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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7부 욕망과 능력의 조화
작성일 : 16-09-12 17:11     조회 : 468     추천 : 0     분량 : 5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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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능력보다 큰 욕망 때문이다.

  행복하고 싶다면, 욕망과 능력을 조화시켜라.”

 

 

  봉구가 사랑마을학교의 운영을 맡은 것은 오년 전의 일이었다. 육년 전, 교육부에 사표를 내고 사무관을 그만 둔 봉구는 자신의 집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봉구는 석달 만에 자신의 전공인 과학 교육과 관련된 책의 집필을 끝냈다. 대학에서 생물교육을 전공했고 과학 교육과 관련한 박사학위 소지자인 그로서는 오래전부터 계획 했던 일이기도 했다.

  '도봉구의 과학교실'이라는 제목의 그의 책은 과학 분야의 대부분을 총망라한 책으로 청소년에게 주는 일종의 과학 교과서였다. 현재의 교육과정과는 별개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십대들이 꼭 알고 있어야 할, 혹은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될 만한 과학 지식을 토대로 봉구가 직접 풀어서 작성한 것이었다. 물론, 내용 선정은 봉구 자신이었다. 생활주변의 사례와 실험, 실습, 이론을 한데 모아 쉽게 풀어 쓴 상권과 심화된 부분들의 이론을 중심으로 기술한 하권의 두 권으로 구성되었다. 봉구의 초고에 도통 관심이 없던 출판업자들은 봉구의 이력을 듣고는 상당히 흥미로워했다. 봉구는 온전히 책의 내용으로만 평가받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봉구의 이력과 상관없이 책의 내용 자체에 관심을 보인 작은 신생 출판사를 선택했고, 우연한 기회에 강남 엄마들의 입소문으로 중고등학생의 비공식적인 필독도서로 자리매김하면서 방송에 출연하여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출연조차도 S대 출신의 박사학위 소지자, 행정고시 패스라는 봉구의 이력이 후광 효과로 작용했음은 불편한 진실이다.

 

  상돈이 봉구를 찾아온 것은 봉구가 책을 출판하고 유명세를 타던 그 무렵이었다. 당시 봉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아이의 과외를 원하는 극성 학부모부터 방송섭외, 학원가, 인터넷 강의 업계 관련자들까지 오는 전화를 모두 받다가는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상돈은 대학 동문이었고 봉구와 함께 학교를 다닌 적은 없는 사이였다. 따지자면 몇 해 선배였다. 봉구의 사범대 선배의 소개로 만난 상돈은 처음부터 봉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몇 번의 술자리를 통해 그들은 호형호제 하게 되었다.

  - 내가 경영학 전공한 거 알지? 우리 부친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교사가 되길 바랬어. 나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정말 싫었어. 나는 학교를 다니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일부러 부친 앞에서 삐딱하게 굴었지. 경영학과를 지원한 것도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었고.

  - 형, 절대로 돈을 벌려고 책을 썼던게 아니에요. 내 책을 보면 알겠지만 그걸 읽고 학교 시험을 잘 맞거나 좋은 학교에 갈 수는 없어요. 나는 그런 목적으로 책을 쓴 게 아니에요. 난, 단지 아이들이 유의미한 것들을 배우기를 원했을 뿐이에요. 나는 돈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들은 만나면 주로 술을 먹었고 서로 동문서답의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이 만남의 대부분이었다.

  - 정말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잖아. 우리 부친은 나를 한심하게 생각해. 본인이 하던 작은 공장을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키워놨는데도 아직도 나를 돈만 아는 벌레 취급해. 사는 것이 그런 것 아니냐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뭐가 중요하겠어?

  - 사람은 돈만으로 사는 것 아니야. 형. 알잖아요. 돈은 부수적인 거에요. 형은 아직도 그걸 깨닫지 못한거에요?

  상돈과 봉구 사이에는 이를테면 벽이 있었다. 그 둘은 물과 기름처럼 상극이었다. 초반의 호기심이 시들해지고, 봉구가 상돈을 만나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할 때 즈음, 상돈은 자신이 봉구를 찾아온 진짜 이유를 드러냈다.

  - 오늘은 내가 용건을 말할게. 내가 부탁하면 절대 거절하면 안된다.

