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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주님과 맹수들
작가 : 체스트넛
작품등록일 : 2018.9.12

수능을 백 일 남긴 고3 임윤경.
친구가 보내준 소설 주인공, 알타로스 공국의 공주 유아나에게 빙의하다!

거기까진 좋다. 문제는, 소설 내용이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그녀가 기억하는 건 충격적이고 허무했던 결말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유아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속이 시커먼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도주를 감행하지만, 국경을 지키는 하터스 백작가의 장남, 아이번 하터스에게 24시간도 안 돼 붙잡히고 만다.
그리고 잡혀간 백작저에서, 유아나의 삶을 쥐고 흔든 남자 뢰베 공작을 만나게 되고.

가출하다 검거된 고양이처럼 목덜미를 잡혀 집에 돌아왔더니,
어머니인 여왕이 제국의 수도로 떠나란다.
그녀의 양 어깨에 공국의 독립이 달려 있단다!

‘나한테 이런 걸 맡겨봤자..!’
울면서도 할 건 다 하는 공주님과,

“옷 정도는 혼자 입을 수 있습니다.”
“……아이번. 단추, 한 칸씩 밀려서 끼웠는데요.”
일견 무심해보이지만 사실은 어리버리한 늑대님.

“또 그 늑대를 만나러 가는 거라면,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공주님은 제 손님이니까요.”
그리고, 또다시 유아나의 삶을 흔들려는 사자님.

의도치 않게 두 맹수를 조련하게 된 유아나의 이야기.

 
5화
작성일 : 18-09-12 19:02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6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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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유아나는 지금 혼자 마차에 앉아있었다.

 거의 그녀의 침실만큼이나 넓고, 외관만큼이나 내부가 어두컴컴한, 뢰베 공작의 마차에.

 “내가 미쳤지……!”

 잠시 넓은 마차를 구르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유아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이미 마차는 출발했다.

 정해진 운명으로 향하는 열차도 출발했고 말이야.

 유아나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제 그녀에겐 열차에서 필사적으로 뛰어내리는 것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 때 잡히지만 않았어도.”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그 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펼쳐졌다.

 

 **

 

 평생 모를 것 같았던 마나의 흐름을 읽어낸 날.

 그리고 이 몸의 주인이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날.

 그 날부터 유아나는 차근차근 도주를 준비했다.

 외부에 팔 수 있을 법한 평범한 패물을 찾아 챙기고, 성을 빠져나갈 때 입을 평범한 제국식 옷도 구했다.

 로즈와 맥스는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의 손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이…걸… 저희에게요……?”

 “응. 팔든 쓰든 마음대로 해요.”

 “알타로스 가문의 인장이 찍힌 물건을 함부로 팔면 감옥에 끌려갈텐데요.”

 “아.”

 그건 몰랐네.

 유아나는 헤헤, 웃었다.

 맥스가 번쩍이는 금목걸이 하나를 손에 쥐고 눈물을 글썽이며 외쳤다.

 “이건! 이제부터! 저희 집안 가보입니다아아!!”

 “시끄러워요, 맥스. 진정 좀 해봐요!”

 로즈가 맥스에게 핀잔을 줬다.

 맥스는 팔로 눈물을 쓱 문질러 닦고는 다시 위엄 있는 호위무사 자세를 취했다. 얼굴은 계속 울먹이고 있어서 전혀 위엄은 없었지만.

 유아나는 이제 거의 빈 보석함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낮에, 엘리와 마고에게 몇가지 보석들을 건넸을 때도 이랬다. 유아나를 의심하듯 쳐다보던 두 사람의 시선이 떠올랐다.

 “그냥, 다 버리고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나쁜 의도 아니니까 그냥 받아줘.”

 로즈는 여전히 친구들처럼 의심스럽다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공주를 믿을 수 없었다. 하나의 시험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요 며칠,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친절해진 것부터 이상했다.

 맥스는 충직한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어대고 있었지만 로즈는 아직 유아나를 경계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손에 든 패물을 다시 보석함에 내려놓았다.

 “이런 왕족의 물건을 함부로 가지고 있다가는 저희가 경을 치릅니다.”

 “난 이제 왕족이 아닌걸.”

 로즈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유아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성 안에서 왕족의 격하된 신분에 대한 것에 입을 다무는 것은 불문율이었다.

