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남매의 탄생
작가 : 요키언니
작품등록일 : 2016.9.11

 
남매의 탄생(2)
작성일 : 16-09-12 16:10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559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살다보면 별의 별 일이 다 생긴다. 그런데 별 일에도 정도가 있지 않나?

 

  경찰서에서 돌아온 이후, 우리 가족은 하나같이 예민했다. 아무래도 집에 도둑이 들어왔다 나갔으니 부모님이 흥분한 건 당연했다.

  새벽 내내 엄마와 아빠는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없어진 물건이 없나 살펴보았다. 장 속에 숨겨놓은 패물부터, 책상 위의 저금통까지 하나하나 철저히 확인하였다.

  하지만 나에겐 이미 도둑 나부랭이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도둑이 중요해? 도둑이 중요하냐고?”

 

  나는 소파에 팔짱을 끼고 앉은 남자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인간이 왜 우리 집에 있는데!”

 

  그러자 엄마와 아빠가 수심어린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얘가 정말 왜 이래. 아무리 1년 만에 보는 거래도 어떻게 오빠를 못 알아봐? 너 정말 어디 머리 박은 거 아니야?”

 

  부모님은 나를 아예 환자 취급했다. 나는 정말이지 환장할 것 같았다. 1년 만이라니, 이건 또 무슨 얘기인가. 나는 제대로 상황을 설명하라며 엄마, 아빠 뒤를 졸졸 쫓았다. 그동안, 남자는 재미난 구경이라도 하듯 우리를 지켜보았다.

 

  그러기를 한참, 마침내 시침이 4를 넘어갈 때, 부모님이 나를 붙들고 말했다.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일단 오늘은 쉬자.”

 

  “내일이면 뭐가 어떻게 괜찮아지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모두 예민한 거 같아. 내일 얘기해.”

 

  그렇게 부모님은 어거지로 상황을 정리하였다. 나는 납득하지 못하였지만 태연하게 안방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잡지는 못하였다. 잠시 후, 그때까지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도 몸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부엌 옆방으로 향하였다. 어? 저 방은 창고로 쓰는 방인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방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역시 말리지는 못하였다. 그러기엔 뭔가, 무서웠다.

  거실에 덩그러니 남은 나는 잠자코 내 방으로 퇴장하는 일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문을 잠갔다. 그것이 그 새벽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였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진 것 같았다.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상식적인 사례도 떠오르지 않았다. 누구에게라도, 어떤 말이라도 듣고 싶은 심정이어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교복 상의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무작정 최근 통화목록 상단에 있는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오래 갔다. 못 받나? 하긴 시간이 시간이라 못 받는 데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만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때, 기막힌 타이밍으로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눈물이 울컥 차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고, 나는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연실아.”

 

  김연실. 유치원에서 친구를 먹고,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는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나의 가장 친한 친구. 그녀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몇 신 줄 알아?”

 

  “응. 4시 반.”

 

  “어. 알고 건 거구나.”

 

  연실이가 한숨을 한 번 쉬었다. 그리고 용건을 물었다.

 

  “들어나 보자. 뭐야?”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말하였다.

 

  “대박 사건이야. 놀라지마. 나한테 오빠가 있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너무 놀랐나? 나는 다시 한 번 강조해서 속삭였다.

 

  “나한테 친오빠가 있다고. 지금 우리 집에 있어.”

 

  그래도 정적은 깨지지 않았다. 그래, 놀랄 일이지. 나는 재촉하지 않고 친구에게 시간을 주었다. 그러자 한참만에야 연실이로부터 반응이 돌아왔다. 그녀는 긴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도진 오빠 돌아왔어?”

 

  어? 나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었다. 온 몸에 소름이 좍 돋았다. 도진 오빠 돌아왔냐고? 어째서 나도 모르는 내 오빠를 네가 알고 있는 거지? 갑자기 가장 가깝던 친구가 낯설게 껴지고, 이 이야기를 더는 진전시켜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직감이 들었다. 내가 정적을 유지하자, 이번에는 저쪽에서 나를 불러왔다.

