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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꼭두가시
작가 : Ulyss
작품등록일 : 2018.7.23

판타지 느와르.
밤비노 패밀리의 잔혹한 후계자 계승전.
나방파, 홀잎파, 본토파 그리고 정부 세력들까지.
동맹, 배신, 음모, 함정, 모략, 반전.
과연 최후에 밤비노 패밀리를 접수할 카포는?

 
30. 완전히 져버린 하나의 해
작성일 : 18-08-29 15:21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8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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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조건은... 우선 나를 살려주는 건 당연해불고, 내가 일전에 맡던 사업장을 그대로 운영하게 해주드라고!”

 

 “안 돼! 형은 뒤가 졸라게 구려서 뭔 일을 꾸밀지 알 수 없어. 사업장은 안 돼. 살려만 주지. 크크크.”

 

 “대신 나가 홀잎파의 이름을 버리고, 나방파 이름으로다가 사업장을 운영해 불 것이여! 나를 준 나방파 단원으로 다시 받아 주드라고.”

 

 “싫어. 제 발로 나간 사람을 다시 받아달라고? 장난해? 형은 자존심도 없어?”

 

 “시방 손발이 다 잘려부린 마당에 나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드나? 나가 힘을 유지하고 있지 않아불면 너가 난주에 혼자서 체사레 쉐키를 재껴불기 어렵지 않겄냐? 나가 니 칼자루가 될텡께 나를 다시 키워서 고놈 접수할 때 이용하드라고~ 나도 우리 듀몽이 복수는 해야제. 나가 체사레만 죽여불면, 너가 고 다음엔 나를 죽여불던 살려불던 알아서 하드라고! 난 오로지 체사레만 죽여불면 여한이 없응께.”

 

 티거모테는 비장함과는 거리가 먼 야프에게서 처음으로 진지한 모습을 보고선 꽤나 당황했다. 항상 능글능글 뒤에서 더러운 일을 꾸미는 데에 능한 야프의 눈빛에서, 진솔한 분노를 보았기 때문. 야프가 내건 조건은 솔직히 조금 과했지만, 비장한 각오로 본인이 아끼는 부하의 복수를 하겠다는 그의 결연한 모습이 티거모테의 마음을 흔들었다. 계산적으로 접근해 보아도 훗날, 자신이 빅 보스가 되면 가장 눈엣가시는 체사레일 터. 그런 2인자 체사레를 3인자를 이용하여 처리하면 나방파는 피 한 방울도 묻히지 않고 패밀리 내 최대 정적을 제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선다.

 

 “키키킥. 하여간 요런 복잡한 일에서 능구렁이 같이 잘 빠져나간다니까. 키킥. 좋아. 내가 빅 보스가 되면 형을 살려두고 사업장도 유지시켜 주지. 체사레를 명분 없이 재껴버리면 패밀리 내의 반발이 졸라 심할 테니깐. 크크크. 내가 친히 형으로 체사레를 재낄 칼로 써주지. 크크크. 어차피 형은 체사레한테 먼저 공격 받았으니까, 나중에 둘이 싸워도 다른 카포들도 토를 달 순 없겠지.”

 

 “잘 생각했어라. 역시 우리 티거는 옛날부터 잔정이 많아부러~”

 

 “닥쳐! 그렇다고 내가 형을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기어오르지 마쇼. 우리 빨리 번개쟁이나 잡아야겠지? 그 새끼 위치나 내 놓으쇼.”

 

 “에~이. 티거야. 고건 아니제~ 고 위치는 시방 내 생명줄과도 같아분디. 히힛. 나가 여서 위치를 말해불면 너가 나를 죽여불고 갈 거자네~ 히힛. 긍께 나가 길을 직접 안내 해불 것이여~”

 

 “뭐야? 이런 씨발! 이 능구렁이 새끼가 끝까지... 에혀~ 좋아. 아페야 불박쥐 한 마리 가져와라. 어이 형. 불박쥐 탈 줄 알지? 길을 안내하쇼. 지금 간다.”

