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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잘자남? 못자여!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8.7.25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후 꿈속에서라도 아내를 더 보기 위해 잠을 고집하는 남자와 악몽으로 쉽사리 잠에 들 수 없는 여자의 만남 그리고...

 
1. 취하면 속이 쓰려서 싫더라
작성일 : 18-07-25 02:49     조회 : 503     추천 : 0     분량 :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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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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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는 차 안에서 불현 듯 떠오른 생각이지만 역시 술은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도 눈이 풀린 탓인지 자꾸 시야가 흐려지고 있지 않은가. 희뿌연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그녀가 눈에 들어온다. 뭉개진 초점에 보정되어 더욱 아름답게 비춰지는 그녀의 옆모습. 네가 빛나고 있음은 비단 실내등 때문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조심스레 입을 열어 담대한 말을 내뱉었다.

 

  “오늘 예쁘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다만 눈부신 미소로 화답한다. 빛 번짐 때문에 정확하진 않지만 입술사이로 벌어진 새하얀 치아만은 명확하게 보인다. 네가 가장 좋아하던 말이니까 어쩌면 당연하게 여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제도 예뻤어.”

 

  이번에는 그녀도 반응을 한다. 살포시 고개를 돌려 싱긋 웃어준다. 마치 내게 다음말도 바란다는 듯이 말이다. 나는 그런 그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여기서 말문이 막혀버린다. 나는 그대로 실내등을 꺼버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눈을 가리던 흐릿한 결정들이 허벅지를 탁 치고 부서져 내린다. 저런 것들이 목구멍에도 가득차서 목이 잠겨버린 걸 테지... 오른손으로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차 창문을 내려 오른팔을 빼어 내밀었다. 서늘한 밤공기가 손에 한 움큼 쥐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한동안을 차갑게 식혀낸 손을 거두어 그녀의 뺨에 가져다댔다. 그리곤 황급히 손을 뗐다. 그녀는 그녀의 뺨만큼이나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말을 한마디라도 해준다면 좋을 텐데...

 

  운전석에서 망부석처럼 굳어 있는 그녀를 바라보자 또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양 볼을 감싸 쥔 채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곤 힘겹게 운을 뗐다.

 

  “내일도 예쁠 거야.”

 

  그제야 그녀는 씨익 웃으며 자동차의 속력을 높인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자 슬픔 위에 만족이 덧칠해졌다. 눈을 뗄 수 없는 저 환한 미소. 나는 저 미소를 보고 싶었다. 내가 그녀에게 푹 빠져 있는 동안 자동차는 어느새 산길을 지나 내가 사는 동네로 들어서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3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도로에는 우리 차량을 제외하고는 한 대도 다니지 않았고 인도에도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심장이 천천히 고동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듯이 머리가 아파오고 있었다. 속에서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참기 위해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는 어떤 소녀를 발견했다. 소녀는 교복을 입고 있었으며 빨간 가방을 메고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 오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나는 시선을 소녀에게 고정한 채 곁눈질로 차량시계를 확인했다. 3시 5분. 나는 운전대 위로 손을 올려 그녀의 손을 꼭 쥐고는 귀에 속삭였다.

 

  “사랑해”

 

  그 순간 차가 크게 꺾인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곧 이어 강한 충격이 차량을 통과하여 온 몸으로 전해진다. 그녀와 나의 몸이 둥실 떠오른다. 세 바퀴를 크게 회전한 후 뒤집힌 차량의 조수석 안전벨트에 매달린 내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눈앞이 캄캄해서 눈꺼풀조차 떠지지 않는다. 멈춰선 차 안에서 불현 듯 떠오른 생각이지만 역시 술은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도 속이 뒤집힌 탓인지 자꾸 속이 쓰려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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