 그것이 ‘알타로스 공작가’에게 왕족을 대하는 경칭을 쓰는 이유였다. 언젠가는 독립국의 지위를 되찾을 거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기도 했다.

 맥스가 다시 눈물 어린 눈망울로 외쳤다.

 “그렇지 않습니다! 공주님은 영원한 알타로스의 공주님이십니다아!!”

 “이제 아니라니까…… 아무튼, 로즈가 싫다면 강요하진 않을게.”

 유아나는 응접실 탁자에서 일어나 후련하다는 듯 기지개를 폈다.

 “아~ 속시원하다. 이제야 뭐가 좀 정리되는 기분이네.”

 로즈는 그런 유아나를 보며, 꼭 어딘가로 멀리 갈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생각을 아주 잠시 했다.

 유아나의 탈출 결행일은 테오가 도착하기 삼 일 전이었다.

 왕성이 밤새도록 연회 준비로 바쁠 시점. 테오도르가 근처의 하터스 영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준비를 서두르는 시점이었다.

 유아나는 일꾼들이 눈코뜰새 없이 일하는 사이, 평범한 옷을 입고 몰래 성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

 

 탈출 전날. 유아나는 새벽 내내 잠을 이루지 못 했다.

 그녀는 결국 침대 옆으로 손을 뻗어 다시 일기장을 펼쳤다.

 그 속에는 공주의 정제되지 않은 분노와 사랑이 집약되어 있었다.

 알타로스에 대한 사랑과, 제국에 대한 끔찍한 증오가.

 

 제국의 침공 앞에 위대한 마나친화력을 가졌다 칭찬받던 어린 유아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미 교육을 한다는 목적으로 제국에 잡혀간 오라버니 때문이었다.

 유아나는 어렸지만, 본인의 뛰어난 마법 능력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쩌면 어렸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생각일지도 몰랐다.

 어쩼든, 제국의 침공이라는 중요한 순간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어머니의 치맛자락 뒤에 숨어야 하는 어린애임을 자각 했을 뿐이었다.

 유아나는 세세하게 그날의 기억을 적어놓았다.

 그때만 해도 와해되지 않고 존재했던, 알타로스의 병사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게 유아나를 붙잡아놓으라고 말하던 어머니의 음성.

 높고 단단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성벽이 힘없이 허물어지던 광경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국의 병사들과 마법사들.

 사방에서 비명과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활기차던 거리 곳곳에서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그 다음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였다.

 하터스 백작이 내놓은 서약서에 힘없이 사인하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

 유아나와 메티스의 관계는 그 후로 틀어진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소설에선 이 내용이 하나도 없었냔 말이지.’

 일기를 읽으면서 제국의 정복에 대한 소설 속 서술이 몇 개 떠오르긴 했다. 유아나를 위해 무모한 전쟁을 벌였다는 사실도 기억났다.

 적어도 소설 속에서, 유아나와 메티스는 일기장에 쓰여진 것 같은 관계는 아니었다.

 어쨌든 유아나는 그 후 어머니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본인 능력의 한계 또한 절감했다.

 그 후부터, 해맑기만 했던 어린 공주는 아랫사람에게 가차 없이 매를 드는 싸늘한 왕족이 되었다.

 일기장에서 유아나는 잊을 만하면 한번씩 그 때의 일을 되뇌었다.

 [알타로스 왕국의 위치를 다시 빼앗아오겠노라.]

 [독립된 국가가 되어, 식민지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 지금의 알타로스를 구원하겠노라.]

 [우리 선조의 찬란한 유산인 마나석을 두 번 다시는 빼앗기지도, ‘야만인’이라 무시당하지도 않으리라.]

 

 유아나는 살짝 접어놓은 부분을 펼쳤다. 그리고 한 부분을 끊임없이 되뇌어 읽었다.

 ‘사자를 잡으려면 그 사자굴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이곳을 떠나 제국으로 가야 한다.’

 처음에는 사자가 굴에 살던가? 같은 맥없는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사자가 무얼 가리키는지는 뻔할 뻔자였다.

 ‘유아나는 공작을 사냥할 생각이었던거야.’

 그녀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톡, 톡 두드렸다.

 이건 위험했다.