 

  “여보세요. 서유진. 듣고 있어?”

 

  나는 요동치는 심장을 겨우 부여잡고 핸드폰을 다시 귀에 대었다. 그리고 심장만큼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천천히 말하였다.

 

  “어. 돌아왔어. 새벽에 미안. 내일 보자.”

 

  수화기 너머로 왜 그래? 괜찮아?,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말도 안 돼.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뭐에 홀린 듯이 책장까지 기어갔다. 그리고 미친 듯이 앨범을 끄집어냈다.

 

  앨범 안에는 사진이 년도 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나의 과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사진들. 보행기를 타고 있는 사진, 유치원 장기자랑 사진, 제주도 여행 사진,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 사촌언니 결혼식 사진, 중학교 수련회 사진. 고등학교 축제 사진.

 

  나는 개중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는 사진들을 죄 꺼내었다. 내가 모르는 남자 아이나 청년이 등장하고 있는 사진은 모조리 꺼내 바닥에 깔았다.

 

  날이 밝아올 때 쯤, 나는 방 한 가운데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방바닥에는 온통 정체불명의 남자가 찍힌 사진 천지였다.

 

 

 

 

  백도진.

  그는 올해 나이 23살. 명문 체대생. 현재는 어학연수를 마치고 휴학 중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등장하였다. 그의 등장 시점은 최근이지만, 역사는 훨씬 오래된 듯 했다.

 

  오빠의 등장 이후 며칠 동안, 우리 집에는 친척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대개 오빠의 귀국을 축하한다는 용건이었다. 처음에 나는 우리 집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바락바락 우겨댔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어른들의 질타와 눈총뿐이었다. 집에서 첫째인 백도진은 부모님 및 친척들과 상당히 긴밀한 유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집 안에서의 이러한 형국은 집 밖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내 친구들은 모두 나를 오빠 있는 애로 알고 있었다. 이제와 난 외동이잖아, 라고 주장해봐야 믿어줄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하긴 당사자인 나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누군들 믿어줄까. 오히려 이런 식의 주장을 계속했다간, 어느 날 내가 정신병원에 끌려가서 감금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보다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로 했다. 백도진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증거. 예를 들면, 가족등본 증명서, 학교 재적 기록, 군대 관련 기록 같은 것들. 그런데 웬걸. 사문서 공문서 할 것 없이 모든 기록을 뒤져보아도, 그의 과거에는 어떤 구멍도 없었다. 심지어 백도진의 학교 은사라는 분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을 때도 작은 틈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이 모든 노력의 결과는 하나로 귀결되었다.

 

  이 세상에서 백도진의 위치는 상당히 공고하다.

 

  결국 그가 등장하고 이 주 후, 나는 생각의 전환을 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면전을 피하고, 때를 기다리며, 반격을 노리는 방향으로 말이다.

 

  살다보면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난다. 물론 별 일에도 정도가 있긴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 그 일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는 상관없다. 정말 꿈이라고 믿고 싶을 만큼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해도, 일단 일이 벌어진 순간 모두 마찬가지이다.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한다.

 

 

 

 

  그 날 이후, 세 달 째, 나는 그럴듯한 여동생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 정글에 떨어지든, 사막에 떨어지든 정신만 차리면 사는 것이 인간. 어느 날 하늘에서 오빠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나름의 노하우만 터득한다면 못 살 것도 없었다. 처음엔 존재 자체로 무서웠던 그도 한 집에서 먹고 자고 살다보니 별 거 아니었다.

 

  어느새, 나는 백도진을 오빠라고 부르는 데 익숙해졌다. 함께 식사를 하고, 가끔씩 통화를 하고, 필요에 따라 옷가지나 먹거리를 챙겨주는 일에도 거부감이 없어졌다. 나의 연기가 얼마나 완벽했냐면, 한 집에 사는 부모님마저 속을 정도였다.

