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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 새로운 시작(2)
작성일 : 18-09-05 23:21     조회 : 124     추천 : 0     분량 : 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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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받은 휴가를, 하필 일이 생겨 수도에 갔다 오는 것으로 날려서 짜증이 났지만, 그랑데 아저씨 덕분에 제시간에는 부대에 돌아가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래도 읽고 싶었던 책을 샀으니 크게 짜증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나저나 그 불쾌한 아저씨는 누구지......’

 

 알포트 메인에 그런 제복을 입고 오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그저 퇴역한 군인들이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보물사냥꾼들, 그리고 이주정책에 의해 밀려난 외각 사람들이나 오는 곳인데 말이다.

 

  “어머! 아멜, 휴가는 잘 보냈니?”

 

 알 포트 메인 선착장의 유일한 직원인 메리 언니가 나를 반겨주었다. 아마 이곳에서 우리들을 반겨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일 것이다.

 

 “어머? 근데 뒤에 있는 저 사람은 누구니? 굉장히 젊으신 것 같은데, 3서관 제복이라니!”

 

 아, 그러고 보니 그 사람 제복을 입고 있었지.

 

 “저는 잘 몰라요. 그저 같이 타고 왔을 뿐이에요.”

 

 “으...... 여전히 딱딱한 말투. 너 그러다가 시집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메리 언니는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을 했다. 하지만 그런 평화로운 것들은 나와는 거리가 머니까 딱히 생각 해 본 적도 없는데.

 

 “그런 거, 갈 수 있어도 안 갈 거예요. 저는 지금이 제일 좋은걸요.”

 

 “치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어? 너 그러다가 진짜 아냐처럼 된다고.”

 

 “그건 그 언니 눈이 높아서 그런 거고.”

 

 일단 휴가 복귀 수속을 밟아야하니 못 다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메리 언니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아무도 안 오는 선착장 매표소로 들어갔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부대를 향해 걸어갔다.

 

 시내를 지나면서 언제나 조용한 이 거리가 마음에 들기는 했었다. 다들 나를 서포터, 지원 부대원으로 알고 있어서 손을 흔들어주며 반겨 줬지만, 몇몇은 그냥 말없이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내 정체가 뭔지 아는 사람들은 대개 저런 반응이 정상이지.

 

 수도에서는 별의별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같이 놀자는 둥 물건을 사라는 둥 귀찮게 하지만 역시 이 도시만큼 조용한 곳이 좋았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되도록 여기서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망할 지옥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일이라도 하면서 굶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어느새 중앙 광장의 비석까지 걸어왔었다. 왠지 모르지만, 저 비석과 지나칠 때면 가슴한편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시리기도 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저 비석이 ‘마녀의 힘’과 관련 있다고 하니까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마녀의 힘.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렇게 부르는 건지 모르겠다 싶기는 했다. 괴수와의 전쟁을 끝내고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을 때, 나와 같은 이 힘을 가진 여자가 있었다고 했었다. 그녀는 아마 용사의 후예라고 했으니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을 만했었지만, 그 힘을 올바르게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세계를 멸망시킬 또 다른 존재. 이미 한번 멸망당한 세계에 오는 공포감은 곧 그녀를 마녀로 규정하고 온 세계가 힘을 모았었다. 그녀와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들은 괴수로 피폐해진 땅을 다시 한 번 붉게 물들였고, 괴수대전의 영웅 2명이 그녀와 함께 죽음으로서 마녀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덕분에 그 힘을 두려워 한 나머지, 그녀와 같은 힘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면 그 아이를 잡아 죽이거나 폐인으로 만들어 버리곤 했었다. 그러나 그런 마녀 사냥도, 갑자기 늘어난 괴수들이 범람하듯 주거지로 넘어와 2차 괴수대전이 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었다.

 

 밀리는 전선과 부족한 병사들. 그 위기를 뚫기 위해 고심하던 수뇌부는 그들을 전략병기로 사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연합의 수장의 말에,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발견된 고대 유적의 무구들을 우리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졸지에 이 힘을 가지고는 있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전장으로 끌려갔었다.

