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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백작님은 쉐프님
작가 : 강하니
작품등록일 : 2018.9.9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현재 적자를 달리고 있는 식당의 새 주인 백수진.

주 고객이 마을 사람들인 ‘농부의 식탁’.
그러나 이 시골구석에 있는 식당까지 올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희망이 꺼질 때쯤

그녀를 찾아 온 것은 주방 이모도 아닌 주방 오빠였다.
루마니아에서 왔다,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이름은 미카엘 바베스.
외모는 하늘에서 막 내려온 천사인데,
그 손맛은 영락없는 전라도 아지매다.

전공은 백반, 부전공 제육볶음인 쉐프님과
당찬 여자 백수진은
망해가는 식당을 살릴 수 있을까?
뜨끈뜨끈한 백반로맨스가 지금 시작된다.

 
백작님은 쉐프님 3화
작성일 : 18-09-11 12:58     조회 : 243     추천 : 2     분량 : 6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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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를 두 번 사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마지막처럼 살라는 말이 있다. 수진의 할아버진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세상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도 있는 법이다.

 

 “호상이었지?”

 “자다가 편하게 돌아가셨데.”

 “혼자 있는 집에서? 에구 불쌍하셔라.”

 “아냐 다행히 손녀딸이 오랜만에 집에 놀러 왔다나 봐. 전날까진 아주 말짱하셨대.”

 “맞아, 손녀 온다고 좋아하시는 모습이 건강해 보였는데. 참 안되셨어.”

 

 * * *

 

 수진은 이제 그 넓은 집에 혼자 있다. 시간은 꾸준히 흘러가지만, 그녀의 시간만 멈춰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배가 울고 있었다. 배고프다고. 정말 바보같이.

 상을 치르는 동안 내내 귀에 들렸던 동네 사람들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제.’

 

 그때는 그렇게 얄밉고 서운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수진은 냉장고를 열었다. 여느 가정의 냉장고처럼 적당히 어질러지고 적당히 채워진 냉장고. 다만 은박 보냉팩으로 포장된 꾸러미가 한 칸을 채우고 있었다.

 이게 뭐지? 생각하며 그녀는 보냉팩으로 단단히 밀봉된 하나를 열었다. 안에 들어있던 것은 반찬통이었다. 그것도 투박하게 ‘제육’이라고 쓰여 있었다.

 

 “…….”

 

 유성 매직으로 알아보기 쉽게 쓴 글씨였다. 수진은 반찬통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쪽지 한 장이 팔랑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수진은 떨어뜨린 쪽지를 집어 들었다.

 

 ‘센 불에 달달 볶을 것’

 

 수진은 그 메모를 멍하니 보다, 반찬통을 열어 프라이팬에 그 내용물을 붓고는 가스 불을 틀었다. 그 메모대로 센 불에 달달 볶았다. 그리고는 발갛게 구워진 고기를 한 점 들어 맛을 보았다.

 

 ‘맛있다.’

 

 상실의 맛이었다. 영원히 잊으면 안 되는 맛이었다.

 

 

 * * *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뜨거운 여름은 계속되고 있었다.

 

 “에고, 기특하기도 하제.”

 “다니던 회사는 어쩌고?”

 “때려치웠다는 소리가 있던데?”

 “잉? 나름 대기업 아니었어?”

 “할아버지랑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디 갑자기 돌아가셔서 영 마음잡기가 쉽지 않았것제.”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제 할아비가 하던 식당을 물려받아서 하겠다니.”

 “그래도 지금은 보기 좋아 다행이어라. 얼마 전까지 산송장이 따로 없었잖아.”

 “그 속이 그 속이 아니제, 지금도 아마 속이 제일 문드러졌을걸. 가여워서 어째.”

 “수진이 고 불쌍한 거, 어째쓰까.”

 

 농부의 밥상은 여전히 마을 사람들의 새참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수진이었다.

