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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백작님은 쉐프님
작가 : 강하니
작품등록일 : 2018.9.9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현재 적자를 달리고 있는 식당의 새 주인 백수진.

주 고객이 마을 사람들인 ‘농부의 식탁’.
그러나 이 시골구석에 있는 식당까지 올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희망이 꺼질 때쯤

그녀를 찾아 온 것은 주방 이모도 아닌 주방 오빠였다.
루마니아에서 왔다,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이름은 미카엘 바베스.
외모는 하늘에서 막 내려온 천사인데,
그 손맛은 영락없는 전라도 아지매다.

전공은 백반, 부전공 제육볶음인 쉐프님과
당찬 여자 백수진은
망해가는 식당을 살릴 수 있을까?
뜨끈뜨끈한 백반로맨스가 지금 시작된다.

 
백작님은 쉐프님 2화
작성일 : 18-09-11 12:56     조회 : 247     추천 : 2     분량 : 5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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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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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면 식당이고 머고 내가 다 못하게 할 거야.”

 

 서울로 떠날 날짜가 다가오자 수진은 괜히 할아버지에게 성을 냈다.

 

 “어디 그래봐야, 니 할아버지는 아직 쌩쌩혀. 너 시집가서 손주들 태어나는 것까지 볼 수 있어.”

 “그럼 할아버지 진짜 오래 살아야겠네.”

 “너 그전에 사귀던 사람 있지 않어?”

 “어휴 할아버지도 참, 그 쓰레기 같은 놈은 진작 헤어졌어.”

 

 수진의 입장에선 매우 씁쓸한 질문이었다. 오피스 러브, 비밀 연애. 어떤 바보 같은 누군가가 두근거리고 스릴 넘친다고 했던가.

 그놈의 비밀 연애로 인해 이미 쓴맛 봐버린 수진이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 쓰린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그것도 굵은 소금을. 기분 나쁜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헤어져.”

 “왜, 왜 또 그러는데?”

 “그건 네가 더 잘 알 텐데?”

 “알았어.”

 

 그 망할 놈은 마지막까지 그런 식이었다. 처음 무뚝뚝하다고 생각한 성격은 무심함이 되었다. 애초에 애정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결국 연인 사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을 해버렸다.

 

 ‘그땐 진짜 회사 그만두고 싶었는데.’

 

 남들 입에 오르고 내리는 게 싫다던 수진의 전 애인은 비밀연애를 이용해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나쁜 자식. 그때 뺨이라도 갈겨줄 걸 그랬다. 그랬다면 분이 풀렸을까?

 수진의 매서운 주먹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만 굳이 그런 망할 놈 때문에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독하게 마음먹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며 착실히 할 일을 했다.

 속으로 그분을 삭이며, 그녀는 정말 싫은 상대에게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남든 떠나든 간에, 나만 상처받았지. 쓰레기 같은 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생각을 하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부서가 서로 달라져 이제 볼일 없었지만,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기에.

 

 ‘애초에 나 외롭다고 마음을 주는 게 아니었어.’

 

 인간관계는 언제나 어려운 법이었다. 누군가에게 곁을 내준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따르기도 했다. 그때부터였다. 그녀가 곁을 잘 주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은.

  그 이후로 못된 선배가 그녀를 괴롭히더라도 한 귀로 흘려버렸다. 스트레스를 받아 만성 위염을 얻었지만, 그녀는 그러려니 했다.

 다 이렇게 사는 거니깐.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깐.

 그렇게 생각한다면 슬픈 기분이 가끔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 술 마시고 싶다.’

 

 어쩐지 분위기가 축 처져 버렸다. 그러나 할아버진 단번에 그녀의 기분을 알아차렸다. 그리곤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르냐. 에휴, 곧 비가 한바탕 쏟아질 거 같네. 야식으로 정구지 넣고 전 지져줄까?”

 

 할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더 묻지 않았으나 무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였다.

 수진의 할아버지는 그녀가 침울할 때마다 더 묻지 않았다. 다만 지금처럼 맛있는 음식을 해주곤 했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해 줄 수 있는 일종의 손녀를 위한 마법이었다. 그녀의 할아버진 알았다.

 슬프더라도 배가 부른다면, 사람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마법이 통했는지, 수진은 더 침울해하지 않았다.

 그런 놈은 빨리 잊어버리는 게 이득이었다. 게다가 마침 술 마시고 싶었는데, 부추전이라니!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좋지, 막걸리도 마실 거죠?”