 

 ‘뭐,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지금은 복지다 뭐다 해서, 무구 사용자들을 뒤에서 도와주는 서포터들이 존재하기에 딱히 불편한 것들은 없었다. 뭐 불편하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비석을 지나, 부대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거리를 걸었다. 여기는 변방이면서도 언제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일전에 파견을 나갔던 다른 외각 포트의 도시와는 다른 안정된 모습이었다. 괴수들을 쫓을 군인들도 있고, 비석과 방어탑이 설치가 되어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거의 다 왔네.”

 

 마을을 가로 지르다 시피하자, 작은 가로수 길과 눈앞에 작은 회색 담벼락과 철문이 보였다. 신기한 것은 겉으로 보면 그냥 어느 부유한 사람의 별장인 대저택이 군 막사라는 점이었다. 안에 정원을 개조해서 만든 훈련장, 그리고 저택 안과 옆에 숙소가 있었고, 마을과도 가깝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만약 밖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면 바로 부대 앞에 있는 지정 거주지에서 살면서 부대에 출퇴근해도 됬었다.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두 번 누르자, 문이 천천히 열렸다. 누가 만든 건지 몰라도, 문지기가 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참 편리한 것 같았다.

 

 “오, 휴가 잘 갔다 왔냐?”

 

 주황머리의 남자가 대충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늘 당번인 것 같아 보였다. 어차피 이름도 모르는데,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나의 최종 목적지인 지휘실로 걸어갔다.

 

 평소와 같이, 조용하면서도 나름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활기차다는 레프레아(요정)들이 조용하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만, 이 부대만큼 과도한 업무량과 임무들이 있는 곳이 없기에, 그리고 해야 하는 임무들은 그들마저도 밝게 지낼 수가 없기에 그럴지도 몰랐다.

 

 그래도 울타리 밖에 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일단 지휘실로 가서 휴가증이나 반납이나 해야지.

 

 “특수 토벌부대 무구 적합자. 아멜 레밀레아, 휴가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지휘관실 문을 천천히 열며 들어갔다.

 

 안에는 분명 보기도 닦달이나 내는 싫은 놈이 앉아 있겠지.

 

 “여어, 너는 그때 그 아이네?”

 

 내 눈앞에, 분명이 저번 휴가 출발 때까지만 해도 앉아있던 돼지 대장은 없고, 웬 낯선 남자 한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책장에 꽂힌 서류철들을 몇 개들을 꺼내 읽고 있었던 것 같았다.

 

 “무구 적합자라....... 이거 참 기분이 이상하네. 그래 네가 아멜이지?”

 

 아까 전에 이름을 말했는데, 다시 말하는 것은 또 뭘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휴가증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딱히 별일은 없었고, 주어진 임무는 완수 했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일단 제복을 입고 있으니 상관이겠거니, 나는 그저 빨리 이 자리를 나가고 싶었다. 뒤 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하하하하, 역시 여기 적힌 대로구나. 말이 적고 무뚝뚝하며, 음 ‘사람을 잘 무시한다.’라. ‘사람’을 잘 무시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어쨌든 굉장히 조용한 ‘아이’네.”

 

 단어 하나하나를 강조하는 듯 말을 하고 있었다. 상당히 기분 나쁘게 말을 하는 것에 순간 울컥했었다.

 

 “저는 아이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괴물’도 아니잖아.”

 

 “저흰 ‘아이’도 ‘괴물’도 아닌 군인입니다만.”

 

 “그래? 근데 밖에서는 다들 ‘괴물’이라고 불리잖아. 나는 아니지만.”

 

 뭔가 되게 작정하고 비꼬는 것 같은데. 하, 자기가 자천됐으면서 왜 여기서 짜증을 내는 걸까?

 

 “뭐, 어째든 휴가 잘 다녀왔으면 이제 임무 수행할 준비해야지? 그럼 나가봐.”

 

 안 그래도 나갈 참이었는데, 마치 자기가 부르고 나가라 하는 것 같이 굴었다. 으으 짜증나.