 수진이 할아버지가 하던 식당을 물려받아 한다고 알려진 뒤 동네 사람들을 식당 앞을 지날 때마다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수진은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곱게 자랐으나 어깨너머 배운 것이 조금 있었기에 그럭저럭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욕봤어. 오늘도 잘 먹을게.”

 “매번 감사합니다.”

 

 그녀가 이렇게 식당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단골들, 마을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녀가 처음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고, 스스로 문을 닫은 그녀를 밖으로 끌어낸 것은 마을 사람들이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제. 어여 이거 먹고 퍼뜩 일어나야.”

 

 ‘슬프더라도 배가 부른다면, 사람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어.’

 할아버지는 생전에 그렇게 수진을 위로했었다.

 수진은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은 식당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근데 굳이 자기가 할 필요 있어? 식당 처분하는 게 맘에 걸리면 남한테 맡겨도 될 일 아닌감?”

 “그러게 그 속을 누가 알겠어.”

 “속이 깊어서 그려. 그 점은 지 할아비를 속 닮았당께.”

 “그려, 수진이가 효녀야 효녀.”

 

 그녀의 의중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안쓰럽게 보면서도 기특하게 여겼다. 아니 자기 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이어받겠다니 이보다 기특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할아버지 때만큼은 아니지만 손님들도 꾸준히 있었고, 수진은 자기 나름대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었다.

 

 ‘열심히 해야 해. 아니 지켜야 해.’

 

 식탁은 날이 갈수록 화려해졌다. 그녀는 더 좋은 재료를 들였고 요리법도 요즘 유행에 맞추었다.

 그날 전복버터구이를 본 동네 사람들은 다 환호성을 질렀다.

 

 “전복? 전복이 새참이네, 워메, 이렇게 비싼 게 나왔어야.”

 “아이고 이 칼질 헌 것 좀 봐야. 이런 건 언제 이렇게 배웠다냐?”

 “냄새도 참말로 꼬숩다. 요로코롬 생겨서 어떻게 먹는다냐.”

 “글세, 내 친구들도 여기 와보고 싶다고 난리여.”

 

 전 식당보단 못하지만, 장사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든 것은 식당을 운영한 지 약 2주가 지났을 때였다.

 

 ‘대체 왜?’

 

 아무리 원재료 값이 들어도 많이 팔면 이윤이 남을 줄 알았는데,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적자가 났다. 그것도 많이.

 게다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수진이가 헌 음식도 참말로 좋은디 할아버지가 한 콩나물 잡채 먹고 싶네. 입맛 없을 때 그거랑 찬밥 쓱쓱 비벼 먹어도 맛있고 찬물에 훌훌 말아서 먹어도 최곤데, 안 그르냐.”

 “이거 말고, 갓 뽑은 여린 열무에 풋고추를 갈아서 담근 열무김치 없냐. 시원하게 그거랑 국수 차게 해서 먹으면 겁나게 맛있제.”

 

 아닌 것 같아도 단골들은 그녀의 음식에 점점 질리고 있었다. 수진이 내놓는 것은 맛없지 않지만 맛있지도 않은 그저 그런 음식이었다.

 

 ‘그래서 더 좋은 재료를 쓰면 나을 줄 알았는데…….’

 

 게다가 그들이 조심스레 먹고 싶다고 찾은 것은, 전에 할아버지가 일반적으로 내온 아주 평범한 반찬들이었다.

 할아버지의 손을 거친 재료라면 아무리 평범한 재료라도 맛있어졌다. 툭툭 적당히 만든 거 같아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조물조물 취나물을 무치던 그녀가 자신이 무친 나물을 맛보곤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럭저럭 먹을 만한 맛. 그러나 사 먹는 음식이 그럭저럭 먹을 만하면 안 됐다. 맛있어야 했다.

 

 ‘똑같은 취나물에 같은 양념을 쓰는데 뭐가 문제일까.’

 

 지금처럼 나물류의 반찬은 의외로 맛있게 하기 어려워서 일부러 내놓지 않았는데, 나물 반찬이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더구나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반영한다. 그래서 그녀는 처음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에.