 

 그렇게 오후가 흘러갔다. 하늘이 전부터 꾸물꾸물했는데 곧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비가 오자 할아버지는 뚝딱 부추전을 부쳐왔다.

 부추와 양파를 채 썰어 간단한 재료만으로 맛을 낸 부추전이었다. 그 심심하지만 담백한 맛은 수진이 참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역시 비 오는 날엔 부추전이지.”

 “글치? 여기에 찍어 먹어야.”

 

 할아버지는 고추를 송송 썬 양념간장을 같이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글자글 익어가는 소리와 기름 냄새는 정말인지 비 오는 날과 맞물려 환상의 하모니였다.

 

 “아이고. 하늘이 막 우네, 울어.”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에 벼락이 떨어지자 천둥이 쳤다. 수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추전을 만끽했다. 이제 천둥 무서워할 나이는 훌쩍 지나버렸으니깐.

 그러나 할아버지에게 손녀딸은 아직 아기처럼 보송보송한 데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것을 본다면 괜히 놀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수진의 할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따로 더 해주고 싶은 말도 있었고.

 

 “부추전, 맛있겠다.”

 “허허, 너 어릴 때 천둥 무서워한 거 기억 나냐?”

 “말도 마, 할아버지가 엄청나게 놀려서 더 무서웠어.”

 

 수진은 노릇노릇한 부추전을 젓가락으로 찢으며 투덜거렸다.

 

 “너 할아버지가 무서운 얘기 해줄까?”

 “으, 싫어 진짜.”

 

 손녀딸을 놀리고 싶은지 그녀의 할아버지는 말을 이어나갔다.

 비가 내리고 으슬으슬 한 게 수진은 왠지 한기가 돌았다.

 

 “할아비가 딱 니 나이 때 외국 가서 잠깐 산 건 알고 있제?”

 “응, 그건 알고 있지, 한 4년 정도 유학 가 있었잖아?”

 “그때 봤어야.”

 “뭘?”

 “아, 거시기 그거.”

 “거짓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내가 그때는 길눈도 어두워서 대낮에 길을 잃었는디, 아니 왠 남자가 길가에 쓰러져 있는 겨.”

 

 수진은 점점 할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다가가서 보니깐 맥이 안 뛰어. 근디…….”

 “근디?”

 

 우루루루, 콰쾅

 그 순간 천둥이 쳤다. 수진은 그 소리에 흠칫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사람들이 무서운 얘기를 무서워하는 것은 그러한 이야기를 할 때 나오는 분위기 탓도 있었다. 수진은 그러한 분위기에 약했다.

 

 “그게.”

 

 꿀꺽.

 수진을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겁나게 꽃미남이었어야.”

 

 할아버지는 수진의 귀에다 대고 낮게 속삭였다. 무서운 얘기가 나올 줄 알고 잔뜩 긴장해 있는 수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자축했다. 그제야 수진은 속았다는 것을 알고 괜히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거참 시원하게도 마시네. 할아비랑 같이 마셔야제.”

 “할아버지도 참 장난 좀 그만 치셔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

 

 “앞으로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게다. 이건 거짓말 아니여.”

 

 그리곤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듯 그의 얼굴엔 미소가 띠어졌다.

 

 “나이가 들면서 제일 많이 생각나는 건 옛날에 만난 사람들 뿐이여.”

 

 그녀의 할아버지가 웃으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서로 부딪히는 일도 있겠지만. 아무 일도 없다면 그건 죽은 것이여. 인간관계는 이 할아비도 어렵지만 무서워할 필요 전혀 없어야.”

 

 경험에서 나오는 위로였다. 수진은 그것이 그저 허울 좋은 말이 아님을 알았기에 술이 더욱 달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이 마신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응,할아버지 고마워.”

 “더 마셔?”

 “당연하지.”

 

 막걸리를 가득 따른 찌그러진 양은 잔이 부딪히며 투박한:막걸리 잔이 소리를 내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소중한 사람. 그 모든 게 함께 있었다.

 행복하다. 그러나 수진은 만족감이 들면 들수록 왠지 불안했다. 이 행복이 언젠가 끝나는 것을 알기에.

 할아버진 여기서 더 늙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순간, 막걸리를 툭툭 비워낸 수진의 할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수진아. 할아버지 식당 계속할 거다.”

 “잉? 그게 왜 그 이야기로 넘어가요?”

 “사람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식당을 계속해야지.”