 그녀가 아는 소설의 결말은, 유아나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생긴 ‘베드 엔딩’ 인 것 같았다.

 ‘혹시라도 유아나가 죽지 않았다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병사는 절벽 아래쪽을 잠깐 쳐다봤을 뿐이었다.

 끔찍한 파열음이 났다고 서술되어 있기는 했지만 정확히 시체나 피 같은 단어가 등장하지는 않았었다.

 “넌 죽은거니, 안 죽은거니?”

 유아나는 일기장 표지에 성숙한 글씨체로 적힌 이름을 손으로 가만히 쓸었다.

 이곳에서 깨어나기 전의 상황이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기는 로맨스 판타지는 보지 않는다던 지은의 목소리. 집에 가는 순간부터 떠오르지 않던 소설의 제목.

 그리고 오빠의 편지가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떠오르던 기억들.

 “혹시 니가 나를 여기로 부른거야?”

 일기장은 당연하게도 대답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절벽에서 뛰어내린 유아나의 두 번째 계획이, 시간을 돌리는 마법을 시전 하는 것이었다면?

 그 부작용으로 애먼 임윤경이 여기로 들어와 버린 거라면?

 유아나는 머리를 휘휘 내저었다.

 서로 사는 세계에 접점이라곤 개미 콧물만큼도 없는데다, 그런 마법이 가능한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그녀를 불러올 방법도, 명분도 없는 것이다.

 아무튼, 그녀는 떠나야 했다.

 이 아이의 계획이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순순히 수도로 가 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평범한 고3이었다고! 공부도 못했다고! 이런 위험한 일을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더군다나 지금 시점까지 있었던 일이라면 일기장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앞으로의 전개는 전혀 기억 나지 않았다.

 오빠의 편지 같은 전환점을 순차적으로 만나지 못한다면, 그냥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는 살고 싶다고.

 유아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살아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백년 이백년 오백만년 살 거야.”

 임윤경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그녀는, 혼자 정글에 떨어트려놔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생생하게 마나의 흐름도 느낄 수 있고, 밖에 나가서 허무하게 죽지 않을 만큼은 마법도 쓸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척박한 대륙으로 건너갈 생각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고생길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그래도 바다에 수장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사자를 사냥하겠다는 헛된 생각보다도.

 

 **

 

 다음날. 알타로스 성 일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일했다.

 다음 주에나 온다던 왕자님이, 일정을 앞당겨서 이삼일 내로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 지은 미소를 숨길 줄을 몰랐다.

 거의 10년만의 귀환이었다.

 교육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끌려갔던 왕자님이 처음으로 허가를 받아 고향에 돌아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화려한 연회여야 한다.

 성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 사이. 저녁 늦은 시간에도 불을 켜고 일하는 사람들 사이로, 누가 봐도 평범한 여자 하나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굴을 필사적으로 가린 여자는 은근슬쩍 성 뒷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여자는 두리번거리며 성을 나와 무오사 숲으로 향했다.

 그랬다. 유아나는 분명히 이 날 새벽, 성공적으로 성을 탈출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탈출은 순조로웠다.

 등에 진 무거운 짐을 추켜올리며 유아나는 어두컴컴한 무오사 숲을 걸었다.

 밤에 무오사 숲을 들어가는 게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24시간 붙어 다니는 로즈와 맥스를 떼놓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짐승이나 몬스터가 꽃향기를 좋아하려나?”

 지금 유아나는 거의 인간 꽃이 된 수준으로 향기로웠다.

 내일 연회를 위해 향유 목욕을 네 시간동안이나 한 덕이었다.

 평소였다면 그저 기분이 좋기만 했겠지만, 몬스터와 산짐승이 득시글거리는 무오사숲을 걷기에는 어딘지 불안했다.

 유아나는 옆에 띄워놓은 빛공에서 마나를 조금 덜어냈다. 도서관에서 훔친 책에서 발견한 빛마법을 따라해 본 것이었다.

 이래저래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촉촉한 숲의 공기도, 적당히 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도, 빛공에서 나는 은은한 불빛도.

 어쩐지 이 탈출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 같아서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그녀는 일단 제국의 국경으로 통한다는 북쪽 길을 향해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죽기밖에 더하겠어? 하면서.