 

 방을 나서면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분명 전 부대 관리관이었던 사람보다 더 귀찮게 굴 것 같은 사람인 듯 했다.

 

 저택 중앙 현관을 나와, 옆에 있는 숙소 동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 비몽사몽 보이는 걸음으로 나오고 있는, 언제나 눈에 띄는 스피넬이 눈에 들어왔다.

 

 “후아암............ 언제 온 거야?”

 

 스피넬은 자신 이름과 같은 붉은 빛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뒤로 머리를 묶었다. 덕분에 귀무족 특유의 피부색과 뿔이 더 도드라지게 보였다.

 

 “참 그건 그렇고 수속 밟을 때, 새로 온 관리관 봤어?”

 

 이제 막 일어났기도 했지만, 휴일이라 딱히 본관에 올 일이 없는 그녀한테 아마 누군가가 급히 달려와서 새로운 관리관이 왔다고 얘기를 한 듯싶었다. 사람이 오는 일이 거의 없는 벽지에 사람이 왔다는 것에 방에서 기어 나온 듯싶었다.

 

 “만났었어. 성격이 뒤틀린 것 같지만.”

 

 그녀가 뭘 더 말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이 얘기를 계속하면 짜증만 더 날 것 같아서 그녀를 지나쳐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유일하게 내 성격을 잘 이해해 주는 그녀는, 내가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것에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딱히 없는 짐들을 풀고 침대 위에 누웠다. 창문에 쳐진 커튼 사이로 잔잔한 햇살이 새어나오고,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함에 몸을 맡겼다. 수도에 있을 때는 밤까지 시끌벅적해서 답답했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침대에 누우니 그 동안 쌓인 피로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멜····· 아멜·····.”

 

 누군가가 내 몸을 마구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나는 더 자고 싶었지만 하는 수없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눈을 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침대에 눕고 난 뒤부터 바로 잠이 든 것 같았었다. 내 눈앞에는 주황색 머리에 키가 작은 여자가 서있었다.

 

 “슬슬 밥이나 먹으라고. 점심도 안 먹고, 저녁까지 안 먹으면 밤에 실컷 먹게 된단 말이야.”

 

 “알았어요. 리엔 언니. 세수만 하고 금방 나갈게요.”

 

 그녀는 숙소 사감 겸 관리원인 리엔 레프리. 언제나 봐왔던 사이라 친하게 지내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지만, 나이는 레프레아(요정)이라서 잘 모르기에 그저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래. 이건 뭐, 여기다 두면 되겠지. 빨리 밥먹으러 가."

 

  "네에......."

 

  오늘의 그녀는 상당히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분파형 사람이라서 그때 그때 마다 표정이 바뀌는 데,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가 싶었다.

 

 내가 화장실을 가는 것과 동시에 그녀 역시 밖으로 나가서 다른 이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처럼 나와 같은 다른 방에 있는 굼벵이들을 깨우러 돌아다니느 것이긴 하지만, 뭐, 그래봤자 몇 명이나 더 나올지는 잘 모르겠었다. 난 그저 천천히 외출용 옷을 갈아입고, 편한 복장을 입고 세면대 앞에 서서 손으로 물을 받았다.

 

 차가운 물줄기가 손가락 사이를 지나치니까 확실히 잠이 깨는 것 같았다. 그 물이 얼굴에 닿았을 때, 뜨거운 피부가 시원하게 식혀지면서 끓어올랐던 무언가도 차츰차츰 가라앉는 것 같았다. 세수를 마치고 거울을 봤을 때, 아까와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방문을 잠그고 복도에 나서며 식당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8명의 무구 적합자 중에서 다섯 명이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기에, 미리 식사를 마친 2명은 숙소로 들어갔기에, 전용 식탁에는 1사람만 앉아있었다. 그 외에는 숙소에서 생활하는 서포터(무구 지원병)들 몇 명이, 아마 저녁 약속이 없거나 내일 현장에 투입되는 불쌍한 사람들이 남아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후아......... 내일도 출동이라니, 요즘 따라 괴수들이 많이 움직이는 것 같은 데?”