  - 무슨 일인데, 그래요?

  - 내가 저번에 얘기했지. 우리 부친이랑 나랑은 전혀 다르다고. 그래서 어쩌면 너랑은 잘 통할거야. 너와 우리 부친, 닮은데가 많거든. 우리 부친이 십년도 전에 A시와 인접한 산골에 학교를 하나 지어서 운영하고 있었어. 그 동안 사촌 중에 관심 있는 분이 맡아서 운영을 하셨거든. 그런데, 그 어른이 얼마 전부터 건강이 안 좋으셔서 학교 운영이 힘들다고 하셔.

  - 아... 그 때 말한 대안학교 말하는거에요, 형?

  - 응. 그래서 말인데, 네가 한번 맡아볼래? 너한테도 좋은 기회인거 같아서. 너 지금 특별히 하는 것도 없잖아. 책 쓰는 일이라면 거기서도 쓸 수 있고. 아이들도 가르칠 수 있고. 그 동안 얘기하던 너만의 교육을 거기서 펼쳐보는거야.

  - 형, 설레는 일이긴 해요. 정말 제 소신껏 운영해도 될까요?

  - 그래, 어차피 대안학교라서 네가 그렇게 얘기하던 제도권 교육과 별개로 운영할 수 있어. 네가 그동안 수없이 말하던 비제도권 교육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거지. 수락할거지?

  상돈에게 봉구를 강력하게 추천한 것은 다름 아닌 상돈의 부친이었다. 상돈의 부친은 자신이 설립한 사랑마을학교를 자신의 아들이 운영해 주기를 바랬지만 상돈은 어릴 때부터 셈과 이속 계산에 빨랐고 교육과 관련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동안은 교사 출신의 조카에게 학교 운영을 맡기고 있었으나 최근 조카의 건강이 악화되어 후임자를 구하던 중 TV에 출연했던 봉구를 보고 상돈에게 얘기를 꺼낸 터였다. 다행스럽게도 봉구는 아들과 같은 대학 동문이었고 상돈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대신 사랑마을학교만큼은 확실한 교육관이 있는 적임자에게 운영을 위탁할 것을 부탁한 상태로 한결 마음이 든든했다. 상돈은 주식을 이용한 사업 확장에 관심이 있던터라 부친의 요구를 숙제쯤으로 치부했고, 봉구를 통해 재빨리 해치우려 했다. 상돈에게는 사랑마을학교는 산골의 부동산에 불과했다.

 

  상돈의 부친과 봉구는 두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사랑마을학교를 처음으로 맡게 되었을 때와 인가에서 비인가로 결정이 나던 때였다. 두 번 째 만남에서도 상돈의 부친은 담담한 표정으로 봉구를 맞았다. 봉구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위축되어 있지도 않았다.

  - 자네,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나?

  - 네. 그 부분만큼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사장님께서도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자네는 사랑마을학교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나?

  - 저는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 자네가 생각하는 행복의 방법은 뭐지?

  - 자신의 욕망과 능력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삶입니다.

  상돈의 부친은 더 이상 말이 없었지만 사랑마을학교는 여전히 봉구가 운영하게 하도록 했다.

 

  처음부터 사랑마을학교가 봉구의 취지와 맞는 학교는 아니었다. 상돈의 사촌은 초등교사 출신이었는데 작은 아버지의 부탁으로 명퇴 후 사랑마을학교를 맡았다. 그는 최대한 기존의 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짰고, 대안학교에서도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게 되는 사랑마을학교 아이들이 졸업하면 일반적인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도록 제도권 교육을 그대로 가져와서 교육했다. 위치가 시골이고 학생수가 소수였으므로 사랑마을학교는 큰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자금 필요한 부분은 이사장인 상돈의 부친이 해결을 했으므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새롭게 사랑마을학교를 맡기로 한 이상 봉구에게 타협은 없었다. 인가가 취소될 것을 각오하고 봉구는 교육과정을 손질했다. 실제로 교육부, 교육청이 인가한 교과서를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고 과목의 구분도 현존하는 교육과정과 별개로 만들었다. 그로 인해 인가는 취소되었고 비인가 대안학교가 되면서 사랑마을학교를 나와서는 중학교, 고등학교의 검정고시를 따로 치뤄야 했다. 봉구는 제도권과 연계되는 교육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사랑마을학교를 통해서 자신이 꿈꿔온 교육을 실천하고 나누고 배려하고 싶었다.