 새참이라는 특성상, 식당엔 주로 포장하는 손님이 많았고, 덕분에 간간이 서빙이라면 수진 혼자서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심장사만 하더라도 바쁜 농번기엔 휴일도 없이 일해야 했다.

 수진의 할아버지 또한 그렇게 식당을 운영해 왔기에 수진도 그렇게 따라 했지만 연륜과 경험이 없는 초보 사장에겐 모든 게 벅찬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만둘 수 없었다. 다들 그렇게 사니깐,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나아지겠지.

 열심, 최선이 모토인 그녀의 어깨는 그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무거워졌다.

 

 * * *

 

 그렇게 아무 소득 없는 며칠이 지났다. 손님들은 슬슬 그녀를 볼 때마다 걱정이 되는 듯 말을 건네었다.

 그녀가 내어오는 음식의 맛에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 수진의 모습은 무척 위태로워 보였다.

 잠을 전혀 자지 않았는지 눈그늘은 눈 밑에 짙게 깔려 있었고, 창백한 낯빛과 어딘가 힘없이 비틀거리는 게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얼굴이 엄청나게 안 좋아 보여야. 괜찮은 거지?”

 “너 또 그러다 쓰러질라. 하루 쉬는 게 어때?”

 “제가요?”

 

 수진은 아주 오랜만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지금 당장 쓰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

 

 ‘언제 이렇게 마른 거지.’

 

 혹시나 해서 재 본 체중계를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다이어트는 마음고생, 몸 고생이라고 했던가, 그 말이 딱 들어맞은 셈이었다.

 

 ‘여기서 무너지면…….’

 

 자신을 혹사한 수진은 지금의 모습을 보고, 냉정해지기로 했다.

 

 ‘……이러다간 정말 할아버지가 아끼던 식당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몰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우선 그녀는 음식을 곧 잘하지만, 팔정도는 아니다. 솔직히 말한다면 요즘 손님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무리 수진을 보는 시선은 기특하다지만, 사람들의 혀는 냉정한 법이었다.

 게다가 혼자서 식당을 운영하다간……. 쓰러질지도 몰라. 그럼 정말 답이 없어. 수진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남은 음식을 보았다.

 

 ‘아직 실패하지 않았잖아. 내가 한 음식이 사람들 입에 안 맞는다면 음식을 더 잘하는 사람을 찾자.’

 

 수진이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주방장 구함.”

 

 그녀는 이제 빈 식당에 앉아 있다. 씁쓸하지만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주방장도 구할 겸 삭당 문도 며칠 닫기로 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녀는 홀로 식당에 와 청소와 주방기구를 정리했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의 마음이 고마워서라도 수진은 더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누가 이 촌구석까지 주방장을 하러 올까, 당분간 월급을 넉넉히 줄 수도 없으려니와 월급을 잘 준 다 해도 굳이 이곳에 올 인재는 없을 것 같았다.

 

 “하아.”

 

 그녀는 그날도 터덜터덜 빈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허송세월 보냈고, 수진은 다시 식당에 앉아 통장잔고를 확인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텅장’인가.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게 제법 있었지만 그것만은 건들 수 없었다. 그건 식당 문을 닫는다 해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유산이었다.

 

 ‘역시 나 혼자서는 무리였어…….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고 계속 구내식당 밥이나 먹어야 했어.’

 

 수진은 엎드린 채 후회와 자조를 연거푸 마셔댔다. 스트레이트로 뽑은 부정적인 감정은 몹시도 씁쓸한 맛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에 수진이 부스스 고개를 들자 어딘가 이국적인 외모의 남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어떻게 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해외관광객 같았다.

 

 “어, 어서 오세요. 손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음식은 팔지 않습니다. 휴업이어서요. 안에 불이 켜져서 들어오셨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잘생긴 외국인 씨. 정말 미안해요. 멀리서 찾아왔을 텐데…….