 

  하지만 연기는 어디까지나 연기일 뿐. 아무리 편해져도, 백도진을 진심으로 오빠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주위에 보는 눈이 사라지면, 나는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내었다. 백도진을 외면하고 적대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와의 동거에 익숙해진 뒤에는 대놓고 따져 묻기도 하였다.

 

  “당신 정체가 뭐야? 내 주위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뭐,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이랬지만.

 

  “재밌냐? 그만 해라.”

 

  백도진의 연기는 나보다 더 완벽했다. 그는 나와 단 둘이 있을 때도 틈을 보이지 않고, 끊임없이 오빠 행세를 해댔다. 가끔은 그가 스스로를 정말 내 오빠라고 믿는 것 같기도 했다.

 

  뭐 덕분에 나는 3개월이나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진실과 관련한 어떠한 힌트도 얻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3개월이나 관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어떤 수상쩍은 움직임도 포착하지 못하였다.

 

  이제까지 남몰래 한 관찰에 따르면, 백도진은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생활패턴을 유지하였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조깅을 하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친구를 만나고, 그 외 시간에는 집에 있었다. 그게 다였다. 정말로, 관찰 자체가 허무할 정도로, 그는 집에만 있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귀가한 식구들을 맞아주는 것이 전부였다. 어떤 때는 저거 텔레비전 못 봐 죽은 귀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는 다음의 의문들이 깊어지는 걸 느꼈다.

 

  첫 번째 의문, 백도진의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 집은 평범한 집이다. 떵떵거리고 사는 부잣집도 아니고,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집도 아니다. 아빠는 평범한 공장 관리자이다. 내가 사는 지역은 M그룹의 본거지로, 제철 및 제지 공장이 많기 때문에 내 친구들 아빠도 대부분 공장에서 근무한다. 엄마는 평범한 학교 선생님이다. 근처 중학교에서 20년 째, 언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말할 것도 없이 평범한 18살 여고생이다.

 

  이렇게나 평범한 집에 그는 왜 들어왔을까? 뭘 노리고 하루 종일 우리 집에 버티고 있는 걸까? 그가 집에 있는 것 이외에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나는 점점 더 그의 목적을 짐작할 수 없어졌다.

 

  두 번째 의문, 백도진은 왜 날 속이지 못했을까?

 

  그는 내 주변 사람들을 모두 홀렸다. 그들의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물론, 가족사진, 앨범, 심지어 공식 기록까지 모조리 바꾸었다. 하지만 나만은 속일 수 없었다.

 

  한 때 난 그 이유에 대하여, 우리가 특별한 사이여서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는 나만의 수호천사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떤 수호천사가 매일같이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이나 본단 말인가. 나는 금방 그 가능성을 거두었다. 물론, 그가 나를 노리고 찾아온 악령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도 함께 거두었다. 세상에 어떤 악령도 소파 위에 과자 부스러기를 그렇게 흘려대지는 않을 거다.

 

  3개월 동안 그는 나에게 특별히 도움도 위협도 주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나만 그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은 이유를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뭔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요즘 들어 슬슬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있다간 불시에 무슨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충격적인 등장에 비해 다음 행보가 밋밋하긴 했지만, 어쨌든 백도진은 보통 인간이 아니니까 말이다. 아니, 애시 당초 그는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걸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

 

  나는 방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빗방울을 동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나는 창밖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잘게 조각 낸 유전자 검사 종이를 바람에 실어 보냈다. 하얀 종잇조각이 동쪽으로 나부껴 갔다. 그것을 지켜보며 나는 창턱에 얼굴을 괴고, 혼잣말 했다.

 

 

  “어떻게 해야 그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풍랑 속에서 만난 친구 2016 / 9 / 14 293 0 5376   
4 반격의 서막(2) 2016 / 9 / 13 301 0 6075   
3 반격의 서막(1) 2016 / 9 / 13 281 0 5123   
2 남매의 탄생(2) 2016 / 9 / 12 285 0 5597   
1 남매의 탄생(1) 2016 / 9 / 11 497 0 688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