 

 “그러게 말이야. 신입 교육도 아직 덜 마쳤다는데, 언제 투입된다는 거야?”

 

 “아니야. 신입 교육 끝나고 바로 투입됐다고 하던데?”

 

 “참, 그렇지....... 괜히 괴물이라 불리는 게 아니니까.”

 

 분명 나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별 감흥이 없었다. 뭐, 이전부터 괴물이라는 소리를 달고 살았었으니까.

 

 언제나 그렇듯 왜 대장장이의 날에는 맛없는 땅콩조림이 나오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무슨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전통이라는 것이 이 시대에 남아 있는 질 잘 모르겠었다.

 

 오래 전에 황무지가 없던, 푸른 산과 들이 덮인 세계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세계였고, 지금처럼 모든 종족이 섞여 사는 세계가 아닌 각자의 종족의 나라로 대립 되던 시기. 번영의 시기에는 언제나 그렇듯 모두가 전통과 문화를 지켜가며 살고 있었겠지.

 

 하지만 이 이야기도 괴수의 등장과 함께 다 사라져 버렸었다. 그들에게는 전통도, 문화도, 삶조차도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부수고 파괴하고,

 

 “먹어치우고. 참, 땅콩한테는 우리가 괴물로 보일 까?”

 

 갑자기 기척도 없이 나타난 그 때문에 화들짝 놀랐었다. 낮에 봤던 짜증나는 아저씨가 왜 갑자기 내 옆에 앉아서는 아는 척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너는 최종 시험 합격으로 무구 적합자가 됐어. 물론 이미 그 전부터 활동해왔었겠지만.”

 

 ‘정식 면허증’이라고 적힌 카드를 내미는 아저씨의 손이 약간 떨리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근데, 왜 이걸 지금 주시는 건가요?”

 

 “전임자가 하도 저질러 놓은 게 많더라고. 그걸 정리하다 보니, 네 임명장이랑 이 카드가 나오더라. 참, 임명장은 받았니? 부관한테 전해 달라고 했었는데.”

 

 “부관이요? 우리 부대는 부관 같은 사람 없는데.”

 

 갑자기 그가 크게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그것 때문에 깜짝 놀란 뒤의 사람들이 땅콩을 헛집어서 자기들끼리 맞추고 있었다.

 

 “너도 잘 아는 사람이야. 오늘 부로 부관이 됐어. 내일 임명식 할 거고.”

 

 “근데 이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하는 거죠?”

 

 “그야 너랑 제일 친한 것 같으니까. 축하해 주라는 의미에서야.”

 

 제일 친한 사람. 제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오던 사람은 지금 임무에 나가 있으니, 스피넬이나 리엔 언니 정도? 아니면 쌍둥이들인가?

 

 한창 고민에 빠져있는 것 같은 나에게 갑자기 물 한 컵을 주고는, 아저씨는 잔반통에 땅콩조림을 부으며 말을 했다.

 

 “이야, 그냥 맛있고 자신 있는 걸로 해. 이거 만들다가 욕만 더 얻어먹지 말고.”

 

 조리병은 깜짝 놀라서 말을 하지 못했고, 그런 그에게 웃으면서 격려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냥 웃는 게 헤픈 사람인가 싶기도 했다.

 

 결국 땅콩조림은 다 먹지 못하고 잔반통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미 다른 사람들도 그것만 골라서 버렸는지, 잔반통에서는 온통 땅콩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이상한 냄새에 견디기가 힘들어서 급히 식당을 빠져 나왔다.

 

 그나저나 부관 임명식이라니, 누가 부관이 된다는 걸까? 것보다 직접 축하해주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거지같은 휴가를 보내고 정신이 없는 하루가 아닐까 싶었다.

 

 다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낮에 잠깐 자둬서인지 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눈을 감으려고 했다. 그래야 이 망할 하루가 지나가니까. 빨리 지나가야 다시 악몽을 꾸지 않으니까.