 

 “워~워~ 아따 티거야. 뭘 그리 일을 급하게 처리해분다냐.. 번개 쉐키는 어차피 다른 동료들을 기다리느라 며칠 더 있을 거이여라. 우덜이 불박쥐로 날아가면 하루도 안 걸려서 가불 수 있는디, 좀 더 확실하게 준비 하고 가드라고! 글고 나가 10년 만에 첨으로 불박쥐 타부는 거니께 오늘은 쪼까 연습 좀 해야 쓰겄다잉. 히힛.”

 

 빠드득-

 

 “후- 이런 씨발 약쟁이 능구렁이 새끼... 후- 후- 후- 내가 참자.. 참자... 시발 거기에 번개쟁이 없기만 해봐라.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릴 거요. 좋아.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 그때까지 불박쥐 타는 감을 다 찾아놓으쇼.”

 

 “히힛. 당근이제~ 나가 절뚝이가 돼서 그라제, 너도 알다시피 일전엔 운동신경 살발했어야~ 기억 안 나냐이? 나가 하룻밤 안에 일전 실력 금방 찾아둘텡께, 시방은 전투 준비나 하더라고! 산불 내는 거 말고 다른 전략이라도 있어야?”

 

 “나방파는 어차피 개개인이 다 강해. 그냥 불 지르고 박살내면 돼.”

 

 “흐미... 흐미.. 요 세상 물정 모르는 티거 우짜쓰까이... 흐미.. 너는 시방도 고놈들 전투 능력 파악이 덜 돼 부러쓰야? 안보국 한 팀도 단 세 명한테 발려부렀고, 우덜 홀잎파도 한 번 발렸지라.”

 

 “그런 족밥들이랑 우리를 자꾸 비교하지 말라고 일러뒀을 텐데?”

 

 “에혀... 고놈들은 온전한 8명 팀을 만들자마자 탁심으로 모험을 떠난다더라고라. 글고나서 탁심에서도 더 먼 동방으로 간다더라고라. 동방까지 갈 계획 세운 녀석들이면 어느 정도일지는 너가 잘 알아서 판단해 보드라고. 고 합류하러 올 동료들도 겁내 강해불지 않겄냐잉?”

 

 번개쟁이 팀이 동방으로 갈 계획이란 말에 나방파 막내 바스쿠의 눈빛이 몹시 흔들린다. 그도 어떤 연유로 홀로 탁심을 거쳐 동방으로 가려다가 나방파에 잡혀있는 신세이기 때문. 티거모테는 한참동안 생각하더니 나직이 말한다.

 

 “흠... 동방을 모험할 모험가들이라... 씨발. 그래서 우리 베아하고 포겔이 쉽게 당했나보군. 개새끼들...”

 

 “웜머? 니덜 두 명 당해부렀어야? 워메? 글고보니 우리 섹쉬한 벌레 젖이 안 보이는 구마잉... 흐미.. 가여븐 우리 벌레 젖이.. 이 오라비가 복수해줘야 쓰갔구마잉. 히힛. 그럼 간부들은 총 12명에서 두 명 빠져서 10명 이드냐?”

 

 “아니. 우리 막내는 불박쥐를 못 타서 여기에 남아있어야 해.”

 

 “흐미.. 그라믄 아무나 세 명 더 추가해서 12명 맞춰 가불자고! 나까지 13명이서 확 급습해불면 충분히 잡아불 수 있지 않건디? 나랑 딜쳐 분 번개쟁이 동료 놈은 아마 우덜 편에 서불 것이여! 글고 고놈이 말했지라. 고놈들 중 몇 명은 아직 서로의 능력을 모르는 상태라 합을 맞춰 본 적도 없다고. 고 정도믄 우덜이 겁낼 필요 없겄제? 잘 짜여진 8명 모험가 팀이 무서븐 거지, 중구난방 팀에 배신자 한 명까지 껴있는 8명은 좆도 없겠지라. 우덜 마피아는 개인 난전에는 겁내 강해붕께. 히힛.”

 

 “일단은 희소식이군. 형도 우리 나방파의 무력을 잘 알텐데?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다. 그리고 우리가 불 지르고 급습하면 그놈들이라고 별 수 없을 거야.”