 

 결국 그의 단호함에 수진은 항복을 선언했다. 물론 다음에 다시 제안해볼 것이지만, 할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하는 식당인데 억지로 그만두게 할 수 없었다.

 수진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은 그녀 자신도 잘 알았다. 다만 걱정거리가 있는 게 흠이지만, 자신의 걱정보단 할아버지의 행복이 우선이었다.

 

 “알았어요. 할아버지 그렇지만 건강 생각해서 무리하지 마요.”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너는 너만 신경 쓰랑께.”

 

 손녀를 걱정시키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손녀딸 하나는 잘 두었다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내가 오래 살아야지 암.’

 

 “아, 회사 가기 싫다. 이참에 나 그냥 다 때려치우고 할아버지랑 같이 살까?”

 

 수진의 진담이 살짝 섞인 푸념이 이어졌다. 요 며칠 동안 잘 먹고 잘 쉬었더니 전에 없던 월요병이 도질 것 같았다.

 행복이란 멀까? 라는 뜬구름 잡는 질문이 저절로 떠오르는 게 중증이 확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할아버지를 혼자 두고 가려니……. 그게 참 맘에 걸렸다.

 

 “그라믄 나는 좋지요. 할아버지도 매일 이렇게 너랑 살면 좋겠어야.”

 

 뜻밖에 대답, 분명 ‘염병’부터 나올 줄 알았는데, 수진은 기뻐서 되물었다.

 

 “진짜?”

 “염병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이거나 마저 먹고 빨리 잠이나 자.”

 

 아, 역시나지.

 

 “치, 나는 진담인데.”

 

 농담 반 진담 반이라도 그녀는 할아버지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언젠가는 떨어지지 말고 같이 살 수 있겠지.

 

 “아 참, 내일 아침은 내가 차릴게. 할아버지 점심 장사 하려면 일찍 나가야 하잖아?”

 “어휴, 뭔 소리데. 요리는 할 줄 알고?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할아비가 다 해줄게.”

 “에이, 내가 해줄래, 예전에 약속했잖아요.”

 

 수진은 한참 할아버지와 실랑이를 하다 잠자리에 들었다. 옛날에 쓰던 방은 여전히 깔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그녀의 할아버지가 식당일을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언제든지 손녀가 오면 잘 수 있도록 살뜰히 살핀 결과였다.

 익숙하고도 다정한 냄새가 느껴지는 방안에서 수진은 며칠 동안 다디단 단잠을 잤다.

 이제 내일이면 서울이라니, 그녀도 모르게 옛 기억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제육볶음 참 맛있어.”

 “그럼 누가 만든 건디. 맛있어야 정상이제. 이 할아비가 제육볶음 겁나게 좋아야.”

 “그럼 나도 좋아, 제육볶음.”

 “글치? 근디 할아버지도 누가 만들어준 게 더 맛있어야.”

 “누구”

 “글쎄 누구려나? 그나저나 우리 수진이 더 먹어야제. 에고 이렇게 말라서 어째야쓰까. 더 먹어 아가.”

 “나도 나중에 크면 할아버지 제육볶음 만들어줄래.”

 “잉? 그라믄 수진이 이거 다 먹어야제? 그래야 쑥쑥 커야.”

 “응, 알았어! 할아버지 나중에 기대해.”

 

 수진은 밤이 아쉬웠다. 자신에게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쭉 생각해보면 요리를 못하는 건 아닌데 한 번도 할아버지께 음식을 해드린 적이 없었다.

 내일은 제육볶음 해드려야지.

 그녀는 할아버지보단 당연히 못하겠지만 무엇이든지 첫 시작이 중요한 법이라고 생각했다.

 

 * * *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난 언덕, 수진은 누군가와 함께 있다. 그 누군가는 본 적 없는 남자로 그 얼굴마저 보이지 않지만 수진은 그가 무척 사랑스럽다고 느껴졌다.

 

 ‘아 좋다.’

 

 그들이 서 있는 들판은 새하얀 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실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들판에 가로지르는 강 맞은편에서 수진의 할아버지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어딘가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할아버지 곁으로 가야 해. 그러나 수진의 발은 떨어지지 않았다.

 납덩이가 그녀의 발을 매달린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해야 했다.

 그녀는 결국 할아버지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아주 절실하게.

 

 “할아버지. 왜 거기 있어? 거기 있지 말고 이리로 와요.”

 

 이리로 와요. 제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말들을 되뇌었다.

 짙은 먹구름이 떠나가지 않는 밤, 잠든 수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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