 

 

 

  - 토벌부대 집무실 -

 

 창문 밖에서는 굉장히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주말이 지나가기 무섭게, 갑자기 모두를 소집한 관리관 때문에 다들 정신없이 준비를 하느라 바빴었고, 그도 그럴게, 갑자기 취임식과 임명식을 한다고 해서 정복으로 입고 나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이미 정복 안 빤지가 1달이 넘었는데!”

 

 “그러게 누가 옷 방치해두고 있으래? 킥킥킥.”

 

 이곳저곳에서 불만과 폭소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는 굉장히 편안한 마음으로 집무실에 앉아서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저...... 그러니까 진짜 제가 부관이 된다고요?”

 

 “맞아. 이 일에는 내가 보기에는 네가 최고일 것 같아서 말이지.”

 

 아델은 뒤에 서 있는 키 작은 여자를 칭찬하며 말을 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맞춤용 정복을 꺼내 들며 말을 했다.

 

 “그러니까 너도 엄연히 이 부대 소속이 된 거야. 이따 따로 가르쳐줄 것도 있으니까, 이거 먼저 입고 연무장으로 가있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가 자신의 숙소로 뛰어갔다. 그녀가 뛰어가는 것을 본 아델은 다시 창밖의 풍경으로 시선을 옮기며 차차 올 임명식 준비하기 시작했다.

 

 

  - 토벌부대 연무장 -

 

 현재 모두가 바쁘기는 했지만,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모아보니 대략 50명은 조금 넘는 것 같았다. 다들 너무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서로 인사를 하며 웃고 있었지만, 맨 앞줄의 사람들은 사정이 달랐다.

 

 “무슨 바람인지 몰라도, 왜 갑자기 임명식 따위를 한다는 거지?”

 

 무구 적합자 후보생들과 무구 적합자 3명. 정확하게 무구 적합자는 2명이고 한 명은 견습이긴 하지만, 뒤의 병사들과는 떨어져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피넬, 무슨 일인데 모이라는 거야?”

 

 붉은 머리의 창백한 피부를 가진 소녀에게 금발머리 소년이 말을 걸고 있었다.

 

 “스티네아. 너 오늘 무슨 이야기 전달받지 못했니?”

 

 “아니, 근데 왜?”

 

 “아, 그럼 넌 준비 안 했겠구나.”

 

 스피넬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서있는 아멜을 바라보았다. 아멜은 항상 그렇듯 한결 같은 표정으로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멜, 너는 준비 했니?”

 

 “어, 음. 응.”

 

 애매한 대답. 하지만 어찌 되었건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가 준비를 했다는 얘기에 스티네아는 살짝 삐진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임명식 대상이 누구일까? 모두가 단상을 바라보는 가운데에, 몇 몇을 제외하고 처음 보는 인물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반갑다. 제군들. 나는 어제 발령을 받고 온 3서기관, 토벌부대 관리관 아델이다. 잘 부탁한다.”

 

 모두가 수군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외형은 하만과 비슷해 보이지만,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큰 키가 모두를 압도하고도 남았었다.

 

 “그리고 오늘 부로 내 전속 부관이 된 사람을 소개하겠다. 리엔 레프리, 앞으로.”

 

 그녀의 이름이 호명되자, 모두가 깜짝 놀라며 커진 눈으로 그녀가 당당히 단상 위로 걸어올라 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리엔은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에, 떨리는 가슴을 겨우 겨우 진정시키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힘이 덜 들어가 살짝 넘어질 것 같으면 바닥을 세게 밟는 것 위기를 모면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쿵쾅거리며 올라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리엔 레프리, 전속 부관으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임명장을 건네주는 것과 동시에 임명식이 끝 마쳐졌고, 모두가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단상에서 내려오는 리엔을 쳐다보고 있었다.

 

 먼저 들어서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집적 눈으로 보니 어이가 없기도 한 장면에, 아멜과 스티네아, 스피넬은 급히 리엔한테 뛰어갔다.

 

 “이.... 일단 축하드려요.”