 

 “글제. 거따 나까지 가세해부렀으니 어마무시해불제~ 히힛. 내 능력도 니덜 전략에선 겁내 좋지 않았었드냐잉? 히힛. 13 대 7인디 충분하지라! 그럼 번개쟁이는 죽이는 게 아니라 붙잡는 걸로다가 쇼부 본 거다잉?”

 

 “시발 한 번 말하면 됐지. 몇 번을 확인하는 거쇼? 번개쟁이는 붙잡아도 나머지는 싸그리 죽여 버릴 거야. 크크크.”

 

 “흠.. 그래도 제법 쓸 만한 녀석들이 있어서 아까븐디.. 뭐 일단은 고놈들 처리는 난주에 생각하더라고. 글고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는디...”

 

 “아! 또 뭐??”

 

 “나가 몇 번이나 퉁수를 맞아서... 혹여나 체사레 쉐키나 풍데이 쉐키들이 베샨야이서 냄새 맡고 따라 올까봐 쪼까 걱정은 되는 구마잉..”

 

 “흠.. 하긴. 형제를 재낀 새낀데, 또 우리를 또 방해할 수도 있겠네. 일단 우리는 불나방으로 하루면 날아가니깐 쉽게 쫓아오진 못할 거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길목에 망을 하나 세워두는 게 좋겠지?”

 

 “이이. 근디 괜스레 나방파로다가 망 세웠다가 역으로 추적 당해불믄 우짠디야? 니덜 겉모습이 겁나 화려해부러서 ‘나 나방파요!’라고 드러내자네.. 체사레하고 풍데이들은 겁내 교묘해서 위험할 수도 있어분디..”

 

 티거모테는 한참 동안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손가락을 크게 튕기며 막내 간부인 바스쿠를 부른다.

 

 딱-

 

 “아 맞다! 우리에겐 조커가 하나 있지! 막내야! 일로 와봐! 너도 내일 말 타고 출발해라. 여기서 동쪽으로는 길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너가 그 길목 중간에서 망보고 있다가 체사레나 풍뎅이 새끼들 지나가면 빠르게 편지 날려. 어차피 널 나방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니깐. 쫄지 말고. 크크.”

 

 “웜머? 우리 티거가 인자 대굴빡 좀 굴려부는 구마이!! 조커도 둬불 줄 알고! 히힛. 동쪽 길로 말 타고 한 이틀정도 쭉 달려와 불면 거대한 호수가 나올 거이여. 번개쟁이가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응께 니 막내를 고 호수 근처 길목에서 망보게 하드라고! 고 정도 거리면 비상상황에 편지를 날려도 순식간에 우덜이 받아보고 대응할 수 있어붕께.”

 

 “크크크. 큰 호수 근처라.. 막내야! 너 그 정돈 할 수 있지? 호수 근처 길목에 자리 잡고 똑바로 감시해라. 우리랑 관계없는 모험가인 척 똑바로 하고. 그게 니 마지막 임무가 될 거다. 그것만 끝나면 곧바로 값을 지불하고 자유를 주지. 키킥.”

 

 “예.”

 

 그렇게 나방파와 야프는 오후 내내 다음날의 결전을 철저히 준비하며 날카롭게 칼을 간다.

 

 

 ***

 

 

 한창 야프와 티거모테가 번개쟁이와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던 오후 두 시 경. 밤비노 패밀리의 본거지인 로미텔리 아나키의 살가리 섬. 치매 걸린 밤비노를 거의 24시간 간병하느라 붙어있는, 네 번째 부인, 지울리아의 유일한 휴식 시간. 점심식사 후에 어린아이처럼 항상 낮잠을 청하는 밤비노를 겨우 재워 놓은 그녀는 유일한 휴식시간을 즐기기 위해 밤비노 대저택 내의 정원에 앉아 티타임을 갖는다. 대저택 내에서 밤비노의 방과 정원은 그의 가족과 살인회사 요원 몇 명만이 출입할 수 있는 철통보안. 지울리아는 언제나 티타임만큼은 밤비노와 살인회사 요원들에게서 벗어나 홀로 정원을 거닐며 자유를 만끽한다. 한 겨울의 한파 속에서도 그녀는 두꺼운 옷을 입고선 정원을 거닌다. 그녀는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남긴 채, 홀라당 벗겨져있는 볼품없는 정원의 식물들마저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어루만져준다.