 수진은 쓴 침을 삼키며 생각했다. 만약 내가 전에 요리를 조금씩 배웠더라면.

 

 “…….”

 

 남자는 아무 말 없었다. 그저 어딘가 그늘진 수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수진은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었나? 하고 뺨을 만졌다. 만져지는 건 푸석 푸석해져서 보기에도 안쓰러운 얼굴이었다.

 요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친 탓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남자는 마른침을 삼키는지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그렇게 지속한 약 1분간의 침묵, 왜 남자는 아무 말 없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수진은 아차 싶었다. 영어로 말해야 했어!

 곧바로 영어로 설명해주려는 데, 드디어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것도 또렷한 한국말로.

 

 “전 손님 아닙니다. 밖에 ‘주방장 모집’이라고 쓰인 거 보고 들어왔는데요.”

 “…….”

 

 수진은 두 번 놀랐다.

 첫 번째는 이국적인 외모로부터 나오는 어눌하지 않은 한국어 솜씨에,

 두 번째는 백반집 주방장에 지원한다는 그의 말에.

 사실 후자가 더 가관이었다. 할 말을 잃은 수진은 곧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음, 우리 식당은 백반집인데요, 실례지만 잘못 알고 오신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백반집인 줄 알고 왔습니다. 원한다면 조리 자격증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만, 문제 있나요?”

 “한식을 하실 줄 안다는 말씀이죠?”

 “네, 식당에서 정식으로 일한 적은 없지만, 한식이 특기입니다.”

 “음.”

 

 외국인이 서양요리도 아니고 한식이 특기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못 미더운 수진의 표정을 본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주방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화려한 외모, 그가 문을 열고 나타났을 땐 뒤의 비치는 햇빛이 그가 달고 다니는 후광인 줄 알았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나 볼 법한 천사의 후광이었다.

 그런 그가 수진에게 자신만만하지만, 매우 공손히 부탁한다.

 그래 더 나빠질 일도 없어. 시험 삼아 한 번 빌려주지 뭐.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음 따라오세요.”

 

 수진은 남자를 주방으로 안내했다. 냉장고를 열자 정말 별것 없었다. 며칠 쉬는 동안 쭉 쓸고 닦았지, 식자재를 따로 들이지 않은 탓이었다.

 어색한 공기 속, 남자의 무슨 일 있냐는 듯한 표정을 보자 수진은 더욱 민망해졌다.

 

 “으, 제가 생각이 부족했네요. 면접 때 쓸 재료를 미처 사지 않았어요. 보시는 그대로인데 괜찮겠어요?”

 

 삼겹살 두 줄, 양파 반개, 싹 난 마늘 3쪽, 파 한 줄기, 깻잎 몇 장외 아주 기본적인 양념들.

 

 “네, 그럼요.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데요? 옛날 생각도 나고요.”

 “네?”

 “시작할게요.”

 

 얼음 조각을 깎아놓은 듯 아름답지만 차가운 인상. 귀공자의 창백한 뺨은 붉은 혈색조차 돌지 않았다. 그런 그가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냉장고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갑자기 호주머니에서 흰 장갑을 꺼내 우아하게 착용했다. 끝이 복잡한 레이스로 장식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비단 장갑이었다.

 그는 냉장고 한편의 깻잎을 집어 들더니 소믈리에가 와인을 감상하듯 초록색 이파리의 향을 음미하였다.

 

 “이 깊고 야성적인 냄새, 매콤한 고기 요리를 할 땐 깻잎을 약간 넣기만 해도 그 풍미가 살아나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채소이기도 하고요.”

 “아……, 네.”

 

 남자는 가벼운 눈웃음을 흘리며 다른 재료들도 아기 다루듯 조심스레 꺼내 들어 싱크대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재료를 손질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까 낀 장갑은 마찬가지로 우아하게 벗어 호주머니에 넣은 참이었다.

 거참 아무리 봐도 이상한 광경이었다.

 그는 한식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타국의 요리사인가, 아님 예술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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