 

  바로 어제 상돈은 사랑마을학교를 방문했다. 어쩐 일인지 상돈은 봉구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었다.

  - 영화에도 손익분기점이라는 것이 있잖아. 지금 이 학교 애들 스무명도 안돼. 네가 저녁이나 주말에 영재학교 특강만 진행하면 애들 모이는 건 금방이야. 홍보는 나한테 맡기고.

  - 형한테 항상 얘기했었지만 나는 그런데 관심없어요. 처음부터 돈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 것은 형이었어요. 형이 자꾸 이런 식이면 나, 학교 운영 곤란해요.

  - 너 이런 식으로 협박할래? 내가 너보고 그렇게 무리한 부탁하냐? 아니잖아. 평일 저녁 시간에 특강 두 번만 진행해달라고 하잖아. 내가 영재학교 관계자들하고 자리 한번 마련할게.

  - 형!

  - 아니 아니. 네가 혹시 필요할까 해서 그러는거지. 내가 네 실력 믿지. 너야 뭐 관계자하고 상관없이 실력만으로 애들 보낼 수 있는거 알지. 그럼, 그냥 특강만 진행해 줘. 어?

  - 난 분명히 안한다고, 아니 못한다고 얘기했어요, 형.

  - 내가 힘들어서 그래. 내가 하던 사업이 조금 힘들어. 오죽하면 내가 이러겠냐.

  봉구는 상돈을 돌아보았다. 상돈은 시선을 바닥에 떨구고 있었다.

  - 형, 사업이 힘들면 나랑 같이 여기서 농사 지어요. 그게 형 건강에도 좋아요.

  상돈은 낭패의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념한 듯 했다.

  - 녀석, 그걸 안 봐 주냐. 그래, 역시 네 신념은 확고하다는 거지?

  - 그래요, 형. 나는 교육이 입시와 돈에 휘둘리는 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야.

  상돈은 포기한 듯 화제를 돌렸다.

  - 그나저나 승희 애는 어때? 내 얘기 맞지? 애, 물건이지? 승희랑 다르다니까.

  봉구는 대꾸하지 않았다. 상돈은 얘기를 계속했다.

  - 애가 좀 특이한데, 벌써 네가 쓴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구. 승희는 전혀 여기에 관심없고 애가 우겨서 여기 오겠다는거야. 정말 하나도 안닮았지?

 

  내가 그의 저서를 처음 읽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한글을 모두 익혔던 네 살 때부터 일상 시간의 대부분을 독서로 보냈던 내가 그가 집필한 책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가 집필한 책 네 권 -두 권은 상하권의 셋트다- 을 모두 읽었고 가장 최근의 저서인 '학교를 넘어'에 나와 있는 그의 프로필에서 그가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음을 알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랑마을학교의 전반에 대해서 정보를 입수했다. 나 역시 고민이 없었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제도를 벗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다른 아이들이 학교의 졸업장을 취득하고 취업할 때 - 취업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 자기자식만 무언가 뒤쳐진다는 느낌이 드는 어머니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끝내 그 대안학교의 이사장과 교사가 자신의 대학 동문인 것을 알게 된 어머니는 못이기는 척 허락해 주었다. 물론 그 동안 연락이 뜸했던 자신의 대학 동창들을 통해 뒷조사를 하는 수고는 마다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대학 동창들이 모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마음이 이미 기울어있었으므로 크게 귀기울이지 않는 듯 했다. 어머니에게 나 역시 크게 자랑스러운 자식은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아직 가능성과 희망을 놓지 않았다.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의 전부는 욕망과 능력의 괴리에서 온다. 아이에게는 욕망과 능력이 비례할 수 있게 자신의 능력과 욕망을 절제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지금의 기성세대들에게 더 필요하다. 나는 불행한 어른들을 너무 많이 봤다. 내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학교의 교육은 욕망과 능력을 팽창시키는데 치중하고 있다. 아이들을 통해 그 부모들의 욕망 역시 더 커지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 아니다. 나는 그런 이유에서 사랑마을학교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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