 

 “흐음-! 하아-!”

 

 그녀가 크게 숨을 들이켜 내쉴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이다. 하지만 차고 깨끗한 공기가 오히려 그녀의 폐를 더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차가운 공기마저 좋아하는 그녀에게도 오늘 겨울바람은 유난히 더 스산하다.

 

 “으~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어서인가? 오늘따라 유난히 공기가 차네.”

 

 잎사귀를 모두 털어내고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정원 식물들의 앙상한 가지 사이로, 겨울 공기보다 더 냉랭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 살기의 주인공들은 바로 체사레의 ‘지울리아 암살 지령’을 받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식물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는 비아지오와 본토파 식구 두 명. 허락된 사람 외에는 들어올 수 없는 이 정원에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숨을 죽여 지울리아가 좀 더 정원의 깊숙한 곳까지 걸어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들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지울리아는 한 걸음, 한 걸음 정원 깊숙이 들어간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을 암살하려고 잠입한 세 명의 모습을 보지 못하곤 그저 콧노래만 흥얼거리며 그대로 지나쳐버린다. 비아지오는 양옆의 부하들에게 눈짓을 하고 앞장서서 나간다.

 

 후드득! 우지끈!

 

 마른 나뭇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에 놀라 콧노래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지울리아.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누.. 누구죠? 다.. 당신은.. 비아지오? 다.. 당신이 왜 여기에..? 호.. 혹시 체사레 카포가..?”

 

 채래채래챙 챙!

 

 비아지오는 그녀의 물음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로 양손을 움직여 그의 멜빵 뒤에 숨겨진 수천 개의 바늘을 일시에 뽑아냈다. 바늘들은 전부 지울리아를 향해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 위협적으로 공중에 떠 있다.

 

 “비.. 비아지오? 지.. 지.. 지금 이.. 이건.. 배.. 배신행위인가요? 서.. 설마... 체사레 카포가 저.. 절 죽이라고..?”

 

 비아지오와 부하 두 명은 말없이 지울리아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자.. 잠깐만요!! 왜.. 왜 힘없는 저를 죽이려는 거예요? 서.. 설마.. 체사레는... 그 이를 죽이고 패밀리를 접수하려는 건가요?”

 

 그녀는 죽음이 코앞까지 와있는 상태에서도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가지 않고, 제법 의연하게 남편 걱정을 먼저 했다. 3미터 남짓 거리까지 다가온 세 명 앞에서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지울리아의 기지에 비아지오는 내심 감탄한다. 하지만 꾸물거릴 시간이 없는 그는 손을 천천히 앞으로 들어 올리며 그녀에게 나직이 말한다.

 

 “배신자 지울리아에게 체사레가 안부를 전한다.”

 

 용감하게 꿋꿋이 버티고 서있던 지울리아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린다. 비아지오는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천천히 편다.

 

 푸-욱! 솨샤샤샥!!

 

 “커-헉!”

 

 후두두둑!! 챙그랑! 챙그랑! 챙! 채재쟁! 챙!

 

 ‘!!!’

 

 실 같이 가느다란 금속다발이 땅 위로 떨어지면서 서로 부딪혀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다.

 

 “크-흑... 네.. 네 놈들... 어.. 어째서.. 날? 설마?”

 

 양쪽 옆구리를 깊게 찔리고 베여 땅바닥에 손을 짚고 겨우 버티고 있는 비아지오. 그는 갑자기 자신을 공격한 양옆의 부하들을 노려보다가 정면에 서있는 지울리아를 죽일 듯이 쳐다본다. 지울리아는 언제 겁에 질렸었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비아지오에게 말한다.

 

 “호홋. 비아지오.. 그러게 왜 배신행위를 하게 되어서 이렇게 허무하게... 호홋.”

 

 “크-윽.. 이 개새끼들... 니들이 감히 체사레 카포를 배신하고.. 배신자인 저 년한테 붙은 거냐?”

 

 “어머. 비아지오. 무슨 말이죠? 제가 배신자라뇨? 지금 이런 일을 저지른 비아지오, 아니 당신에게 명령을 내린 체사레가 패밀리에 대한 배신행위 아닌가요?”

