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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잘자남? 못자여!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8.7.25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후 꿈속에서라도 아내를 더 보기 위해 잠을 고집하는 남자와 악몽으로 쉽사리 잠에 들 수 없는 여자의 만남 그리고...

 
2. 금요일은 대개 재수가 없더라
작성일 : 18-07-25 02:50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3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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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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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눈을 뜬 공간은 암흑이었다. 눈을 감고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어둠 속에서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숨을 느리지만 아주 크게 들이마셨다. 그의 코끝으로 아늑하고 익숙한 냄새가 느껴졌다.

 

  그는 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공간이었다. 단 두 가지의 세로로 된 선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하나의 선은 강렬한 붉은 선으로 간간이 새소리가 들려왔다. 또 하나의 선은 옅게 노란빛을 띠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유리에 부딪치는 쇳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별다른 고민 없이 붉은 선을 향해 성큼 다가서서는 그 앞에 섰다. 그리고 힘차게 그 선을 열어젖혔다. 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벌어진 틈으로 무수한 빛들이 맹수처럼 달려들어 그의 전신을 덮쳤다. 그는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렸고 팔을 들어 올려 자신을 방어하였다. 그러나 맹렬한 빛들은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져서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기세에 눌려 두어 발자국을 물러서고 말았다. 그의 반 발자국 앞에서 창틀 모양으로 그림자의 우리에 갇힌 햇살이 여전히 이글거리며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어둠은 도망쳐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서 움츠러들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네모난 창밖으로 무성한 녹음이 보였고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고 싱그러운 풀내음이 풍겨졌으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감각을 일깨우는 4중주를 들으며 그는 깊은 잠에서 드디어 눈을 떴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잘 정돈되어있는 아늑한 그의 방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조금 전까지 그가 누워있던 침대를 바라보았다. 침대는 그가 누웠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듯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맡의 탁자를 내려다보았다. 다 사용된 빈 갑티슈 아래로 휴대폰이 놓여있었다.

 

  그는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 시간은 12:20분을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휴대폰의 배경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그와 스킨십을 하고 있는 여자가 담겨있었는데 너무나도 다정한 모습이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어젯밤 그가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꿈 한번 더럽다.”

 

  그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커튼을 닫았다. 그러자 그의 뒤편으로 노란빛의 선이 다시 새겨졌다. 그는 그 빛을 향해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가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섰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거실과 연결된 부엌의 식탁에서 그의 남동생이 쇠 젓가락 소리를 내며 밥을 먹고 있었다. 그는 살짝 당황했지만 티 나지 않게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웬 일이야?”

 

  동생은 그를 한번 흘겨보더니 시선을 다시 밥에 고정시키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물었다.

 

  “네 형수가 차려준거야? 너 온다고 미리 말했으면 맛있는 것 좀 준비해놓으라고 했을건데...”

 

  “그만해”

 

  “이야~ 편드는 거야?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내 동생인데 밥이라도 맛있게 먹여야지... 아 그래서 얘가 안보였구나. 네 형수 뭐 사러 나가든?”

 

  “그만하라고!”

 

  그의 남동생은 소리를 질렀고 그는 주절거리던 입을 그대로 다물었다.

 

  “내가 반갑지? 나는 괴로워 이 정신병자야!”

 

  그의 남동생은 씩씩거리며 말을 이었다.

 

  “밥은 그만 먹을게. 형 얼굴 보니 영 밥맛이 없네. 나 먼저 가게로 가 있을 테니까 정신 차리면 그때 와.”

 

  그의 동생은 자신의 말을 마친 뒤 그대로 일어서서 현관문으로 나섰다. 그러더니 문 앞에서 크게 한숨을 쉬고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그리고 헛짓거리 할까봐서 미리 얘기하는데 형수 이미 죽었어. 그것도 3년 전에 죽었다고!”

 

  “야!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임마”

 

  화가 난 그는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그의 동생은 현관문을 세게 닫아버리고는 나가버린 뒤였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있어. 쟤는 어릴 때 좀 맞았어야 저 욱하는 성질을 좀 고쳤을 건데.. 내가 잘못했어. 내가! 쯧쯔쯔”

 

 그는 기가 찬 표정으로 혀를 차며 거실 소파에 퍼더앉았다. 그리고 그는 TV 리모컨을 집어 들다가 우연히 TV옆에 놓인 탁자달력을 보게 되었다. 탁자에는 금요일마다 붉은 매직으로 동그라미가 크게 처져 있었고 그 가운데에 병원이라고 적혀있었다.

 

  ‘뭔데? 왜 금요일마다... 병원은 또 뭐야? 그래서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그는 가만히 달력을 살펴보다가 찬찬히 몸을 일으켜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는 팔을 뻗어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금요일. 그가 요일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단축번호 1번을 마구 누르기 시작했다. 휴대폰의 대기음이 들리자 그는 황급히 귀에 갖다 대었다. 길어지는 대기음만큼 그의 입술은 바싹 타올랐고 그의 치아는 마주치며 딱딱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은 채 소리 샘으로 연결된다는 안내 음만 들려왔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의 심장소리가 요동을 쳐서 대기음이 거의 들리지 않게 되자 그는 수시로 화면을 확인하며 전화가 걸리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정확히 10번의 시도 끝에 그는 전화하기를 포기했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눈물이 차올라 글썽이며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전화의 대기음은 그리 오래 들리지 않았다.

 

  “동현아... 어... 그... 니...”

 

  그의 머릿속은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의 16중 추돌사고현장처럼 꼬여서 입 밖으로 차가 한 대도 나오지 못하는 그런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아직 정신 못 차렸네. 그래 뭐?”

 

  동생의 대꾸는 그의 상태에 비해 꽤나 퉁명스러웠다. 그는 운 좋게 멈춰선 차량들을 갓길로 모아 수습하기 시작했다.

 

  “달력이 금요일인데... 병원에 가야되나봐... 어디가 아픈 거지? 어디가 아픈지 왜 몰랐지? 아니 어쨌든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아... 지금 걱정돼서 죽겠는데... 너 알아? 우리 봄이가 어디 병원에 갔는지? 아니 우리 봄이가 어디가 아픈지? 아니 왜 혼자 간 거야... 너 뭐라도 아는 거 있어?”

 

  그는 횡설수설하며 진입한 순서대로만 차량을 통과시켰다. 잠자코 듣기만 하며 재해를 수수방관하던 교통관리국에서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한테 묻지 말고 자신에게 물어봐. 답은 이미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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