기투숙용 모텔이라면 찾아보면 있겠지만 민박도 모르는 남자다.

 

 ‘어쩐지, 일이 잘 풀린다고 했어.’

 

 과연 그가 그곳에서 묶으면서까지 우리 식당에 나와 줄까?

 그의 음식 솜씨는 끝내주었다. 수진은 이미 그의 요리에 완전히 반해있었다. 자신이 반한 요리라면 위기에 처한 식당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다른 식당에 뺏기겠어.’

 

 그러나 지금 그가 거처가 없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겨우 만나 천사님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반드시 붙잡아야 해.’

 

  별달리 답이 없는 상황에서 수진은 큰 결심을 했다.

 이 길 잃은 천사님에게 둥지를 만들어주자.

 무덤에 계신 할아버지가 들으면 격노하고 일어날 만한 결심이었다.

 

 “우리 집에 가실래요?”

 “네?”

 

 첫 만남부터 생판 모르는 남자에게 동거 제안을 하는 그녀였다. 파격적인 제안, 그녀는 미카엘에게 직접 거처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미카엘은 그녀의 당돌한 제안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진이 아니었다.

 당찬 아가씨, 대화의 주도권은 이미 수진이 갖고 있었다.

 

 “우리 집에 가자고요.”

 “무슨 말씀인지?”

 “갈 데 없잖아요? 그리고 여기 아까 말했듯이 호텔은 물론이고 민박도 없어요.”

 “…….”

 “우리 집에 별채가 딸려있는데 지금은 창고로 쓰고 있어요. 거기 치우면 살 만할 거예요.”

 “진짜 괜찮겠어요?”

 “거 괜찮다니까요! 계획엔 없었지만, 숙식 제공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수진 씨, 그래도 이건 도리가 아닌 거 같은데요.”

 “그렇지만 지금은 뾰족한 방법이 없잖아요?

 

 저는 미카엘이 정말로 필요해요. 절박하다고요.

 내가 말을 먼저 꺼냈지만 결혼하자는 것도 아니고, 미카엘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만 어쩔 수 없지.

 한 번 그렇게 정하니 수진은 거참 시원시원하게 행동했다.

 

 “저는 이제 사장으로서 미카엘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어요.”

 

 사실 좋은 직장 환경 제공이라는 의무보단 수진 자신을 위해서였다.

 음식점이 성공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당연히 맛있는 음식이겠지.

 그리고 그 성공의 열쇠는 미카엘 바베스, 저 멀리 바다 건너온 잘생기고 손맛 좋은 남자였다.

 그가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려면 컨디션 관리는 필수였다.

 그래 모든 건 식당을 위해서야. 그리고 왠지 이 남자 혼자 두면 안 될 거 같았다.

 이미 물러설 곳이 없는 수진은 바득바득 우기며 미카엘을 설득했다. 그리고 결국 승리한 것은 수진이었다.

 

 “알았어요. 대신 식사는 제가 모두 책임질게요. 숙식 제공에 월급까지 받으면 너무 미안해서요.”

 “네! 좋아요. 결정된 거죠?”

 “네.”

 “짐은 어디 있죠?”

 “밖에 있어요.”

 “좋아요. 어서 가요. 이사하려면 빨리빨리 움직여야 할 거예요. 우선 창고 아니 별채 청소부터 해보자고요.”

 

 수진은 씩씩하게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농부의 식탁 문 앞엔 미카엘이 가지고 온 장거리 전용 여행용 가방이 있었다.

 그것도 2개씩이나. 바퀴가 달려 끌고 다닐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작은 짐들이 쌓여 있어 그 크기가 원래보다 더 커 보였다. 수진을 잠시 그 위세에 잠시 놀랬다.

 

 “짐이 진짜 많네요. 올 때 고생 좀 했겠어요.”

 “부피만 크지 그렇게 무겁지도 않아요. 또 필요한 게 좀 많아서요.”

 “그래도요, 제가 가져가는 거 도와드릴게요.”

 “고마워요, 그렇지만 혼자서도 충분해요”

 

 미카엘은 아주 가벼운 힘만으로도 집채만 한 여행용 가방 두 개를 끌고 갔다. 미카엘은 부피에 비해 무겁지 않다고 했지만, 여행용 가방이 있던 자리의 그 무게로 인해 패여 있었다.

 미카엘은 아무도 모르게 그 자국을 신발로 쓱쓱 지웠다.

 

 “뭐해요? 미카엘?”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집이 어느 쪽이에요?”

 “이쪽이에요. 한 20분 걸어가면 있어요. 따라오세요.”

 

 여행용 가방을 끄는 남자. 그 모습은 쟁기질하는 소보다도 편해 보였다. 이 남자 수준급 요리 솜씨에 모자라 힘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들은 소중한 식당 문을 잠그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처음엔 삐걱거렸지만, 천사님과 함께라면 식당 운영도 괜찮을 것이다.

 후 고생했어, 백수진. 앞으로 조금만 더 힘내자.

 

 “정말 아름다운 동네에요.”

 

 미카엘은 주변의 경관을 보며 감탄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풀잎에 맺힌 이슬은 영롱하게 반짝였다. 흙냄새는 언제 맡아도 기분이 좋았다. 수진은 늘 보는 풍경이지만 자신의 고향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

 

 “그렇죠, 제 고향이기도 하죠. 아, 미카엘은 고향이 어디예요?”

 “루마니아요.”

 “그러시군요.”

 

 루마니아구나.

 수진은 앞으로 식당을 열 생각에 그 말을 그냥 흘러들었다. 그녀는 집을 향해 걸으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미카엘은 수진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알 수 없는 의미의 미소를 지으며.

 
작가의 말
 

 루마니아에서 온 주방 오빠와 초보사장의 동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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