 

 “닥쳐!! 네 년이 아버지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걸 다 알고 있다!!!!”

 

 “호홋. 비아지오.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측을 하나요? 저는 담이 작아서 그런 큰일을 벌이지 못해요. 가여운 비아지오... 바보 같은 카포에게 충성한 대가가 죽음이라니.. 미안해요.”

 

 비아지오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태로도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어 그의 바늘 몇 개를 지울리아에게 날린다.

 

 휘익-

 

 푸-욱! 솨샤샥!!

 

 “끄아악!!”

 

 바늘이 지울리아에게 닿기도 전에 그의 부하의 단검이 심장을 뚫어버렸다. 비아지오의 심장에 있는 헬릭 포켓이 파괴되어 지울리아에게 날렸던 바늘 몇 개가 피 한 방울 보지 못하고 힘없이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털썩-

 

 겨우 붙어있던 비아지오의 생명줄이 끊어져, 땅을 짚고 버티고 있던 그의 몸이 힘없이 땅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렇게 밤비노의 정원 길 한 곳에 고인 붉은 웅덩이가 찬 공기에 쓸쓸히 굳어져간다.

 

 

 ***

 

 

 다음날 이른 아침. 시린 겨울 아침 공기를 맞으며 나방파의 전 간부들과 야프가 떠날 채비를 모두 끝내고선 한데 모여 있다. 티거모테가 비장한 말투로 모두에게 외친다.

 

 “자! 우리 베아하고 포겔이 저렇게 만든 새끼들 조지러 가자! 그리고 번개쟁이는 반만 죽여서 뇌신교한테 넘기고선, 이 지겨운 계승전을 끝내자고! 여기 남아있는 백 명은 항시 출동할 대기타고 있어라. 만약 뭔 일이 생겨서 너희에게 내 편지가 도착하면, 산불을 낸다는 말이니까. 다 때려 부술 준비하고 곧장 튀어 와라! 알겠냐?”

 

 “네!!”

 

 티거모테가 본인의 그리핀에 오르자 12명의 인원들은 각자의 불박쥐에 올라탄다. 유일하게 말 위에 올라타는 막내 바스쿠에게 티거모테가 말한다.

 

 “막내야! 넌 고생 좀 해라. 혼자 모험하고 야영하는 게 좀 빡세긴 할 거다. 그래도 넌 충분히 강하니까 혼자서 올 수 있지? 크크크. 뭔 일 있으면 즉각 편지 날려! 너한테 따로 명령내릴 게 있으면 편지 날릴게.”

 

 “네.”

 

 “좋아. 이번 일만 끝나면 넌 이제 자유의 몸이다! 약속대로 널 풀어주고, 또 탁심까지 갈 수 있는 뱃삯을 지불하지. 키킥. 좋아! 얘들아!! 가자! 어이! 형! 앞장서서 안내하쇼. 번개 새끼가 있는 곳으로.”

 

 “그려! 아따 나도 올만에 불박쥐 타붕께 겁내 설레부는 구마잉~ 히힛. 내 뒤를 바짝 쫓아 오드라고! 번개 쉐키가 있는 곳으로다가 나가 겁내 스무스하게 모셔줄텡께. 히힛.”

 

 파닥 파닥 파다닥!

 

 훅- 훅- 훅- 훅-

 

 불박쥐들과 그리핀이 강하게 날개 짓을 하여 일제히 공중으로 떠오른다. 그들의 표정은 동료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오른 비장함과 나방파가 패밀리의 주인이 될 거란 기대감이 한데 뒤섞여서 사뭇, 오묘하다. 공중 몬스터들의 날개 짓으로 피어오른 건조한 먼지바람을 뚫고, 홀로 외로이 말을 달리기 시작하는 바스쿠. 원래 티거모테는 그를 거점에 남겨 베아모테와 포겔모테의 돌보도록 하려 했었다. 하지만 나방파 식구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점 때문에 감시자로 쓰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별로 부려먹지 못한 비정규 계약직에 대한 억울함 때문인지, 아니면 혹시라도 바스쿠가 홀로 야영을 하다가 중간에 몬스터를 만나 죽으면 비싼 뱃삯과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못된 심보 때문인지, 그를 끝까지 유용하게 부려먹기로 결정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꼭 동방으로 갈, 아니, 적어도 탁심까지만 이라도 갈 뱃삯이 필요한 바스쿠는 홀로 위험한 동쪽 길을 따라, 무거운 닻과 작살을 등에 맨 채로 말을 달린다.