 

 스피넬이 말을 하며 리엔에게 악수를 했지만, 그래도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숙소 사감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부대 부관이 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야, 그냥 그 사람 눈에 띄어서 그렇지 뭐. 뭐라더라, ‘자네는 서류랑 물자 관리를 잘 할 것 같군.’이라면서.”

 

 하루 밖에 안 만났는데, 거의 졸속에 가까운 임명이나 다름없었다. 것보다 그냥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떠맡기려고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리엔누나. 혹시 사기 당한 거 아니야?”

 

 “응? 아니야. 저 사람, 보기보다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나도 믿어보려는 거지.”

 

 그 후 그녀가 ‘그가 검은 날개 기사단 단장을 맡고 있다’라고 한 말에 다들 깜짝 놀랐었다. 그가 수도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정보국 정보 요원의 대장이라는 얘기였다. 근데, 아무 경험도 없는 리엔을 데리고 간다는 것은.........

 

 “뭐, 일단 맡기로 했으니 열심히 해봐야지. 안 그래?”

 

 리엔은 해맑게 웃으며 자신이 입은 정복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이 말을 몇 달이 지나고서 후회 하게 되지만 말이다.

 

 

  - 관리관 집무실 -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집무실에는 어제처럼 한 명의 사람이 더 있었다. 리엔은 아델의 책상 맞은편에 앉아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관리관님. 전 뭘 하면 되는 거죠?”

 

 “음....... 일단, 저번처럼 나랑 같이 이 많은 산더미 서류를 정리하면 돼.”

 

 그의 가방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서류. 전임 관리관이 하던 것은 이만큼은 아니었던 같던데.

 

 “그리고 오늘 부로 이 부대에 있는 일반 병사들은 전부 퇴출시키려고.”

 

 “네? 일반 병사들이라뇨?”

 

 “정확히 말하면 서포터들 중에 일반인들만 다른 부대로 보낼까 싶어.”

 

 서류에는 병사들의 인적 사항들이 적혀 있었다. 그 서류의 대부분은 수인과 하만인 서포터들의 기록부들이었다.

 

 “서포터들이 부족한테 지금 여기서 그들을 빼겠다는 건가요?”

 

 리엔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의 의견에 반대했다. 안 그래도 부대의 서포터가 많이 줄어든 상황인데 다른 곳으로 전출을 보낸다니.

 

 “맞아. 지금 서포터들이 부족하긴 하지. 그래서 위에다가 부탁을 좀 해놨어. 새로운 사람들을 보내줄 수 없냐고.”

 

 아델은 침착하면서도 무엇인가 결심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서류 뭉치를 꺼내들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제 네가 그것을 심사하면 되는 거야. 너도 분명 마음에 들 거고.”

 

 리엔은 그에게서 받은 서류 뭉치들을 보고 또 한 번 놀랐었다. 그들의 대부분이........

 

 “레프레아들 이라고요?”

 

 “무조건은 아니고. 그리고 그 사람들 섭외하느라 조금 힘들었다고.”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싸움이랑은 무관하다시피 하는 종족인 레프레아. 그들은 리엔처럼 따로 나오지 않는 이상, 전설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고향’에서 사는 신비의 종족이었다.

 

 “이 분들은 고향에 지내고 있을 텐데........ 어떻게.......”

 

 서류를 둘러보던 그녀는 낯익은 이름들을 몇 개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뜬 채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 사람들이랑 나랑 알고 지내는 사이였거든. 흔쾌히 도와준다더라고. 자, 이제 시작하자고!”

 

 아델은 웃으며 서류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왼쪽 편에 쌓는 것은 전출. 중앙은 제대. 오른 쪽은 보류.

 

 차곡차곡 쌓여가는 서류들과 분주히 움직이는 펜들의 소리가 집무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서류를 정리하는 것에 도가 튼 것인지 몰라도 그의 속도는 리엔이 따라 잡기에는 매우 힘들었지만, 리엔도 리엔 나름 서류를 훑어보고 정리를 하며 그와 비슷한 속도로 서류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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