 

 그로부터 체감 세 시간, 실제로는 30분 뒤.

 “살려주세요오!!”

 여기가 대체 어디냐고!

 유아나는 손을 덜덜 떨며 (도서관에서 훔쳐온) 무오사 숲의 지도를 펼쳤다.

 인간이 들어갈 수 있는 최대한의 경로가 그려진 대단한 지도였지만, 지도를 펴고 나서야 그녀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가 어딘지를 알아야 지도를 보지!”

 망연자실한 유아나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어쩐지 아까보다 더 어두워진 것 같았다.

 공기는 촉촉하기는 개뿔, 습해서 숨이 턱턱 막혀왔다.

 불안해진 덕분인지 빛공을 유지하는 데에도 처음보다 세 배 정도 힘이 들었다.

 “엄마아……”

 유아나가 울상을 쓰고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동시에 빛공도 힘을 다해 파스스 사라졌다.

 더 이상은 마법을 쓸 힘도, 걸을 힘도 없었다.

 이번엔 진짜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죽음에 필적하는 충격을 받아봤자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는커녕, 공포만 생생히 느낀다는 걸 안 이상 별로 죽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이렇게 죽을 거였으면 그냥 제국에서 사치라도 부리다가 죽을걸.”

 울컥 설움이 북받쳤다.

 찔끔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파묻는데,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소리!’

 화들짝 놀란 유아나가 재빠르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변은 고요했지만, 바람 때문이 절대 아닌 것 같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고 있었다.

 무오사 숲에 대해 말해주던 엘리의 무서운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가 무오사 숲을 생명의 근원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인간 생명의 근원만은 아니라는 게 문제지.’

 유아나는 있는 힘을 다 끌어 모아 몸을 공중으로 띄우는 마법을 시전 했다.

 “프, 플라이이!!”

 ‘위험한 종류의 몬스터가 떼를 지어 사는 곳이야. 더 무서운 건 그들이 야행성이라는 점이지.’

 이상한 시동어 때문인지 하늘로 휙 날린 유아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를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생각보다 높은 곳에 올라와버려, 발밑에서부터 소름이 좍 돋았다. 유아나는 낑낑대며 가장 가까운 가지를 붙잡고 매달렸다.

 ‘나는 나무늘보다, 나는 나무늘보다……!’

 항상 체력검사 5급을 받았던 임윤경보다 근육 상태는 유아나가 나았던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가지에 매달린 그녀는 최선을 다해 몸을 뒤집어 필사적으로 가지에 엎드렸다.

 그제야 나무 밑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된 유아나는 저도 모르게 흡, 헛바람을 들이켰다.

 얼핏 비친 달빛을 틈타, 노란 눈동자 수십쌍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수십마리의 늑대들이, 나무 밑에 모여서 유아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는 차마 들고 오지 못 한 유아나의 가방에 코를 박고 있는 중이었다.

 ‘야, 그거 내 가방이거든!!’

 하지만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제일 덩치가 큰 늑대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아나는 꼴깍 침을 삼켰다.

 ‘차라리 길 잃고 싶다……’

 길을 잃었을 때보다 더 막막했다.

 늑대들은 하늘을 향해 하울링을 하다, 나무 밑을 뱅글뱅글 돌다 하며 그녀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체감으로는 한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유아나는 숲을 불태워버릴까봐 사용하지 않기로 했던 불마법 수식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려는 중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늑대가 또다시 하울링을 시작했다.

 아우우우!

 저 멀리서 대답하듯 다른 늑대의 울음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렸다.

 ‘불, 불마법이 뭐더라? 빨리빨리!!’

 어느새 늘어난 늑대의 발소리가 사박사박 들려왔다.

 나뭇가지에 빨래처럼 널린 채, 유아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손을 조심스럽게 문질러 닦았다.

 “거기, 사람입니까?”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 때였다.

 “네!! 저 사람이예요!”

 유아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하며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무 껍질이 얼굴에 따갑게 쓸렸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쏴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가려져 있던 달빛이 쏟아졌다.

 한 남자가, 제일 큰 늑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나무 밑에 서 있었다.

 유아나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눈이…… 노란색이네. 늑대처럼.’

 그가 늑대들에게 모이라는 듯 손짓을 하며 말했다.

 “떨어지세요. 받아드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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