 

 오후 5시 경. 거의 쉼 없이 말을 달려온 바스쿠의 배꼽시계가 미친 듯이 울려댄다.

 

 꼬르륵.. 꼬르르르륵

 

 ‘흠.. 배가 몹시 고프군. 해도 슬슬 져가고.. 야영지를 찾아야겠군.’

 

 바스쿠는 길옆의 수풀지대로 들어가 평평하면서도 안전한 장소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너무나 빼곡히 자라있는 나무들로 인해 만족할만한 야영장소를 찾지 못하고 계속 깊숙이 더 들어가기만 할 뿐.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바다의 남자인 그에게 쥐약인 산간 지역은 아니라서 말에서 내려 꼼꼼히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는 데에 큰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 마침내 찾은 최적의 야영장소.

 

 푸욱-

 

 그는 닻을 땅바닥에 힘껏 꽂아 반구형의 물 벽을 생성하여 혹시 모를 몬스터의 급습에 대비했다. 두터운 물 벽 안에서 안전하게 말을 묶어 놓고 텐트를 쳐 놓은 그는 불을 지필 땔감을 구하러 가기 위해 땅에 꽂혀있는 닻을 뽑아 다시 등에 맨다. 그는 하루 종일 달려 지쳐있는 말을 쓰다듬으며 나직이 말한다.

 

 “금방 다녀오마. 풀이나 뜯으며 쉬고 있어라.”

 

 주변에 땔감으로 적합한 나무가 없어서 꽤나 먼 곳까지 들어간 바스쿠. 마침내 바짝 말라있는 적당한 크기의 죽은 나무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닻과 작살에 감겨있는 끈으로 죽은 나무를 칭칭 감아 야영지로 끌고 간다. 아무리 힘이 좋은 그라도 바다가 아닌 이런 숲속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익숙하지 않아 쉽게 힘이 빠진다. 얼마 가지 못해 진이 빠져 나무에 걸터앉아 쉬기 시작하는 바스쿠.

 

 ‘후- 내륙 사람들은 체력이 장사군... 이렇게 야영지 꾸리는 것 하나 힘들어하는 내가 과연 동방으로 갈 수 있을까?’

 

 쉬는 동안 한참을 자책하던 바스쿠는 마음을 다잡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가 낑낑대며 나무를 끌기 시작하던 바로 그 때. 그의 귀에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생명체들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음? 뭐지? 몬스터 울음소리? 아닌데.. 흠.. 뭔가 싸우는 소리인가?’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려던 그는 야영지 근처에 있는 몬스터는 잠재적인 위협이 될 거란 판단을 내린다. 그는 땔감용 나무에 칭칭 감아 놓은 끈을 다시 풀어 닻과 작살을 들고 황급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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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 심부름 2018 / 7 / 31 309 0 6272   
13 12. 서로 다른 흥분 2018 / 7 / 30 300 0 7346   
12 11. 꼬챙이에 꿰인 시체들 2018 / 7 / 27 303 0 6597   
11 10. 계획 선회 2018 / 7 / 26 290 0 7173   
10 9. 기다리는 자들 2018 / 7 / 26 329 0 6885   
9 8. 각자의 방식 2018 / 7 / 25 312 0 6839   
8 7. 상호협력 2018 / 7 / 25 326 0 6987   
7 6. 아버지의 당부 2018 / 7 / 24 303 0 6215   
6 5. 쥐 잡이 2018 / 7 / 23 318 0 7482   
5 4. 후계자 계승전 2018 / 7 / 23 292 0 7129   
4 3. 기 싸움 2018 / 7 / 23 278 0 8048   
3 2. 불판 깔린 선착장 2018 / 7 / 23 274 0 7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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